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위원회 손님 (사진책도서관 2014.10.24.)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먼 데에서 손님이 오신다. 하기는. 고흥에서 찾아오는 책손이라 하더라도 가까운 걸음이 아니기 마련이다. 다른 고장에서 우리 도서관으로 오는 이들은 모두 ‘먼뎃손님’이다.


  서울에 있는 문화융성위원회라는 곳에서 손님이 오신다. 문화융성위원회는 어떤 곳일까. 신문과 방송을 하나도 안 보니까, 또 사회나 정치나 문화나 경제 이야기는 거의 모르니까, 이러한 공공기관이 있는 줄 처음 안다.


  먼뎃손님이 찾아오는 날 아침부터 우리 도서관 둘레가 시끄럽다. 우리가 도서관으로 삼아서 빌려서 쓰는 흥양초등학교 터와 건물을 먼저 빌린 사람들이 아침부터 삽차를 끌고 와서 땅을 다 뒤집는다. 울타리 나무까지 벤다. 무슨 일을 하려고 이렇게 부산을 떨까? 알 길이 없다. 이 학교를 빌린 사람은 다른 쪽이고, 삽차를 가지고 와서 부산을 떠는 사람은 심부름꾼이라고 들었다. 지난 2011년부터 올 2014년 어제까지 이곳에 ‘얄궂은 나무’를 건물 둘레와 운동장에 빽빽하게 심어서 ‘걸어서 지나다닐 수조차 없’이 하던 사람들이, 오늘 아침부터 갑작스레 삽차로 ‘얄궂은 나무’를 걷어낼 뿐 아니라, 학교 울타리인 나무까지 베는 일을 왜 할까?


  우리가 이곳에 처음 책을 들이던 날을 떠올린다. 2011년 가을에 커다란 짐차 여러 대로 책과 책꽂이를 등짐을 짊어지며 날랐다. 온통 ‘얄궂은 나무’를 박아 놓아서 짐차가 교실 옆문으로 들어서서 댈 수 없었다. 꽤 먼 거리를 등짐으로 날라야 했다. 충청도 충주에서 짐차에 책과 책꽂이를 실을 적에는 두 시간이 걸렸지만, 고흥에 닿아 등짐으로 책과 책꽂이를 내릴 적에는 자그마치 다섯 시간이 걸렸다. 책과 책꽂이를 나를 길조차 없어 나무를 몇 그루 쓰러뜨리고 등짐을 날랐다. 이때 우리더러 ‘나무를 왜 건드렸느냐’ 하고 따져서, 나무값으로 30만 원쯤 물어 주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어제까지 세 해를 꼬박 채우는 동안 ‘얄궂은 나무’를 보러 이곳에 온 적이 한 번도 없던 사람들이 갑작스레 들이닥쳐서 삽차로 모두 다 밀어낸다.


  문화융성위원회에서 찾아온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생각한다. 서울에 있는 공공기관에서는 우리 도서관을 부러 먼걸음을 해 주는데, 정작 고흥에 있는 문화부서나 도서관 공무원은 우리 도서관에 한 차례조차 찾아온 적이 없다. 도서관 소식지나 책을 보내거나 손수 찾아가서 건네어도 우리 도서관에 기웃거린 일조차 아직 없다. 가까이에 있는 분들은 가까이에 있는 곳을 바라보지 못하고, 멀리 있는 분들이 먼 데 있는 곳을 바라보는 셈이라고 할까.


  내가 왜 고흥 시골자락에서 도서관을 지키려 하는지 돌아본다. 책은 숲에서 태어났고, 숲은 책을 짓는다. 사람은 숲에서 자랐으며, 숲은 사람을 가꾼다. 이야기는 숲에서 흐르며, 숲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랑은 숲에서 피어나며, 숲은 사랑을 속삭인다.


  나 스스로 바로 이곳 시골숲에서 숲집을 일굴 때에 아름다운 넋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리라 느낀다. 마음과 몸을 푸르게 돌보면서 천천히 거듭날 수 있다고 느낀다. 수많은 책으로 인문학을 북돋울 수도 있을 테지만, 책이라는 지식은 반쪽짜리이다. 푸른 숲이 함께 있어야 하고, 푸른 숲이 바탕이 되어야 하며, 푸른 숲에서 넋과 얼과 숨결을 푸르게 가다듬을 수 있어야 한다. 마음이 제대로 서지 않고서야 생각이 제대로 피어나지 않는다. 우리 집 살붙이 몸을 헤아려서 시골로 터전을 옮기기도 했지만, 나부터 스스로 거듭나야 하는구나 하고 느껴 시골에 삶뿌리를 새로 심으려 했다. 책손이 걸음을 하기 어려울는지 모르나, 한번 ‘시골도서관’으로 걸음을 하고 보면, 왜 도서관이라고 하는 곳이 숲에 깃들어야 하고, 도서관을 ‘숲집 도서관’으로 지어야 하는가를 알아차려 주리라 믿는다.


  종이책이야 어디에서든 읽는다. 그렇지만, 숲책은 숲에 깃들어야 비로소 읽는다. 종이책이야 인터넷으로 사서 읽을 수 있다. 그렇지만, 숲책은 우리가 스스로 숲으로 찾아가서 온몸을 맡겨야 느낄 수 있다.


  돈이 있거나 없거나 밥을 먹어야 산다. 좌파이든 우파이든 숨을 쉬어야 산다. 남녘이든 북녘이든 전쟁무기가 아닌 숲이 있어야 산다. 숲에서 새로운 길을 연다고 느낀다. 숲에서 삶을 새로 짓고, 책을 새로 지으며, 꿈을 새로 짓는다고 느낀다. 그래서 우리 도서관은 ‘사진책도서관 + 서재도서관 + 시골도서관 + 숲도서관’이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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