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2.27.


《동화읽는어른 303호》

 편집부, 어린이도서연구회, 2019.3.1.



월요일에 서울로 갑작마실을 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일터를 찾아가기로 했다. 3월을 지나 4월부터 한 해에 걸쳐 《동화읽는어른》에 글을 싣기로 했다. 한 해에 열 권 나오는 이 책은 어린이도서연구회에 몸하고 마음을 담은 분들한테만 띄우는데 5000부를 찍는다고 한다. 옛일을 되새긴다. 1999∼2000년에 보리출판사 영업부 일꾼으로 뛰면서 단체영업을 맡았고, 그무렵 새책이 나올 적마다 어도연에 들러 책을 가져다주었고, 어떤 책인가를 찬찬히 알려주었다. 책알림은 편집부가 맡을 일이겠으나 보도자료에 깃들지 않은 이야기를, 출판사에서 어도연으로 가는 전철길에 책을 읽고 느끼고 생각한 대로 새롭게 들려주곤 했다. 이러면서 ‘어도연을 모르는 작은 출판사’에서 펴낸 알찬 책을 여러 가지 귀띔했다. 나는 내가 일하는 출판사 책만 알릴 뜻이 없었다. 아름다운 어린이책하고 푸른책이 널리 사랑받기를 바랐다. 이 마음이 스무 해를 흐르고 흘러 이제 《동화읽는어른》에 글을 쓰는구나. 새봄빛을 물씬 담은 겉그림이 상큼하다. 어도연 일터는 알맞게 작더라. 예전에도 알맞게 작았다. 이곳에서 여러 이웃님이 씩씩하며 즐거이 모이고, 생각이 수다로 빛나며, 이 수다는 고운 책꽃으로 온누리 들판에 흐드러진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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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2.26.


《맑은―차 한 잔》

 심재원 글, 펄북스, 2016.6.1.



쑥이 올라왔다. 아직 훑을 만하지는 않으나, 우리 집 쑥이 새롭게 오른다. 올해에도 신나게 쑥차를 덖자고 여기면서 기다린다. 보금자리에서 돋는 쑥이며 뽕잎이며 감잎이며 훑어서 덖는 잎물이 가장 맛나더라. 다른 어느 곳에 가서 마시는 잎물보다 ‘우리 집 잎물’이 으뜸이라고 할까? 이웃님한테도 이렇게 말한다. 이웃님 집에서 돋는 풀잎하고 나뭇잎을 사랑하시면서 즐겁게 훑어서 말린 다음에 덖어 보시라고. 장작을 때고 솥에 덖지 못하더라도, 가스렌지를 쓰더라도, 손수 덖는 잎을 우려서 마셔 보시면 마치 하늘나라에 앉은 듯한 마음이 되리라고. 《맑은―차 한 잔》을 천천히 읽는다. 진주 한 고장에서 잎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분들이 잎물을 마시는 이야기보다 이분들이 저마다 삶을 사랑하는 몸짓하고 얽힌 이야기가 재미나다. 가만 보면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기에 잎물을 즐길 수 있다. 스스로 기쁘게 하루를 열면서 살림을 짓기에 잎물에 너른 마음을 담아서 누릴 수 있다. 값지거나 값비싸다는 무슨무슨 차를 사서 마시지 않아도 좋다. 우리 손길이 깃들기에 비로소 맛이 우러나고, 멋이 피어나며, 사랑이 샘솟는다. 봄볕은 온누리 골골샅샅 곱게 어루만져 준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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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2.25.


《마야는 텃밭이 좋아요》

 레나 안데르손 글·그림/김민철 옮김, 청어람미디어, 2014.11.15.



새벽 두 시에 일어나 부엌을 치우고 짐을 꾸린다. 오늘 서울로 낮 두 시 무렵까지 가려고 하다 보니 부산히 움직여야 한다. 고흥읍에서 타는 고속버스로는 좀 어림없는 때라 순천으로 건너가서 고속버스를 타기로 한다. 새벽바람이 포근하다. 고흥은 봄이 확 퍼진다. 서울에 내려 전철을 갈아타거나 길을 걸으며 보니 사람들 옷차림이 참 두툼하다. 달력으로가 아니더라도 환하거나 따스한 기운을 잘 느끼지 못하는구나 싶다. 올봄에는 지난 아홉 해 동안 묵히며 지켜본 뒤꼍에 아이들하고 새롭게 씨앗을 심을 생각이다. 두 아이가 즐거이 흙살림을 놀기를 바라며 《마야는 텃밭이 좋아요》를 새삼스레 들춘다. 텃밭일을 배우도록 돕는 상냥한 이야기책일 수 있지만, 이보다는 흙살림을 신나는 놀이로 맞아들이는 마음을 잘 밝힌 이야기꾸러미라고 느낀다. 밭놀이, 흙놀이, 씨앗놀이, 호미놀이, 갈퀴놀이, 낫놀이, 삽놀이 …… 모두 놀이로 여길 만하다. 마음껏 놀면서 보듬은 푸성귀를 손수 다듬어서 밥을 차린다면, 매우 맛나겠지. 아니, 맛나다기보다 기쁘겠지. 우리 집 앵두나무 곁에 갈퀴덩굴이 잘 오른다. 봄까지꽃하고 두 가지를 봄나물로 먹어야지. 그러니까 서울일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가면.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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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2.23.


《미카코 7》

 쿄우 마치고 글·그림/이청 옮김, 미우, 2019.2.28.



곁님이 서울마실을 마치고 고흥으로 돌아온다. 서울에서 16시 고속버스를 탔다 하고, 고흥읍에서 20시 30분 마지막 시골버스로 갈아탔다고 한다. 마을 어귀에 내릴 즈음 맞추어 아이들을 부른다. “얘들아, 겉옷 입고 별 보러 가자!” 낮에는 살짝 후끈하다 싶은 볕이지만 밤에는 아직 설렁한 겨울 끝자락. 별빛이 곱다. 별에서 흐르는 소리를 들으려고 귀를 기울인다. 어느새 시골버스는 마을 어귀에 이르고, 작은아이는 바로 버스 내리는문 쪽으로 달려가서 어머니를 폭 안는다. 아이들은 어머니가 없는 새 뭘 했고 배웠는가를 조잘조잘 노래하면서, 어머니가 서울마실길에 무엇을 하고 봤는지 묻는다. 오늘은 다들 늦게 자겠네. 《미카코》 일곱걸음을 읽었다. 첫걸음부터 일곱걸음까지 이토록 차분히 물빛그림을 펼치는 만화가 있으니 참 새삼스럽다. 더 길게 그릴 까닭이 없고, 더 톡톡 튀게 그릴 일이 없다. 그저 물빛으로, 바람빛으로, 별빛으로, 꽃빛으로, 하늘빛으로, 흙빛으로, 웃음빛으로 한 칸씩 적시면 된다. 요즈음 한국 만화는 거의 누리만화로 넘어갔지 싶은데, 셈틀을 닫고 붓을 쥐어 하늘을 닮은, 하늘을 담은, 하늘을 노래하는 만화를 그리는 분이 나타난다면 어떠하랴 싶다. 후다닥 잔뜩 그려야 만화가 되지 않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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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9.2.24.


《까만 크레파스》

 나카야 미와 글·그림/김난주 옮김, 웅진주니어, 2002.3.20.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빛연필을 내세워 만화책을 그린다. 두 아이는 그림책 《까만 크레파스》 꾸러미를 읽더니 빛연필하고 크레파스에 깊이 꽂힌 듯하다. 큰아이는 큰아이대로 새롭게 짠 줄거리로 상냥하면서 고운 이야기를 그리고, 작은아이는 작은아이대로 신나게 짠 얼거리로 와장창 부딪히고 넘어지는 익살 이야기를 그린다. 같으면서 다른 사랑을 품고 자라는 두 아이는 서로 다르게 이야기를 빚으니, 저마다 마무리한 만화를 서로 돌려읽으며 킥킥 하하 즐겁다. 나카야 미와 님 그림책을 언제부터 읽었더라 하고 어림한다. 두 아이가 우리한테 오기 앞서부터 즐겼고, 두 아이가 우리한테 온 뒤에 이녁 여러 그림책을 하나하나 새로 만나면서 반겼다. 꽤 오랫동안 같이한 그림책이고, 두고두고 곁에 둘 그림책 가운데 하나라고 느낀다. 크레파스 이야기도, 콩 이야기도, 도토리 이야기도, 깡통 유령 이야기도, 그루터기 이야기도, 새끼 곰 이야기도, 다들 상냥하면서 곱다. 아이들이 으레 곁에 두는 숨결을 살그마니 새로운 눈썰미로 부드러이 담아낸다. 모름지기 그림책이란 이와 같지 않을까. 아이랑 같이 살고, 아이랑 같이 놀고, 아이랑 같이 노래하면서, 어느새 활짝활짝 살림꽃을 피우도록 북돋우는 넉넉한 손길로 담는 그림 한 판.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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