시끄럽다 (사진책도서관 2014.10.2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 둘레가 시끄럽다. 우리는 폐교 건물을 도서관으로 빌려서 쓰지만, 폐교 건물을 둘러싼 모든 터는 ‘나무 업자’가 빌렸다. 그런데 ‘나무 업자’는 지난 몇 해 동안 ‘못 쓰는 나무’를 모든 터에 촘촘히 박기만 하고 내버려 두더니, 요즈음 들어 삽차를 끌고 와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못 쓰는 나무’를 파낸다. 게다가, 학교에 있던 나무도 이래저래 벤다.


  이곳에 두루 퍼진 들딸기넝쿨이 모두 사라진다. 제법 잘 자란 탱자나무가 사라진다. 학교 뒤편 논을 따라 선 울타리 나무가 사라진다. 높이 뻗은 가시나무 아래쪽을 자른다. 도무지 시끄러워서 도서관에 있을 수 없다. 창문을 열 수도 없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본다. 나중에 우리가 목돈을 모아서 이곳 건물과 터를 산다고 하면, ‘나무 업자가 엉터리로 박은 못 쓰는 나무와 비닐’을 모두 걷어야 한다. 나무 업자가 못 쓰는 나무를 스스로 치워 주는 한편, 나무 업자가 곳곳에 깔아 놓은 썩은 비닐도 걷어 주는 셈이라고 볼 수 있다.


  갑자기 휑뎅그렁하게 바뀌는 둘레 모습을 바라본다. 가만히 바라본다. 나중에 이곳을 우리 터로 지킬 수 있을 적에 이곳에 어떤 나무를 어느 자리에 얼마나 심어서 키우면 될까 하고 헤아린다. 말끔히 치운 모습을 보니, 제법 자리가 넓다. 온갖 나무를 알맞게 심을 만하고, 아이들과 함께 갖가지 나무를 신나게 심어서 보듬을 만하지 싶다.


  나무를 생각하자. 우리 나무를 생각하자. 우리 도서관 나무를 생각하자. 숲을 생각하고, 도서관 숲을 생각하자.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그림책 읽는 아버지 (사진책도서관 2014.11.1.)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에서 내놓는 1인잡지를 오랜만에 한 권 엮는다. 비가 내리는 토요일 낮에 택배꾸러미를 받는다. 이번 1인잡지부터 인쇄소를 바꾼다. 저번 인쇄소에서는 ‘미색모조’ 인쇄를 더 안 하기도 해서 못마땅했고, 표지나 내지 사진이 자꾸 먹질이 되어 너무 괴로웠다.


  1인잡지는 이제 10호째이고, 《그림책 읽는 아버지》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동안 꾸준히 쓴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느낌글 가운데 2013년 봄부터 2014년 봄 사이에 쓴 느낌글을 가려서 엮었다. 글을 더 많이 싣고 싶으나 종이값이나 인쇄비가 빠듯해서 228쪽으로 빽빽하게 묶었다. 앞으로 도서관 지킴이가 꾸준히 늘어 1인잡지를 두 달에 한 차례씩 낼 수 있으면 《그림책 읽는 아버지 2》이나 《그림책 읽는 아버지 3》을 더 일찍 선보일 수 있겠지. 이번 종이값과 인쇄비는 모두 487,190원이 들었고, 택배값 8000원을 치른다. 종이 무게가 제법 되니, 우표값은 1200원 남짓 되리라 본다. 우표값도 만만하지 않게 들 듯하다.


  《그림책 읽는 아버지》라는 이름을 붙이는 1인잡지는 예전부터 엮고 싶었다. 이 글꾸러미가 1인잡지로 그치지 않고, 멋지고 아름다운 출판사를 만나서 더 알차게 태어날 수 있기를 빈다.


  책을 받을 ‘도서관 지킴이’님 주소를 봉투에 손으로 천천히 적는다.  무게가 많이 나가니, 사흘이나 나흘에 걸쳐 조금씩 나누어 우체국으로 들고 가서 부쳐야겠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함께 자라는 도서관 (사진책도서관 2014.10.26.)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아이들과 도서관에 간다. 책순이는 걸상을 받치고 높은 곳에 꽂힌 그림책을 하나씩 꺼내어 읽는다. 책순이는 이 그림책을 예전에 본 적이 있다고 떠올린다. 그래, 네가 어릴 적에 본 그림책이지. “그런데 이 책들 왜 집에 안 놔요?” 책순아, 이 그림책을 조그마한 우리 집에 모두 두면 우리가 집에서는 옴쭉달싹 못한단다. 집에 둔 책도 가뜩이나 많아 더 옮겨야 하지.


  책순이가 손에 쥐는 그림책은 책순이가 태어난 뒤 장만한 그림책도 있으나, 이 아이들이 태어나기 앞서 아버지가 하나둘 모은 그림책도 있다. 나는 아이들을 맞이하기 앞서 그림책을 두루 읽으면서 살았다. 왜냐하면, 그림책이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어린이부터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은, 단출한 글과 그림으로 모든 이야기를 담아서 들려준다. 짤막한 그림책이라 여길 수 없다. 수없이 되읽으면서 언제나 새롭게 깨닫도록 이끄는 그림책이다. 아이도 어른도 그림책을 한 번 장만하면 백 번쯤 가볍게 되읽는다. 그야말로 마음에 드는 그림책은 천 번도 읽고 이천 번도 읽는다. 온누리 어떤 책을 이렇게 천 번쯤 읽을 수 있을까? 온누리 어떤 책이 천 번쯤 읽도록 이끌 수 있을까?


  아이와 함께 도서관이 자란다. 어른과 함께 도서관이 자란다. 도서관은 ‘건물’이 아니다. 도서관은 ‘책’이 아니다. 도서관은 마을과 함께 오래오래 뿌리를 내리면서 이어가는 ‘이야기’이다. 도서관이 마을에 있어야 하는 까닭은 ‘책 문화’나 ‘교육 복지’ 때문이 아니다. 도서관은 마을에서 ‘모든 마을사람과 함께 자라는 쉼터요 삶터’ 구실을 한다.


  우리 도서관을 둘러싼 나무와 풀이 모두 뽑히고 사라진다. 너무 휑뎅그렁하다. 하루 빨리 이 도서관을 우리 것으로 삼아야,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있던 나무를 함부로 뽑아 없애는 짓을 막을 수 있다. 이 도서관이 언제까지나 우리 마을과 이웃 여러 마을 사이에서 살가운 쉼터와 삶터와 책터 구실을 할 수 있기를 빌고 또 빈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문화융성위원회 손님 (사진책도서관 2014.10.24.)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먼 데에서 손님이 오신다. 하기는. 고흥에서 찾아오는 책손이라 하더라도 가까운 걸음이 아니기 마련이다. 다른 고장에서 우리 도서관으로 오는 이들은 모두 ‘먼뎃손님’이다.


  서울에 있는 문화융성위원회라는 곳에서 손님이 오신다. 문화융성위원회는 어떤 곳일까. 신문과 방송을 하나도 안 보니까, 또 사회나 정치나 문화나 경제 이야기는 거의 모르니까, 이러한 공공기관이 있는 줄 처음 안다.


  먼뎃손님이 찾아오는 날 아침부터 우리 도서관 둘레가 시끄럽다. 우리가 도서관으로 삼아서 빌려서 쓰는 흥양초등학교 터와 건물을 먼저 빌린 사람들이 아침부터 삽차를 끌고 와서 땅을 다 뒤집는다. 울타리 나무까지 벤다. 무슨 일을 하려고 이렇게 부산을 떨까? 알 길이 없다. 이 학교를 빌린 사람은 다른 쪽이고, 삽차를 가지고 와서 부산을 떠는 사람은 심부름꾼이라고 들었다. 지난 2011년부터 올 2014년 어제까지 이곳에 ‘얄궂은 나무’를 건물 둘레와 운동장에 빽빽하게 심어서 ‘걸어서 지나다닐 수조차 없’이 하던 사람들이, 오늘 아침부터 갑작스레 삽차로 ‘얄궂은 나무’를 걷어낼 뿐 아니라, 학교 울타리인 나무까지 베는 일을 왜 할까?


  우리가 이곳에 처음 책을 들이던 날을 떠올린다. 2011년 가을에 커다란 짐차 여러 대로 책과 책꽂이를 등짐을 짊어지며 날랐다. 온통 ‘얄궂은 나무’를 박아 놓아서 짐차가 교실 옆문으로 들어서서 댈 수 없었다. 꽤 먼 거리를 등짐으로 날라야 했다. 충청도 충주에서 짐차에 책과 책꽂이를 실을 적에는 두 시간이 걸렸지만, 고흥에 닿아 등짐으로 책과 책꽂이를 내릴 적에는 자그마치 다섯 시간이 걸렸다. 책과 책꽂이를 나를 길조차 없어 나무를 몇 그루 쓰러뜨리고 등짐을 날랐다. 이때 우리더러 ‘나무를 왜 건드렸느냐’ 하고 따져서, 나무값으로 30만 원쯤 물어 주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어제까지 세 해를 꼬박 채우는 동안 ‘얄궂은 나무’를 보러 이곳에 온 적이 한 번도 없던 사람들이 갑작스레 들이닥쳐서 삽차로 모두 다 밀어낸다.


  문화융성위원회에서 찾아온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생각한다. 서울에 있는 공공기관에서는 우리 도서관을 부러 먼걸음을 해 주는데, 정작 고흥에 있는 문화부서나 도서관 공무원은 우리 도서관에 한 차례조차 찾아온 적이 없다. 도서관 소식지나 책을 보내거나 손수 찾아가서 건네어도 우리 도서관에 기웃거린 일조차 아직 없다. 가까이에 있는 분들은 가까이에 있는 곳을 바라보지 못하고, 멀리 있는 분들이 먼 데 있는 곳을 바라보는 셈이라고 할까.


  내가 왜 고흥 시골자락에서 도서관을 지키려 하는지 돌아본다. 책은 숲에서 태어났고, 숲은 책을 짓는다. 사람은 숲에서 자랐으며, 숲은 사람을 가꾼다. 이야기는 숲에서 흐르며, 숲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랑은 숲에서 피어나며, 숲은 사랑을 속삭인다.


  나 스스로 바로 이곳 시골숲에서 숲집을 일굴 때에 아름다운 넋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리라 느낀다. 마음과 몸을 푸르게 돌보면서 천천히 거듭날 수 있다고 느낀다. 수많은 책으로 인문학을 북돋울 수도 있을 테지만, 책이라는 지식은 반쪽짜리이다. 푸른 숲이 함께 있어야 하고, 푸른 숲이 바탕이 되어야 하며, 푸른 숲에서 넋과 얼과 숨결을 푸르게 가다듬을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이 제대로 서지 않고서야 생각이 제대로 피어나지 않는다. 우리 집 살붙이 몸을 헤아려서 시골로 터전을 옮기기도 했지만, 나부터 스스로 거듭나야 하는구나 하고 느껴 시골에 삶뿌리를 새로 심으려 했다. 책손이 걸음을 하기 어려울는지 모르나, 한번 ‘시골도서관’으로 걸음을 하고 보면, 왜 도서관이라고 하는 곳이 숲에 깃들어야 하고, 도서관을 ‘숲집 도서관’으로 지어야 하는가를 알아차려 주리라 믿는다.


  종이책이야 어디에서든 읽는다. 그렇지만, 숲책은 숲에 깃들어야 비로소 읽는다. 종이책이야 인터넷으로 사서 읽을 수 있다. 그렇지만, 숲책은 우리가 스스로 숲으로 찾아가서 온몸을 맡겨야 느낄 수 있다.


  돈이 있거나 없거나 밥을 먹어야 산다. 좌파이든 우파이든 숨을 쉬어야 산다. 남녘이든 북녘이든 전쟁무기가 아닌 숲이 있어야 산다. 숲에서 새로운 길을 연다고 느낀다. 숲에서 삶을 새로 짓고, 책을 새로 지으며, 꿈을 새로 짓는다고 느낀다. 그래서 우리 도서관은 ‘사진책도서관 + 서재도서관 + 시골도서관 + 숲도서관’이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늦가을 앞둔 움직임 (사진책도서관 2014.10.22.)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천천히 늦가을로 접어든다. 늦가을로 접어들면 하늘에 해가 안 걸릴 적에는 퍽 쌀쌀하고 어둡다. 늦가을로 접어드는 만큼, 한낮에 햇볕이 쨍쨍 내리쬐어야 비로소 도서관에 깃들 만하다. 그래도 우리 집 아이들은 긴긴 겨울에도 두껍게 옷을 껴입고 도서관에 놀러다녔다. 겨울이니 겨울맞이 차림새로 겨울놀이를 한다.


  우리 도서관이 고흥에 처음 들어선 2011년 가을부터 2014년 올해 가을까지 아무 움직임도 없던 사람들이 나타난다. 우리는 도서관으로 삼은 흥양초등학교 폐교 건물 가운데 넉 칸만 빌려서 쓰는데, 이 학교 건물과 터를 먼저 빌린 이들은 지난 세 해 동안 참말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고 고개를 내민 적도 없다. 2015년에 이들이 이곳을 빌려서 쓰는 계약기간이 끝난다. 계약기간이 끝나는 날을 앞두고 뭔가 일을 벌이려는 셈일까.


  씩씩하게 풀밭을 달리면서 노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앞장서서 달리기를 좋아하니, 나는 으레 뒤에서 따라간다. 시골순이와 시골순이가 달린다. 그러면 나는 이 아이들 뒤에서 시골아재가 되면 되는구나.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