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채식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40
이유미 지음 / 철수와영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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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청소년책 2022.3.24.

푸른책시렁 161


《10대와 통하는 채식 이야기》

 이유미

 철수와영희

 2021.11.22.



  《10대와 통하는 채식 이야기》(이유미, 철수와영희, 2021)는 푸름이한테 풀밥이 어떻게 얼마나 이바지하는가 하고 들려줍니다. 이 책을 쓰신 분을 비롯해 숱한 풀밥벗은 ‘비건·프루테리언·락토 베지테리언·오보 베지테리언·페스코 베지테리언·폴로 베지테리언·플렉시테리언’ 같은 바깥말을 그대로 쓰는데, 대단히 어렵습니다. 외우기도 알아보기도 어려워요. 어린이도 쉽게 알아보도록, 또 사람마다 다른 몸에 맞게 풀밥을 헤아리도록 우리말로 새로 엮기를 바랍니다.


과일밥·과일살이·과일살림 ← 프루테리언

온풀밥·온풀살이·온풀살림 ← 비건

젖풀밥 ← 락토 베지테리언

달걀풀밥 ← 오보 베지테리언

젖달걀풀밥 ←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

물빛풀밥 ← 페스코 베지테리언

조금풀밥 ← 폴로 베지테리언

두루풀밥 ← 플렉시테리언

풀밥·풀살이·풀살림·풀밥살이·풀밥살림 ← 베지테리언


  글님이 얘기하듯 ‘산 돼지’를 볼 틈이 없을 적에는 돼지가 어떤 숨빛인지를 모르게 마련입니다. 사람한테 시달리는 나무가 아닌 숲에서 씨앗 한 톨부터 싹터서 우람히 자라난 나무를 늘 곁에 두지 않는다면 나무가 어떤 숨결인지를 몰라요. 풀밥을 먹더라도 풀포기가 어디에서 어떻게 씨앗부터 자라서 우리 밥자리로 오는가를 살피지 않으면 풀빛이 어떻게 이바지하는가도 모르겠지요.


  요사이는 ‘스마트팜’이라는 이름을 내걸면서 햇볕도 빗물도 흙도 없이 ‘잿빛(시멘트) 바닥 + 꼭짓물(수돗물) + 전기로 밝힌 불빛 + 들바람 아닌 공기청정기로 흐르는 바람’에다가 죽음거름(화학비료)을 쓰는 푸성귀가 넘칩니다. 해바람비하고 동떨어진 채 살집을 키우는 고기짐승처럼, 해바람비를 모르는 채 포동포동 키우는 ‘먹이풀’을 가게에 놓는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는 오늘 풀밥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풀’이 무엇지부터 모르는 서울살림이지는 않을까요? 흙하고 땅이 어떻게 다른지, 빗물하고 냇물하고 바닷물이 어떻게 다른지, 햇빛하고 햇볕하고 햇살이 어떻게 다른지, 낮빛하고 밤빛이 어떻게 다른지 까맣게 모르는 채 풀밥차림을 바라보지는 않나요?


  슬기롭게 사랑으로 가자면 맨발로 걷고 맨손으로 일하는 터전을 누릴 노릇입니다. 바람을 마시고, 햇볕을 쬐며, 빗물놀이를 하는 곳에서라야 참사랑이 아름다이 피어난다고 느낍니다. 글님은 “자연의 이치극 고스란히 느끼며 사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쓰면서, 누구나 시골에서 살기는 어렵다고 잘라말합니다. 그러나 참으로 이와 같다고는 여길 수 없습니다. 이 책을 읽은 저부터 시골에서 살아가는 시골내기요, 우리 집 아이들은 시골아이입니다. 아무리 오늘날 우리나라 시골사람이 1퍼센트가 될랑 말랑 하더라도 틀림없이 시골사람은 1/100은 있습니다. 또한 ‘돈이 넉넉해서 시골로 가는 사람’이 아니라 ‘돈이 없어도 삶길을 찾아 서울을 버리고 시골을 품는 사람’은 꾸준히 늘어납니다.


  풀만 차리기에 풀밥이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스스로 풀넋으로 바라보고 풀살림을 사랑하며 풀집을 누리는 오늘을 짓기에 비로소 풀밥이리라 생각합니다. 풀은 사람한테 ‘먹을거리’에 그치지 않습니다. 먹을거리로만 풀을 바라보는 틀을 버리고서, 사람하고 똑같은 숨빛인 풀빛물결을 맞아들이는 어진 이웃을 기다립니다.


ㅅㄴㄹ


우리는 살아 있는 돼지를 볼 기회가 거의 없으므로 이들이 생명으로 어떤 특성이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45쪽)


아파트를 짓고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지구의 광물 덕분이고, 모든 신선한 채소와 과일 또한 땅과 햇빛, 비가 내려야 가능한 일입니다. (59쪽)


인간의 본성은 사랑을 전제로 하고 있기에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를 존재하게 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할 줄 아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123쪽)


자연의 이치를 고스란히 느끼며 이렇게 사는 것이 이상적이긴 하지마, 안타깝게도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지요. (15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곁책》,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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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편 스콜라 어린이문고 36
사토 마도카 지음, 이시야마 아즈사 그림,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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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2.3.12.

맑은책시렁 267


《정의의 편》

 사토 마도카 글

 이시야마 아즈사 그림

 이소담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1.6.16.



  《정의의 편》(사토 마도카·이시야마 아즈사/이소담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1)을 펴면 여러 어린이하고 어른이 나옵니다. 사람들 앞에서 좀처럼 말을 못 하거나 더듬다가 얼굴이 붉어지는 아이가 나오고, 이 아이를 놀려먹는 아이가 나오고, 동무를 놀려먹는 아이를 나무라는 아이가 나오고, 놀려먹는 쪽에 서는 아이들이 나오고, 팔짱을 끼는 아이들이 나오고, 놀림받는 아이더러 기운내라고 북돋우는 아이가 나옵니다. 모두 다른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쪽에 섭니다.


  오늘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하고 살아가는 어버이는 아이한테 머잖아 얼굴이 빨개지지 않으리라고 얘기하지만, 막상 오늘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는 ‘머잖아’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얼굴이 빨개지던 나날을 겪어 보았다면 ‘머잖아’ 같은 말은 도움말도 달램말도 아닙니다. 어버이가 들려준 말이라 하더라도 ‘팔짱말’입니다.


  바르거나 옳은 쪽이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고 무엇을 하기에 바르거나 옳은 쪽일까요? 왜 서로 갈라서 싸우거나 다투는 짓이 배움터에서 쉽게 불거지고, 마을이며 나라에서도 끊이지 않을까요?


  우리가 참말로 서로 다르기에 이 다른 빛을 받아들이면서 어깨동무하려는 마음이라면 함부로 ‘왼쪽·오른쪽’이란 말을 안 해야 맞고, 이런 말을 치울 노릇입니다. 굳이 ‘왼쪽·오른쪽’이란 말을 쓸 생각이라면, 어느 쪽이 옳거나 맞다고 가르지 않을 노릇입니다.


  정 왼쪽이 좋다면 오른손은 자르기 바랍니다. 정 오른쪽이 좋다면 왼다리는 자르기 바랍니다. 한 손하고 한 다리로만 살아 보기 바랍니다. 다른 손가락 다섯을 움직여서 젓가락을 쥐고 숟가락을 놀리며 밥을 먹어요. 다른 두 손을 함께 써서 밭을 짓고 나무를 심고 풀꽃을 쓰다듬습니다. 스스로 본다면 ‘나 혼자 옳거나 그르’겠지요. 옳은 길이 아닌 아름다운 길을 찾을 노릇이고, 그른 길이라고 따지지 말고 사랑이란 길을 생각을 노릇입니다. 이때에 비로소 네 쪽도 내 쪽도 아닌 “우리 쪽”이란 말을 슬기롭고 참다이 쓸 수 있습니다.


ㅅㄴㄹ


내가 왜 이러지? 나는 대체 뭘 피하고 싶은 거야? 정우와 친한 사이로 여겨질까 봐? 그렇다. 정우와 친구로 여겨지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79쪽)


나는 왜 이렇게 맨날 남의 시선만 신경 쓸까. 제발 좀 이러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해야 희지처럼 자기 페이스로 살 수 있을까? (91쪽)


“나는 정우처럼 강하지 않아. 그래서 잘못된 행동을 하는 친구에게 그만두라는 말은 못 해. 그래도 똘똘 뭉쳐 놀리지는 않으려고 해.” (124쪽)


#佐藤まどか #セイギのミカ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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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제비
신시아 디펠리스 지음, 박중서 옮김 / 찰리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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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2.3.9.

맑은책시렁 266


《족제비》

 신시아 디펠리스

 박중서 옮김

 찰리북

 2020.4.30.



  《족제비》(신시아 디펠리스/박중서 옮김, 찰리북, 2020)는 미국이라는 나라이기 앞서 그 터에서 살림을 지은 사람들을 죽이거나 내쫓은 다음에 있던 여러 일 가운데 몇 가지를 엮어서 들려줍니다. 하늬녘(유럽)에서 배를 타고 건너간 이들은 총칼잡이를 앞세워 텃사람을 내몰았고, 텃사람을 내몬 다음에 총칼잡이는 일거리가 사라지기도 했고, 총칼잡이 노릇이 사람답지 못한 줄 깨닫기도 했다지요.


  곰곰이 보면 모든 나라는 총칼로 일어섰습니다. 어깨동무로 이룬 나라는 아예 없다고 할 만합니다. 어깨동무를 할 적에는 ‘나라’가 아닌 ‘마을’이었고, 마을도 ‘집’마다 다른 살림살이를 그대로 품는 숨결이었습니다. 어깨동무를 하는 살림터에서는 우두머리가 없어요. 모든 사람이 저마다 집밥옷을 짓고,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가르치고, 스스로 숲빛인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우두머리가 서려 하면서 손수 집밥옷을 짓지 않는 사람이 나오고, 집밥옷을 안 짓고 살림을 안 가꾸고 사랑을 잊으면서 총칼을 쥔 몇몇은 이웃집을 털고 이웃마을을 불태우고 이웃을 족쳤습니다.


  어느 ‘나라’이든 조용하며 아늑한 옆마을을 짓밟거나 죽이거나 종으로 삼으면서 뻗었어요. 오늘날 ‘한국’이란 이름을 쓰는 나라도 똑같습니다.


  《족제비》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읽어야 스스로 슬기롭거나 아름다운가 하고 들려주려 합니다. 줄거리나 얼거리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가르침(교훈)입니다. 비록 총칼을 앞세워 미국이란 나라가 섰으나, 이웃을 이웃으로 여기지 않은 미움으로 선 뿌리요, 나라를 이룬 뒤에도 스스로 총칼을 버리지 않은 속낯이에요.


  잘 보면 알 텐데, 총칼로 빼앗았기 때문에 총칼로 지킨다고 밝힙니다. 처음부터 총칼로 안 빼앗았다면, 구태여 총칼로 지키지 않아요. 사람이 사람으로서 땅을 알맞게 누리려 한다면 숲짐승이 두려울 까닭이 없습니다. 숲짐승은 왜 이따금 사람한테 달려들까요? 바로 사람이 스스로 먼저 숲짐승 살림터를 짓밟거나 빼앗을 뿐 아니라, 숲짐승을 잡아죽였거든요. 새끼(아이)를 잃은 숲짐승이 사람한테 달려들고, 살림터를 잃은 숲짐승이 사람을 물어뜯으려고 할 뿐입니다.


  미국이란 나라가 어떤 속낯인지를 그리려 하다 보니 《족제비》는 온통 가르침(교훈)으로 줄거리를 짤 수밖에 없구나 싶은데, 텃사람(인디언)한테 잘못했다고 비는 마음을 넘어서 ‘땅·삶·마을·나라’가 무엇인가를 좀 차분하게 되새기면서 그리려 했다면, 이 책은 사뭇 달랐으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아빠 말에 따르면 백인이 인디언을 야만인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그래야만 인디언을 미워하기 쉽고, 인디언을 미워해야 그들을 쫓아내거나 죽인 다음 그들의 땅을 차지하기가 더 쉬워지기 때문이었다. 쇼니족 인디언을 야만인으로 생각하면 그들을 사람으로 대할 필요가 없었다. (56쪽)


“우리는 땅을 개간하고, 이렇게 작은 통나무집도 지었지. 얼마 안 있어 네이선이 태어났고, 이어서 몰리가 태어났어. 참으로 좋은 시절이었지. 우리는 행복했단다. 하지만 쇼니족 인디언들이 쫓겨났기 때문에 우리 자리가 생겨난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 세상 일이 다 그런 거라고 여겼던 거야.” (98∼99쪽)


“아니, ‘하지만’은 필요 없다니까, 네이선. 방아쇠를 당겨야만 용감한 사람이 된다는 생각을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거냐!” (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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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표 냉장고
스즈키 마모루 그림, 다케시타 후미코 글,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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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2.3.4.

맑은책시렁 264


《펭귄표 냉장고》

 다케시타 후미코 글

 스즈키 마모루 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2001.10.30.



  《펭귄표 냉장고》(다케시타 후미코·스즈키 마모루/김숙 옮김, 북뱅크, 2001)는 여러모로 뜻있고 재미납니다. 아이는 느끼고 바라보고 만나지만, 어른은 못 느끼고 안 바라보고 만날 생각을 안 하는 오늘날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아이는 숱한 어른들처럼 따지거나 재거나 견주지 않기에 느낍니다. 아이는 여러 어른들처럼 바쁘거나 머리에 자잘한 부스러기(지식)를 집어넣지 않기에 바라볼 만하고, 어느새 만납니다.


  그런데 모든 어른은 아이였고, 적잖은 어른들은 스스로 아기로 태어나 아이로 살아온 줄 잊습니다. 아이로서 노래하던 삶을 잊기에 철없는 모습으로 바뀌고, 아이답게 꿈꾸던 사랑을 내려놓았기에 딱딱하거나 외곬로 치닫는 몸짓으로 달라집니다.


  오늘날 아무리 서울(도시)이 크거나 늘어났다고 하더라도, 모든 삶자리는 먼먼 옛날부터 숲이었고 들이었으며 멧골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먹고 입고 쓰는 모든 살림은 숲이며 들이며 바다에서 비롯합니다. 싸움연모이건 우라늄이건 밑감은 모두 이 푸른별에서 캐내었습니다.


  기름 한 방울을 어디에 쓰려고 생각하나요? 씨앗 한 톨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바람 한 줄기하고 물 한 모금을 어떻게 맞이할 셈인가요? 싱싱칸(냉장고)에 펭귄이 살 수 있습니다. 얼음칸에는 곰이 살는지 모릅니다. 마당 한켠에는 새랑 풀벌레가 살 만하고, 잿빛길(시멘트 바닥) 밑자락에는 두더지가 살살 굴을 파면서 온누리가 푸르게 깨어날 때를 기다릴는지 몰라요.


  그나저나 옮김말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어린이책에 걸맞게 우리말로 새롭게 손질하기를 바라요. 이를테면 “이렇게 해서 나와 펭귄의 만남은 시작되었다”나 “-게 되었다”나 “엄마는 아직도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같은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를 털어내기를 빕니다. “나는 이렇게 펭귄하고 만났다”나 “엄마는 아직도 곰곰이 생각한다”처럼 적어야 우리말이요, 어린이 말씨입니다.


ㅅㄴㄹ


엄마는 아직도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있잖니, 넌 어떤 게 마음에 들어?”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는데요. 난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엄마.” (11쪽)


“네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먹었다는 거야?” 엄마는 전혀 믿어주지 않았다. “벌로 당분간 아이스크림은 안 사줄 거야.” (25쪽)


펭귄은 냉장고 문을 열고 머리를 처박고는 잠시 부스럭거리다가 이번에는 치즈를 꺼내 왔다. “그야 물론 생선이 좋긴 하지만, 냉장고에 늘 생선만 있으란 법은 없잖아. 우리 냉장고 펭귄들은 아무거나 먹지 않고는 살아가기 힘들거든.”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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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할머니의 비밀 - 초등학교 저학년 동화 동화는 내 친구 55
타카도노 호코 글, 지바 지카코 그림, 양미화 옮김 / 논장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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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2.2.28.

맑은책시렁 263


《꼬마 할머니의 비밀》

 다카도노 호코 글

 지바 지카코 그림

 양미화 옮김

 논장

 2008.4.15.



  《꼬마 할머니의 비밀》(다카도노 호코·지바 지카코/양미화 옮김, 논장, 2008)은 두 할머니가 어린이란 몸으로 돌아가서 실컷 뛰노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온갖 옷을 꽃솜씨로 지을 줄 아는 ‘꼬마 할머니’는 어느 날 ‘나이를 벗기는 옷’을 지어냈다고 해요. ‘맨눈으로는 못 보는 옷’을 한 겹씩 입을 적마다 나이를 한 살씩 벗는다지요.


  꼬마 할머니는 왜 나이를 벗기는 옷을 생각해서 지어냈을까요? 숱한 사람들은 왜 젊어 보이려고 용을 쓸까요? 꼬마 할머니는 예닐곱 살이나 여덟아홉 살쯤 되는 아이로 돌아가서 거리낌없이 뛰고 달리고 춤추고 노래하고 떠들면서 하루를 신바람으로 놀고 싶어서 나이를 벗기려고 합니다.


  엉터리 같거나 억지스럽거나 바보스러이 꿈을 생각하려 했다면, 꼬마 할머니는 나이를 벗기는 옷을 못 지었으리라 느껴요. 즐겁거나 재미나거나 새롭게 하루를 그리는 마음이기에, 꼬마 할머니는 신바람놀이를 꾀하면서 옷을 지을 뿐 아니라, 멋진 놀이동무를 사귀어요.


  온누리 어른들이 좀 놀기를 바랍니다. ‘노닥거리기’가 ‘술짓’이 아닌, ‘돈을 펑펑 써대는 바보짓’이 아닌, 아이다운 마음이자 눈빛으로 온누리를 푸르게 물들이는 즐겁고 상냥하며 하늘빛으로 물드는 아름놀이로 나아가기를 바라요. ‘껑충이 어른’이 아닌 ‘꼬마 어른’으로 살아간다면, 이 별은 푸른별이란 이름으로 나아가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내 눈은 틀림없다니까. 효코르 씨를 처음 봤을 때, 매우 소심해 보였지요. 하지만 뭔가 결심하면 휘파람도 불고 줄사다리도 타고 창틀도 넘고, 멋지게 해내는 사람일 거라고 점찍었답니다.” (20쪽)


“효코르 씨, 혀 짤린 참새에 나오는 할아버지 같은 흉내는 그만둬요. 커다란 고리짝이랑 작은 고리짝이 있다면 역시 우리 같은 할머니는 커다란 고리짝을 골라야 해요. 한 번 더 아이가 되어서 마음대로 놀 수 있는데, 물구나무서기 하나 하지 못하는 중년 아줌마가 되는 걸로 좋다니, 바라는 게 그렇게 작아서야 원, 뭐가 제대로 되겠어요?” (27쪽)


“사실 해야 할 것들이 이것저것 너무 많아. 그런데 놀고 싶어서 그만두었어.” (104쪽)


건물 뒤편에 아무렇게나 내버려둔 넓디넓은 들판 같은 빈터는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곳이었습니다. 마구 뛰어다니고 꽃을 따고 풀을 뜯으면서, 아이들은 이 들판에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놀았습니다. (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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