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나뭇잎 꽃송이 (2013.10.2.)
우리 사진책도서관 잘 되라고 도와주는 분들한테 소식지와 1인잡지를 띄우는데, 요 몇 달 소식지도 1인잡지도 못 낸다. 살림돈이 바닥나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 한다. 힘들고 미안한 마음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손편지와 손그림을 띄우기로 했다. 날마다 조금씩 쓰고 조금씩 그린다. 첫 날에는 11장 그리고, 이듬날에는 8장 그린 뒤, 다음날에는 8장 그린다. 앞으로 더 그려야 한다. 손글로 편지를 쓰고, 손그림으로 하나씩 그림을 마무리짓다 보면 땀이 송알송알 맺힌다. 같은 글이랑 같은 그림을 빚는 일이란 만만하지 않구나. 그러나, 다 쓰고 다 그린 뒤 돌아보면 빛이 한결 곱지 싶다. 똑같이 그렸다지만 조금씩 다른 결과 무늬가 되는 그림을 모아 놓고 보며 재미있다고 느낀다. 어쩌면, 가난한 살림인 탓에 이런 일 하면서 이런 재미를 누린다 할 수 있다. 요 앞에는 빗방울에 꽃송이를 그렸는데, 이번에는 나뭇잎에 꽃송이를 그린다. 꽃송이는 나뭇잎에서 태어난다는 생각으로 그린다. 나뭇잎이 해와 바람을 듬뿍 받아들여야 꽃이 핀다는 뜻이다. 빛물결이 출렁이고, 비가 내리며 달이 뜨고 별이 초롱거리는 하늘을 제비가 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