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3.


《너에게 닿기를 번외편 운명의 사람 2》

 시이나 카루호/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2.1.15.



부드럽게 돋는 아침해를 바라본다. 늦겨울비가 지나간 자리에 바람이 매섭지만 볕만큼은 넉넉하다. 볕살을 느긋이 누리면서 아침글을 여민다. 집안일을 하고, 밥살림을 추스른 뒤, 17:00 시골버스로 읍내 나래터로 간다. 이웃 세 분한테 책을 부친다. 찬바람이 온몸으로 스미지만 뚜벅뚜벅 걸으면서 책을 읽는다. 멧길이나 들길이나 숲길이나 바닷가를 거닐 적에는 책을 안 쥔다. 서울·큰고장·시골 읍내라면 눈을 둘 만한 데가 없으니 책을 쥔다. 가볍게 저잣마실을 보고서 18:30 시골버스를 탄다. 마을 앞에 내리니 두 아이가 마중을 왔다. “오! 어떻게 알고서?” “이때쯤 올 테니까요.” 손짐과 등짐을 두 아이한테 맡기고서 저물녘 고샅을 걸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너에게 닿기를 번외편 운명의 사람 2》을 읽었다. 굳이 뒷얘기(번외편)를 그렸구나 싶다. 《너에게 닿기를》은 구태여 길디길게 줄거리를 늘여붙여서 ‘짝맺기 + 짝맺기’를 밀당으로 다투면서 맺었다. 서로 바라보는 마음을 그릴 적에는 빛나지만, 서로 밀당을 일삼으면서 장난을 칠 적에는 거꾸로 빛바랜다. 사랑은 밀거나 당기지 않는다. 사랑은 그저 품는다. 사랑은 언제나 품으면서 푼다. 사랑이 아니기에 밀당에 끼리질에 장난질이 춤출 뿐이다.


#しいなかるほ #椎名??

#君に届け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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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2.


《한 옛날에…》

 클라우디우스 글·그림/이현주 옮김, 분도출판사, 1986.



해님이 가득 비추면서 푸근하게 감싸는 하루이다. 어제 비가 시원스레 씻었는데 먼지가 제법 보인다. 흙빛은 까무잡잡하게 바뀌면서 한결 부드럽다. 때까치가 꽁지를 까딱이면서 우리를 지켜본다. 책을 장만할 적에는 ‘나중에 아이랑 함께 읽거나 아이한테 물려줄 만할까?’ 하고 헤아린다. 아이들하게 함께 들추면서 생각을 나눌 책이 곧잘 있되, 웬만한 책은 혼자 읽고서 치운다. 어린이책이나 그림책이란 이름이 붙지만 막상 어린이한테 읽힐 만하지 않은 책이 너무 많다. 어른책 가운데 푸름이가 곰곰이 배울 만한 책은 너무 적다. 다들 무슨 줄거리를 책으로 엮는 셈일까? 《한 옛날에…》를 오랜만에 되읽고서 두 아이한테 건넨다. 두 아이 모두 이 책이 아름답다고 이야기한다. 책이름은 “한 옛날에”이지만, 옛날 옛적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가 눈앞에서 마주하는 삶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스스로 알아차려야 한다는 줄거리를 들려준다. 눈밝은 이라면 오늘날 마주하는 숱한 싸움판·돈판·이름판은 예전부터 늘 도사린 줄 안다. 눈감은 이라면 오늘날만 시커먼 줄 잘못 여길 테지. 나라(정부)가 서고 서울(도시)이 늘기에 사람이 사람빛을 잃는다.


#Claudius #OnceUponaTime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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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2.1.


《미래 세대를 위한 동학농민혁명 이야기》

 김상웅 글·방승조 그림, 철수와영희, 2024.12.5.



엊저녁부터 가볍게 비가 오더니, 아침에 이르니 빗줄기가 굵다. 하루 내내 빗발이 들으며 하늘을 씻고 땅을 녹인다. 셋쨋달뿐 아니라 둘쨋달 비도 ‘녹임비’라고 할 만하다. 내내 빗소리를 포근히 듣다가 저녁 17:00 시골버스로 저잣마실을 간다. 설쉼이 지나간 시골은 휑뎅그렁하지만 비로소 호젓하다. 비가 신나게 왔는데 고흥읍 냇물이 매우 지저분하다. 비오는 날에 구정물을 잔뜩 버렸을까. 밤에는 구름이 찬찬히 걷히면서 별이 몇 톨 나온다. 《미래 세대를 위한 동학농민혁명 이야기》를 되새긴다. 지난날 밝힌 ‘동학(東學)’을 오늘날 우리말로 옮긴다면 ‘새빛·새넋·새얼’이라고 할 만하다. 새하늬마높 가운데 ‘샛녘’이란 새로 해가 돋는 곳이요, ‘샛별’마냥 새롭게 빛나는 넋과 얼로 어깨동무하는 길을 열자는 뜻이다. 어제도 오늘도 모레도 한결같이 새롭게 빛날 살림길을 일구자는 땀방울이기도 하다. 지나간 발자취로 그칠 너울빛이 아니라면,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 아이어른이 함께 새록새록 배워서 익힐 말씨로 풀어내는 어진 어른이 나타나기를 빈다. 아이들은 온누리를 새롭게 가꾸려고 태어난다. 어른이라면 아이한테서 배워야 어질다. 아이라면 어린 곁에서 노래하며 사랑을 그리기에 아름답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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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31.


《눈이 오면》

 이화정 글·그림, 현암주니어, 2022.12.15.



드디어 시골버스가 다니는 쇠날(금요일)이다. 큰아이가 저잣마실 짐꾼으로 나선다. 작은아이 옷가지를 빨래하려고 담갔는데 잊은 줄 깨닫는다. 구름이 몽글몽글 모이더니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둘이 천천히 걸으며 얘기하고, 새를 보고, 하늘을 살피고, 마을을 돌아본다. 15:30에 옆마을을 지나가는 버스를 탄다. 이제 논두렁을 같이 거닐며 겨울들빛을 헤아린다. ‘시든풀’은 ‘시든빛’이 모두 다르다. 여름들숲도 ‘여름풀’마다 ‘여름잎빛’이 다 다르다. 낱말책에는 ‘시든풀·시든빛’이나 ‘여름풀·여름잎빛’ 같은 낱말이 없다. 왜 없겠는가? 국립국어원 사람들은 시골에 살지 않기도 하지만, 풀빛도 들빛도 숲빛도 제대로 본 적이 없기에, 다 다른 빛깔과 풀내음을 어떻게 여미어야 하는가를 놓고서 아예 생각조차 안 하니까. 《눈이 오면》을 돌아본다. 돈을 버느라 바쁜 어버이한테서 잊힌 아이를 그리는 줄거리이다. 아이들은 어버이가 아무리 바빠도 너그러이 봐준다. 아이들은 어버이가 저랑 멀리 떨어져서 돈만 벌어도 기꺼이 봐준다. 어른들은 돈을 얼마나 많이 벌어야 할까? 어른들은 아이 곁에서 작은일을 하면서 돈을 알맞게 벌며 살림살이를 짓는 보금자리를 그리는 꿈이 없을까? 아이 곁에 있으면 걱정할 일이 없는데.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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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1.30.


《싸가지 없는 진보》

 강준만 글, 인물과사상사, 2014.8.29.



드디어 긴긴 설쉼이 끝나간다. 오랜만에 작은두바퀴로 논길을 달린다. 천천히 달리며 바람결이 어떠한지 살피고, 여러 새를 헤아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까마귀 쉰 마리쯤 차곡차곡 내려앉아서 나와 작은두바퀴를 구경한다. 여태까지 까마귀는 두바퀴가 달릴 적에 30∼50길쯤 앞서부터 날아가더니, 오늘은 거꾸로 내가 나아가는 옆으로 줄줄이 내려앉아서 “쟤 뭐 하나?” 하며 지켜본다. 《싸가지 없는 진보》를 읽었다. 이렇게 붙인 책이름이 재미나다. 다만, ‘진보·좌파’가 이 나라에 있는지 모르겠다. “싸가지 없는 진보·좌파 흉내”라고 덧말을 붙여야 알맞다고 본다. 이쪽은 “진보·좌파 흉내”라면 저쪽은 ’보수·우파 흉내”이다. 새길과 왼길을 말하려면 걷거나 두바퀴(자전거)로 살림하면서 아이 곁에 서야 맞다. 지킴길과 오른길을 밝히려면 논밭을 일구고 나무를 심으면서 아이랑 놀아야 맞다. 오늘날 ‘목소리’만 내는 무리는 이쪽도 저쪽도 안 걸을 뿐 아니라 논밭도 안 짓는다. 둘 다 흉내만 내며 밥그릇을 붙잡을 뿐이다. 둘 다 집안일을 안 할 뿐 아니라, 아이 곁에 서는 모습이 없다. 밤에 별이 매우 밝다. 한참 고개를 꺾고서 별바라기를 한다. 별이 들려주는 소리를 듣고서 자리에 눕는다.


ㅍㄹ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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