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흑역사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잘못과 실수들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엄청난 문명 발전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진 수많은 바보짓은 어쩌다 벌어진 게 아닌

수없이 반복되어 그야말로 인간의 흑역사를 장식하고 있다 할 수 있는데 보통 역사는 승자들의 화려한

업적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다행스럽게도 부각이 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책은 보통 

관심을 가지지 않을 인간의 역사 속 삽질(?)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누가 얼마나 바보짓을 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책은 바보짓의 서막으로 최초의 인류라 하는 루시가 사실 나무에서 떨어져 비명횡사 했을 것이라는 

얘기로 포문을 여는데 우리가 바보짓을 하는 원인 중 하나로 뇌의 확증 편향을 들면서 인류 문명에서 

결정적인 잘못(?)이 농경생활을 하기 시작한 데 있다고 주장한다.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총, 균, 쇠'에서 각 대륙의 사람들이 오늘날 서로 다른 운명을 맞이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동식물의 가축화와 작물화가 가능하였는지 여부라고 얘기한 것처럼 농경생활로 인해 부의 

불평등이 생겨나면서 인류가 현재 겪고 있는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는데 1차 산업혁명이라 

부르며 그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는 기존의 견해들과는 사뭇 다른 관점이라 할 수 있었다. 가축과 관련한 대표적인 삽질로 오스트레일리아의 토머스 오스틴이란 남자 얘기를 제시하는데 토끼 24마리를

풀어놔서 1920년대에 오스트레일리아에 무려 100억 마리의 토끼가 존재하게 만들어 많은 식물들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었고, 마오쩌둥은 '제사해운동'이라는 네 가지 유해동물 박멸운동을 벌였는데

모기, 쥐, 파리는 괜찮았지만 참새를 포함시켜 10억 마리의 참새를 소탕시키고 나니 메뚜기 떼가 

창궐하여 대기근이 일어났다. 외래종 동식물을 들여와서 생태계를 망치는 일은 우리도 종종 보는데

황소개구리 등으로 토종 동식물들을 멸종 상태로 몰아넣게 만든 주범이 누군지 밝혀낼 수 있다면 

이 책에 수록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지도자가 치는 사고는 일반인들이 치는 사고에 비하면 그 

영향력을 비교할 수 없는데, 불로초에 집착한 진시황을 필두로 2018년에 독일 갔을 때 봤던 노이슈반

슈타인성을 만든 바이에른 왕국의 루트비히 2세 등이 등장하는데 루트비히 2세는 그래도 후손들에게 

관광지라도 남겼으니 다 계획(?)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ㅋ 특히 17세기 전반 오스만 제국의 형편 없는 

군주들 얘기는 압권이라 할 수 있었는데 왕이 되기 위해선 형제들을 다 죽여야 했던 특유의 관습이 

만들어낸 비극이라 할 수 있었다. 사고는 절대 군주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민주적인 절차로 선출된 

자들도 무시 못했는데 천하의 악당이라 할 수 있는 히틀러가 냉철한 것처럼 잘못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무능하고 게으르며 병적인 자기중심적인 인물이었음을 여러 사례들을 통해 잘 보여줬다.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바보짓이라 할 수 있는 전쟁에서도 황당한 바보짓들이 많이 연출되었는데

스페인을 혼내주려던 영국군이 술판만 벌이다가 스페인군에 몰살당한 카디스 전투나 아군들끼리

싸운 오스트리아의 카란세베스 전투,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 미국의 피그스만 침공까지 얼굴이 화끈거릴

장면들이 적지 않았고, 인류의 추악한 면모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식민주의와 관련해선 콜럼버스가

계산을 잘못해 서인도제도에 도착한 것이나 벨기에 레오폴드 2세가 저지른 끔찍한 만행 등이 소개된다.

외교와 관련해선 하루 아침에 제국을 잃어버린 호라즘 제국의 알라 웃딘 무함마드 2세가 등장하는데

화친을 청하는 칭기즈칸의 우호적인 서신에 콤플렉스 덩어리였던 왕이 이를 오해하여 과잉반응을 

하면서 칭기즈칸의 화를 돋워 제국을 송두리째 말아먹고 말았다. 기술 분야에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중합수나 N선에 둘러싼 과학자들의 잘못된 열광은 물론 남들은 대형사고를 하나만 치기도 쉽지 않은데

유연 휘발유와 프레온을 만들어 전세계 사람들을 납에 중독시키고 오존층을 파괴시킨 주범(?) 토머스

미즐리라는 인물도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밖에 최초의 자동차 사고 사망자 등 새로 등장한 기술들에

의한 희생자(?)들로 마무리를 하는데 그동안 몰랐던 인류 역사 속의 바보짓과 삽질들을 총망라하여

인류의 흑역사를 제대로 조명함으로써 부끄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재미와 교훈을 함께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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