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산들보라는

 


  세 살 작은아이 산들보라는 새벽녘에 으레 몸을 비비 꼰다. 비비 꼬며 기지개를 한 차례 한다. 이때에 나즈막한 목소리로 작은아이 귀에 대고 “보라야, 쉬 할래? 쉬 마렵니?” 하고 묻는다. 이러면 작은아이는 으레 “응, 응.” 하고 말한다. “자, 안아 줄 테니 쉬 하고 다시 눕자.” 하고 속삭이면서 살며시 안아 오줌통 앞에 세운다. 쉬를 시원스레 누도록 하고는 다시 잠자리에 안아 눕히는데, 이 아이 산들보라는 쉬를 눈 뒤 언제나 눈을 말똥말똥 뜬다. 얘야, 깊은 밤이거든? 얘야, 너 더 자야지. 얘야, 네 누나도 어머니도 코 하고 자는데 너도 함께 자야지 …… 이렁저렁 이야기를 하는데, 작은아이는 도무지 잘 낌새가 안 보인다. 때로는 아이 곁에 누워서 자는 척하기도 하지만, 안 잔다. 그러니 나는 하는 수 없이 내 셈틀 앞에 앉아 글쓰기를 한다. 작은아이는 조금 더 누웠다가 조용히 일어나서 아버지를 바라본다. 빙그레 웃으면서 제 장난감을 집어들며 논다. 가만히 돌아보면, 세 살 작은아이에 앞서 큰아이가 저 나이만 했을 적에도 밤오줌이나 새벽오줌 누이면 좀처럼 다시 잠들지 못하고 놀려 했다. 어쩌겠나. 잠이 달아났는데. 그렇다고 오줌을 아침에 일어나서 누이도록 하자면, 곧잘 이불에 지리거나 싸는걸. 4346.10.18.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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