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제비
신시아 디펠리스 지음, 박중서 옮김 / 찰리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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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2.3.9.

맑은책시렁 266


《족제비》

 신시아 디펠리스

 박중서 옮김

 찰리북

 2020.4.30.



  《족제비》(신시아 디펠리스/박중서 옮김, 찰리북, 2020)는 미국이라는 나라이기 앞서 그 터에서 살림을 지은 사람들을 죽이거나 내쫓은 다음에 있던 여러 일 가운데 몇 가지를 엮어서 들려줍니다. 하늬녘(유럽)에서 배를 타고 건너간 이들은 총칼잡이를 앞세워 텃사람을 내몰았고, 텃사람을 내몬 다음에 총칼잡이는 일거리가 사라지기도 했고, 총칼잡이 노릇이 사람답지 못한 줄 깨닫기도 했다지요.


  곰곰이 보면 모든 나라는 총칼로 일어섰습니다. 어깨동무로 이룬 나라는 아예 없다고 할 만합니다. 어깨동무를 할 적에는 ‘나라’가 아닌 ‘마을’이었고, 마을도 ‘집’마다 다른 살림살이를 그대로 품는 숨결이었습니다. 어깨동무를 하는 살림터에서는 우두머리가 없어요. 모든 사람이 저마다 집밥옷을 짓고,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가르치고, 스스로 숲빛인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우두머리가 서려 하면서 손수 집밥옷을 짓지 않는 사람이 나오고, 집밥옷을 안 짓고 살림을 안 가꾸고 사랑을 잊으면서 총칼을 쥔 몇몇은 이웃집을 털고 이웃마을을 불태우고 이웃을 족쳤습니다.


  어느 ‘나라’이든 조용하며 아늑한 옆마을을 짓밟거나 죽이거나 종으로 삼으면서 뻗었어요. 오늘날 ‘한국’이란 이름을 쓰는 나라도 똑같습니다.


  《족제비》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읽어야 스스로 슬기롭거나 아름다운가 하고 들려주려 합니다. 줄거리나 얼거리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가르침(교훈)입니다. 비록 총칼을 앞세워 미국이란 나라가 섰으나, 이웃을 이웃으로 여기지 않은 미움으로 선 뿌리요, 나라를 이룬 뒤에도 스스로 총칼을 버리지 않은 속낯이에요.


  잘 보면 알 텐데, 총칼로 빼앗았기 때문에 총칼로 지킨다고 밝힙니다. 처음부터 총칼로 안 빼앗았다면, 구태여 총칼로 지키지 않아요. 사람이 사람으로서 땅을 알맞게 누리려 한다면 숲짐승이 두려울 까닭이 없습니다. 숲짐승은 왜 이따금 사람한테 달려들까요? 바로 사람이 스스로 먼저 숲짐승 살림터를 짓밟거나 빼앗을 뿐 아니라, 숲짐승을 잡아죽였거든요. 새끼(아이)를 잃은 숲짐승이 사람한테 달려들고, 살림터를 잃은 숲짐승이 사람을 물어뜯으려고 할 뿐입니다.


  미국이란 나라가 어떤 속낯인지를 그리려 하다 보니 《족제비》는 온통 가르침(교훈)으로 줄거리를 짤 수밖에 없구나 싶은데, 텃사람(인디언)한테 잘못했다고 비는 마음을 넘어서 ‘땅·삶·마을·나라’가 무엇인가를 좀 차분하게 되새기면서 그리려 했다면, 이 책은 사뭇 달랐으리라 생각합니다.


ㅅㄴㄹ


아빠 말에 따르면 백인이 인디언을 야만인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그래야만 인디언을 미워하기 쉽고, 인디언을 미워해야 그들을 쫓아내거나 죽인 다음 그들의 땅을 차지하기가 더 쉬워지기 때문이었다. 쇼니족 인디언을 야만인으로 생각하면 그들을 사람으로 대할 필요가 없었다. (56쪽)


“우리는 땅을 개간하고, 이렇게 작은 통나무집도 지었지. 얼마 안 있어 네이선이 태어났고, 이어서 몰리가 태어났어. 참으로 좋은 시절이었지. 우리는 행복했단다. 하지만 쇼니족 인디언들이 쫓겨났기 때문에 우리 자리가 생겨난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 세상 일이 다 그런 거라고 여겼던 거야.” (98∼99쪽)


“아니, ‘하지만’은 필요 없다니까, 네이선. 방아쇠를 당겨야만 용감한 사람이 된다는 생각을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거냐!” (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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