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룻바닥이라는 곳 (사진책도서관 2014.9.2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어릴 적부터 마룻바닥이 여러모로 반갑고 시원하면서 즐겁다. 이름만 마루인 시멘트바닥이 아니라, 이름도 생김새도 나무로 짠 마룻바닥일 때에 어쩐지 마음을 차분히 쉬면서 신나게 뛰놀았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내가 살아갈 집도 이렇게 마룻바닥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시에서 살며 마룻바닥 있는 집에서 살림을 꾸리지 못했다. 서울에서 몇 해 머물던 때에는 적산가옥이던 나무집에서 세 해 즈음 지냈는데, 이때 빼고는 나무집에서 살지 못했다. 온 사회가 시멘트로 흐르니, 집도 길도 마을도 시골도 온통 시멘트로 뒤덮인다. 학교에서도 골마루가 사라지고 돌바닥이나 시멘트바닥만 있다.


  문을 닫은 오래된 학교에는 골마루가 남곤 한다. 우리 도서관은 문닫은 오래된 학교에 깃들었으니 골마루를 누린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우리 도서관 골마루에서 얼마나 기고 뒹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아이들이 이 골마루를 실컷 누리도록 하려고 묵고 묵은 더께를 박박 문질러서 벗겨냈다.


  아이들은 마룻바닥에 펑퍼짐하게 앉아서 놀기를 즐긴다.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아무렇지 않게 마룻바닥에 앉는다. 아이들은 마당이든 길바닥이든 서슴지 않고 주저앉기도 한다. 다리가 아프면 앉고, 다리가 안 아파도 엉덩이를 바닥에 대고 앉아서 놀기를 즐긴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내 어릴 적을 돌이킨다. 그리고, 도서관이나 학교를 짓는다면 어떤 얼거리가 되어야 즐거울까 하고 생각한다. 바닥을 나무로 두고, 둘레를 나무로 짜며, 기둥도 나무일 때에, 도서관이나 학교는 아이들한테 가장 즐거우리라 느낀다. 아이들한테 즐거운 곳은 어른들한테도 즐겁겠지.


  마룻바닥이란 나뭇바닥이다. 나뭇바닥이란 나무내음이 퍼지는 바닥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살림을 꾸릴 집은 나무로 이룰 때에 가장 아름다우면서 즐겁다. 나무는 숲에서 우거진다. 집을 나무로 짓고 도서관이나 학교도 나무로 짓는다면, 숲을 옮겨 집·도서관·학교를 짓는다는 뜻이 된다. 숲은 숲대로 가꾸고, 사람터는 사람터대로 숲내음이 감도는 곳으로 돌본다고 할까.


  아마 요즈음은 건축 설계나 도서관 설계를 서양에서 배운 이론만으로 따지지 싶다. 숲을 집과 도서관과 학교로 가지고 와서 누리는 한편, 집과 도서관과 학교 둘레가 아름다운 숲이 되도록 가꾸자고 생각하면서 설계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본다. 오늘날 이론이나 학문으로만 바라보면 겉모습으로는 멀쩡하지만, 오래도록 마을에 뿌리내리면서 삶터를 일구는 자리가 되기는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누릴 책터와 삶터와 이야기터라면, 언제나 푸르게 바람이 불고 푸르게 숨을 쉬는 터가 되어야겠지.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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