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을 건다 신생시선 43
이민아 지음 / 신생(전망)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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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3.11.23.

노래책시렁 356


《활을 건다》

 이민아

 신생

 2015.12.31.



  어린이는 언제나 놀지만 가르지 않습니다. 어린이는 늘 놀면서 배웁니다. 어린이는 어른이 어떻게 일하는지 오래오래 곰곰이 지켜보고서 흉내를 내듯 소꿉을 놀다가 스스로 새롭게 펴는 실마리를 알아차립니다. 어린이는 어른이 들려주는 소리를 귀담아듣고는 말을 깨달아 익힙니다. 이러면서 어른으로서는 생각조차 못 한 낱말을 새록새록 여미어 노래합니다. 어린이한테는 동시를 읽힐 까닭이 없습니다. 어린이가 읊는 모든 말소리는 이미 노래(시)인걸요. 《활을 건다》를 읽고 이내 덮었습니다. 굳이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시’를 쓰려고 안 해도 되어요. 다들 ‘시인·시·문학·예술’이라는 이름을 붙들려고 하면서 그만 스스로 고꾸라지거나 미끄러집니다. 어린이는 노상 새롭게 뛰고 달리고 놀고 노래하면서 저절로 삶을 빛내어 말빛을 편다면, 어른은 어린이 곁에서 한결같이 기쁘게 사랑으로 일하고 나누고 살림을 펴면 저절로 삶을 갈무리하는 글빛을 펴게 마련입니다. 삶하고 멀기에 말을 자꾸 짜려고 합니다. 살림하고 등돌리기에 글을 자꾸 꾸미려 합니다. ‘문학적 표현’이나 ‘시적 표현’을 모두 걷어낼 적에 비로소 노래(시)가 깨어나면서 온누리에 맑고 맑게 말빛이 번집니다.


ㅅㄴㄹ


나도 한때 당신 곁을 떠난 적 있었지요 / 우레처럼 가고 또 우레처럼 잊힐까봐 / 그림자 따라오던 길마저 지우면서 갔지요 (천둥의 내력/14쪽)


범람하던 말의 불화 다독이던 낮은 음성 / 전화 속에 오래 머문 그, 이별도 더디 오라고 / 이집트 로제타석처럼 찬란한 부음 새기고 있다 (깨진 액정을 갈다/33쪽)


+


《활을 건다》(이민아, 신생, 2015)


인기척인가 싶어질 때

→ 기척인가 싶을 때

→ 발자국인가 싶을 때

14쪽


그 흔한 이젤도 없이

→ 흔한 그림판도 없이

→ 흔한 그림틀도 없이

15쪽


밀림 속 아뜰리에 노을 조명 꺼질 때까지

→ 숲 그림집 노을이 질 때까지

→ 숲에서 그림칸 노을이 질 때까지

15쪽


미간도 맞지 않는 가면 뒤에서 숨을 쉬면

→ 눈썹새도 맞지 않는 탈을 쓰고 숨을 쉬면

20쪽


범람하던 말의 불화 다독이던 낮은 음성

→ 넘치던 말다툼 다독이던 낮은 목소리

→ 넘실넘실 말싸움 다독이던 낮은 소리

33쪽


한밤 내 쿨럭쿨럭 태반처럼 흘렸던가

→ 한밤 내 쿨럭쿨럭 배꼽줄처럼 흘렸나

38쪽


서른 해 행적 속에 눈물의 길을 찾아

→ 서른 해 발걸음에 눈물길을 찾아

→ 서른 해 걸으며 눈물길을 찾아

57쪽


한 가게, 속 저린 애정사 점묘화로 돋아오는데

→ 어느 가게, 속 저린 사랑 방울방울 돋아오는데

84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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