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표 냉장고
스즈키 마모루 그림, 다케시타 후미코 글, 김숙 옮김 / 북뱅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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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어린이책 2022.3.4.

맑은책시렁 264


《펭귄표 냉장고》

 다케시타 후미코 글

 스즈키 마모루 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2001.10.30.



  《펭귄표 냉장고》(다케시타 후미코·스즈키 마모루/김숙 옮김, 북뱅크, 2001)는 여러모로 뜻있고 재미납니다. 아이는 느끼고 바라보고 만나지만, 어른은 못 느끼고 안 바라보고 만날 생각을 안 하는 오늘날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아이는 숱한 어른들처럼 따지거나 재거나 견주지 않기에 느낍니다. 아이는 여러 어른들처럼 바쁘거나 머리에 자잘한 부스러기(지식)를 집어넣지 않기에 바라볼 만하고, 어느새 만납니다.


  그런데 모든 어른은 아이였고, 적잖은 어른들은 스스로 아기로 태어나 아이로 살아온 줄 잊습니다. 아이로서 노래하던 삶을 잊기에 철없는 모습으로 바뀌고, 아이답게 꿈꾸던 사랑을 내려놓았기에 딱딱하거나 외곬로 치닫는 몸짓으로 달라집니다.


  오늘날 아무리 서울(도시)이 크거나 늘어났다고 하더라도, 모든 삶자리는 먼먼 옛날부터 숲이었고 들이었으며 멧골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먹고 입고 쓰는 모든 살림은 숲이며 들이며 바다에서 비롯합니다. 싸움연모이건 우라늄이건 밑감은 모두 이 푸른별에서 캐내었습니다.


  기름 한 방울을 어디에 쓰려고 생각하나요? 씨앗 한 톨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바람 한 줄기하고 물 한 모금을 어떻게 맞이할 셈인가요? 싱싱칸(냉장고)에 펭귄이 살 수 있습니다. 얼음칸에는 곰이 살는지 모릅니다. 마당 한켠에는 새랑 풀벌레가 살 만하고, 잿빛길(시멘트 바닥) 밑자락에는 두더지가 살살 굴을 파면서 온누리가 푸르게 깨어날 때를 기다릴는지 몰라요.


  그나저나 옮김말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어린이책에 걸맞게 우리말로 새롭게 손질하기를 바라요. 이를테면 “이렇게 해서 나와 펭귄의 만남은 시작되었다”나 “-게 되었다”나 “엄마는 아직도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같은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를 털어내기를 빕니다. “나는 이렇게 펭귄하고 만났다”나 “엄마는 아직도 곰곰이 생각한다”처럼 적어야 우리말이요, 어린이 말씨입니다.


ㅅㄴㄹ


엄마는 아직도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있잖니, 넌 어떤 게 마음에 들어?”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는데요. 난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엄마.” (11쪽)


“네가 아니면 도대체 누가 먹었다는 거야?” 엄마는 전혀 믿어주지 않았다. “벌로 당분간 아이스크림은 안 사줄 거야.” (25쪽)


펭귄은 냉장고 문을 열고 머리를 처박고는 잠시 부스럭거리다가 이번에는 치즈를 꺼내 왔다. “그야 물론 생선이 좋긴 하지만, 냉장고에 늘 생선만 있으란 법은 없잖아. 우리 냉장고 펭귄들은 아무거나 먹지 않고는 살아가기 힘들거든.”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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