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4.


《손, 손, 내 손은》

 테드 랜드 그림, 빌 마틴 주니어·존 아캠볼트 글/이상희 옮김, 열린어린이,2005.6.20.



엊저녁부터 비가 내린다. 비날을 맞이하기 앞서 이불을 잘 말렸고, 이불잇도 빨아서 건사했다. 부드럽게 퍼지는 빗소리를 듣고, 촉촉하게 적시는 비내음이 감돌면서, 한여름 더위가 꽤 수그러든다. “Here Are My Hands”를 옮긴 《손, 손, 내 손은》을 모처럼 되읽는다. 얼마 앞서 《꽃이 필 거야》(정주희, 북극곰, 2023)라는 그림책을 보면서 몹시 아쉬웠다. 꽃과 웃음과 춤을 아이하고 어우르는 줄거리인데, 가시내만 꽃순이요 춤순이로 그리더라. 요즈음 나오는 숱한 그림책은 왜 순이만 담으려 할까? 가시내랑 머스마가 곱게 어울리는 어깨동무를 그려내야 아름답지 않은가? 《손, 손, 내 손은》은 가시내랑 머스마가 어울릴 뿐 아니라, 온누리 모든 어린이가 어울린다. 손 하나를 바탕으로 어떤 하루요 삶이며 노래이고 눈물웃음인지 따사롭게 꽃으로 피우는 얼거리라고 하겠다. 일부러 모든 살빛 어린이를 담아야 하지는 않는다. 들과 숲과 바다를 헤아리면서 하늘을 품는 눈길과 손길로 담으면 된다. 보라. 하늘이 한 가지 빛깔인가? 바다에 한 가지 헤엄이만 사는가? 들과 숲에 한 가지 풀꽃이나 나무만 있는가? 사람이 사람으로서 사람답게 빛날 적에 비로소 꽃으로 피어나면서 나비랑 새가 찾아들어 함께 노래를 누린다.


#HereAreMyHands (1987)

#BillMartinJr #JohnArchambault #TedRand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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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7.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

 이충렬 글, 산처럼, 2018.5.5.



밤을 꼬박 지새우다가 너무 졸려서 살짝 눈을 붙이고 일어나서 빨래를 담가 놓는다. 손빨래는 미처 마무리짓지 못 한다. 두 아이가 부시시 깨어나서 배웅을 한다. 옆마을로 달려간다. 첫 시골버스를 타고서 읍내로 간다. 이윽고 순천을 거쳐 부산에 닿는다. 글붓집에 들러서 종이를 장만하고서 이내 광안바다로 건너간다. 오늘하고 이튿날 이틀에 걸쳐서 〈광안바다 북키스트〉라는 책판이 열린다. 이곳에서 수다꽃을 펴기도 하지만, 곳간출판사 일손을 거들려고 한다.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을 읽으면서 여러모로 아쉬웠다. 글쓴이는 ‘권정생만 말하겠다’고 밝히지만 막상 ‘이오덕을 함께 말할’ 수밖에 없다. 권정생을 말할 적에 이오덕을 빠뜨릴 수 없고, 이오덕을 말할 적에 권정생을 뺄 수 없다. 둘은 다른 사람이자 넋이지만, 언제나 하나인 숨빛으로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걸어온 사이인걸. 그러니까 “이오덕 읽기를 하려면 권정생 읽기를 나란히 해야 맞”고, “권정생 읽기를 하려면 이오덕 읽기를 함께 해야 옳”다. 바다를 말할 적에는 바람을 나란히 알고 말해야 하며, 바람을 말할 적에는 반드시 바다를 같이 알고 말할 노릇이다. 사람을 말할 적에 무엇을 알고 살펴야 할까? 사랑을 말할 적에 어떻게 살림하며 숲에 깃들어야 할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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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9.8.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

 야마오 산세이 글/최성현 옮김, 상추쌈, 2022.10.30.



새벽에 일어나서 책을 읽고 노래를 쓴다. 어제 하루를 돌아보면서 오늘 낮에 광안바다에서 부산이웃님한테 어떤 말씨앗과 말꽃과 말숲을 풀어놓을 적에 함께 즐겁고 아름다워서 사랑으로 피어날까 하고 곰곰이 생각한다. 나는 ‘강의·특강·수업’을 안 한다. 나는 늘 ‘이야기’를 한다. 나는 혼자 떠들 마음이 없다. 나는 여태까지 스스로 배우고 익힌 모든 살림을 말마디에 얹어서 들려주려는 마음이요, 이웃님하고 주고받는 말 사이에서 반짝반짝 피어나는 빛씨앗을 함께 온누리에 심으려는 뜻이다. 아침에 짐을 추슬러서 보수동으로 걸어간다. 〈광안바다 북키스트〉에서 나눠줄 꾸러미를 왜 등짐에 담아서 아침부터 땀을 잔뜩 빼면서 걷는지 뉘우친다. 그래도 즐겁게 땀을 쏟고서 〈대영서점〉에서 책마실을 한다. 이윽고 광안바다로 건너갔고, ‘길바닥수다(노천강의)’를 활짝 웃으면서 신나게 폈다. 《나는 숲으로 물러난다》를 읽는 내내 몹시 아쉬웠다. 일본이웃은 틀림없이 ‘숲’에서 ‘숲말’로 글을 썼을 텐데, 한글판으로 옮긴 글자락은 ‘숲말’이 아닌 ‘일본 한자말 + 옮김말씨(번역체)’이다. 화끈했다. 창피했다. 우리는 ‘숲’이 뭔지 참으로 모르네. 숲을 등졌고, 시골에서 안 사니까, 참말로 숲말도 푸른말도 잊다가 잃었네.


#山尾三省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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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3.


《유리가면 25》

 미우치 스즈에 글·그림/해외단행본팀 옮김, 대원씨아이, 2010.6.30.



마당에 서서 숨을 고른다. 휘파람이 일어나는 불꽃숨을 휘휘 부는데, 문득 후박나무 옆으로 파란띠제비나비가 날아들어 머리 위를 스친다. 다시 불꽃숨과 휘파람을 부니 범나비가 살랑거리며 찾아온다. 석 벌째 불꽃숨과 휘파람을 내쉬니 네발나비가 가벼이 날면서 머리 위로 맴돈다. 늦은낮에 작은아이랑 시골버스를 탄다. 오늘은 작은아이로서는 첫 “수박짐꾼” 노릇이다. 땀을 빼면서 수박 한 덩이를 지고서 나른다. 나는 아마 여덟아홉 살 무렵부터 수박짐꾼을 했지 싶다. 오늘 작은아이는 무엇을 느껴 보았을까. 수박짐꾼이라는 살림길이 어떠했을까. 나중에 오늘을 떠올릴 수 있을까. 밤부터 빗줄기가 듣는다. 《유리가면 25》을 돌아본다. 이따금 생각나면 다시 들추곤 한다. 《유리가면》에 나오는 두 아이한테는 타고난 재주도 있다지만, 스스로 온마음을 다하는 땀방울과 사랑이 나란히 있다. 재주만으로는 멋사람으로 서지 않는다. 사랑으로 흘리는 땀방울이 어울리기에 반짝이면서 꽃사람이라는 길을 펼 수 있다. 어느 마당이나 자리에서만 온마음을 쏟을 일이 아니다. 집에서 누구나 하는 작은 부엌일이나 비질이나 설거지도 온마음을 기울일 적에 새롭게 빛난다. 웃고 노래하면서 집안일을 하기에, 나라일과 마을일도 반짝일 만하다.


#ガラスの仮面 #美内 すずえ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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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7.12.


《킬러 고양이의 일기》

 앤 파인 글·베로니크 데스 그림/햇살과나무꾼 옮김, 비룡소, 1999.4.22.



오늘은 아침에 무자위 이음새를 바꾼다. 물줄기가 힘을 받는다. 낮에 큰아이하고 들길을 걸으면서 옆마을로 간다. 사납게 내달리는 쇳덩이를 본다. 문득 생각한다. 시골은 오히려 길나무가 드물거나 없다. 길나무가 없는 곳일수록 쇳덩이가 사납다. 서울이며 큰고장도 길나무가 드물거나 없는 곳에서는 시끄럽고 매캐하게 부릉거린다. 빠른길에는 아무런 나무도 없이 숲을 밀고 멧자락에 구멍을 낸다. 사람들은 빨리 달리려고 숲을 밟고 들을 밀고 메를 죽인다. 길에 나무가 설 자리가 있다면 느리게 달려야 하거나 걸어야 한다. 골목에 나무가 자라면 쇳덩이가 들어서지 못 한다. 그러나 나무가 자라는 곳이기에 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뛸 뿐 아니라, 누구나 스스럼없이 걸어다닐 수 있는 즐거운 삶터를 이룬다. 《킬러 고양이의 일기》를 읽었다. 꽤 잘 쓴 꾸러미이다. 모든 이야기는 우리 곁에 있고, 마음밭에서 자라며, 스스로 길어올리게 마련이다. 대단하게 써야 할 글이 아니라, 사랑씨앗을 심을 글이면 넉넉하다. 저녁에 소쩍새 노래를 듣는다. 우리가 함께 누리고 짓는 살림을 돌아본다. 차근차근 꾸리고, 차곡차곡 다스린다. 하나하나 추스르고, 찬찬히 매듭을 짓는다. 함께 가꾸고 함께 누리면서 함께 이야기꽃을 피운다면 늘 즐거울 테지.


#TheDiaryofaKillerCat #AnneFine #VeoniqueDeiss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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