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관찰일기

 


  종이책으로 나온 ‘육아일기’는 드물다. 이 가운데 아버지로서 아이를 돌보며 느낀 이야기를 쓴 ‘육아일기’는 더더욱 드물다. 그런데 요즈음, 2013년 언저리에 ‘아빠 육아일기’가 제법 나온다. 그래서 반가운 마음으로 이 책 저 책 사서 읽는데, 책을 읽으며 어쩐지 한숨이 나오고 서운하다.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참말 ‘왜 그럴까’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다시 읽다가 문득 깨닫는다. 그래, 이 책들은 거의 “육아일기”가 아닌 “육아 관찰일기”였구나. 옆에서 ‘아이 돌보기’를 도맡는 다른 사람 삶과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 이야기를 쓴 “육아 관찰일기”였구나.


  숨을 크게 쉬고서 다시 생각한다. 아마 그럴 테지. 아이를 도맡아 돌보는 사람은 숨을 돌릴 겨를이 없다. 아이를 돌보다가 책을 손에 쥔다든지 일기장을 펼칠 틈이 없다. 《박정희 할머니의 행복한 육아일기》를 내놓은 박정희 할머님은 다섯 아이가 다 커서 시집과 장가를 갈 무렵에 비로소 갈무리해서 아이들한테 선물로 주었다고 하지 않는가. ‘육아일기’를 쓰는 일도 틀림없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육아 관찰일기’를 쓰는 일도 참말 쉽지 않은 일이리라. ‘육아일기’ 아닌 ‘육아 관찰일기’라 하더라도, 아이를 도맡아 돌보고 사랑하며 가르치는 어버이 삶을 꾸밈없이 지켜보고서 알뜰살뜰 담아내는 책이 앞으로도 꾸준히 나올 수 있기를 빈다. 4346.10.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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