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나란히

 


  먼 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너희 둘은 나란히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걷는다. 저녁으로 달리는 햇살은 눈부시고, 노래를 부르듯 살가이 걷는 발걸음은 가볍다. 아버지는 짐을 잔뜩 짊어져서 무겁지만, 너희 모습을 보면서 새삼스레 기운을 낸다. 아버지는 너희가 있어 살고, 너희는 아버지가 있어 살 테지. 4346.10.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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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06 00:08   좋아요 0 | URL
어쩜 이렇게 예쁠까요?^^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가는 오누이의 모습도
가을햇살 아래 바둑판같은 거리도, 몽환같은 찻길도, 고요한 그림자도
다 너무나 좋습니다~
아마 보는 사람들에게 이런 기쁨,을 주는 것이 사진의 힘이 아닐까요~? *^^*

숲노래 2013-10-06 02:48   좋아요 0 | URL
appletreeje 님 말씀처럼
사진이란 이런 이야기 나누려고
태어났구나 싶어요!
 

육아관찰일기

 


  종이책으로 나온 ‘육아일기’는 드물다. 이 가운데 아버지로서 아이를 돌보며 느낀 이야기를 쓴 ‘육아일기’는 더더욱 드물다. 그런데 요즈음, 2013년 언저리에 ‘아빠 육아일기’가 제법 나온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으로 이 책 저 책 사서 읽는데, 책을 읽으며 어쩐지 한숨이 나오고 서운하다.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참말 ‘왜 그럴까’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다시 읽다가 문득 깨닫는다. 그래, 이 책들은 거의 “육아일기”가 아닌 “육아 관찰일기”였구나. 옆에서 ‘아이 돌보기’를 도맡는 다른 사람 삶과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 이야기를 쓴 “육아 관찰일기”였구나.


  숨을 크게 쉬고서 다시 생각한다. 아마 그럴 테지. 아이를 도맡아 돌보는 사람은 숨을 돌릴 겨를이 없다. 아이를 돌보다가 책을 손에 쥔다든지 일기장을 펼칠 틈이 없다.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를 내놓은 박정희 할머님은 다섯 아이가 다 커서 시집과 장가를 갈 무렵에 비로소 갈무리해서 아이들한테 선물로 주었다고 하지 않는가. ‘육아일기’를 쓰는 일도 틀림없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육아 관찰일기’를 쓰는 일도 참말 쉽지 않은 일이리라. ‘육아일기’ 아닌 ‘육아 관찰일기’라 하더라도, 아이를 도맡아 돌보고 사랑하며 가르치는 어버이 삶을 꾸밈없이 지켜보고서 알뜰살뜰 담아내는 책이 앞으로도 꾸준히 나올 수 있기를 빈다. 4346.10.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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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나뭇잎 꽃송이 (2013.10.2.)

 


  우리 사진책도서관 잘 되라고 도와주는 분들한테 소식지와 1인잡지를 띄우는데, 요 몇 달 소식지도 1인잡지도 못 낸다. 살림돈이 바닥나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 한다. 힘들고 미안한 마음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손편지와 손그림을 띄우기로 했다. 날마다 조금씩 쓰고 조금씩 그린다. 첫 날에는 11장 그리고, 이듬날에는 8장 그린 뒤, 다음날에는 8장 그린다. 앞으로 더 그려야 한다. 손글로 편지를 쓰고, 손그림으로 하나씩 그림을 마무리짓다 보면 땀이 송알송알 맺힌다. 같은 글이랑 같은 그림을 빚는 일이란 만만하지 않구나. 그러나, 다 쓰고 다 그린 뒤 돌아보면 빛이 한결 곱지 싶다. 똑같이 그렸다지만 조금씩 다른 결과 무늬가 되는 그림을 모아 놓고 보며 재미있다고 느낀다. 어쩌면, 가난한 살림인 탓에 이런 일 하면서 이런 재미를 누린다 할 수 있다. 요 앞에는 빗방울에 꽃송이를 그렸는데, 이번에는 나뭇잎에 꽃송이를 그린다. 꽃송이는 나뭇잎에서 태어난다는 생각으로 그린다. 나뭇잎이 해와 바람을 듬뿍 받아들여야 꽃이 핀다는 뜻이다. 빛물결이 출렁이고, 비가 내리며 달이 뜨고 별이 초롱거리는 하늘을 제비가 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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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03 12:12   좋아요 0 | URL
빗방울에 꽃송이 그림도, 나뭇잎에 꽃송이 그림도 다 예쁘고 곱습니다.^^
작은 그림이지만 그림 속에서 이야기가 흘러요~~
손글과 손그림 받아드시는 분들 모두 뭉클하고 환한 기쁨, 누리시겠지요.
환한 빛이 모아져 더 아름답고 즐거운 이야기 생겨나리라 믿습니다!

숲노래 2013-10-03 14:57   좋아요 0 | URL
금요일과 다음주에 더 편지를 보내고 나면
다음주 주말쯤에는 모두 이 편지를 받으실까 궁금해요.
아무튼, 편지 받는 분들 모두
즐거운 마음 되기를 빌어요.
 

아이들 웃음

 


  아이들은 누구한테 웃음을 흘리는가. 누구한테나. 참말 누구한테나. 누구나 사랑을 받아먹으며 아름답게 살아갈 적에 즐거울 테니까. 웃음은 사랑이 피어나도록 이끄는 씨앗이다. 아이들과 먼 마실을 다니느라 기차나 버스를 타면, 두 아이는 서로서로 앞뒷자리 사람들 쳐다보며 웃음을 흘리느라 바쁘다. 쉬잖고 10분 30분 한 시간 한결같이 웃음을 흘린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아이들 바라보며 귀엽다 여겨 같이 웃지만, 이내 스마트폰에 고개를 처박는다. 그래도 이 아이들은 웃음꽃을 거두지 않는다. 한 번 피어난 꽃이 사람들이 안 쳐다본대서 꽃이 아니지 않듯, 한 번 웃음 터뜨린 아이들이 사람들이 안 마주본대서 웃음꽃이 아니지 않다. 사랑 어린 웃음을 받아들여 즐겁게 하루를 누리고픈 이들은 이 웃음을 받아먹는다. 싱그러움 듬뿍 밴 웃음을 맞아들여 우리와 똑같이 먼먼 길을 떠나는 동안 밝은 넋 되려는 이들은 이 웃음을 두 팔 벌려 껴안는다. 어른은 아이들 웃음으로 삶을 잇는다. 아이는 어른들 웃음으로 삶을 가꾼다. 4346.10.1.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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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리카인형

 


  큰아이가 가시내인데 큰아이가 자라는 동안 인형을 사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옆지기가 어릴 적에 갖고 놀다가 곱게 건사한 인형을 아이한테 물려주고, 여러 이웃한테서 이 인형 저 인형 얻고 나서, 지난해였나 그러께였나, 옆지기가 큰마음 먹고 리카인형을 하나 장만했다.


  나는 바비인형도 모르지만 리카인형도 모르는데, 리카인형도 무척 오래되었다고 한다. 옆지기가 스스로한테 선물하며 큰아이도 갖고 놀라며 장만한 우리 집 리카인형을 햇볕을 받으면 머리카락 빛깔이 달라진다. 햇볕을 안 쬐는 자리에 있으면 머리카락 빛깔이 또 달라진다.


  여름날 평상에 내놓기도 하고, 대청마루에서 함께 해바라기도 하고 바람을 쐬기도 하면서 머리카락 고운 빛깔을 한참 쳐다본다. 여름 지나고 가을에는 어떤 빛깔이 될까.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면, 겨울볕에는 어떤 빛깔이 될까. 4346.9.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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