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집 11. 풀방아깨비 2013.7.31.

 


  방아깨비는 풀숲에서 살아간다. 풀숲 아닌 데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그런데, 풀숲에서 만나는 방아깨비를 보니 입에서 저절로 ‘풀방아깨비’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풀잎도 풀빛이고 방아깨비도 풀빛이로구나. 서로서로 풀내음이 풍기는 숨결이로구나. 너를 눈여겨보지 않는다면 풀을 몽땅 벨 테지. 너를 살펴보지 않는다면 기계로 풀을 베면서 네 몸을 조각조각 부수고 말 테지. 너를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농약 듬뿍 치면서 풀이며 방아깨비며 싸그리 죽이고 말 테지.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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