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읽는 도서관 (사진책도서관 2014.9.15.)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일곱 살 사름벼리는 만화책을 보려고 도서관에 간다. 네 살 산들보라는 마냥 뛰놀려고 도서관에 간다. 그러면 나는 왜 도서관에 갈까? 오늘은 ‘사랑’이라는 낱말을 예전 한국말사전에서 어떻게 다루었는지 살펴보려고 간다. 1940년 문세영 사전을 펼친다. 여덟 가지 뜻풀이가 달린다. “1. 귀애하는 것 2. 이쁘게 여기는 것 3. 좋아하는 것 4. 마음속에 두는 것 5. 고이는 것 6. 사모하는 것 6. 사모하는 것. 동경하는 것 7. 인자한 것 가엾게 여기는 것 8. 친절한 것. 잘 대접하는 것.” 그렇지. 한겨레가 바라본 ‘사랑’은 이러하다. 사랑이란 따스하면서 넉넉하고 즐거운 마음을 나타낸다. 그런데, 오늘날 적잖은 사람들은 ‘사랑’을 잘못 받아들인다. 쓰임새를 넓힌다고도 여길 수 있지만, 요즈음은 ‘사랑’이라고 하면 살섞기나 쓰다듬기나 주무르기쯤으로 여겨 버릇한다.


  연속극이나 영화를 찍는 이들 가운데, 또 시나 소설을 쓰는 이들 가운데 ‘사랑’이라는 낱말을 놓고 예전 한국말사전과 오늘날 한국말사전을 나란히 펼쳐서 살피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 스스로 ‘사랑’을 잘못 쓰는 줄 깨닫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사랑은 그예 사랑이다. 살섞기는 그예 살섞기이다. 영어로 말하자면 ‘sex’를 함부로 ‘사랑’에 집어넣을 까닭이 없다.


  사름벼리는 만화책을 본다. 산들보라는 뛰논다. 산들보라는 아버지를 요리조리 따라다니면서 까르르 웃는다. 창문을 열면 창문을 열었다면서 외치고, 책꽂이에 맺힌 곰팡이를 닦으면 무엇을 닦는지 머리를 들이민다. 이러다가 조금 심심한지, 그림책 하나를 집고는 이리저리 손가락으로 콕콕 찍으면서 논다.


  만화책 놓는 칸을 넓힌다. 늘어난 만화책을 한결 넉넉하게 두려 한다. 한 권씩 천천히 사서 읽은 책이 천천히 늘어난다. 이런 흐름에 맞추어 책꽂이도 천천히 늘려야겠지. 가을하늘은 높고, 가을들은 빛깔이 달라진다. 이 들에 농약바람이 아닌 고소한 나락내음이 흐른다면 아주 사랑스러우리라 생각한다. 이 들에 고소한 나락내음이 흐르면서, 새들이 노래하고, 풀벌레가 울 수 있다면, 그리고 저녁에는 개똥벌레가 불춤을 출 수 있다면, 도시로 떠나고 만 아이들이 하나둘 시골로 찾아올 만하리라 생각한다. 오늘날 시골에는 아이들이 놀 만한 데가 없다. 빈터가 없고 빈들이 없다. 빈터와 빈들이 겨우 있어도 농약내음에 찌들었고, 시골사람 스스로 버린 쓰레기로 가득 뒤덮는다. 시골에서는 풀숲 어디에서도 마음 놓고 주저앉을 수 없다. 워낙 농약을 많이 뿌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시골 할매와 할배조차 웬만해서는 풀숲에 앉지 않는다. 아스팔트 길바닥에 앉는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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