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3.14.


《조선의 페미니스트》

 이임하, 철수와영희, 2019.3.8.



이틀 뒤 일산마실을 한다. 곁님 동생이 새둥지를 틀었다고 해서, 새둥지에 아이들하고 찾아가기로 한다. 바깥마실을 앞두고, 또 봄맞이를 하면서 여러 일로 부산하다. 마을일도 빼놓을 수 없으니, 마을 빨래터하고 샘터에 낀 물이끼를 걷으러 간다. 이러며 두 아이 신빨래도 한다. 이제 두 아이는 저희 나름대로 신빨래를 제법 한다. 달이 가고 해가 갈수록 아이들 손놀림이 무르익는다. 훌륭해, 훌륭해. 빨래터 물이끼를 다 치우고서 돌담에 걸터앉아 발을 말린다.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아버지 곁 돌담에 걸터앉아 발을 말리며 논다. 《조선의 페미니스트》를 편다. 해가 고운 삼월은 온누리를 따스히 녹이면서 새삼스레 품는다. 곳곳에서 싹이 트고, 풀벌레가 깨어난다. 꽃눈도 잎눈도 기지개를 켜고 눈을 번쩍 뜬다. 1800년대가 저물며 1900년대 접어들어 일제강점기를 맞이하던 지난날, 참으로 많은 분들이 땀을 바치고 몸을 바치고 돈을 바치면서 밝은나라를 꿈꾸었다. 그런데 이분들 땀자국과 발자국 가운데 ‘가시내 땀자국·발자국’은 제대로 짚지 못한 채 오늘까지 이르렀지 싶다. 사내는 제 몸만 바치며 독립을 바랐다면, 가시내는 아이를 돌보고 집살림까지 건사하며 독립을 바랐으니, 얼마나 엄청난가. 엄청순이요 씩씩순이가 나라를 살린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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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3.13.


《골목잡지 사이다 16》

 편집부, 더페이퍼, 2018.12.



인천이란 고장을 2010년에 떠나며 《골목빛》이란 책을 남겼는데, 인천에 있는 모든 동을 놓고서 동마다 책을 한 권씩 엮을 수 있으면 아주 좋겠다고 여겼다. 마을마다 다른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요, 마을마다 다른 사람들이 다른 꿈으로 다른 사랑을 짓는다고 느낀다. 이 숨결을 바라볼 수 있다면 바로 오늘 이곳에서 어제를 아로새기면서 먼먼 앞날까지 살뜰히 이어갈 노래를 어떻게 짓는가 하고 배울 만하겠지. 전라도에 《전라도닷컴》이 있다면, 경기 수원에 《골목잡지 사이다》가 있다. 이 잡지는 석 달마다 나오고, 수원에 있는 동 하나를 꾸러미로 엮어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2018년 12월에 열여섯째 책을 선보였으니 열여덟 동 이야기를 엮은 셈이다. 참 훌륭하고 아름답다. 앞으로도 꾸준히 나올 테고, 수원에 있는 모든 동을 한 벌씩 다루고 나면 어느새 꽤 긴 나날이 흐를 테니 다시 수원에 있는 모든 동을 처음부터 다룰 만하지 싶다. 그나저나 최순애 님이 수원에서 나고 자라셨구나. 이녁 오빠는 잡지를 엮는 분이었다고 하네. 뜻이 있을 뿐 아니라 마음을 찬찬히 기울일 줄 아는 젊은 일꾼이 고장마다 사랑스레 손길을 뻗으면 얼마나 눈부시게 피어난가를 잡지 하나가 잘 비추지 싶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https://www.facebook.com/suwonsaida


http://www.saida-boo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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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3.12.


《한 달 책방》

 김정현, 심다, 2018.11.



한 달 동안 책집지기가 된다면 어떤 일을 겪을까? 전남 순천시에 〈책방 심다〉가 있고, 이곳 책방지기 두 사람이 핀란드로 마실을 다녀오는 동안 〈책방 심다〉를 지킨 분들이 ‘한 달이라는 나날을 살짝 책집지기로 살아낸’ 이야기를 그러모아서 《한 달 책방》이라는 책이 태어났다. 한삶도, 서른 해도 쉰 해도 아닌, 열 해도 한 해도 아닌, 딱 한 달이라는 나날은 ‘책을 바라보는 눈’하고 ‘사람을 마주하는 눈’하고 ‘마을을 돌아보는 눈’을 어떻게 북돋울 만할까. 나라 곳곳에서 알뜰살뜰 책살림을 짓는 분들이 저마다 “석 달 책집”이든 “한 해 책집”이든 “세 해 책집”이든 얼마든지 묶어 볼 만하지 싶다. 굳이 여러 책집에서 이 책을 다루어야 하지 않다. 순천 마을책집은 순천 마을책집에서 ‘순천 마을책집 이야기’를 손수 묶어서 내놓고 이곳에서만 팔아도 즐겁다. 포항 마을책집은 오직 포항에서만, 춘천 마을책집은 오직 춘천에서만, 이렇게 고장마다 그 고장에서 즐겁게 살림을 짓는 이야기가 태어나면 아주 아름다우리라 느낀다. 서울에서 태어난 책이 이곳저곳으로 퍼지는 흐름이 아니라, 마을에서 태어난 책이 바로 마을에서 읽힐 뿐 아니라, 나라 곳곳으로 퍼져서 읽힌다면 참말로 신나는 어깨동무가 되리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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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3.11.


《어쩌다가 수원에서 책방하게 되셨어요?》

 김명선 인터뷰·엮음, 리지블루스, 2019.3.11.



무슨 일로 하루가 이리 바쁠까. 무엇을 한다면서 새벽부터 밤에 이르도록 쉴새없이 몰아치듯 하루를 지낼까. 나도 모를 노릇이다. 그저 바쁜 날은 그야말로 바빠서 헉헉거릴 뿐이요, 이런 날 두 아이가 저희 나름대로 하루를 그려서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놀다가 아버지 곁에서 함께 밥을 짓고 여러 심부름을 하니 그지없이 대견하다. 그런데 이런 날에도 쪽틈을 살려서 동시를 쓴다. 열한 해를 벼르던 《우리말 동시 사전》을 올해에 내놓은 힘일까. 아무리 온몸에서 힘이 빠지더라도 ‘우리 아이들한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밥을 동시 열여섯 줄로 갈무리하고 싶어’ 하는 생각을 품으면, 참말 열여섯 줄을 동시로 갈무리할 힘이 솟는다. 이 힘을 등에 업고서 《어쩌다가 수원에서 책방하게 되셨어요?》를 읽는데, 읽다가 읽다가 어래 어래 여섯 책집지기 삶자국이 여섯 가락 노래로 저마다 다르게 흐르면서 곱구나 하고 느낀다. 이 고운 결을 느끼는 동안 새롭게 눈을 뜨고 연필을 쥔다. 고흥이란 고장에서 수원이란 고장을 마치 옆집처럼 느끼고, 여섯 책집을 가꾸는 분들이 꼭 오랜 동무 같구나 싶다. 몸은 꽤 멀리 떨어졌는데 마음은 이렇게 가깝구나. 다들 다른 책을 사랑하지만, 책으로 읽는 사랑은 한결같구나. 곧 제비가 돌아오겠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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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3.10.


《리젤로테와 마녀의 숲 1》

 타카야 나츠키 글·그림/정효진 옮김, 서울문화사, 2013.4.30.



지난겨울에 큰아이가 나뭇가지 하나를 뒤꼍에 심었다. 두 아이는 겨울 끝자락에 ‘내 밭’이라면서 둘이서 한 평쯤 되는 땅을 신나게 호미질을 했고, 작은아이는 어느새 다른 놀이에 빠졌지만, 큰아이는 제 밭이라 삼은 자리를 날마다 찬찬히 들여다본다. 큰아이가 제 밭으로 삼은 데에 옮겨심은 가지는 여러 달이 지나도록 잘 자란다. 틀림없이 큰아이 사랑을 받아서 뿌리를 내리겠구나 싶고, 나도 작은아이도 뒤꼍을 오가면서 날마다 바라보니 이 눈길을 받으면서 기운을 내겠지. 만화책 《리젤로테와 마녀의 숲》 첫걸음을 조금조금 읽는다. 그린이 만화책은 이제 비로소 편다. 《후르츠 바스켓》이 꽤 오래 널리 사랑받은 줄 알지만 아직 이분 만화책을 안 읽었다. 드디어 한 가지를 골라서 읽는데, 깊은 숲으로 쫓겨난 아가씨가 나오고, 이 아가씨를 곁에서 따르면서 같이 지내고픈 두 아이가 나온다. 외딴 숲에서 밭을 일구면서 새길로 나아가고 싶은 아가씨는 무엇보다 꿈을 크게 여기지만, 이 꿈에는 옛날 생각이 어우러진다. 아가씨는, 또 두 아이는, 여기에 깊은 숲에서 조용히 살아가려는 여러 마녀는 제자리를 찾을 만할까? 제자리가 무엇인가를 알아볼 수 있을까? 다른 눈치가 아닌 제걸음으로 하루를 열 만할까?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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