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속에서 운다 실천시선(실천문학의 시집) 192
이창수 지음 / 실천문학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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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노래책시렁 158


《귓속에서 운다》

 이창수

 실천문학사

 2011.6.27.



  길들었거나 길드는 사람은 길드는 줄 알기도 하고, 길드는 줄 모르기도 하지만, 길들거나 말거나 마음을 놓기도 합니다. 배부른 채 우리에 갇혀도 좋으냐고 물으면 터무니없다고 대꾸하는 사람도 있지만, 배부를 수 있다면 우리에 갇히든 종살이를 하든 다 좋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귓속에서 운다》는 어떤 귀울음을 노래할까요. 누구는 귀울음이 괴롭거나 듣기 싫을 만하고, 누구는 귀울음이 머리를 깨워 마음눈을 틔우는 길로 여길 만합니다. 알 길이 없는 울음일 수 있으면서, 먼먼 별누리에서 푸른별로 찾아오는 길에 듣던 노래일 수 있어요. 살아가기에 노래를 듣습니다. 마음을 쏟아 하루를 짓기에 울 수 있습니다. 살림하는 사랑을 돌보기에 웃고, 서로 손을 잡고서 함께 뛰노는 몸짓이 되기에 피어날 만합니다. 그런데 ‘화냥질’이란 무엇일까요? 나무하고 새가 ‘화냥질’을 할까요? 아니, ‘화냥질’이란 말마디를 섣불리 나무하고 새한테 써도 될까요? 곰곰이 본다면 오늘날 이 터전이며 나라가 미쳐 돌아가기에 이 꼬라지를 에둘러 말할 만할 텐데, 그러면 나무나 새한테가 아닌, 미쳐 돌아가는 터전이며 나라한테 대고 바로 말하기를 빕니다. ㅅㄴㄹ



밧줄에 묶인 강아지가 밧줄과 함께 놀고 있다 / 밧줄을 물고 할퀴며 밧줄에 길들여지고 있다 / 밧줄이 허락한 거리는 / 은행나무 둥치에서 치킨집 유리문까지 (세상에서 가장 긴 해/16쪽)


사내들이 화투장 뒤집는 동안 / 여자들은 찜통에 개를 삶는다 / 동백나무가 동박새와 화냥질하는 동안 / 초록의 장삼가사로는 다 덮을 수 없는 / 황홀한 세속에서 / 누군가 오래오래 공염불 읊는다 (대흥사/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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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는 다시 오이꽃이 되고 싶어 할까? 시놀이터 12
글보라(전국 초등 국어 교과 모임) 지음 / 삶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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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144


《오이는 다시 오이꽃이 되고 싶어 할까?》

 가평 어린이 글

 전국초등국어교과 가평모임 글보라 엮음

 삶말

 2020.6.10.



  어린이한테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다고 말할 까닭이 없습니다. 어린이 스스로 바라보며 스스로 느끼고 알아채기 마련입니다. 어린이한테 농약을 뿌려서 타죽은 길섶을 보여주면서 ‘농약은 어떠니?’ 하고 물어볼 일이 없습니다. 어린이하고 자동차를 같이 타면서 ‘자동차를 타니 시끄럽니, 조용하니?’ 하고 물어볼 일도 없습니다. 아이들하고 반딧불이를 바라보면서 ‘반딧불이가 멋지니, 안 멋지니?’ 하고 물어볼 일도 없어요. 《오이는 다시 오이꽃이 되고 싶어 할까?》를 읽다가 빙그레 웃기도 하지만 씁쓸히 웃기도 합니다. 경기 가평이란 고장은 시골이라면 시골이지만 서울을 닮았다면 서울을 닮았고, 또 서울 손님이 흘러넘친다면 흘러넘치는 고장입니다. 가평 어린이는 어떤 삶을 누릴까요? 가평 어른이나 서울 어른은 가평 어린이한테 어떤 삶이나 길이나 사랑이나 꿈을 보여줄까요? 어린이 스스로 쓴 글에는 어른 흉내도 있고, 어른 눈치를 보는 글도 있습니다만, 어떤 흉내나 눈치도 없이 씩씩하면서 사랑스레 저희 뜻이며 꿈이며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 글도 있어요. 어린이가 문득문득 드러내는 티없는 마음을 만나며 어쩐지 가슴이 찡합니다. ㅅㄴㄹ



느티나무가 / 엄∼∼∼∼∼∼∼∼청 / 컸었는데 / 어떤 아저씨들이 와서 / 느티나무를 / 대머리처럼 깎았다 // 아쉽다 (느티나무-1학년 김예빈/25쪽)


실내화를 빨았다 / 깨끗했다 / 내가 엄마보다 잘 빠는 줄 알았는데 / 엄마가 더 잘 빨았다 / 엄마가 내가 빨은 걸 / 다시 빨은 거다. (실내화 빨기-2학년 이현명/45쪽)


우리 아빠는 / 내가 김치 안 먹을 때마다 / “김치 안 먹으면 한국사람 아니야” / 라고 한다 / 나는 /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거짓말-4학년 정민정/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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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탕 대 냉탕
바람숲그림책도서관 아이들과 최지혜 지음, 엄정원 그림 / 한솔수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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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148


《온탕 대 냉탕》

 바람숲그림책도서관 아이들과 최지혜 글

 엄정원 그림

 한솔수북

 2020.8.17.



  우리 집 두 어린이가 ‘군대’를 놓고서 싸웠다는 말을 듣고서 왜 싸웠는가를 가만히 들었습니다. 이러고서 두 어린이한테 ‘군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아, 온누리에는 군대를 비롯해서 무엇이든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 무엇이든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보고 받아들이기 나름이야. 다만 무엇이든 바탕이 무엇이며 어떤 구실을 하는가는 제대로 알고 보고 생각해야 해. 그런 다음에 그 무엇을 어떻게 맞이할는지는 스스로 다시 생각하렴.” 군대란 좋을까요 나쁠까요? 군대는 있어야 할까요 없어야 할까요? “군대는 사람을 위아래로 갈라서 사람을 죽이라고 시키는 위쪽하고, 시키는 대로 사람을 죽이는 아래쪽이 있단다. 아래쪽 사람들은 위쪽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어느 누구라고, 이를테면 동무나 이웃이나 한집사람도 죽이도록 길들여진 사람이야.” 《온탕 대 냉탕》은 어느 도서관을 꾸준히 다닌 아이들이 쓴 글을 갈무리합니다. 아이들 나름대로 생각이 빛나기도 하지만, 어른 틈바구니에서 길든 틀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어른은 무엇을 보여주나요? 참모습이나 거짓길을 제대로 밝히나요? ‘옳다 그르다’가 아닌 속모습을 밝힐 노릇입니다. ㅅㄴㄹ



엄마, / 왜 하늘이랑 바다가 / 파란지 알아? / 왜 // 바다랑 하늘이랑 / 사랑해서야. / 엄마랑 아빠랑 나랑도 / 사랑해서 / 닮은 거잖아. / 이제 / 알겠지? (바다랑 하늘, 박승아/14쪽)


학교에서 친구랑 놀 거다. / 기분이 좋다. // 공부가 어려울 것 같다. / 힘들다. // 그래도 학교는 갈 거야. (학교 가는 날, 이민선/44쪽)


바람도 우리처럼 / 기분이 있어. / 기쁠 땐 살랑 / 신날 땐 휘잉 / 화날 땐 쌩쌩 / 슬플 땐 후흑 / 나는 지금 후흑 (바람의 기분, 한승민/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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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팔레트 문학과지성 시인선 540
강혜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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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154


《밤의 팔레트》

 강혜빈

 문학과지성사

 2020.5.9.



  미리내를 두 눈에 새긴 때는 아홉 살이었지 싶지만, 아마 더 일찍 마음에 새겼으리라 생각합니다. 외사촌 언니들을 따라서 들길을 걷거나 멧길을 타면서 비로소 깨달은 미리내가 아홉 살이었고, 이미 갓난쟁이 무렵부터 어머니 옛집에 마실을 가서 이모 등에 업혀 콜콜 잠들었다고 하더군요. 이모 등판에서 잠들며 보았을 테고, 그분들 시골집에서 잠들며 꿈에서도 보았을 테지요. 스무 살이 갓 넘어 강원도 양구에서 군대살이를 하며 다시금 미리내를 보았고, 살림을 전남 고흥으로 옮긴 2011년부터는 구름 없는 날이면 맨눈으로 늘 별빛잔치를 누립니다. 자, 우리 함께 미리내를 보는 곳에서 밤을 맞이해 봐요. 전깃불빛이 없는 곳에서 밤빛을 맞이해 봐요. 책이나 사진으로 말고, 또 유튜브로도 말고, 우리 눈으로 저 하늘 별빛을 맞아들이기로 해요. 잎망울을 쓰다듬는 마당을 누릴 터에서 하루를 지어 봐요. 자동차도 셈틀도 손전화도 아닌 우리 손길로 잎자락을 어루만져 봐요. 《밤의 팔레트》를 쓴 분은 서울(큰고장) 한복판에서 매캐한 숨에서 살아남으려고 밤을 허위적거렸지 싶어요. 자, 그러면 이제 떠나요. 붓을 내려놓고서 노래할 수 있는 별빛마을로 가요. ㅅㄴㄹ



옆집은 밤중에만 못을 박고 / 세탁기를 흔들어 깨운다 // 벽에 귀를 대보면 조용해지는 / 혼자 사는 사람이 흘리는 / 물은 얼마나 될까. (드라이아이스/10쪽)


뉴스는 토마토의 보관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 설탕에 푹 절여지고 싶어 / 사소한 기침이 시작된다 / 내 컵을 쓰기 전에 혈액형을 알려줄래? (커밍아웃/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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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에 뜨는 달 신생시선 40
서경원 지음 / 신생(전망)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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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149


《유리에 뜨는 달》

 서경원

 신생

 2014.12.1.



  거짓말을 할 줄 아는 어린이는 없지 싶습니다. 어린이가 거짓말을 할 줄 안다면, 이미 어린이가 아닌 ‘죽은이’로구나 싶어요. 어린 나이부터 마음이 죽은 셈입니다. 또는 둘레에서 어른들이 사납고 차갑게 윽박지르고 괴롭힌 나머지 그만 스스로 마음을 죽여 입에 발린 말을 하는 셈일 테고요. 어른은 거짓말을 잘 할까요? 어느 모로 보면 어른은 순 거짓말투성이입니다. 재미없어도 억지로 웃고, 내키지 않아도 상냥한 척하며, 다른 일로 바빠도 살살 맞춰 주지요. 《유리에 뜨는 달》을 읽으면서 ‘멋스러이 쓰는 글에 맞추어서 잘 보이려고 하는 글결’을 자꾸 느낍니다. 굳이 멋스러이 써야 글이 될까요? 구태여 시라는 옷을 입혀야 시일까요? 우리는 너무도 잘못 알면서 살아갑니다. 누구하고라도 사랑할 수 있지만 아무하고나 사랑하지 않기에 사람입니다. 무엇이든 사랑할 줄 알지만 아무렇게나 사랑하지 않아서 사람이에요. 겉멋은 겉멋일 뿐 시가 아닙니다. 겉치레는 겉치레일 뿐 문학이 아니에요. 껍데기는 그저 껍데기예요. 그럴듯하게 꾸미지 말아요. 문학강좌나 문학비평가가 떠드는 소리에 맞추어 짜맞춘다면 아예 글조차 되지 않습니다. ㅅㄴㄹ



늙은 여자는 소녀에게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말한다 / 소녀의 눈동자는 문 밖에 있다 / 치마를 나풀거리며 달려가는 소녀의 긴 머리칼 / 늦은 오후의 벽을 타고 흘러내린다 (늙은 화가와 소녀/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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