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기 2018.5.10.


《해녀와 나》

 준초이 사진·글, 남해의봄날, 2014.11.30.



제주 해녀를 가까이 지켜보려는 마음, 제주 해녀 곁에서 물살림을 느끼려는 몸짓, 제주 해녀를 구경거리 아닌 이웃으로 마주하고픈 뜻은 좋구나 싶은데, 사진은 그냥 그렇다고 느꼈다. 준초이라는 분이 예전에 낸 사진책이라든지 수원 화성을 찍은 사진책을 보아도, 자꾸 겉멋을 부리려는 느낌이 짙다. 《해녀와 나》라는 사진책에 붙인 글을 읽으면, 사진지기 스스로도 ‘찍힐 해녀 할머니 얼굴’이 모든 이야기를 다 들려준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대로 찍기만 해도 된다고 나온다. 그러나 이녁 사진은 그대로 찍지 못한다. 자꾸 뭔가 덧씌우거나 보태려고 한다. 사진 곁에 잔뜩 붙인 글도 수수하지 않다. 사진지기가 제주 해녀를 찍으려고 얼마나 애썼고 얼마나 다리품을 팔며 얼마나 이 사진을 여기저기에 전시하고 싶은가 하는 이야기가 그득하다. 이러면서 고은이란 사람한테 머리글을 써 달라고 바라는 이야기까지 줄줄이 흐르고, 고은이란 사람이 사진을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는 이야기도 뒤따른다. 사진책을 처음 엮을 때부터 아무 글을 안 싣겠다는 마음으로, 오직 제주 해녀 사진만 담겠다는 마음이었으면, 처음부터 아주 다르게 사진을 찍었으리라 본다. 사진에 군말을 붙이고 보면 사진에도 군더더기가 잔뜩 끼면서 겉멋이 되고 만다. 아깝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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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9.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송은정 글, 효형출판, 2018.1.20.



이제 마을 빨래터를 치우고 나면 두 아이가 물놀이를 즐기겠노라 말한다. 시원하게 놀고픈 철이 돌아왔다. 두 아이는 놀잇감만 챙겨 왔다. 혼자 바닥을 북북 긁는다. 빨래터를 다 치운 뒤에 담벼락을 타고 앉아서 쉰다. 아이들 신은 스스로 빨래하도록 맡긴다. 신빨래를 엉성히 해도 지켜보기로 한다. 엉성한 줄 잘된 줄 스스로 느껴야 한다.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를 읽어 본다. 책을 장만하고서 열흘 만에야 읽는 셈. 요 한 달 사이는 출판사에 마감을 해서 넘기는 글이 잇달아 있고, 마감을 지어 넘긴 글을 피디에프파일로 받으면 새로 손질해서 보내노라니, 느긋하게 책을 쥐기 어렵다. 책일을 마치면 집일을 하고, 집일을 마치면 책숲집을 건사하는 하루이니, 책읽기는 맨 나중으로 미룬다. 아이들하고 함께 배우는 살림을 하자면 그야말로 책은 뒷전이다. 어쩌면 참 많은 이웃님도 책은 으레 뒷전이 되지 않을까? 나처럼 밥을 하다가 1분쯤 말미가 생길 적에, 잠들기 앞서 1분쯤, 시골버스를 타고 읍내로 다녀오는 길에, 빨래를 마당에 널고 허리를 펴다가 1분쯤, 빨래터 치우고 발을 말리는 몇 분쯤, 이 조각틈에 책을 펴기란 만만하지 않겠지. 서울에서 마을책집을 하다가 문을 닫을 수 있는 오늘날이다. 그래도 책지기님 애쓰셨어요.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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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8.


《해와 바람, 그 후!》

정수정 글·지수 샌드아트, 도미솔, 2016.5.15.



  해가 뜨고, 하늘이 맑다. 해가 지고, 별이 밝다.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며 풀잎이 춤을 춘다. 바람이 자고, 꽃송이가 가만히 벌어지면서 꽃내음이 물씬 번진다. 오월로 접어들어 찔레꽃이 흐드러진다. 올해에는 찔레나물을 하루만 훑어서 먹었다. 곧 딸기알이 익을 텐데, 쑥잎을 틈틈이 훑어서 말리고 차로 덖는다. 볕을 쬐면서 쑥잎을 뜯고, 바람을 마시면서 쑥잎을 말린다. 그림책 《해와 바람, 그 후!》를 읽는다. 모래알로 빚은 그림이 무척 상큼하다. 그림은 붓으로도 그리지만, 물감으로도 그리지만, 연필로도 그리지만, 모래로도 그리네. 문득 잊고 지내던 그림이다. 바닷가에 가서도, 여느 빈터에서도 우리는 모래그림이나 흙그림을 그리며 노는걸. 모래로 빚은 그림에 얹은 이야기가 잔잔히 흐른다. 해랑 바람을 좋아하는 손길을 느낀다. 바람이랑 해하고 동무하려는 마음을 읽는다. 그림책에는 지워지지 않는 모래그림이 남는데, 아이들 누구나 맨손에 맨발로 흙바닥이나 모래바닥을 누리면서 언제나 모래그림이며 흙그림을 즐길 수 있기를 빈다. 어른이라면 흙바닥이나 모래바닥에 흙글씨나 모래글씨를 쓰면서 아이하고 이야기꽃을 지필 만하겠지. 쓰고 써도 또 쓰고 새로 쓸 수 있는 맨바닥은 참 멋진 그림판이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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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7.


《out of the shadows a life of Gerda Taro》

Francois Maspero 글, souvenir press, 2006 (2008 English)



  로버트 카파라는 분을 다룬 만화책을 읽으니 ‘게르다 타로’란 이름이 처음부터 끝까지 줄줄이 나왔다. 여태 이 이름은 몰랐기에 한참 들여다보았고, 구글을 거쳐 아마존에서 요모조모 찾아보았다. 참말로 로버트 카파 그늘에 가려 게르다 타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너무 일찍 죽고 말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사진밭에서는 영웅 한 사람을 세워서 기릴 뿐 아닌가 싶었고, 로버트 카파가 연 ‘매그넘’ 힘 때문일 수도 있으리라. 게르다 타로는 여성 보도사진가이기 앞서 ‘사진가’였다고 한다. 로버트 카파가 나서지 않고 싶은 일에서도 씩씩하게 나섰고, 로버트 카파는 담아내지 못한 기운찬 사진을 빼어나게 찍기도 했단다. 로버트 카파는 마흔을 넘긴 나이에 지뢰를 밟고 죽는데, 게르다 타로는 스물을 조금 넘긴 나이에 탱크에 밟혀 죽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2006년에 나오고 영어로 2008년에 나온 《out of the shadows a life of Gerda Taro》를 장만한다. 사진을 담은 책을 장만하고 싶었는데, 게르다 타로 삶을 그린 책이다. 그래도 좋다. 다음에는 사진을 담은 책을 만나리라 생각하며, 이녁 삶을 그린 이 책을 고이 건사해야지. 언젠가 이 책을 한국말로 옮겨 볼 이웃님을 만날 수 있으리라.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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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기 2018.5.6.


《3월의 라이온 6》

우미노 치카 글·그림/서현아 옮김, 시리얼, 2011.6.10.



여섯 해 만에 《3월의 라이온》 여섯째 권을 집는다. 다섯째 권까지 읽고는 이제 그만 읽을까 싶었다. 지난 여섯 해를 돌아보면 아이들하고 걸어온 길에 ‘책을 차츰 줄이자’는 생각이었다. 줄이고 줄여도 아직 책이 참 많은데, 여섯째 권을 쥐고 나니 일곱째 여덟째 아홉째 …… 잇달아 손에 쥔다. 웬 만화책을 이렇게 한꺼번에 잔뜩 읽어치우는지. 만화로 이야기를 담는 이웃님한테서 어떤 눈썰미나 마음길을 배우려고 만화책을 꾸준히 읽을까? 《3월의 라이온》에 나오는 사람들은 장기판을 둘러싸든, 수수한 살림집에서 길을 찾든, 이 언저리에서 제 넋을 잃으면서 헤매든, 다들 한 가지를 바라본다. 어디로 가야 좋을는지 뚜렷하게 잡아채지는 못하더라도 어디로든 가려고 하는 눈으로 삶길을 바라본다. 때로는 힘있게 제길을 바라보면서 잡아채려 하고, 때로는 뚜렷하게 보았다 싶은 길에서 멍하니 주저앉는다. 때로는 시샘을 하고, 때로는 괴롭히며, 때로는 바보짓을 한다. 서로 착하게 살면 좋으련만 좀처럼 착한 마음을 안 찾는 사람은 무슨 생각인지 아리송하기도 하다. 그러나 착함이란 밖에서 오지 않는다. 착한 마음은 휘둘리지 않는다. 고요히, 고이, 마음자리 거울을 바라보면서 앞길로 한 걸음씩 내딛으려 하면 된다. ㅅㄴㄹ


(숲노래/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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