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동물 일공일삼 63
우리 오를레브 지음, 밀카 시지크 그림,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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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숲노래 어린이책 2021.7.13.

맑은책시렁 242


《그림자 동물》

 우리 오를레브 글

 밀카 시지크 그림

 한미희 옮김

 비룡소

 2000.11.25.



  《그림자 동물》(우리 오를레브·밀카 시지크/한미희 옮김, 비룡소, 2000)은 ‘그림자 동무’를 사귀는 아이 이야기를 다룹니다. 아이는 아이로 태어났습니다. 아이는 아이로 살아갑니다. 둘레 어른은 이 아이한테 “어느 나라 사람”이라는 이름을 붙이려 하지만, 아이는 늘 아이입니다. 더 헤아리면, 아이한테 어느 나라 사람이라는 이름을 붙이려는 어른도 처음에는 아이였어요.


  이 나라에서 태어나기에 좋은 아이요, 저 나라에서 태어나기에 미운 아이일까요? 그럴 수 있을까요? 모든 아이는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든 똑같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워 반가운 숨결이지 않나요?


  어른도 그렇지요. 아이가 자란 몸빛인 어른이 이 나라 사람이든 저 나라 사람이든 무슨 대수일까요? 스스로 착하고 참하며 곱게 마음을 다스리기에 어른이라는 이름입니다. 나이를 먹은 사람은 그냥 늙은이입니다. 안 착하고 안 참하며 안 곱다면, 겉으로만 꾸미고 치레하고 속이고 가린다면, 어른이 아닌 늙은이예요.


  이야기책 《그림자 동물》에 나오는 아이는 어머니 사랑하고 아버지 사랑을 함께 누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아이 아버지는 싸움터에 끌려가야 하고, 그 싸움터에서 목숨을 잃어야 합니다. 오늘날 숱한 나라가 사내(아버지)를 싸움판(군대)으로 데려가서 사람을 죽이고 죽는 짓을 가르쳐서 길들여 놓습니다. 왜 사내(아버지)는 싸움판에 끌려가야 하나요? 왜 사내(아버지)가 가시내(어머니) 곁에서 “살림을 슬기롭게 짓는 사랑”을 배우며 즐겁게 노래하는 하루로 나아가지 못하는 나라여야 할까요?


  우리는 똑바로 보고 생각해야 합니다. 사내(아버지)가 처음부터 바보짓을 하면서 가시내(어머니)를 괴롭히고 윽박질렀을까요? 아니지요. 우두머리(지도자)가 불거지고, 총칼을 쥐면서 서로 싸움을 벌이는 판으로 가면서 따돌림과 괴롭힘이 불거졌습니다. 우두머리하고 싸움판(군대)이 그대로 있는 곳에서는 아무리 책(페미니즘 이론)으로 가르치려 해도 못 가르칠 뿐 아니라, 굴레를 못 풉니다. 우리는 이제 책(이론·논리)을 내려놓고서 “살림을 슬기롭게 짓는 사랑”을 사내(아버지)하고 가시내(어머니)가 처음부터 새롭게 배워서 삶으로 녹이는 길을 갈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함께 살림하면 됩니다. 같이 사랑하면 됩니다. 나란히 손을 잡고 어깨동무하는 몸빛으로 살아가면 됩니다. 이런 살림·사랑·삶을 밀쳐낸 우두머리가 사람들을 옥죄고 짓밟아 싸움이 불거지고, 《그림자 동물》처럼 눈물짓는 아이가 생기고 말아요. 아이는 마음으로 보고 얘기하고 어우러지는 ‘그림자 동무’가 곁에 있기에 오늘 이곳을 새롭게 배웁니다. 오직 마음입니다. 마음이 아닌 ‘나라(정부)·믿음(종교)·배움터(학교)·벼슬(공무원)·싸움(군대)’은 우리가 스스로 바보로 굴러떨어지는 지름길입니다.


ㅅㄴㄹ


나는 이불 속에서 자주 그림자 동물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림자 동물은 이름이 있을까? 있다면 뭐지? (11쪽)


나는 궁금했어요. “도대체 왜 전쟁이 일어났지?” 그림자 동물은 (죽은) 아빠한테 가서 물어보았어요. 그리고 다시 돌아와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는 우리 집과 우리나라를 지켜야 한대요. (41쪽)


땅에서 태어난 붙박이 그림자 동물은 어떤 물건에 꼭 붙어 있고, 스스로 생각할 수도 없대요. 그냥 기다리고, 모든 걸 따라할 수 있을 뿐이죠. 내가 손을 들면, 내 그림자도 손을 들잖아요. 반면 먼 나라에서 온 그림자 동물은 솜처럼 보드라운 생각으로 이루어진 진짜 멋진 그림자 동물이래요. (58쪽)


아기가 벌써 꿈을 꿀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엄마가 그러는데 아기는 먹는 것하고 따스함에 대한 꿈을 꾼대요. 내 꿈은 안 꿀까요? (63쪽)


하지만 내가 나의 그림자 동물 이야기를 해줘도 엄마랑 아저씨는 아마 믿지 않았을걸요. 내가 저녁마다 꾸며내서 해주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74쪽)


(죽은) 아빠는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무척 기쁘대요. 나랑 엄마랑 아기를 사랑하고, 우리랑 같이 드라이브를 할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래요. 아빠는 또 쉴로모 아저씨하고 내가 아빠 기차를 가지고 놀아도 된다고 했어요. (96쪽)


#UriOrlev #MilkaCiz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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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열어 보지 마! : 아이시 절대 열어 보지 마!
샤를로테 하버작 지음, 프레데릭 베르트란트 그림, 고영아 옮김 / 한솔수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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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7.13.

맑은책시렁 245


《절대 열어 보지 마 1 아이시》

 샤를로테 하버작 글

 프레데릭 베르트란트 그림

 고영이 옮김

 한솔수북

 2020.9.21.



  《절대 열어 보지 마 1 아이시》(샤를로테 하버작·프레데릭 베르트란트/고영이 옮김, 한솔수북, 2020)를 읽으며 오늘날 어린이가 얼마나 따분하게 집하고 배움터 사이를 오가는가 하고 새삼스레 생각했습니다. 참말 그렇거든요. 고을마다 가게가 줄잇고 자동차가 가득한 곳에서 어린이가 가거나 쉬거나 놀 만한 데는 손바닥만큼도 안 되기 일쑤입니다.


  생각해 볼까요? 서울이나 부산에서 어린이는 어디에 가서 뭘 하고 놀아야 하나요? 광주나 인천이나 대구나 대전에서 어린이는 어디에 가서 뭘 할 수 있나요?


  어린이한테 손전화를 함부로 주면 안 된다고들 하지만, 이제 어린이는 손전화 아니고서는 놀거리조차 없다고 할 만합니다.


  어른들은 돌림앓이판에 플라스틱하고 비늘을 훨씬 어마어마하게 쓰고, 쓰레기도 아주 엄청나게 쏟아냅니다. 찻길하고 잿빛집하고 큰고장을 줄여서 숲을 늘릴 생각은 안 하고, 멀쩡한 숲을 밀어서 어린나무를 심을 뿐 아니라, 참살림하고 동떨어진 길로 치닫습니다.


  나무 한 그루하고 예방주사(백신) 가운데 어느 길을 가야 할까요? 아득한 옛날부터 사람들이 왜 돌림앓이에 걸렸을까요? 사람만 살겠다면서 숲을 밀어대고 풀밭이며 빈터는 싹 가게로 뒤덮은 데에서는 언제나 사람부터 나가떨어지는 판이었습니다. 어린이한테는 깨비(괴물)가 따로 없습니다. 어린이는 따로 무서움이나 두려움을 안 짓습니다. 아이를 길들이려 하는 어른이야말로 길든 눈빛에 말씨에 몸짓일 테지요. 아이들이 푸르게 뛰놀 수 있도록 어른부터 삶터를 푸르게 돌보고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네모는 무릎을 꿇고 예티의 털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여태까지 일어난 일 중에 가장 멋진 일이었다. 살아 있는 예티가 집 안에 누워서 가볍게 코를 골고 있다니! (58쪽)


“슈파겔 박사님, 보링 시 교통 통제 임무를 맡으셨는데, 상황이 통제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물론이죠! 질서를 지키고 규칙을 따르는 한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146쪽)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이야. 그리고 설령 진짜 아르카스라 해도 …… 장난감 회사에서 너희들 만들 때 서로 적이니까 공격하는 게 규칙이라고 적어 놓았다고 해서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잖아.”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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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를 좋아하는 아이
마쓰오카 교코 글, 오코소 레이코 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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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1.6.1.

맑은책시렁 244


《가위바위보를 좋아하는 아이》

 마쓰오카 교코 글

 오코소 레이코 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2013.8.15.



  《가위바위보를 좋아하는 아이》(마쓰오카 교코·오코소 레이코/김숙 옮김, 북뱅크, 2013) 같은 책이 아니어도 적잖은 아이들이 가위바위보를 알고 나면 그야말로 가위바위보에 푹 빠지곤 합니다. 이기고 지는 갈랫길에 서면서 짜릿짜릿한데, 스스로 이기는 쪽에만 서려는 마음으로 기울기도 하고, 이기고 지는 자리가 덧없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이기고 지는 자리가 부질없는 줄 느끼는 아이는 이내 가위바위보가 시들해서 다른 놀이를 하자고 말하지요. 모름지기 놀이란 이기거나 지지 않아요. 누구나 어울리기에 놀이요, 언제나 어우러지기에 놀이입니다. 가위바위보가 놀이로 머물려면 이기든 지든 대수롭지 않아야 합니다. 이기니까 좋고 지니까 나쁘다면 이미 놀이에서 벗어났어요. 이때에는 싸움입니다.


  싸워서 이기고, 이겼으니 윗자리라고 여기는 마음은 놀이하고도 동떨어지지만, 삶이며 살림이며 사랑하고도 멀어요. 싸워서 이겼으니 노닥거리고 싶어요. 싸워서 이겼으니 내 말대로 둘레에서 따라야 한다고 여겨요. 혼자 발칵거리고 혼자 투정이며 혼자 잘납니다.


  놀이를 놀이로 여기지 못하고 싸움으로 빠질 적에는 한 아이뿐 아니라 둘레 아이 모두 재미없습니다. 아니, 둘레 아이보다 이 아이부터 가장 재미없지요. 외톨이가 되지 않아요. 신나는 놀이하고 등지면서 언제나 웃고 노래하고 춤추면서 즐거이 빛나는 하루를 스스로 걷어차는 셈입니다.


  자리를 매겨야 하지 않습니다. 첫째부터 꼴찌까지 갈라야 하지 않습니다. 위에 놓거나 밑에 놓지 말아야 합니다. 어깨동무로 가는 길이 삶이며 살림이자 사랑이고, 모든 놀이를 이루는 바탕입니다. 손을 잡지 않는데 어떻게 놀이가 되나요? 손을 안 잡는데 무슨 사랑이 되나요? 함께하지 않으니 소꿉도 살림도 아니지요.


  다만 《가위바위보를 좋아하는 아이》는 어머니 혼자 집안일을 하고 아버지는 집안일을 안 하는 모습으로 그립니다. 일본에서 퍽 예전에 나온 책이라 이렇게 그렸다고도 하겠지만, 곰곰이 보면 아이는 이런 두 어버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라요. 어린이책에 얼핏 나오는 모습이라 하더라도, 두 어버이가 함께 살림하고 일하고 쉬고 노는 길이라면 가위바위보가 놀이로 흐르면서 싸움으로는 안 번질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집에서 함께 살림하는 아버지(사내)가 늘어난다고 하지만, 누가 더 많이 하거나 오래 해야 하는 일이 아닌, 즐겁게 어깨동무하는 길이 되어야 비로소 생각도 삶도 거듭날 만합니다.


ㅅㄴㄹ


누구를 만나도 가위바위보. 뭔가를 정할 때도 가위바위보. 아침부터 밤까지 가위바위보만 합니다. (3쪽)


여자아이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부랴부랴 접시에 있는 핫케이크에 대고 “너는 아빠야.” 하고 말했습니다. 그러고는 칼과 포크를 집어들고는 “너희들은 나야.” 하고 말했습니다. 그런 다음, 칼과 포크로 식탁을 콩콩 두드리면서 “가위바위보!” 하고 말했습니다. (22쪽)


아빠가 말했습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겼든 졌든 네가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는 거야. 알겠니? 나 참, 언제쯤에나 네가 그걸 알겠니.” (24쪽)


이런 식으로 여자아이는 늘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늘 자기에게 유리한 쪽이 이겼습니다. (25쪽)


“네가 이기면 그 사람들이 네 엄마아빠가 되는 거고, 내가 이기면 그 사람들이 내 엄마아빠가 되는 거야. 그렇게 되면, 안됐지만 너는 여기서 나가 줘야겠어.” 여자아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엄마와 아빠를 가위바위보로 정하다니, 그건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제 맘대로 후닥닥 정하고는 말했습니다. (33쪽)


#なぞなぞのすきな女の子 

#じゃんけんのすきな女の子

#松岡享子 #大社玲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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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부르는 어린이 2021.봄 - 창간호, 어린이 인문교양지
인디고 서원 지음 / 인디고서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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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5.19.

책으로 삶읽기 681


《희망을 부르는 어린이 1》

 편집부

 인디고서원

 2021.4.5.



《희망을 부르는 어린이》(편집부, 인디고서원, 2021)는 어린이가 보기를 바라면서 엮은 철책(계간 잡지)이다. 책집에 가 보면 어린이한테 맞추는 책이 몹시 많은데, 이 가운데 어린이한테 삶·살림·사랑·숲·사람, 이 다섯 가지를 슬기롭고 상냥하게 들려주는 책은 드물다고 느낀다. 가르침·우스개·배움터·서울·동무, 이렇게 다섯 가지에서 쳇바퀴를 도는구나 싶다.


어른들은 일본에서 널리 쓰는 한자말 ‘희망’을 그냥 쓰지만, 막상 어린이한테는 너무 먼 낱말이라고 느낀다. 우리말 ‘꿈’을 말하면 넉넉할 텐데. ‘별’을 노래하면 될 텐데. 이 나라 어른은 언제쯤 “별을 노래하는 어린이”처럼 책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철책 《희망을 부르는 어린이》에 이오덕 어른 글을 싣기도 하는데, 이오덕 어른은 ‘부르다’를 잘못 쓰는 일을 삼갔다. 사람이나 노래를 ‘부른다’고 말한다. 목소리를 내어 말을 하는 ‘부르다’요, 곁에 없어서 찾으려고 소리내는 ‘부르다’이다.


어린이한테 이 삶을 들려주는 일은 뜻깊다. 다만, 어른이 이토록 망가뜨려 놓은 삶을, 어른이 이토록 배움수렁(입시지옥)으로 짜놓은 틀에 가두어 놓은 삶을, 어른이 어린이를 길들여 놓은 서울살이란 길을, 섣불리 어린이한테 보여주기보다는 말 그대로 ‘꿈과 별’을 이야기해야지 싶다. 이를테면 두 가지를 들겠는데, “나도 모르게 무시하거나 차별한 사람은 없는지(35쪽)” 묻기보다는 “스스로 즐겁게 어깨동무하거나 손을 내민 일을 생각하자”고 물어보아야지 싶다. 어린이한테는 묻는 길이 사뭇 다르다. 어른한테도 매한가지이다.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끝이 아닙니다” 하고 말한들 큰고장이든 시골이든 어린이 손으로는 어쩔 길이 없다. 온통 쓰고 버리는 서울살이(도시문화)가 되었는데 어린이는 어찌해야 하지? 어린이가 입는 옷조차 풀한테서 얻은 실이 아닌 기름(석유)에서 뽑아낸 실이기 일쑤이다.


말썽거리(사회문제)를 안 짚을 수는 없기에, 말썽거리를 어떤 눈으로 보면서 다스려야 아름답고 즐거우며 사랑스러울까를 더 살펴야지 싶다. 손가락질하거나 걱정하는 눈빛이 아닌, 오늘 이곳에서 어린이 스스로 하는 길을 들려주는 눈빛에,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며 어른이 함께 걸어가는 길을 밝히는 눈빛이기를 빈다. 걱정거리를 심지 말고 꿈꿀거리를 심어야지 싶다.


그리고 이 별에서는 순이돌이(여자 남자)가 나란히 어우러져야 아름다울 텐데, 너무 순이(여자) 이야기로 기울었다. 돌이(남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돌이는 이 별을 안 사랑해도 좋을까? 돌이다움하고 순이다움이란 뭘까? 돌이순이가 사람다움으로 나아가고 어른다움으로 피어나는 길이란 뭘까? 이 대목을 좀 들여다보면 좋겠다. 순이돌이는 서로 싸워야 하지 않고, 돌이순이는 서로 어느 한켠으로 따라가야 하지 않으니, 순이랑 돌이가 손을 맞잡는 길을 어질게 보여주기를 빈다.


ㅅㄴㄹ


우리 집, 우리 학교, 우리 동네, 우리나라 같은 여러분이 많이 쓰는 일상 속의 ‘우리’에는 어떤 사람이 포함되고, 어떤 사람이 포함되지 않나요? ‘우리’라는 말을 쓰면서 혹시 나도 모르게 무시하거나 차별한 사람은 없는지 생각해 봅시다. (35쪽)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끝이 아닙니다. 쓰레기들은 한 곳에 모아서 태우거나 땅에 묻는데, 태울 경우 공기를 오염시키고, 다이옥신 같은 독성물질을 내뿜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쓰레기를 묻을 땅이 부족해지자, 불법으로 필리핀, 인도 등 가난한 나라에 쓰레기를 떠넘기기도 합니다.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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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이야기꾼 로알드 달 - 로알드 달 재단 공식 전기
도널드 스터록 지음, 지혜연 옮김 / 다산기획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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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5.3.

인문책시렁 179


《천재 이야기꾼 로알드 달》

 도널드 스터록

 지혜연 옮김

 다산기획

 2012.4.19.



  《천재 이야기꾼 로알드 달》(도널드 스터록/지혜연 옮김, 다산기획, 2012)을 책자리에 놓은 지 열 해쯤 되는구나 싶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 이 책을 두었을까 아리송하지만, 한벌 읽고서 삭이기까지, 다시 읽고 삭이기는 사이, 스스로 새롭게 바라보거나 읽는 빛이 있을 테지요.


  로알드 달 님이 쓴 책을 아이들하고 읽다가 ‘한글판’을 새까맣게 손질하기 일쑤였습니다. 우리말로 옮긴 분(소설가)이 우리말을 너무 모르더군요. 차라리 영어판을 읽히자 싶어 로알드 님이 쓴 책을 차근차근 영어판으로 장만해서 읽었어요. 로알드 달 님이 쓴 영어는 매우 쉽습니다. 하나도 안 어려울 뿐 아니라 익살스럽고 부드럽습니다. 상냥하지요. 이런 로알드 달 이야기를 ‘엉성하고 뒤죽박죽이며 일본스런 말씨에 한자말로 범벅질’을 해놓는다면, 아이들은 무엇을 누릴까 아리송해요.


  로알드 달 님이 쓴 이야기만 우리말로 엉성하게 옮기는 어른이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다른 이야기도 매한가지입니다. 옮김빛(번역가)으로 일하는 분은 아이를 곁에 두지 않을까요? 옮김빛인 어른은 ‘스스로 옮긴 글’을 아이한테 소리내어 읽어 준 적이 있을까요?


  모든 이야기는 줄거리뿐 아니라 말결까지 함께 마음밥으로 스며듭니다. 줄거리를 짜는 밑바탕도 살뜰할 노릇일 뿐 아니라, 낱말 하나에 말씨 하나까지 숱하게 담금질을 할 노릇이에요. 무늬만 한글이 아닌, 눈부시면서 싱그럽고 사랑스러운 우리말이 되도록 손질해야지요.


  숨을 거두는 자리에서 바늘이 몸을 찌를 적에 ‘제기랄’ 하고 외마디를 남겼다는 로알드 달이라는 사람이 걸어온 길은 고스란히 어린이책으로 피어나서 씨앗이 되었지 싶습니다. 어릴 적에 겪은 ‘정신병원(학교)’을, 또 이런 ‘정신병원을 이끈 어른(교사)’을 우스꽝스레 그리면서도 배움터와 길잡이가 나아갈 길을 살그마니 비추어 보이도록 이야기를 엮었다고 느껴요.


  우리말로 나온 이 책은 “천재 이야기꾼”이라고 이름을 붙입니다만, 영어책 이름처럼 그저 “이야기꾼 로알드 달”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면서 빛나는 이야기꾼인걸요.



과거에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자기를 불편하게 만들었기에 그는 이야기를 만들어 상처받기 쉬운 자신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부여했던 것이다. (23쪽)


달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랑은 부모와 자식 간의 전형적인 사랑이 아니라, 아이가 낯선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 선택하고 맺은 친밀한 우정이다. (71쪽)


멀리서 볼 때는 학교가 ‘사립정신병원’을 연상시켰는데, 달의 20년 후배이자 또 다른 유명한 성베드로학교 졸업생이며 작가이자 희극배우였던 존 클리스도 같은 의견이었다. (81쪽)


영국 기득권 세력의 거만함과 부조리에 대한 의심은 더 강해졌지만 그들과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 또한 커졌다. (151쪽)


비평가들이나 도서관 사서들은 여전히 그의 작품을 하찮게 여기지만, 그와 그의 작품에 완전히 빠진 두터운 어린 독자층은 섭섭함을 달래 주었고, 그는 고마움과 동시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751쪽)


로알드가 느끼는 육체의 고통은 점점 심해졌고, 그 때문에 글 쓰는 작업은 어려워지기도 하고 한편으론 쉬워지기도 했다. (765쪽)


로알드는 사람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주삿바늘이 그의 몸을 찌르자 그는 눈을 다시 뜨고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아! 제기랄.” 그게 마지막 말이었다. (813쪽)


#storyteller #DonaldSturrok #RoaldDah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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