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4.4.11.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김진아 글, 바다출판사, 2019.4.8.
구름이 짙어도 환하고 따뜻한 봄날이다. “호로롱 삣쭁” 노래하는 새를 만난다. 해마다 이맘때부터 듣는 맑고 우렁찬 노랫가락이다. 하던 일을 멈추고, 가던 걸음을 멈추고, 놀던 손을 멈추고, 글을 쓰다가 멈추면서, 문득 이 노랫가락을 따라서 고개를 돌리고서 귀를 기울인다. 이제 참새도 제철을 만난듯 즐겁게 논다. 참새놀이를 하염없이 코앞에서 구경한다. 스스로 나무인 척 얌전히 서면, 참새가 우리 곁에서 온갖 놀이를 하는 모습을 즐겁게 지켜볼 수 있다. 저잣마실길에 바라보는 햇살이 곱다. 그런데 이런 봄날에 해가 나도 춥다고 여긴다면, 스스로 마음이 춥다는 뜻일 테지. 해가 저물면서 별이 나오고, 밤개구리가 노래한다.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를 읽고서 쓸쓸했다. “무늬만 한글”은 뒤죽박죽 글이기도 했지만, 책이름을 우리말로 손본다면 “나는 내 그릇을 찾을 뿐 이웃을 도우러 오지 않았다고”나 “나는 내 밥그릇을 쥘 뿐 남을 도우러 오지 않았다고”라는 뜻이다. 글쓴이는 하나부터 열까지 ‘내 밥그릇(파이)’을 따질 뿐이다. ‘나도 너도 우리도 두런두런 밥그릇을 나눌 적에 그야말로 기쁘며 아름다운 하루’일 텐데. 혼자 거머쥐려 하면서 혼자 끙끙 앓을 수밖에 없는 줄 모르는구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