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4.4.


《실수왕 도시오》

이와이 도시오 글·그림/김숙 옮김, 북뱅크, 2017.4.10.



  무엇을 해도 고꾸라질 수 있다. 애써 해 보지만 엉망이 될 수 있다. 아주 천천히 글씨를 그리려 하지만 영 삐뚤빼뚤 날림이 될 수 있다. 밥을 지었다 하면 태우거나 설익을 수 있고, 바느질을 할라치면 손가락만 찌를 수 있다. 길을 걸었다 하면 넘어지거나 부딪히기 일쑤요, 들고 가던 짐을 흘리거나 쏟을 수 있다. 이런 아이가 있으며, 이런 어른이 있다. 그림책 《실수왕 도시오》는 어릴 적부터 잘못투성이로 자랐다고 하는 그린이 어린 모습을 담아낸 책이다. 그린이는 누나들한테서 늘 ‘실수왕’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어쩌면 ‘실수왕’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느라 더 큰 잘못투성이가 되었을는지 모른다. 잘하거나 잘하지 못하거나 따지지 않는다면, 잘 먹고 잘 놀고 잘 웃고 잘 울고 잘 자고 잘 큰다고 하는 대목을 눈여겨볼 수 있다면, 어쩌다 잘못하거나 자주 엎어지더라도 부드러이 받아넘길 만하지 싶다. 넘어져도 일어서서 걷는 아기는, 서서 걷는 기쁨을 알기 때문에 넘어져도 울지 않는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도 ‘자라는 기쁨’이며 ‘스스로 부딪히고 다시 하는 기쁨’을 마주하면서 씩씩하게 삶길을 걸을 테지. 그리고 어릴 적 늘 헤매던 몸짓이 있었기에 오늘날 아이들한테 기운을 북돋울 그림책을 그렸을 테고.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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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4.3.


《책쓰기 어떻게 시작할까》

이정하 글, 스토리닷, 2018.4.15.



  어제 아침에 도쿄에서 전철을 타고 나리타로 갔고, 열두 시 사십오 분에 비행기를 탔으며, 낮에 부산에 닿아 경전철하고 시외버스를 타고 고흥읍에 닿았다. 늦은 저녁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니 열 시가 가깝다. 이튿날 저잣마실을 할까 싶었으나 살짝 일을 하고 자리에 누우니 다섯 시가 되도록 다리에 힘이 안 붙는다. 누워서 《책쓰기 어떻게 시작할까》를 읽는다. 1인출판을 하는 아주머니 이웃님이 쓴 책으로, ‘글쓰기’를 넘어 ‘책쓰기’로 나아가고 싶은 분들한테 나긋나긋하고 즐거운 벗님다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야흐로 글쓰기를 넘어 책쓰기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우리는 무엇을 써서 나무를 종이로 바꾸어 우리 곁에 둘 만할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된다. 전문 지식을 그러모으는 책이 아닌, 삶을 새롭게 가꾸어 아이들이 두고두고 물려받을 수 있는 이야기꽃인 책을 쓸 수 있다. 어떻게 첫머리를 열까, 어떻게 줄거리를 엮을까,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 어떻게 새 이웃님한테 책을 널리 알리고 함께 누릴까, 같은 이야기를 쉽게 밝힌다. 그렇다. 참말로 쉬운 책쓰기이다. 쉽기에 즐겁고, 즐겁기에 고우며, 곱기에 알뜰하고, 알뜰하기에 사랑스레 챗짓기라는 길을 걸을 수 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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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4.2.


《책방 풀무질》

은종복 글, 한티재, 2018.4.1.



  서울 ‘인문사회과학책집’ 풀무질이 서른세 돌을 맞이한다고 한다. 서른세 해째 지키는 책집에서, 스물다섯 해째 책집지기로 일하는 은종복 님이 세 권째 책을 써낸다. 오늘 4월 2일 〈풀무질〉에서 조촐히 책잔치를 연다고 한다. 《책방 풀무질》이 빛나도록 도움벗이 되고 싶어서 그동안 〈풀무질〉을 다니며 찍은 사진을 몽땅 책집지기한테 드렸고, 이 사진을 즐겁게 써서 지난 발자취를 돌아보도록 꾸몄다고 한다. 나는 오늘 일본 도쿄에서 한국 부산으로 비행기를 타고 15시에 내렸다. 사상 버스역에서 서울 가는 시외버스를 알아보니 빈자리가 없네. 짐이 많아도 ‘풀무질 책잔치’에 가 보려 했으나, 버스표가 동났으면 어쩔 수 없다. 마음으로 풀무질을 기려야지. 작으면서 큰 책집이 서른세 돌을 지나 삼백서른 돌을 맞도록 마을 한켠에서 책빛을 흩뿌릴 수 있기를 빈다. 오늘 비행기에서 풀무질 책집지기한테 드리려고 쓴 동시가 있다. 곧 손전화 쪽글로 보내려 한다. 한 손에는 호미, 다른 한 손에는 연필을 쥐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나라를 맑고 밝게 꿈꾸는 책집지기 곁에 든든한 마을이웃이랑 책벗이랑 삶벗이 즐겁고 넉넉히 이야기꽃을 피우기를 빈다. 책과 책집과 마을을 사랑하는 이웃님 손에 《책방 풀무질》이 있기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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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4.1.



《チンプイ 1》

藤子·F·不二雄, 小學館, 2017.11.28.



  어쩐지 본 듯도 하지만 어쩌면 못 보았을 수 있는 후지코 후지오 님 만화책 《チンプイ》 네 권을 도쿄 진보초 ‘書泉’에서 본다. 한국에서도 살 수 있겠거니 여기면서 1권만 골랐는데 2∼4권까지 다 골라야 했을까. 도라에몽에 나오는 진구가 영민이 같은 얼굴이지만 가시내 모습이 되어 나오는 듯한 ‘チンプイ’라고 할 만하려나. 그러나 진구보다는 한결 씩씩한 아이라고 할 만하지 싶다. 씩씩하게 달리고, 기운차게 뛰놀며, 즐겁게 심부름을 할 줄 아는, 이러면서 삶을 새롭게 사랑하는 길을 배우는 아이들이 온누리 곳곳에서 무럭무럭 자라겠지. 오늘 하루는 아름답다. 오늘 하루는 언제나 오늘 하루뿐이다. 곰곰이 생각하고 찬찬히 돌아보면서 몸이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꿈으로 그리면 무엇이든 하거나 지을 수 있다. 어린이일 적뿐 아니라 어른이 된 뒤에도 매한가지이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자. 하늘을 보며 바람을 마시자. 바람을 마시면서 파란 숨결을 느끼자. 파란 숨결을 느끼면서 우리 몸에 흐르는 고요한 넋이 얼마나 환한가 헤아리자. 대나무 헬리콥터가 아니어도 가볍게 몸을 띄워서 어디로든 갈 수 있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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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31.


《Korean Boxer》

佐藤ヒデキ, リトル·モア(little more) / 2003.3.10.



  2009년에 서울 회기역 앞쪽에 있는 헌책집에서 처음 만난 《Korean Boxer》인데 거의 열 해가 지난 오늘 일본 도쿄 진보초에 있는 책집에서 새삼스레 다시 만난다. 반갑고 놀랍다. 일본 도쿄 진보초 책집에서 이 사진책에 붙인 값은 내가 열 해쯤 앞서 한국에서 장만하던 값하고 거의 같지 싶다. 다만 한국은 물건값이 끝없이 오르나 일본은 안 오른다. 어느새 열다섯 해를 묵은 사진책이 되는데, 처음 나올 무렵만 해도 ‘한국 권투선수’ 가운데 나이가 많이 들어 흙으로 돌아간 분이 제법 있다. 이제는 흙으로 돌아간 분이 더 많을 테고, 한결 늙었을 테지. 맨주먹으로 살아남아 돈을 벌고 이름을 날린 그들은 할아버지 나이가 되어서 무엇을 보거나 느꼈을까? 더는 주먹힘을 쓸 수 없도록 늙은 나이가 되어 조용히 눈을 감을 무렵 권투선수라는 삶을 보낸 나날을 어떻게 돌아볼까. 가만히 보면 운동선수는 목숨이 매우 짧기 일쑤이다. 한창 날리는 선수로 열 해나 스무 해를 있기란 참으로 힘들다. 그런데 왜 운동선수가 되려 할까? 젊은 나이에 무대에 서 보아야 비로소 별처럼 빛날 수 있을끼? 맨주먹이라면 운동선수 아닌 길은 없을까? 맨주먹으로 땅을 일구어 보금자리를 짓는 길에 힘을 쓰는 삶을 일러주거나 가르치는 어른은 없는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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