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2.20.


《드론》

조성준 사진, 눈빛, 2015.7.20.



  고흥군은 경비행기 시험장을 끌어들이려고 백억 원이 넘는 돈을 썼다고 한다. 경비행기 시험장을 짓지도 않았는데 말이지. 이런 이야기는 언론을 타지 않는다. 어째서 그러한지는 알 길이 없다. 조용하고 깨끗한 시골자락에 비행장 아닌 비행시험장을 들이면 어떤 일이 생길까? 꼬막이며 김이며 미역이며 바닷물고기이며 날마다 나라 곳곳으로 숱하게 실어나르는 남녘 바닷가를 더럽히는 막개발이 자꾸 들어서면, 이곳 작은 시골뿐 아니라 서울이며 부산 같은 큰도시한테도 좋을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고흥은 실업계 고등학교를 ‘드론 고등학교’로 바꾸기까지 했다. 오늘날 드론이란 적은 돈과 품으로도 멋진 모습을 찍어 주는 사진벗이라 할 만하니 무척 고맙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러면 경비행기뿐 아니라 드론 시험을 어디에서 어떻게 하는가도 헤아려 보아야지 싶다. 이러다 보니 사진책 《드론》을 펴는 마음이 무겁다. 작은아이는 이 사진책에 나오는 모습이 멋지다며 좋아하는데, 하늘에서 찍는 모습을 우리는 얼마나 홀가분하게 반길 만할까?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터에서 살아가는 시골사람이 어떻게 고단한가를 서울사람은 얼마나 알까? 설 언저리에 경비행기가 고흥 어느 하늘을 한동안 나는데, 마당에서 귀가 찢어지는 줄 알았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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