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9.3.2.


《나무집》

 마리예 톨만·로날트 톨만 그림, 여유당, 2010.6.10.



나무 곁에, 또는 나무줄기를 따라, 같이 집을 짓는다. 나무에 마련하는 집은 나무로 짓는다. 둘은 나무 곁에서 나무가 들려주는 노래하고 베푸는 냄새를 누리면서 살림을 꾸린다. 어느 날 곳곳에서 숱한 이웃이 찾아와서 동무가 된다. 둘이서 오붓한 나무집은 어느새 온갖 이웃이며 동무가 왁자지껄한 놀이마당이 된다. 다 같이 노을을 보고, 다 같이 별잔치를 본다. 서로서로 이야기꽃이요, 흐드러진 잔치판이다. 이윽고 이웃하고 동무는 모두 저희 갈 길을 떠난다. 나무집에 남은 둘은 고요히 바람을 듣는다. 하루하루 차분히 흐르면서 마음으로 나누는 기쁨이 자란다. 그림책 《나무집》은 군말 없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만 보면 아무 말 없이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눈을 들어 하늘을 볼 적에, 귀를 열어 바람소리를 들을 적에, 두 다리를 뻗어 걸을 적에, 두 손을 놀려 땅을 만질 적에, 우리 스스로 삶을 어떻게 바꾸어 낼 만한가를 속삭인다. 하늘을 먼지띠가 뒤덮는다지? 그렇지만 서울을 비롯해서 시골 지자체까지 막삽질을 안 멈추는걸. 자동차 2부제를 하면 뭐할까. 아직 마음을 안 바꾸는걸. 스스로 어떤 앞길로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없다면 안 달리질 텐데. 그런데 공기청정기 사는 돈을 돕겠다는 우두머리란, 생각이 얼마나 짧은지.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기 2019.3.1.


《군청학사 1》

 이리에 아키 글·그림/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9.30.



뒤꼍 나무 한 그루가 여섯 해 만에 꽃을 피운 듯하다. 지난해까지 가냥픈 가지로 조금씩 하늘로 뻗었다면, 올봄에 비로소 꽃잎을 보여준다. 이제까지 뿌리를 뻗는 나날이었고, 올해부터 새모습을 보여주려나 싶다. 꽃은 큰아이가 먼저 알아보았다. 꽃순이가 다르긴 다르네. 《군청학사》 첫걸음을 읽고 두걸음을 읽었다. 그린이로서는 처음 제대로 자리를 얻어 이녁 마음을 만화로 실컷 담은 꾸러미라고 한다. 이 만화에 이어 《란과 잿빛의 세계》나 《북북서로 구름과 함께 가라》를 그릴 수 있었구나 싶은데, 《군청학사》는 여러모로 어수선하다. 실컷 마음을 그리기는 하되 스스로 종잡지 못한다. 그래도 생각하는 날개가 무럭무럭 자라니 다음 만화를 그릴 수 있고, 또 그 다음 만화를 그릴 수 있지 싶다.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될 노릇이지. 다만, 마무리가 벅차다 싶으면 좀 쉬어도 좋다. 굳이 딱딱 맞추어 마감을 해야 하지는 않다. 이야기 하나를 잇기가 살짝 힘들면 《군청학사》처럼 조각맞추기 같은 만화를 그리면 되고, 이렇게 조각맞추기를 하노라면 어느새 기운이 새로 샘솟을 만하다. 좀처럼 꽃을 피우지 못한다 싶던 나무도 여러 해를 기다리면 어느새 꽃망울을 터뜨린다. 나무처럼 살면서 나무처럼 꽃을 터뜨리면 아름답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기 2019.2.28.


《선생님 3·1운동이 뭐예요?》

 배성호·최인담 글, 철수와영희, 2019.3.1.



풀내음하고 꽃내음이 고운 삼월로 접어든다. 아니, 삼월이 오기 앞서도 풀내음하고 꽃내음이 곱구나 싶더라. 삼월에 이르면 이제 냄새나 빛깔만으로뿐 아니라 달력으로도 새롭고 반갑다. 그렇다고 떠난 이월이 섭섭하지는 않다. 이월도 고마웠고 삼월도 기쁘다. 겨울이 있기에 곱게 꿈꿀 만하고, 겨울을 지내기에 더욱 힘차게 기지개를 켤 만하다. 《선생님 3·1운동이 뭐예요?》를 읽는다. 책을 읽고서 생각한다. 그래 삼월이면 첫날이 삼일운동이로구나. 얼마 앞서 오른날개라 스스로 이르는 분들이 5월 18일을 놓고서 막말을 일삼았다고 하는데, 오른날개이든 왼날개이든 배울 삶길은 제대로 배울 노릇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날을 가리키는 이름을 찬찬히 살펴서 뜯어고치면 좋겠다. 이를테면 ‘5·18’이라고만 하면 그날이 뭔지, 그때가 어떤 뜻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 날로 일컫기보다는 ‘군사독재 총부리와 싸운 날’이라는 뜻을 똑똑히 밝힐 만하면서 어린이가 알기 좋도록 이름을 붙일 노릇이다. ‘3·1’도 그렇다. ‘일제강점기 총칼을 평화로 물리치려고 일어선 날’이라는 뜻이 제대로 드러나면서 어린이가 알아보기 쉽도록 이름을 붙여야지 싶다. 이제는 새걸음으로, 큰걸음으로, 한걸음으로, 어깨걸음으로 나아가자.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기 2019.2.27.


《동화읽는어른 303호》

 편집부, 어린이도서연구회, 2019.3.1.



월요일에 서울로 갑작마실을 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일터를 찾아가기로 했다. 3월을 지나 4월부터 한 해에 걸쳐 《동화읽는어른》에 글을 싣기로 했다. 한 해에 열 권 나오는 이 책은 어린이도서연구회에 몸하고 마음을 담은 분들한테만 띄우는데 5000부를 찍는다고 한다. 옛일을 되새긴다. 1999∼2000년에 보리출판사 영업부 일꾼으로 뛰면서 단체영업을 맡았고, 그무렵 새책이 나올 적마다 어도연에 들러 책을 가져다주었고, 어떤 책인가를 찬찬히 알려주었다. 책알림은 편집부가 맡을 일이겠으나 보도자료에 깃들지 않은 이야기를, 출판사에서 어도연으로 가는 전철길에 책을 읽고 느끼고 생각한 대로 새롭게 들려주곤 했다. 이러면서 ‘어도연을 모르는 작은 출판사’에서 펴낸 알찬 책을 여러 가지 귀띔했다. 나는 내가 일하는 출판사 책만 알릴 뜻이 없었다. 아름다운 어린이책하고 푸른책이 널리 사랑받기를 바랐다. 이 마음이 스무 해를 흐르고 흘러 이제 《동화읽는어른》에 글을 쓰는구나. 새봄빛을 물씬 담은 겉그림이 상큼하다. 어도연 일터는 알맞게 작더라. 예전에도 알맞게 작았다. 이곳에서 여러 이웃님이 씩씩하며 즐거이 모이고, 생각이 수다로 빛나며, 이 수다는 고운 책꽃으로 온누리 들판에 흐드러진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읽기 2019.2.26.


《맑은―차 한 잔》

 심재원 글, 펄북스, 2016.6.1.



쑥이 올라왔다. 아직 훑을 만하지는 않으나, 우리 집 쑥이 새롭게 오른다. 올해에도 신나게 쑥차를 덖자고 여기면서 기다린다. 보금자리에서 돋는 쑥이며 뽕잎이며 감잎이며 훑어서 덖는 잎물이 가장 맛나더라. 다른 어느 곳에 가서 마시는 잎물보다 ‘우리 집 잎물’이 으뜸이라고 할까? 이웃님한테도 이렇게 말한다. 이웃님 집에서 돋는 풀잎하고 나뭇잎을 사랑하시면서 즐겁게 훑어서 말린 다음에 덖어 보시라고. 장작을 때고 솥에 덖지 못하더라도, 가스렌지를 쓰더라도, 손수 덖는 잎을 우려서 마셔 보시면 마치 하늘나라에 앉은 듯한 마음이 되리라고. 《맑은―차 한 잔》을 천천히 읽는다. 진주 한 고장에서 잎물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분들이 잎물을 마시는 이야기보다 이분들이 저마다 삶을 사랑하는 몸짓하고 얽힌 이야기가 재미나다. 가만 보면 스스로 즐겁게 살아가기에 잎물을 즐길 수 있다. 스스로 기쁘게 하루를 열면서 살림을 짓기에 잎물에 너른 마음을 담아서 누릴 수 있다. 값지거나 값비싸다는 무슨무슨 차를 사서 마시지 않아도 좋다. 우리 손길이 깃들기에 비로소 맛이 우러나고, 멋이 피어나며, 사랑이 샘솟는다. 봄볕은 온누리 골골샅샅 곱게 어루만져 준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