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3.30.


《부디 계속해 주세요》

한·일 젊은이 열 사람 이야기, 마음산책, 2018.3.20.



  일본 도쿄 진보초에 마실을 와서 한국책을 볼 줄이야! 그러나 한국책을 어김없이 만났고, ‘책거리’라는 책집을 꾸리기도 하는 ‘쿠온(CUON)’이라는 출판사에서 펴내려는 책을 한국에 있는 마음산책 출판사에서도 한국말로 옮겨서 함께 낸 판을 본다. 다만 몇 가지 아쉽다. 일본책은 펴낸날이 3월 31일, 한국책은 3월 20일. 한국책에는 일러두기에 깨알같은 글씨로 ‘쿠온’ 이야기가 한 줄로만 나오고, 일본책 이름이 《今, 何かを表そとている10人日本と韓國の若手對談》이라고 밝히나, 정작 간기에 이 책이름을 안 밝힌다. 왜? 이 멋진 책이 제대로 빛나도록 ‘쿠온’이나 ‘도쿄 진보초 책거리’가 그동안 선보인 눈부신 발걸음을 몇 줄이라도 책 어디엔가 무엇인가 적어 놓으면 한결 낫지 않을까? 나는 일본에서 이 책을 ‘일본책’으로만 사고, 한국에 돌아와서 한국책을 따로 사려 했다가, 일본에서 두 가지를 다 사기로 했다. 책거리에서 강의를 마치고 느긋하게 읽다가, 길손집에 들어 찬찬히 두 책을 읽어 보는데, 수수하면서 정갈히 나온 일본책에 견주어 한국책이 많이 아쉽다. 아쉽다는 말을 안 할 수 없다. 한국책을 낸 곳이 ‘마음산책’이라면, 젊은 열 사람이 나라를 넘어 이야기꽃을 피운 뜻을 ‘마음’으로 되돌아보아 주기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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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29.


《쓸 만한 잡담》

서성자 글, 천년의시작, 2016.10.12.



  고흥읍으로 가는 길에 시골버스가 시끌벅적하다. 이주노동자 한 사람이 시골 할매한테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가’를 물은 듯하고, 할매는 손짓 발짓을 다 써서 “여기 아니야. 저 아저씨 내리는 디까지 가서 내려야 해.” 하는 말을 숱하게 한다. 시골버스를 채운 할머니들이 한꺼번에 이렇게 하는 말을 이주노동자는 알아들었을까. 아무튼 마지막까지 가서 내린다. 나는 부산으로 가는 시외버스에 오르고, 시조집 한 권을 천천히 읽고서, 쪽종이에 열여섯 가지 새 이야기를 적는다. 지난겨울에 ‘움직이는 말’을 마무리했고, 요즈음 ‘그리는 말’을 열여섯 줄로 적어 본다. 일본에서 만날 이웃님이 몇 분일까 하고 어림하며 적는데, 앞으로 열네 가지 이야기를 더 써야지 싶다. 짐을 가볍게 하자며 얇은 시조집만 챙겼다. 첫 시집을 선보인 아주머니는 이녁 어머니하고 딸아이 사이에서, 삶하고 살림 사이에서, 또 꿈하고 오늘 사이에서 가만히 오가면서 이야기를 엮는다. 시가 되고 밥이 되는 이야기는 늘 우리 삶자리이다. 스스로 기쁘게 하루를 열고 닫는다면 언제나 스스로 싱그러운 글꽃을 피우겠지. 부산 김해공항은 크지 않아 좋다. 그러나 공항이 낯선 시골 아저씨한테는 모든 것이 쉽지 않네. 생각보다 수월히 일본으로 건너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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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28.


《일상에서 생각 깨우기 연습》

안성진 글, 타래, 2018.3.15.



  어제는 마을 빨래터 물이끼를 걷으면서 두 아이가 신을 손수 빨래하도록 이끌었다. 오늘은 나박김치를 담근다. 손이 덜 가는 나박김치라지만 이른아침부터 늦은낮까지 퍽 오래 걸린다. 양념물을 끓여서 식히고 무하고 배추를 절이면서 기다려야 하니까. 모든 밥살림은 이와 같다. 옷살림도 집살림도 그렇지. 품이나 겨를을 들이지 않고는 아무것도 못한다. 그런데 여기에 사랑을 함께 들이지 않으면 제아무리 품이나 겨를을 많이 들여도 헛손이 되기 일쑤이다. 따스한 숨결이 깃들지 않은 밥은 맛없고 더부룩하니까. 포근한 숨결이 흐르지 않는 집은 메마르고 쓸쓸하니까. 여느 회사원인 안성진 님이 쓴 《일상에서 생각 깨우기 연습》을 가만히 읽는다. 이 책은 바로 여느 회사원이라는 자리에서 여느 아버지이자 사람으로서 삶을 돌아보며 쓴 책이기에 수수하면서 즐겁다. 대단한 전문가 한 사람이 이끄는 이야기가 아닌, 수수한 사람으로서 스스로 겪고 생각하며 배운 이야기를 가만히 들려준다. 오늘날 우리는 마음껏 글도 쓰고 사진도 찍으며 누리집까지 꾸밀 수 있다. 참말 모든 사람이 작가도 예술가도 된다. 뭔가 더 있어야 하지 않다. 사랑이 있고, 이 사랑을 생각하며, 이 생각을 살림으로 옮기면 넉넉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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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27.


《밈 : 언어가 사라진 세상》

앨리너 그래이든 글/황근하 옮김, 겊은숲, 2017.11.30.



  종이책도 사전도 사라진 머지않은 날에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할 줄 모른다고 하는 줄거리가 흐르는 《밈 : 언어가 사라진 세상》이라는 소설이라고 말하니, 곁님이 한 마디를 들려준다. “요즘 사람들은 생각을 하고 사나요?” 먼 앞날이고 자시고 바로 오늘 우리를 둘러싼 삶터를 보면, 어느덧 생각을 잊거나 잃은 사람이 많다. 더 낱낱이 들여다보면 나 스스로도 ‘생각하기를 잊거나 잃을’ 때가 있다. 그러니 손전화보다 더 눈부신 새로운 기계가 나와서 모든 것을 다 해 준다고 하는 앞날에 앞서 우리 모습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겠다고 다시금 돌아본다. 우리가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휘둘리지도 않고 두려웁지도 않으며 걱정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생각을 잊거나 잃은 사람이라면 두 손에 가득 움켜쥐었어도 걱정하고 두려우며 그저 휘둘리기만 한다. ‘말’이란 생각을 나타내어 나누는 소리이다. ‘글’이란 생각을 나타낸 말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말이 사라질 즈음 글이 사라질 테고, 글이 사라질 즈음 우리가 손수 짓는 살림이 사라질 테지. 아니 삶터는 언제나 나란히 움직인다. 손수 짓는 살림이며 말이며 생각이며 한꺼번에 스러지거나 밀려난다. 대학입시하고 공무원취업에 매달리는 이 땅에는 모든 것이 자취를 감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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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3.26.


《피아노의 숲 11》

이시키 마코토 글·그림/문준식 옮김, 삼양출판사, 2005.12.1.



  문득 《피아노의 숲》 열한째 권을 다시 펴 본다. 열한째 권에 나온 어느 낱말이 몇 쪽에 나왔는가를 알아보려고 뒤지는데, 첫 쪽부터 살피다가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찾는다. 이러면서 책 한 권을 새삼스레 되읽었네. 열한째 권이 나온 해가 2005년이니 꽤 되었다. 그즈음에는 다음 권이 언제 나오느냐 기다리느라 서둘러 지나갔다면, 오늘은 퍽 느긋하게 말 한 마디 그림 한 칸 새로 새기면서 돌아보는데, 피아노를 치는 사람은 피아노하고 한몸으로 노래를 탄다는 이야기가 반갑다. 그리고 피아노를 치려면 손놀림뿐 아니라 몸도 튼튼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새롭다. 피아노뿐이랴. 우리가 즐거이 여기는 일을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힘이 없으면 어떤 일이나 놀이도 얼마 못 하고 끝난다. 힘이 있어야 우리가 사랑하는 일을 사랑스레 다스리고, 힘이 있을 적에 김치 담그기이든 집살림이든 모두 알뜰살뜰 해낼 수 있다. 피아노를 치느라 건초염에 걸린 동무한테 ‘튼튼한 몸’이 되도록 애쓰라고 도움말을 들려주는 카이가 상냥하다. 카이 스스로 겪어서 잘 아는 대목이겠지. 나도 스스로 힘을 새로 길러서 집살림을 비롯한 배움살림도 한결 씩씩하게 걷자고 마음 단단히 먹는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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