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아이 10. 저기 잠자리 있어요 (2013.8.1.)
두 아이 자전거에 태워 마실을 하다가 들 한복판에서 살짝 멈춘다. 너른 들 논도랑이 거의 모두 시멘트도랑으로 바뀌었지만, 아직 흙도랑인 곳이 드문드문 있어, 큰아이더러 “자 봐 봐. 여기는 참말 도랑이야.” 하고 말하며 가리키는데, 조금 뒤 큰아이가 아버지한테 “저기 잠자리 있어요. 조용히 해요.” 하고 말한다. 어디 있나 기웃거리니, 자전거 옆 땅바닥에 밀잠자리가 앉았다. 넌 이 잠자리를 알아보았구나. “움직이지 마요. 그러면 잠자리 날아가요.” 그래, 안 움직일게. 그런데 우리는 땡볕에 이곳에서 얼마나 꼼짝 않고 있어야 할까? 한참 잠자리를 바라보며 모두 땀을 뻘뻘 흘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