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을 건다 신생시선 43
이민아 지음 / 신생(전망)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1.23.

노래책시렁 356


《활을 건다》

 이민아

 신생

 2015.12.31.



  어린이는 언제나 놀지만 가르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늘 놀면서 배웁니다. 어린이는 어른이 어떻게 일하는지 오래오래 곰곰이 지켜보고서 흉내를 내듯 소꿉을 놀다가 스스로 새롭게 펴는 실마리를 알아차립니다. 어린이는 어른이 들려주는 소리를 귀담아듣고는 말을 깨달아 익힙니다. 이러면서 어른으로서는 생각조차 못 한 낱말을 새록새록 여미어 노래합니다. 어린이한테는 동시를 읽힐 까닭이 없습니다. 어린이가 읊는 모든 말소리는 이미 노래(시)인걸요. 《활을 건다》를 읽고 이내 덮었습니다. 굳이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시’를 쓰려고 안 해도 되어요. 다들 ‘시인·시·문학·예술’이라는 이름을 붙들려고 하면서 그만 스스로 고꾸라지거나 미끄러집니다. 어린이는 노상 새롭게 뛰고 달리고 놀고 노래하면서 저절로 삶을 빛내어 말빛을 편다면, 어른은 어린이 곁에서 한결같이 기쁘게 사랑으로 일하고 나누고 살림을 펴면 저절로 삶을 갈무리하는 글빛을 펴게 마련입니다. 삶하고 멀기에 말을 자꾸 짜려고 합니다. 살림하고 등돌리기에 글을 자꾸 꾸미려 합니다. ‘문학적 표현’이나 ‘시적 표현’을 모두 걷어낼 적에 비로소 노래(시)가 깨어나면서 온누리에 맑고 맑게 말빛이 번집니다.


ㅅㄴㄹ


나도 한때 당신 곁을 떠난 적 있었지요 / 우레처럼 가고 또 우레처럼 잊힐까봐 / 그림자 따라오던 길마저 지우면서 갔지요 (천둥의 내력/14쪽)


범람하던 말의 불화 다독이던 낮은 음성 / 전화 속에 오래 머문 그, 이별도 더디 오라고 / 이집트 로제타석처럼 찬란한 부음 새기고 있다 (깨진 액정을 갈다/33쪽)


+


《활을 건다》(이민아, 신생, 2015)


인기척인가 싶어질 때

→ 기척인가 싶을 때

→ 발자국인가 싶을 때

14쪽


그 흔한 이젤도 없이

→ 흔한 그림판도 없이

→ 흔한 그림틀도 없이

15쪽


밀림 속 아뜰리에 노을 조명 꺼질 때까지

→ 숲 그림집 노을이 질 때까지

→ 숲에서 그림칸 노을이 질 때까지

15쪽


미간도 맞지 않는 가면 뒤에서 숨을 쉬면

→ 눈썹새도 맞지 않는 탈을 쓰고 숨을 쉬면

20쪽


범람하던 말의 불화 다독이던 낮은 음성

→ 넘치던 말다툼 다독이던 낮은 목소리

→ 넘실넘실 말싸움 다독이던 낮은 소리

33쪽


한밤 내 쿨럭쿨럭 태반처럼 흘렸던가

→ 한밤 내 쿨럭쿨럭 배꼽줄처럼 흘렸나

38쪽


서른 해 행적 속에 눈물의 길을 찾아

→ 서른 해 발걸음에 눈물길을 찾아

→ 서른 해 걸으며 눈물길을 찾아

57쪽


한 가게, 속 저린 애정사 점묘화로 돋아오는데

→ 어느 가게, 속 저린 사랑 방울방울 돋아오는데

8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내에게 미안하다
서정홍 지음 / 단비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1.23.

노래책시렁 382


《아내에게 미안하다》

 서정홍

 실천문학사

 1999.1.7.



  두 아이하고 살아가는 나날을 돌아보면, 언제나 두 아이한테서 배웁니다. 곁님하고 일구는 보금자리를 곱씹으면, 늘 곁님한테서 배웁니다. 어버이나 짝꿍으로서 뭔가 어설프거나 어리석거나 엉뚱한 짓을 벌인 뒤에 “잘못했습니다. 차근차근 뉘우칠게요.” 하고 읊곤 합니다. 느긋이 맡아서 천천히 하면 될 노릇인데, 서두르거나 지나치게 짊어지느라 몸앓이를 하거나 드러눕고 말아요. 언제나 똑같습니다. 우리는 서로서로 “잘못했습니다” 하고 말하면서 찬찬히 다스리면 되어요. 더 느슨히 이야기를 하고, 더 곰곰이 말을 섞고서, 하나씩 돌보면 즐겁습니다. 《아내에게 미안하다》를 스물 몇 해 만에 되읽었습니다. 적잖은 분들은 ‘나라(정부·사회)’를 갈아엎거나 바꿔야 한다고들 외칩니다만, ‘집(보금자리)’을 돌아보고 보듬으면 될 뿐입니다. 나라부터 바로서야 한다고 외치는 분이 많습니다만, 저마다 이녁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돌아보면, 나라는 저절로 바뀌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어버이라면 아이들이 사랑을 물려받을 집을 일굴 노릇이에요. “애 좀 낳아라!” 하고 읊는들 애를 낳을까요? 아니지요. 어버이로서 사랑집을 가꾸면, 어린이는 자라고 자라서 스스로 아이를 낳아요. 길은 모든 살림집에 수수하게 있습니다.


ㅅㄴㄹ


값비싼 안주가 / 값비싼 그리움을 낳는 일도 없고 / 값싼 안주가 / 값싼 그리움을 낳는 일도 없다 / 닭똥집에 소주 마시고 / 취한 날이거나 / 소고기에 맥주 마시고 / 취한 날이거나 /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 그리움이 되는 건 / 우리들의 사랑이었다 (우리들의 사랑 1/11쪽)


한 마리 천 원 하던 고등어가 / 한 마리 오백 원으로 값이 떨어지면 / 집집마다 고등어 굽는 냄새 / 화장실 문을 열면 / 아랫집 고등어 굽는 냄새 (내가 사는 곳/21쪽)


어젯밤에도 / 밤늦도록 엄마 아빠를 기다리며 / 깊이 잠들지 못하고 울고 있던 아이들을 바라보니 / 나는 큰 죄인이 되어버립니다 // “영교야, 울지 말거라 / 오늘은 아빠 잔업 않고 일찍 올 테니” / 애써 타일러보지만 / 모기 소리만 하게 “예”라고 대답하는 말에 / 잠시 마음이 놓이다가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맞벌이 부부의 일기/12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문학동네포에지 45
허수경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1.13.

노래책시렁 376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허수경

 창작과비평사

 2001.2.15.



  살아가는 ‘길’은 고스란히 살아가는 ‘마음’입니다. 마음은 우리가 가는 길을 그대로 담습니다. 걷는 사람은 걷는 마음으로 나아가고, 쇳덩이(자동차)에 몸을 싣는 사람은 쇳덩이 마음으로 흘러갑니다. 이곳으로 가기에 좋지 않고, 저곳으로 가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그저 다를 뿐입니다. 사람은 스스로 다 바꿀 수 있어요. 늘 쇳덩이를 몰더라도 언제나 반짝반짝 아름눈길일 수 있고, 쇳덩이를 조금 몰거나 탈 뿐이지만 길든 굴레나 수렁에 확 잠길 수 있어요. 언제 어디에서나 반짝이는 별빛이라는 길이라면, 별빛마음이에요. 그러나 둘레에 사로잡히거나 휩쓸리는 길이라면, ‘길들면서 길든 줄 모르는 넋잃는 마음’입니다.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읽으면, 노래님 스스로 얼마나 아픈가를 사뭇 느낄 만합니다. 그러나 아프거나 앓는 일은 안 나쁩니다. 우리는 아프거나 앓기에 알아갑니다. ‘아프다·앓다’하고 ‘알다·알·알차다’는 말밑이 같아요. 아프거나 앓지 않는 이는 알아가지 않아요. 아픈 적 없는 이는 알에서 안 깹니다. 흠씬 앓기에 온누리를 알아보는 눈을 새롭게 뜹니다. 허수경 님이 알에서 스스로 깨어나려고 앓던 길에, 조금씩 가장자리로 걸어갔다면, 모든 끝이란 늘 처음인 줄 알아차렸을 텐데 싶더군요.


ㅅㄴㄹ


장님인 시절 장님의 시절 술 마시는 곳 기웃거리며 술병 깨고 손에 피를 흘리며 여관에서 혼자 잠, 여관 들어선 자리 밑 미나리꽝 맑은 미나리순이 걸어들어와 저의 손으로 내 이마를 만지다. (아픔은 아픔을 몰아내고 기쁨은 기쁨을 밀어내지만/10쪽)


덜 자란 아이들은 언제나 덜 자라 이 거리에서 돈을 벌지 못하고 아이들의 가슴에 든 지폐는 영혼을 팔아 바다를 사고 적막한 눈을 감고 바다는 오 오 거리에서 팔던 오뎅국물처럼 졸아든다. (여자아이들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집을 묻는다/16쪽)


먼 곳에서 벌어진 전쟁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모여들었다 / 모깃불을 안고 퍼런 전파를 보다가 진짜 전장으로 가버린 남자들 / 남자들을 따라 전장으로 나간 여자들은 옷을 벗고 춤을 추었다 / 춤을 추다가 가끔 아편을 맞기도 했다 (검은 노래/47쪽)


+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허수경, 창작과비평사, 2001)


어느 날 죽은 이의 결혼식을 보러 갔지요

→ 어느 날 죽은 이 꽃잔치를 보러 갔지요

8쪽


자궁만이 튼튼한 신부는 신랑의 심장자리에 자신을 밀어넣었습니다

→ 아기집만이 튼튼한 각시는 곁님 가슴자리에 저를 밀어넣었습니다

→ 알집만이 튼튼한 꽃짝은 곁짝 마음자리에 저를 밀어넣었습니다

8쪽


새들은 아직 심장을 가지고 있나

→ 새는 아직 가슴이 있나

→ 새는 아직 마음이 있나

12쪽


날아오르는 것들의 존재를 믿을 수 없는 것처럼

→ 날아오르는 모두를 믿을 수 없듯

→ 날아오르는 아이를 믿을 수 없듯

→ 날아오르는 빛을 믿을 수 없듯

12쪽


자전하는 지구에서 태어난 나

→ 맴도는 별에서 태어난 나

→ 쳇바퀴 별에서 태어난 나

→ 스스로도는 별에서 태어난 나

13쪽


늙은 가수는 자선공연을 열고 무대에서

→ 늙은 노래꾼은 나눔잔치 열고 자리에서

22쪽


미라들이 박물관 지하에 있다

→ 덧주검이 살림숲 땅밑에 있다

33쪽


집 앞에 고물상이 있네

→ 집 앞에 넝마집이 있네

→ 집 앞에 마병집이 있네

→ 집 앞에 헌살림집이 있네

41쪽


남자들을 따라 전장으로 나간 여자들은

→ 사내를 따라 싸움터로 나간 가시내는

→ 돌이를 따라 싸움판으로 나간 순이는

47쪽


나의 고아들은 따스한 물이불을 덮고 잠이 들 것이다

→ 울 외톨박이는 따스한 물이불을 덮고 잠이 든다

→ 우리 외톨이는 따스한 물이불을 덮고 잔다

57쪽


해초를 다듬으며 조개를 까며 아이들은 찬송가를 부른다

→ 미역을 다듬으며 조개를 까며 아이들은 기쁨노래 부른다

→ 바다풀을 다듬으며 조개를 까며 아이들은 꽃노래 부른다

6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동 창비시선 414
이시영 지음 / 창비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1.12.

노래책시렁 373


《하동》

 이시영

 창비

 2017.9.15.



  그제 이른아침에 여수에서 시외버스를 내리는데, 늙수그레한 아재는 바로 앞에서 담배부터 꼬나물고서 불을 붙입니다. 시외버스에서 내내 시끄럽게 전화를 하던 아재는 길에 하얗게 담배김을 피웁니다. 고흥 버스나루는 2023년에도 버스일꾼에 싸울아비(군인)에 할배에 아재가 담배굴을 이루고, 이따금 아가씨도 담배김을 피워요. 우리나라 버스나루 가운데 고흥처럼 마구 담배를 태우는 데를 못 봤으나, 여수도 비슷합니다. 《하동》을 읽었습니다만, 하동이란 고장이 어떤 빛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 하동이라는 고장이 지나온 자취를 엿볼 수조차 없습니다. 어렵게 말하면 ‘관념 + 기교 + 문학수사 + 추억 + 연민 + 허세’일 테고, 쉽게 말하면 ‘삶이 없다’입니다. 글쓴이가 보여주는 모습은 ‘삶’이라기보다는 ‘허울’입니다. 하루를 보낸다고 해서 ‘삶’이라 하지 않습니다. 꿈을 사랑으로 그리지 않고서 쳇바퀴를 돌거나 이쁘장하게 치레하거나 꾸미거나 속이는 몸짓은 ‘허울’입니다. 할배 나이가 되어서까지, 어릴 적 옆집 ‘여고생 머리카락하고 몸에서 나던 향긋한 냄새’를 떠올리는 글이란, ‘고은 성추행 시’하고 뭐가 다를까요? 하나도 안 다르다고 느낍니다. 이러한 글이 우리나라 ‘작가회의’요 ‘원로작가’ 민낯입니다.


ㅅㄴㄹ


어느 아랍의 국기 같은 초승달이 부르르 하늘에 박혔다 / 저 달을 보며 길 떠나는 누군가가 이 세계에 있다 (극점/31쪽)


가방 들고 걷던 전주여고생. 3년 동안 이웃에 살면서도 단 한마디 나눠본 적 없지만 나는 눈 감고도 누나가 지금쯤 어디를 지나는지 훤히 알 수 있었지 ……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고 서두르다가 그만 정면으로 부딪치고 말았다. 향긋한 머릿내였던가. 순간 시자 누나가 내 몸에 엎어지며 풍기던 뜨겁고 알싸한 그 내음새는. (시자 누나/50, 51쪽)


+


《하동》(이시영, 창비, 2017)


강변에 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 냇가에 나무 두 그루가 섰다

→ 둔치에 나무 두 그루가 있다

11쪽


이호철 선생 댁 세배를 다녀오던 길이었을 것이다

→ 이호철 님 집에 절을 다녀오던 길이다

→ 이호철 어른한테 절을 다녀오던 날이다

16쪽


고라니가 파놓은 흙 위에

→ 고라니가 파놓은 흙에

→ 고라니가 판 흙더미에

21쪽


뜨거운 눈 속을 뚫고 솟구쳐오른 파 대가리

→ 뜨거운 눈을 뚫고 솟구쳐오른 파 대가리

24쪽


초승달이 부르르 하늘에 박혔다

→ 눈썹달이 부르르 하늘에 박혔다

→ 웃는달이 부르르 하늘에 박혔다

31쪽


떠나는 누군가가 이 세계에 있다

→ 떠나는 누가 이곳에 있다

→ 떠나는 이가 여기에 있다

31쪽


설치류들의 핏빛 흔적이 자욱하다

→ 생쥐 핏빛이 자욱하다

→ 쥐가 남긴 핏빛이 자욱하다

79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1.5.

노래책시렁 174


《인부수첩》

 김해화

 실천문학사

 1986.9.30.



  글을 쓰려면 사랑글을 여밀 일입니다. 사랑이 아닌 짝짓기를 쓴다면 덧없습니다. 사랑을 등진 채 설레발을 쓴다면 엉성합니다. 사랑으로 나아가지 않고서 꾸미기만 한다면 허울입니다. 글을 읽으려면 살림글을 살필 노릇입니다. 살림이 아닌 치레를 찾는다면 부질없습니다. 살림을 잊은 채 돈바라기를 쓴다면 넋나갔습니다. 살림을 가꾸지 않고서 쳇바퀴를 둘러댄다면 숨빛을 잃습니다. 《인부수첩》을 서른 해 만에 되읽습니다. 섣부르거나 어설피 높이는 목소리가 곳곳에 있지만, 이 노래책을 이루는 바탕은 ‘설익되 사랑’입니다. 사랑을 바라되 ‘아직 사랑이 뭔지 모르겠다’면서 헤매는 마음이 진득하게 흘러요. 그렇다면 왜 《인부수첩》은 ‘설익은 사랑’일까요? ‘땀흘리는 일’을 ‘집 바깥’에서만 찾거든요. 예나 이제나 우리네 일글(노동문학)은 ‘집 바깥 공장이나 공사장’에서 뚝딱거리는 모습을 옮겨야 한다고 여기는 틀에 갇힙니다. 생각해 봐요. 아기를 낳는 어머니가 짓는 하루도 일(노동)입니다. 아이돌봄도 일(노동)입니다. 모름지기 ‘일글’이란, 살림빛과 사랑빛을 삶빛으로 녹여낼 적에 태어납니다. 우리나라 일글은 너무 오랫동안 ‘웃사내 바깥벌이’에 얽매인 채 사랑씨앗이 없이 목소리만 지나치게 앞섰어요.


ㅅㄴㄹ


손가락을 깨물고 싶다 / 혈서를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 갖은 이 설움의 깊이를 깨닫기 위해서가 아니라 / 수없이 갈아온 / 증오의 칼날을 가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부수첩 30 시들지 않은 사랑으로/74쪽)


사랑을 위하여 / 술을 끊기로 했다 / 환장하게 그리운 사랑아 / 이렇게 뜨거운 우리들 그리움에서 / 쓰디쓴 술냄새가 난다면 / 말도 안도니다 / 긴 밤을 박꽃처럼 지새운 / 그대 순결한 기다림의 가슴에 / 돌아가야 할 우리 / 펄펄 끓어야 할 젊은 심장에서 / 식어버린 술냄새가 난다면 / 말도 안된다 (술을 끊기로 했다/116쪽)


+


《인부수첩》(김해화, 실천문학사, 1986)


혈서를 쓰기 위해서가 아니라

→ 핏글을 쓸 뜻이 아니라

74쪽


휭허니 타고 서울까지 올라가서

→ 휭허니 타고 서울까지 가서

82쪽


나의 시는 그러한 나의 비겁에 대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 내 노래는 그러한 꼼수를 둘러댈 뿐이다

→ 내 노래는 그러한 굽신질을 감쌀 뿐이다

→ 내 노래는 그러한 더럼짓을 꾸밀 뿐이다

15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