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삯과 자전거와 새우


 2004년에 내 첫 책이 나온 뒤로 이제껏 글삯을 받지 않았다. 늘 책으로 받아 둘레에 나누어 주었다. 2010년 9월에 나온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또한 글삯으로 책을 쉰 권 사서 나누어 주고 있다. 나머지 글삯으로도 책을 살까 하다가 그만두고, 이 돈으로 가방 하나 새로 사려 한다. 몇 해 앞서부터 쓰는 40리터들이 가방은 끈이 거의 떨어져 아슬아슬하다. 이번에 47+5리터들이로 바꿀까 생각한다. 옆지기가 탈 자전거를 한 대 살 생각도 한다. 뼈대 빼놓고 모조리 망가진 내 자전거도 고치기로 한다. 음성 자전거집에 끌고 가서 여쭈니 견적이 18만 원 나온다. 값싼 부품으로 고치는 데에 이만 한 돈이다. 부품 급수를 한 단계 올리면 곱배기가 넘는 돈이 들고, 두 단계 올리면 서너 곱배기쯤 돈이 나온단다. 금요일에 새 부품을 받아 고치기로 하고 오늘은 그냥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오는 길에 가게에 들러 날새우를 칠천 얼마 어치 산다. 저녁으로 새우국을 끓인다. 가끔은 글삯을 조금 남겨 우리 살붙이 살아가는 데에 보태야겠다. (4343.9.30.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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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원짜리 새책


 우리 나라 책마을이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 《김성재-출판현장의 이모저모》(일지사,1999)라는 책을 틈틈이 들춘다. 우리교육 출판사에서 소식 한 가지를 띄운다며 ‘모둠 알림 편지’로 보낸 이야기 하나를 며칠 앞서 읽다가 울컥한다. 《출판현장의 이모저모》를 새삼스레 들춘다. 김성재 님이 1997년에 쓴 〈‘재고도서’라는 말과 할인판매〉라는 글을 읽는다.


.. 휴면도서를 덤핑으로 처분하는 것은 출판경영의 합리화와는 동떨어진 일이다. 그것은 오히려 출판계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출판사는 물론 서적상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며, 독자에게도 해를 끼치는 일이 될 것이다. 더구나, 도서의 정가제마저 아예 무너뜨리게 하기 십상이다. 우리는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려면 먼저 장서를 충실하게 하고 덤핑 서적 따위의 부실한 도서부터 솎아 내는 일을 해야 마땅하다 ..  (127∼128쪽)


 우리교육 출판사는 ‘경영 합리화’라는 이름을 내세워 다달이 내던 잡지 《우리교육》을 그만 내기로 하면서 《우리교육》을 만들던 일꾼을 모두 내쫓았다. 이러면서 잡지 《우리교육》이 아닌 ‘전교조 기관지’로 바꾸어 전교조 회원 교사가 싼값으로 한 해에 네 번 받아보도록 틀을 바꾸었다. 교육노동자 인권과 권리를 지키려 만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요, 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참된 배움을 교사와 아이와 어버이가 서로 나란히 누리는 데에 길잡이가 되도록 하려고 내놓던 잡지 《우리교육》이다. 잡지 《우리교육》은 그동안 ‘전교조 기관지’가 아닌 ‘읽을 만한 좋은 배움 잡지’ 노릇을 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우리교육 출판사 사장과 전교조 대표는 이런 《우리교육》을 무너뜨렸고, 이제는 ‘우리교육 출판사에서 내놓았던 알찬 어린이책’을 한 권에 2000원씩 싸게 판다고 널리 알린다. 나한테 온 누리편지를 보고 출판사 누리집에 들어가 보면 “여름방학 어린이책 파격! 균일가전!! 쑥쑥문고와 힘찬문고를 권당 2000원으로 구매하실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는 말을 붙인다.

 우리교육 출판사 낱권책은 헌책방에서 한 권에 2000∼2500원씩에는 팔린다. 아주 싸게 파는 데라면 1500원에 팔기도 하지만 이렇게 파는 헌책방은 퍽 드물다. 헌책방 일꾼은 당신 스스로 ‘책 값어치’를 깎아내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만드는 출판사 사장과 간부와 일꾼은 당신 출판사 이름뿐 아니라 책 값어치마저 하루아침에 와르르 허물고 만다.

 우리교육 출판사는 이번 ‘새책 2000원에 팔기’를 하면서 ‘재고도서 처분’에다가 ‘맞돈을 제법’ 손에 쥘는지 모른다. 그러나 한 번 맛들인 떨이 넘기기가 이번 한 번으로 그칠는지 알 길이 없다. 아니, 이번 한 번으로 그치는 떨이 넘기기라 할지라도, 떨이 넘기기를 한 번이라도 하는 출판사 앞날은 내다 보고 싶지 않다. 제아무리 훌륭한 책이라 할지라도 떨이로 내다 팔면 쳐다보기 싫다. 훌륭한 책은 알맞고 마땅한 값으로 사고팔아야 한다. 좋은 책은 ‘책에 적힌 값’ 그대로 사고팔아야 한다. 헌책방에서 파는 값보다 싸게 팔아치우려는 셈속으로 책마을을 흔드는 못난 짓을 하는 출판사에서 내놓는 책은 그지없이 볼썽사납다. 우리교육 출판사 사장과 간부와 일꾼은 스스로 얼마나 밉고 슬프며 괘씸한 짓을 저지르는지 깨달을까? 이런 터무니없는 바보짓을 하는 출판사에 당차게 사표를 내고 나오는 일꾼은 있을까? 이와 같이 터무니없는 짓이 일어나지 않도록 머리띠를 질끈 묶고 사표를 걸며 다부지게 맞서 싸우는 일꾼은 있는가? (4343.9.28.불.ㅎㄲㅆ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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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0-09-28 23:14   좋아요 0 | URL
올해 초 우리교육 사태가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교육이 어떤 잡지인데, 그런 일이 벌어지다니!
노조가 열심히 싸웠지만,
결국 출판계에서 노조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 가를 깨달으며 싸움을 접을 수 밖에 없었지요.

출판사가 가격 경쟁을 벌이고, 반값 할인이나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책을 파는 건,
모두 무리한 영업계획과 그를 바탕으로 한 경영계획 때문입니다.
이건 한번 시작되면 멈출 수 없는 악순환이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숲노래 2010-09-29 06:47   좋아요 0 | URL
우리교육에서 일어났던 일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사람도 드물었고, 우리교육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알아보려 하는 전교조 교사 또한 드물었으며, 우리교육 출판사 일을 강 건너 불 구경을 하는 출판사 일꾼이 참 많았습니다.

딱 열 해 앞서에는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대단한(?) 일을 저질렀고, 저는 이때 뒤로 '자음과모음' 책은 사 읽지도 비평하지도 않습니다. 속내를 들여다보며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 스스로 '전쟁미치광이'나 '전쟁장사꾼'하고 똑같은 짓을 저지르는 셈이 아닐까 싶어요.

여느 독자도 독자이지만, 전교조에 몸담은 교사들이라도 우리교육 출판사를 제대로 헤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지나친 꿈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좋은 책 2


 몸이 고단해 드러누워 보다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반듯하게 앉아 다소곳하게 읽도록 이끌 수 있을 때에 좋은 책. (4343.9.2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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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책 1


 훌륭한 작품을 보고 자란 사람이 훌륭한 삶을 일구지 않는다면 무슨 빛과 그늘이 있을까. (4343.9.22.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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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기 4


 글을 읽거나 책을 읽는 사람은 글을 쓰거나 책을 쓰는 사람이 어떤 마음인가를 알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이 삶처럼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읽는 동안 삶을 얼핏 들여다보며 살며시 어루만지다가는 눈물짓고 웃음지을 뿐입니다. 글쓴이 서른 해 삶을 읽을 수는 있어도 살아갈 수 없고, 지은이 예순 해 삶을 헤아릴 수는 있어도 살아낼 수 없습니다. (4343.9.2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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