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28] 무엇을 그릴까
― 아이와 그림놀이 즐기기

 


  큰아이가 세 살이 꽉 차지 않을 무렵까지 도시에서 살았습니다. 도시에서 그대로 살았더라면, 큰아이하고 어떤 그림놀이를 했을까 헤아려 봅니다. 아무래도 골목마실 자주 다니면서 골목동네에서 만난 골목꽃이랑 골목나무를 그렸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이가 그림그리기를 퍽 좋아할 무렵 시골로 보금자리 옮겨 살아가는 만큼, 아이는 늘 시골빛을 마주하면서 그림을 그립니다. 집 둘레 풀을 봅니다. 우리 집 마당 후박나무를 봅니다. 집 안팎에서 풀꽃과 들꽃을 바라봅니다. 자전거로 들길을 달리며 들내음 마시며, 이 기운을 고스란히 그림으로 담습니다.


  아침저녁으로 풀을 뜯어 밥상에 올리는데, 아이들이 먹고 남은 풀이 밥상에 그대로 있습니다. 큰아이는 밥그릇 치운 밥상을 책상으로 삼아 그림놀이를 합니다. 아이가 그림을 그리는 책상 곁에 우리 마당에서 뜯은 풀이 꽃접시에 담긴 채 있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다가, 그림놀이 즐기는 아이를 바라보다가, 이 풀내음 살며시 아이 마음과 몸으로 스며들겠다고 느낍니다. 늘 풀을 마주보면서 풀빛을 그림에 담고, 언제나 풀을 먹으면서 풀내음을 그림으로 나타내겠구나 싶어요.


  무엇을 그림으로 그릴까요?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보금자리에서 늘 바라보고 느끼며 생각하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지요. 무엇을 그림으로 그리며 즐거울까요? 바로 우리가 사랑하는 보금자리를 가꾸고 돌보면서 배우고 깨달으며 맞아들이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빚으며 즐겁지요. 4346.10.2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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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림놀이] 작은아이 안고서 (2013.8.14.)

 


  경북 안동으로 마실을 간 여름날, 작은아이를 씻긴 뒤 옷을 갈아입히며 그림놀이를 한다. 토실토실 궁둥이 작은아이는 아버지 품에 안기려고만 하고, 작은아이를 안은 채 그림을 척척 그린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버이라면 다 똑같을 테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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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25 09:14   좋아요 0 | URL
그림 속에 들어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바람처럼 나무처럼 빛처럼..제 눈과 마음을 환하고
즐겁게 밝혀주는 좋은 아침입니다~
아버지와 보라의 모습도 참 좋습니다~*^^*

숲노래 2013-10-25 09:11   좋아요 0 | URL
찍어 주신 분이 잘 찍어 주시기도 했어요~
어쩌다 얻는 이런 고마운 사진들이 참으로 즐겁습니다~

후애(厚愛) 2013-10-25 16:15   좋아요 0 | URL
아버지와 보라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좋은 추억이 남는 사진이 될 것 같습니다~

숲노래 2013-10-25 18:33   좋아요 0 | URL
사진으로도 있으니,
녀석들
커서,
지 아버지가 여름 내내
선풍기 없이 늘 부채질로
땀을 식혀 준 줄
조금은 알아줄까요? ^^;;;;;
 

아이들 자전거에 태우고 다니며

 


  아이들은 날마다 자란다. 아이들은 날마다 기운이 붙는다. 아이들은 날마다 몸무게 늘고 키가 큰다. 이와 달리 어버이는 날마다 키가 줄고 힘이 줄어든다. 참말 그렇기도 하네 하고 느끼는데, 어느 한편으로는 젊을 적과는 사뭇 다른 힘이 생긴다. 아주 젊은 나이였다 할 때하고 견주면 내 키는 2센티미터쯤, 또는 4∼5센티머터까지도 줄었으리라 느낀다. 그만큼 그동안 ‘책과 얽힌’ 일을 하면서 등짐을 어마어마하게 날랐고, 책 가득 담은 가방 짊어지고 골목이며 길이며 날마다 참 오래 걷거나 자전거를 탔다. 게다가 시골로 삶터를 옮겨 책방마실 줄었다 하더라도, 아이들 안고 업고 하면서 책보다 훨씬 무거운 무게를 내 무릎과 다리에 실었다. 예전에 아이들 태어나지 않을 적에는 책짐 나르면서 무릎이 시큰거린다고 느끼지 못했으나, 아이들 데리고 참 오래도록 걸어다니면서, 또 아이들 옷가지 짊어지면서 아이를 안고 다니면서, 무릎이 시큰거려도 씩씩하게 집까지 돌아왔고, 집으로 돌아온 뒤 아이들 씻기고 먹이고 옷을 빨고 재우고 하면서 지내니, 그야말로 어느 하루 등허리와 팔다리 안 쑤시거나 안 결리는 날이 없다.


  큰아이 처음 태어나서 자전거수레에 태우고 다닐 무렵, 수레 무게에 아이 무게 만만하지 않았는데, 큰아이 자라다가 작은아이 태어나 두 아이 나란히 수레에 태우고, 또 큰아이 부쩍 자라 샛자전거를 더 붙여 따로 태우는 요즈음, 외려 지난날보다 더 빠르고 다부지게 자전거를 달리는구나 싶다.

 

  키가 줄었는데에도 이 힘은 어디에서 샘솟을까. 나이를 먹는데에도 이 기운은 어디에서 생길까. 잘 모른다. 그렇지만 잘 살아가고, 날마다 새롭다. 4346.10.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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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산들보라는

 


  세 살 작은아이 산들보라는 새벽녘에 으레 몸을 비비 꼰다. 비비 꼬며 기지개를 한 차례 한다. 이때에 나즈막한 목소리로 작은아이 귀에 대고 “보라야, 쉬 할래? 쉬 마렵니?” 하고 묻는다. 이러면 작은아이는 으레 “응, 응.” 하고 말한다. “자, 안아 줄 테니 쉬 하고 다시 눕자.” 하고 속삭이면서 살며시 안아 오줌통 앞에 세운다. 쉬를 시원스레 누도록 하고는 다시 잠자리에 안아 눕히는데, 이 아이 산들보라는 쉬를 눈 뒤 언제나 눈을 말똥말똥 뜬다. 얘야, 깊은 밤이거든? 얘야, 너 더 자야지. 얘야, 네 누나도 어머니도 코 하고 자는데 너도 함께 자야지 …… 이렁저렁 이야기를 하는데, 작은아이는 도무지 잘 낌새가 안 보인다. 때로는 아이 곁에 누워서 자는 척하기도 하지만, 안 잔다. 그러니 나는 하는 수 없이 내 셈틀 앞에 앉아 글쓰기를 한다. 작은아이는 조금 더 누웠다가 조용히 일어나서 아버지를 바라본다. 빙그레 웃으면서 제 장난감을 집어들며 논다. 가만히 돌아보면, 세 살 작은아이에 앞서 큰아이가 저 나이만 했을 적에도 밤오줌이나 새벽오줌 누이면 좀처럼 다시 잠들지 못하고 놀려 했다. 어쩌겠나. 잠이 달아났는데. 그렇다고 오줌을 아침에 일어나서 누이도록 하자면, 곧잘 이불에 지리거나 싸는걸. 4346.10.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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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있는 사랑

 


  마음속에 사랑이 있으면,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사랑을 받아먹어요. 마음속에 사랑이 없으면, 아무리 따사롭거나 부드럽거나 착하거나 예쁘게 보이는 말을 들려주어도, 아이들은 사랑을 못 받아먹어요. 마음속에 사랑이 있으면, 고단한 날 그예 드러누워 아이들하고 살가이 놀지 못해도, 아이들은 빙그레 웃으며 저희끼리 즐겁게 놀아요. 마음속에 사랑이 없으면, 아무리 아이들 데리고 마실을 다니거나 과자를 사다 주어도, 아이들은 웃지 않고 따분해 하며 달갑게 여기지 않아요.


  아이와 살아가는 밑마음은 오직 하나 사랑입니다. 아이를 아끼고 돌보는 내 삶은 사랑스럽게 흐를 적에 어버이인 나부터 즐겁습니다. 아이한테 차려 주는 밥은 사랑이 어리는 밥이고, 아이한테 입히는 옷은 사랑이 깃든 옷입니다. 4346.10.1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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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10-15 11:46   좋아요 0 | URL
참 좋은 글입니다~~!!!!*^^*

숲노래 2013-10-16 14:57   좋아요 0 | URL
좋은 글이라 읽어 주시는 분 마음이
좋기 때문일 테지요~

페크pek0501 2013-10-16 12:26   좋아요 0 | URL
사랑이 흐르는 서재, 느낌이 좋습니다.
배워 갑니다.
좋은 가을 보내세요. ^^

숲노래 2013-10-16 14:57   좋아요 0 | URL
pek0501님 하루하루 늘 사랑스러운 이야기 흐르면서
가을도 겨울도 즐겁게 누리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