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번 읽을 책값 9800원


 꽤나 비싸구려 책이 있고 꽤나 싸구려 책이 있습니다. 비싸구려 책이라 해서 사기 어렵거나 싸구려 책이라 해서 사기 쉽지 않습니다.

 오늘날 둘레에서 마주하는 사람들 가운데 먹고살기 넉넉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지 못합니다. 그러나 제 둘레에서 먹고살기 넉넉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치고 저보다 벌이가 적거나 저보다 작은 집에서 살거나 저보다 손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주머니가 변변하지 못한 주제에 마음을 사로잡는 책이 있으면 서슴지 않고 장만합니다. 돈벌이가 시원찮은 주제에 마음을 살찌우는 책이 있으면 머뭇거리지 않고 마련합니다. 집하고 도서관 달삯을 낼 때마다 갤갤대는 주제에 마음을 건드리는 책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사들입니다.

 그림책이든 만화책이든 사진책이든 글책이든, 저한테 좋은 책이기에 기쁘며 좋은 마음으로 사서 읽고 꽂아 놓으며 바지런히 다시 끄집어 내어 읽습니다.

 장만한 책을 한 번만 읽는 일은 없습니다. 아무리 어줍잖은 책이라 할지라도 세 번은 읽습니다. 꽤 괜찮은 책이라면 서른 번은 읽는다 할 만하고, 아주 훌륭한 책이라면 즈믄 번은 읽는다 할 만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성경책을 끼고 살곤 합니다. 저잣거리에서 장사하는 아주머니 아저씨 가운데에도 성경책만 되풀이해서 읽는 분이 제법 많습니다. 그야말로 얼핏 보면 ‘골수 예수쟁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며 얘기를 나누면 ‘살가운 이웃’입니다. 당신들이 성경책을 끼고 사는 까닭은 당신들한테 성경책처럼 수백 수천 번을 되풀이해 읽어도 아름답고 훌륭한 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늘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쓰는 글과 책이 온누리에서 가장 아름답거나 거룩하거나 훌륭한 글이나 책이 되리라 꿈꾸지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나는 나 스스로 내 글과 책이 나한테 성경책과 같도록 땀을 흘리고 마음을 기울이고 사랑을 바쳐야 한다고 꿈꿉니다. 한 번 글을 쓸 때마다 수없이 깎고 다듬고 고칩니다. 여러 해에 걸쳐 다시 쓰고 손질하고 가다듬습니다. 책으로 내놓는다면 다시 읽고 거듭 읽으며 다듬어 놓습니다. 책으로 찍혀 나오면 옆지기와 나란히 찬찬히 되읽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저 스스로 제 글을 읽으며 웃음을 짓거나 눈물을 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 스스로 내 글을 읽을 때에 내 웃음과 내 눈물을 자아내지 못한다면 내 글은 더할 나위 없이 엉터리라고 느낍니다. 나부터 내 글을 애틋하게 여기고 살가이 돌볼 수 있을 때에, 내 둘레 사람들한테 ‘이 글도 한 번 읽어 주셔요’ 하고 내밀 만합니다. 마땅한 노릇인데, 제 글이 성경책처럼 거룩하거나 훌륭하지 못할지라도 성경책과 다름없이, 또는 성경책과는 또다른 테두리에서 거룩하거나 훌륭할 수 있도록 내 삶을 추스르고 다스리면서 글로 엮어야 한다고 여깁니다.

 어느 애 아버지께서 책값 9800원을 못 쓰겠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따로 대꾸하지 않았으나 속으로 생각합니다. ‘참 아름다운 이런 책을 아이들한테 사서 읽히는 한편, 어버이 또한 함께 읽으면 아주 좋답니다. 책값 9800원을 쓰면 살림살이가 엉망이 되시나요? 책값 9800원이라고 하지만, 이 대단한 그림책은 한 번이 아니라 즈믄 번은 볼 책이에요. 즈믄 번을 보는 책이라 하면, 이 책을 장만한 값은 10원이 안 됩니다.’

 온누리에 비싼 책이란 없습니다. 온누리 모든 책은 제값을 합니다. 십만 원짜리 책이라 할지라도 백 번을 되읽는 책이라 할 때에는 천 원을 치르고 산 책입니다. 즈믄 번을 되읽는 책이라 하면 고작 백 원을 치르고 산 책일 테지요.

 우리 식구 가운데 저부터 즈믄 번을 읽고 옆지기가 즈믄 번을 읽으며 아이가 즈믄 번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책값이 얼마나 싼지 모릅니다. 더구나, 이렇게 온 식구가 즈믄 번씩 읽은 책은 우리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아이한테 사랑스러울 옆지기를 만나 저희네 아이를 낳아 기를 때에도 보고, 또 이 아이가 나중에 커서 새로운 옆지기를 만나 새로운 아이를 낳아 기를 때에도 볼 터이니, 얼마나 값싸고 고마운 책이 될까요.

 참말 책값처럼 싸디싼 값이 없습니다. 참으로 책값처럼 적은 돈을 들이며 마음을 살찌우고 북돋우며 일구는 빛줄기가 없습니다. 참 책처럼 적은 돈으로 사랑과 믿음을 일깨워 따스하고 넉넉하도록 도와주는 스승이란 없습니다. (4343.5.1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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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mssim 2010-05-17 13:45   좋아요 0 | URL
좋은 책을 만났을 때의 기쁨은 어디에도 비할 바 없지요.
저도 가끔 그런 책을 만나면 아껴가며(?) 읽습니다.
아, 성경도 좀 많이 읽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숲노래 2010-05-18 05:53   좋아요 0 | URL
무슨 책이든 사람들이 좋다고 할 만한 아름다운 책을 하나쯤 간직하고 있으면 아주 기쁘겠어요..

카스피 2010-05-18 18:57   좋아요 0 | URL
ㅎㅎ 아무리 비싼 책이라도 많이 읽으면 결국 싸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네요^^
 


 아름다운 책 하나를 추릴 수 있을까
 ― 지난 열 해 따스히 보듬은 140가지 책을 돌아보며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읽은 책 가운데 꼭 한 가지만을 추려서 지난 열 해에 걸쳐 이 책 하나가 더없이 아름답다고 묻는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한 가지 책을 어떻게 추릴 수 있겠어요. 그러나 그동안 만나고 읽은 책을 들라고 하면 몇 날 몇 달을 쉬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온누리에는 참으로 좋은 책이 아주 많은데, 이 좋은 많은 책들 가운데 꼭 한 가지만을 가장 좋거나 아름답거나 훌륭하다고 손꼽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삶터는 1등만을 내세우거나 앞세웁니다. 2등조차 살피지 않을 뿐더러, 등수에 들지 않으면 아예 없는 사람 다루듯 합니다. 이는 책마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등수에 드는 책들이 많이 팔리고 많이 읽히며 ­‘많이 팔리고 많이 읽힌 책 = 좋은 책’처럼 여깁니다. 언론사들은 ‘지난날 베스트셀러 통계’는 내지만, 사람들마다 다 다르게 가슴에 아로새겨진 다 다른 아름다운 책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우리한테 아름다운 책이라 할 때에는 이 책이 고작 10권만 팔린 책일 수 있고, 첫판 1000권을 가까스로 찍었으나 열 해 동안 1000권조차 안 팔리며 조용히 사라진 책일 수 있습니다. 1000만 사람 가슴을 울린 책 또한 아름답지만 1000사람도 아닌 열 사람 가슴을 울린 책 또한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꼭 한 사람 가슴을 울린 책 또한 아름답습니다.

 누리신문 〈오마이뉴스〉에서 설문받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열 해에 걸쳐 가장 아름답다고 느낀 책을 묻고 있습니다. 저도 이 설문에서 세 가지 책을 골라서 이야기했습니다. 어쩌는 수 없이 세 가지 책을 추렸습니다. 제가 추린 세 가지 책은 만화책과 글책과 사진책, 이렇게 셋으로 나누어 하나씩 적바림했습니다.

 먼저 만화책으로는 호연 님이 그린 《도자기》를 추렸고, 《도자기》를 추린 까닭을 “한국에서 나오는 만화책들은 거의 모두 일본 만화입니다. 한국에서 나오는 만화라 하여도 ‘한국 문화와 삶과 터전과 이야기’를 살뜰히 삭여내어 빚어낸 작품은 열손가락이 아닌 다섯손가락으로 꼽기 힘들 만큼 일본 만화에 젖어들거나 흉내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만화쟁이 깜냥껏 당신 그림결을 이룬 분들마저 언제나 새로우면서 재미있고 멋진 작품을 일구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이런 우리 만화 흐름에서 ‘호연’ 님은 당신이 배운 고고미술학을 바탕으로 도자기 하나와 얽힌 이야기를 살갑고 알차게 엮어서 보여줍니다. 우리네 만화 문화가 나아갈 좋은 길을 보여주는 작품이요, 이 작품 《도자기》 하나로도 뭉클함과 아름다움이란 어떠한가를 알려줍니다.” 하고 적었습니다.

 다음으로 글책으로는 이숙의 님이 쓴 《이 여자, 이숙의》를 추렸으며, 《이 여자, 이숙의》를 추린 까닭으로 “옳고 곧게 꾸리는 삶과 한 사람을 사랑하는 믿음을 지키는 삶이란 무엇인가를 더없이 아름답고 곱게 갈무리한 책입니다. 주의주장이나 이념을 훌훌 넘어 아름다운 삶과 사랑과 마무리란 무엇인지를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흔히 미국땅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한테서만 ‘아름다운 삶과 사랑과 마무리’를 들여다보면서 엿보며 배운다고 하는데, 바로 이 땅에서 그지없는 아름다움을 꽃피우면서 눈물과 웃음을 남긴 한 사람 발자국을 찾아보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나온 책 가운데 저한테 가장 깊이 울린 책 하나를 꼽으라면 《이 여자, 이숙의》를 망설이지 않고 꼽습니다. 아름다운 삶을 바라고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갈무리하고프다면 이 책을 세 번쯤 읽으며 내 삶을 바꾸어 주면 됩니다.” 하고 적바림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진책으로는 김기찬 님이 찍은 《역전 풍경》을 추렸는데, 《골목 안 풍경》이 아닌 《역전 풍경》을 추린 까닭으로 “《골목 안 풍경》이라는 사진 작품을 남긴 김기찬 님이 일군 또다른 사진 눈길이 《역전 풍경》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기차역인 서울역을 둘러싸고 사람들이 어떻게 부대끼고 섞이는가를 수수하게 보여줍니다. 긴말과 군말 없이 사진 한 장으로 우리 마음밭에 이야기 한 자락이 촉촉히 젖어드는 손길을 건넵니다. 사진이란 어떻게 찍고, 사진이란 무엇을 담으며, 사진이란 누구와 만나는가를 밝히는 책입니다.” 하고 붙임말을 달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설문받기를 했지만 마음이 무겁습니다. 세 권으로 추린 책이 아닌 다른 수많은 책들이 서운하게 느낄밖에 없으니까요. 제 어설프고 어줍잖고 어리숙한 마음밭을 알뜰살뜰 일구며 돌보아 준 그 많은 책들을 모르는 척 등돌릴 수 없으니까요. 해가 갈수록 지난날에는 미처 알아보지 못한 반가운 책이 틀림없이 있기 때문에, 2011년이나 2012년에 이 글을 다시 여민다면 이 목록에 새 책을 넣을 수 있습니다. 한 해를 새로 맞이할 때마다 새삼스레 느끼는데, 한 해 한 해 새로운 좋은 책을 만나며 제 삶은 나날이 넉넉하게 거듭나고 곱게 다시 태어나는구나 싶습니다. 앞으로 열 해를 새롭게 살아갈 수 있으면 이동안에 또다시 새삼스레 만날 책들이 무엇이 있을는지 몹시 궁금합니다.

 2010년 4월 20일 잣대로 지난 열 해에 걸쳐 저하고 복닥인 책들 가운데 제 둘레 이웃한테 즐거이 선물해 주고 있는 한편, 제 책꽂이에 곱다시 꽂혀 있는 책들을 가려서 책이름만 밝혀 봅니다. 이 140가지에 이르는 책들 이름을 밝히면서 저를 사랑하고 아껴 주면서 제 넋에 사랑과 믿음을 심은 고마운 분들 마음씀을 기리고 싶습니다. (4343.4.20.불.ㅎㄲㅅㄱ)
 





● 2009년 - 14가지
 《우애의 경제학》(가가와 도요히코 씀,그물코 펴냄)
 《엄마가 사랑해》(도리스 클링엔베르그 씀,숲속여우비 펴냄)
 《흐느끼는 낙타》(싼마오 씀,막내집게 펴냄)
 《필립 퍼키스와의 대화》(필립 퍼키스 말,안목 펴냄)
 《아돌프에게 고한다 1∼5》(데즈카 오사무 그림,세미콜론 펴냄)
 《리틀 포레스트 2》(이가라시 다이스케 그림,세미콜론 펴냄)
 《민들레솜털》(오자와 마리 그림,북박스 펴냄)
 《매미 울음소리 그칠 무렵》(요시다 아키미 그림,애니북스 펴냄)
 《여자의 식탁 1∼5》(시무라 시호코 씀,대원씨아이 펴냄)
 《지로 이야기 1∼3》(시모무라 고진 씀,양철북 펴냄)
 《잊혀진 미래》(팔리 모왓 글,달팽이 펴냄)
 《희망을 여행하라》(이혜영과 임영신 글,소나무 펴냄)
 《시타델의 소년》(제임스 램지 울만 글,양철북 펴냄)
 《소꿉》(편해문 사진,고래가그랬어 펴냄)

● 2008년 - 12가지
 《국가는 폭력이다》(레프 톨스토이 씀,달팽이 펴냄)
 《니사》(마저리 쇼스탁 씀,삼인 펴냄)
 《지구를 걸으며 나무를 심는 사람, 폴 콜먼》(폴 콜먼 씀,그물코 펴냄)
 《도자기》(호연 그림,애니북스 펴냄)
 《페르세폴리스 2》(마르잔 사트라피 그림,새만화책 펴냄)
 《내 어머니 이야기 1》(김은성 그림,새만화책 펴냄)
 《PONG PONG 1∼3》(오자와 마리 그림,대원씨아이 펴냄)
 《눈물나무》(카롤린 필립스 씀,양철북 펴냄)
 《음주가무연구소》(니노미야 토모코 그림,애니북스 펴냄)
 《단풍나무 언덕 농장의 사계절》(마틴 프로벤슨+앨리스 프로벤슨 그림,북뱅크 펴냄)
 《우리가 바꿀 수 있어》(프리드리히 카를 베히터 그림,보림 펴냄)
 《내가 바라본 격동의 한국》(구와바라 시세이 사진,눈빛 펴냄)

● 2007년 - 9가지
 《슬픈 미나마타》(이시무레 미치코 씀,달팽이 펴냄)
 《이 여자, 이숙의》(이숙의 씀,삼인 펴냄)
 《산다는 것의 의미》(고사명 씀,양철북 펴냄)
 《청개구리》(이금옥+박민의 글ㆍ그림,보리 펴냄)
 《금희의 여행, 아오지에서 서울까지 7000km》(최금희 씀,민들레 펴냄)
 《지는 꽃도 아름답다》(문영이 씀,달팽이 펴냄)
 《숲에서 크는 아이들》(이마이즈미 미네코+안네테 마이자 씀,파란자전거 펴냄)
 《잘 먹겠습니다》(요시다 도시미찌 씀,그물코 펴냄)
 《벚꽃 핀 길을 너에게 주마》(김정희 씀,문학의전당 펴냄)

● 2006년 - 11가지
 《장미마을의 초승달 빵집》(모이치 구미코 씀,한림출판사 펴냄)
 《낫짱이 간다》(김송이 씀,보리 펴냄)
 《여군은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는다》(피우진 씀,삼인 펴냄)
 《나무소녀》(벤 마이켈슨 씀,양철북 펴냄)
 《청소녀 백과사전》(김욱+나오미양 글ㆍ그림,낮은산 펴냄)
 《백성백작》(후루노 다카오 씀,그물코 펴냄)
 《삶은 기적이다》(웬델 베리 씀,녹색평론사 펴냄)
 《들꽃 이야기 1》(박연 글ㆍ그림,허브 펴냄)
 《레니 리펜슈탈 : 금지된 열정》(오드리 설킬드 씀,마티 펴냄)
 《김영갑 1957∼2005》(김영갑 글ㆍ사진,다빈치 펴냄)
 《바람 속에 서 있는 아이》(고시미즈 리에코 씀,산하 펴냄)

● 2005년 - 23가지
 《두 친구 이야기》(안케 드브리스 씀,양철북 펴냄)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는 섬》(전민조 사진,눈빛 펴냄)
 《뚝딱뚝딱 인권짓기》(인권운동사랑방 씀,야간비행 펴냄)
 《나무를 안아 보았나요》(조안 말루프 씀,아르고스 펴냄)
 《사진이란 무엇인가》(최민식 씀,현문서가 펴냄)
 《꽃 피우는 아이 티스투》(모리스 드리용 씀,길벗어린이 펴냄)
 《나의 수채화 인생》(박정희 글ㆍ그림,미다스북스 펴냄)
 《바보 만들기》(존 테일러 개토 씀,민들레 펴냄)
 《해피투게더 1∼6》(가와쿠보 카오리 그림,학산문화사 펴냄)
 《내 나이가 어때서?》(황안나 씀,샨티 펴냄)
 《재활용 아저씨 고마워요》(알리 미트구치 그림,풀빛 펴냄)
 《초록의 공명》(지율 씀,삼인 펴냄)
 《항생제 중독》(고와카 준이치 씀,시금치 펴냄)
 《나는 아들에게서 세상을 배웠다》(기류 유미코 씀,샨티 펴냄)
 《푸른 하늘 클리닉 1∼8》(카루베 준코 그림,학산문화사 펴냄)
 《사계절 생태놀이》(붉나무 글ㆍ그림,돌베개어린이 펴냄)
 《버마전선 일본군 ‘위안부’ 문옥주》(모리카와 마치코 씀,아름다운사람들 펴냄)
 《검지에 핀 꽃》(조혜영 씀,삶이보이는창 펴냄)
 《숲속의 꼬마 인디언》(루터 스탠딩 베어 씀,갈라파고스 펴냄)
 《아버지와 아들》(에리히 오저 플라우엔 그림,새만화책 펴냄)
 《내가 무슨 선생 노릇을 했다고》(이오덕 씀,삼인 펴냄)
 《무너미 마을 느티나무 아래서》(이오덕 씀,한길사 펴냄)
 《도토리의 집 1∼7》(야마모토 오사무 그림,한울림 펴냄)

● 2004년 - 18가지
 《9월이여 오라》(아룬다티 로이 씀,녹색평론사 펴냄)
 《즐거운 불편》(후쿠오카 켄세이 씀,달팽이 펴냄)
 《제7의 인간》(존 버거+장 모르 글ㆍ사진,눈빛 펴냄)
 《행운아》(존 버거+장 모르 글ㆍ사진,눈빛 펴냄)
 《다시 야생으로》(어니스트 톰슨 시튼 씀,지호 펴냄)
 《곰아》(호시노 미치오 사진,진선출판사 펴냄)
 《요츠바랑! 1∼8》(아즈마 키요히코 그림,대원씨아이 펴냄)
 《희망은 있다》(페트라 켈리 씀,달팽이 펴냄)
 《잃어버린 풍경》(김기찬 사진,눈빛 펴냄)
 《추억의 학교》(조반니 모스카 씀,우리교육 펴냄)
 《1% 당신은 그 안에 있습니까?》(자이쓰 마사키 씀,창조문화 펴냄)
 《남쪽 손님》(오영진 그림,길찾기 펴냄)
 《신체적 접촉에 관한 짧은 회상》(정송희 그림,새만화책 펴냄)
 《미스터 레인보우 1∼2》(송채성 그림,시공사 펴냄)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임길택 씀,보리 펴냄)
 《곡마단 사람들》(오진령 사진,호미 펴냄)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이희재 그림,청년사 펴냄)
 《강이, 나무가, 꽃이 돼 보라》(데이비드 스즈키+오이와 게이보 씀,나무와숲 펴냄)

● 2003년 - 17가지
 《말해요 찬드라》(이란주 씀,삶이보이는창 펴냄)
 《꼬마 인형》(가브리엘 벵상 그림,열린책들 펴냄)
 《로빙화》(중자오정 씀,양철북 펴냄)
 《놀이터를 만들어 주세요》(모니카 도페르트 글ㆍ그림,동쪽나라)
 《마흔에 길을 나서다》(공선옥 씀,월간 말 펴냄)
 《한국의 일상 이야기》(에릭 비데+니코비 글ㆍ그림,눈빛 펴냄)
 《천천히 읽기를 권함》(야마무라 오사무 씀,샨티 펴냄)
 《어머니의 손수건》(이용남 사진,민중의소리 펴냄)
 《녹색세계사》(클라이브 폰팅 씀,그물코 펴냄)
 《기생수 1∼8》(히토시 이와키 그림,학산문화사 펴냄)
 《우리 동네 사람들》(양해남 사진,연장통 펴냄)
 《코끼리를 쏘다》(조지 오웰 씀,실천문학사 펴냄)
 《현대 어린이문학》(우에노 료 씀,사계절 펴냄)
 《라다크 소년 뉴욕에 가다》(헬레나 노르베리-호지+스티븐 고어릭+존 페이지+메튜 운터베르거 글ㆍ그림,녹색평론사 펴냄)
 《골목안 풍경 6, 1972~2002》(김기찬 사진,눈빛 펴냄)
 《엄마 없는 아이와 아이 없는 엄마와》(츠보이 사카에 씀,우리교육 펴냄)
 《슬픈 나막신》(권정생 씀,우리교육 펴냄)

● 2002년 - 15가지
 《역전 풍경》(김기찬 사진,눈빛 펴냄)
 《수달 타카의 일생》(헨리 윌리엄슨 씀,그물코 펴냄)
 《나무 위 나의 인생》(마거릿 D.로우먼,눌와 펴냄)
 《백 가지 친구 이야기》(이와타 겐자부로 그림,호미 펴냄)
 《종이 인간》(페르난도 알론소 그림,해나라 펴냄)
 《회색곰 왑의 삶》(어니스트 톰슨 시튼 씀,지호 펴냄)
 《빈민의 식탁 1∼5)》(마키 오츠보 그림,학산문화사 펴냄)
 《에어리어88 1∼23》(신타니 카오루 그림,서울문화사 펴냄)
 《산골 아이》(임길택 씀,보리 펴냄)
 《녹색 시민 구보 씨의 하루》(존 라이언+앨런 테인 더닝 씀,그물코 펴냄)
 《어린이의 권리》(레지오 에밀리아 시립 영유아센터 아이들 씀,다음세대 펴냄)
 《닥터 노구찌 1∼9》(토시유키 무츠 그림,학산문화사 펴냄)
 《괜찮아》(고정욱+최호철,낮은산 펴냄)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더글러스 러미스 씀,녹색평론사 펴냄)
 《우리 할머니》(오니시 히로미 그림,필북 펴냄)

● 2001년 - 13가지
 《당신의 손이 따뜻할 때 1∼10》(준코 카루베 그림,서울문화사 펴냄)
 《신ㆍ엄마손이 속삭일 때 1∼13》(준코 카루베 그림,세주문화 펴냄)
 《내 마음속의 자전거 1∼13》(미야오 가쿠 그림,서울문화사 펴냄)
 《GREEN 1∼4》(니노미야 토모코 그림,학산문화사 펴냄)
 《모래 군의 열두 달》(알도 레오폴드 씀,따님 펴냄)
 《키노쿠니 어린이 마을》(호리 신이치로 씀,민들레 펴냄)
 《농사꾼 아이들의 노래》(이오덕 씀,소년한길 펴냄)
 《취중진담 1∼3》(송채성 그림,서울문화사 펴냄)
 《B급 좌파》(김규항 씀,야간비행 펴냄)
 《라스무스와 방랑자》(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씀,시공사 펴냄)
 《박정희 할머니의 육아일기》(박정희 글ㆍ그림,한국방송출판 펴냄)
 《싸우는 아이》(손창섭 씀,우리교육 펴냄)
 《다르게 보는 아이들》(게르다 윤 씀,백의 펴냄)

● 2000년 - 8가지
 《안톤 카이투스의 모험》(야누스 코르착 씀,내일을여는책 펴냄)
 《블루백》(팀 윈튼 씀,눌와 펴냄)
 《토토로의 숲을 찾다》(요코가와 세쯔코 씀,이후 펴냄)
 《주명덕 초기 사진들》(주명덕 사진,시각 펴냄)
 《민족은 사라지지 않는다》(송두율 씀,한겨레신문사 펴냄)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1∼7》(미야자키 하야오 그림,학산문화사 펴냄)
 《연변으로 간 아이들》(김지연 사진,눈빛 펴냄)
 《어린이 공화국 벤포스타》(에버하르트 뫼비우스 씀,보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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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사랑 2010-04-24 22:44   좋아요 0 | URL
멋진 책들이네요 ^^
 


 글을 쓸 때에


 글을 쓸 때에 나는 꼭 한 가지를 생각한다. 이 글을 쓴 나부터 내 글을 읽고 활짝 웃거나 꺼이꺼이 울 만하지 않다면 굳이 글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때로는 빙그레 웃을 글을 쓰고, 어느 날에는 조용히 눈물지을 글을 쓸 테지. 그러니까, 나부터 내가 쓴 글을 읽는 사람이 되어 내 글에서 마음을 움직이는 아름다움을 느껴야 비로소 글다운 글이라는 이야기이다. 남들이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마음쓸 까닭이 없다. 내가 알아줄 수 있는 아름다운 글이어야 한다. 내가 알아주는 아름다운 글일 때에는 나는 웃음어린 목소리나 눈물젖은 목소리로 내 삶을 내가 왜 글로 담아내어 읽히려 하는지를 들려줄 수 있다. (4343.3.2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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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람은 책을 왜 ‘못’ 읽을까
 ― ‘책읽기 운동’이 널리 뿌리내리지 못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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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지기가 아기와 함께 일산에 가 있습니다. 저는 인천과 일산을 이틀에 한 번씩 오가면서 도서관 지키기와 옆지기네 식구와 함께 지내기를 되풀이합니다. 길그림책에서 자로 죽 그으면 가까운 두 곳이라,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달리면 한 시간이 채 안 걸리며 오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처럼 자가용을 모시지 않는 사람들은 오로지 전철이나 버스로(또는 자전거로) 오가야 하는데, 부평역 앞으로 가서 버스로 타면 삼십 분쯤 시간이 줄지만, 그래 보아야 전철과 버스에서 두 시간 넘게 보내야 하는 일은 다르지 않습니다(자전거로 오가는 길은 까마득하지만, 꼭 한 번 뚫어내고 싶습니다).

 삼십 분쯤 시간을 줄이는 버스 타기는 찻삯이 1600원 더 듭니다. 그러나 이보다 버스는 몹시 흔들리기에 책을 읽으면서 가기 힘들 뿐더러, 도원역에서 부평역으로 전철을 타고 간 뒤 기나긴 지하상가를 거쳐서 버스역 앞으로 빠져나오는 데에 고달프고 시간이 제법 걸리는 한편, 40분에 한 대 오는 버스를 잡아타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이리하여 몇 번쯤 버스 타기를 하다가 그만두기로 하고, 두 시간 반이 넘게 걸리는 전철 타기만 하기로 합니다. 이러다 동안, 일산을 오가는 다섯 시간 남짓 전철칸에서 책 몇 권쯤 너끈히 읽어냅니다. 가방에 책을 한두 권만 챙기면 오래지 않아 읽을거리가 없어 지루해지니 너덧 권쯤 넉넉히 챙기고, 서울을 거칠 때 책방 나들이를 살짝살짝 하면서 몇 권쯤 더 장만합니다.

 그런데 처음 몇 번은 두 시간 반이 넘는 전철길에서 졸음을 좇아가며 책을 읽을 수 있었으나, 네 번 다섯 번, 열 번 스무 번 …… 오가는 회수가 늘어나면서 몸에 고단함이 쌓이니 삼십 분이나 한 시간쯤은 꾸벅꾸벅 졸거나 자게 됩니다. 아무리 재미나거나 훌륭한 책을 손에 쥐어도 터져나오는 하품을 막을 길 없습니다. 감기는 눈꺼풀을 이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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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지기 어머님은 하루 내내 집에 있어도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밥을 하고 반찬을 마련합니다. 밥을 먹는 동안 아기가 잘 노는가에 눈길이 가고, 일찍 밥먹기를 마치고 아기를 어르거나 업고 재워 주려 합니다. 언제나처럼 설거지를 도맡고, 식구들 옷 빨래를 하며 식구들 지내는 방과 마루와 부엌과 씻는방까지 치우고 쓸고 닦습니다. 설거지를 마치고 빨래나 청소를 하노라면 어느새 낮밥 때가 다가오고, 낮밥을 먹고 잠깐 숨을 돌릴라치면 어느 결에 저녁 때가 다가옵니다. 커피 한 잔 느긋하게 즐길 틈 없이 저녁 늦게까지 몰아치다가, 바야흐로 저녁 연속극 할 무렵 텔레비전 앞에 풀썩 주저앉게 됩니다. 출퇴근길에 치인다거나 논밭 일로 몸을 쓰지 않더라도 하루 해가 긴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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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인천에서 일산으로 옵니다. 오다가 용산역에서 내려 헌책방 〈뿌리서점〉에 들릅니다. 헌책방 〈뿌리서점〉 아저씨는 지난 두어 주 사이에 책 갈무리를 크게 하면서, 이제까지 쌓여 있던 몇 만 권쯤 되는 책을 치워 책시렁 사이가 무척 넓게 트였습니다. “(책방도) 구조조정 해야지!” 하면서 웃는 아저씨는, 이 많은 책을 너털웃음으로 ‘구조조정’이라 하시지만, 얼마나 힘들고 가슴이 아팠을까 싶습니다.

 시원하게 트인 골마루를 슬슬 거닐면서 책을 하나하나 살핍니다. 1984년 1월에 1쇄가 나오고 1988년 12월에 2쇄가 나온 《책은 만인의 것》(보성사)이라는 책이 눈에 뜨입니다. 헌책방 나들이를 하면 곧잘 보이는 책으로, ‘출협 재직 18년 동안의 기록’이라는 작은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글쓴이 이경훈 님은 1923년에 파주에서 태어나 보성사라는 출판사를 1961년에 열었고,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에서 오래도록 일한 깜냥을 이 책 하나로 모두어 냈습니다.

 1970년 1월 30일에 〈한국잡지계〉라는 잡지에 실었다고 하는 “독서운동과 우리의 문제점”이라는 글을 펼쳐서 읽어 봅니다.


.. 독서운동은 식자들 사이에서 제창된 지 오래고, 그 식자란 우리 온 민족이 숭앙한 선각자 지도자들로, 그들은 한결같이 이 운동을 부르짖어 왔다. 이렇게 독서하라고 외쳤건만 이 운동은 아직도 민중의 생활 속에 뿌리박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우선 이 운동이야말로 절규나 호소 따위만으로는 안 된다는 반성과 함께, 보다 과학적ㆍ실무적이고 비근한 방법과 국가적 에너지의 투입을 절실히 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301쪽)


 이 글이 쓰인 때가 1970년 1월이니 1969년까지 이루어지고 있던 ‘독서운동’에 얽힌 잘잘못과 아쉬움과 모자람을 다루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2009년이니, 꼭 마흔 해 묵은 ‘독서운동’을 다룬다고 할 만합니다.


.. 도서란 상품은 특수하여 그것을 안 읽는 국민에게는 가치없는 물건이 되며, 도서의 가치는 그 나라의 민권의 신장도와 정비례한다는 점이다. 일제시대 우리의 신소설류가 시장의 땅바닥이나 길가에서 뒹굴어 다니던 모멸의 시대를 회상해야 한다. 어린이에게, 그리고 직장에서 일하는 모든 샐러리맨에게 독서할 시간과 장소와 그리고 책다운 책을 주어라. 비근한 이야기로, 출퇴근 시간을 엄격히 지켜 책 볼 시간에 할애하라. 책을 읽고 좋은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는 후하게 상을 주라. 또한 독서하도록 여건을 부여하는 데 한걸음 다가서기 위해서 의식주 생활을 개선해 보자. 이 자세만이 독서운동의 지름길인 것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책을 읽는다는 것 때문에 주위의 눈총을 받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  (307쪽)


 2000년대 우리 나라에는 ‘북스타트’ 운동도 있고, ‘한 도시 한 책’ 운동이 있으며, ‘기적의 도서관’이나 ‘느낌표 책’ 운동도 있습니다. 김해 같은 도시에서는 ‘책도시’로 거듭나겠다고 외치며, 경기도 파주는 ‘출판도시(북시티)’라는 이름을 달고 있기도 합니다. 책을 읽자는 이야기를 다루는 방송 풀그림이 제법 있으며(다만, 이 풀그림을 볼 수 있는 시간대가 너무 아리송하지만), 신문과 잡지에서는 꼬박꼬박 ‘새로 나온 읽을 만한 책’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 이루어지는 갖가지 ‘책읽기 운동’은 사람들이 넉넉한 마음으로 책을 읽도록 이끄는 데에는 여러모로 모자라거나 아쉽다고 느껴집니다. 이경훈 님이 1970년에 말하듯 “독서할 시간과 장소와 그리고 책다운 책을 주어라” 하는 세 가지는 마흔 해가 지나도록 거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일본은 미국과 견주어 도서관 숫자가 1/10밖에 안 된다면서 ‘도서관이 너무 없다’고 말했다는데, 이무렵 우리 나라는 일본과 견주어 도서관 숫자는 1/100이라 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몹시 적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1970년부터 2009년까지, 우리 나라 도서관은 얼마나 늘어났을까요. 우리 정부는 나라안 국ㆍ공ㆍ시ㆍ구립 도서관과 동네 도서관이 문을 열 수 있게끔 얼마나 뒷배를 하고 있을까요.


.. 다시 강조하거니와 모든 국민이 자기 집 가까운 곳에 아담한 도서관을 지어 주는 시책을 위해서라면, ‘특별세’라도 더 내는 것도 좋겠다고 하는 기운이 바야흐로 높아졌음을 첨언하는 바이다 ..  (125쪽/1979)


 2009년 한국 사회를 다시금 돌아봅니다. 나라살림을 꾸리는 이명박 대통령은 ‘네 줄기 큰 강’을 손질하고 ‘인천∼서울 물길’을 트는 데에 10조 원이 넘는 돈을 들이겠다고 외칩니다. 지금 외쳐지는 돈은 10조 원이지만, 공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훨씬 더 많은 돈이 바쳐지리라 봅니다. 여기에, 새로운 고속도로와 고속국도를 닦는 데에 몇 조 원이라는 돈이 또다시 바쳐지고 있습니다. 또한, 새 자전거길을 닦는다는 데에도 몇 조 원을 들인다는 계획이 나옵니다.

 가만히 살피면, 정부가 내놓는 계획은 오로지 ‘건설공사’일 뿐입니다. 있는 시설을 알뜰살뜰 가꾸거나 매만지면서 북돋운다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도서관 하나를 짓는 데에 얼마나 큰돈이 있어야 하는지 모를 노릇이지만, 동네마다 알맞는 크기로 조촐하게 짓는다고 한다면(10만 권쯤 갖추는 도서관으로), 책값을 더해서 15∼20억쯤 들리라 봅니다. 10만 권쯤 되는 책은 한 층짜리 건물로 예순 평이어도 되고, 두 층짜리면 쉰 평이어도 넉넉하며, 세 층짜리면 마흔 평이어도 괜찮습니다. 많이 잡아 20억이라 할 때에, 1조 원이라는 돈이면 아무리 못해도 500 군데에 이르는 도서관을 새로 지을 수 있습니다. 도서관 500군데라면 전국 시ㆍ군뿐 아니라 읍 단위까지 도서관을 하나씩 놓을 수 있고, 도시에서는 웬만한 구 하나마다 도서관을 새로 지을 수 있는 셈이라고 느낍니다. 주민 숫자가 적은 시골에서는 10만 권쯤 갖추는 도서관보다 5천 권이나 1만 권쯤 갖추는 도서관으로 더 작게 하여 리 단위에 하나씩 지을 때가 훨씬 도움이 되니, 이렇게 한다면, 우리 나라 전국 어디에나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 시설을 마련할 수 있어요. 나아가, 새 건물을 짓지 않고 ‘동네마다 지역 문화와 삶터를 보여줄 수 있는 집을 조금 손질해서 쓴다’면 책꽂이 값만 새로 들면 되기에, 5000군데나 1만 군데에 이르는 도서관을 새로 마련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나라 도서관은 몇 해 사이에 아무리 적어도 1000군데를 훌쩍 넘기게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도서관을 골골샅샅 마련하면, 건물짓기나 건물늘리기로 그치지 않고, 우리 생활문화가 차츰 나아지면서 ‘좋은 책 애써 펴내는 출판사’에서도 힘겨이 펴낸 좋은 책이 ‘안 팔리고 묻히는 일’이 거의 사라집니다. 동네 사람들은 책이 베푸는 선물을 기쁘게 받아먹을 수 있고, 책마을 사람들은 더 힘을 내어 더욱 좋은 책을 펴내도록 뒷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 4 -

 나라에서 전투기 한 대 살 돈을 아끼어 도서관 백 군데를 마련하도록 마음을 쏟거나, 도심지 거님길돌을 갈아치우지 말고 이 돈으로 초중고등학교 도서관에 새책을 사 주면 얼마나 좋으랴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라에서만 애쓴다고 될 수 있는 ‘책읽기 운동’이 아니라고 느낍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책을 읽을 수 없도록 매여 있습니다.

 먼저, 아이들은 지옥과 같은 대입시험 틀거리에 매여 있습니다. 하루 스물네 시간이 온통 고3 수험생 때 맞이할 수능시험에 맞춰져 있습니다. 집과 학교와 학원만 오가도록 짜여져 있습니다. 교과서와 참고서 아니면 들여다보지 못하게끔 막혀 있습니다. 아이들한테 쓰여지는 돈은 아이 마음밭을 살찌우고 몸뚱이를 튼튼하게 북돋우는 데가 아니라, 나라안 일류대학교에 들어갈 시험을 잘 치러 한 문제라도 더 맞히게끔 하는 지식쪼가리를 머리속에 집어넣는 데에 바쳐집니다. 초등학교 들기 앞서부터 수많은 과외삯과 학원삯을 대야 하느라 어른들은 무척 바쁩니다.

 그런데, 어른들도 아이를 낳아 기를 때부터 ‘아이 키우는 돈(종이기저귀 값, 분유 값, 산후조리원 값, 놀이방 또는 유치원 값 ……)’을 버느라 아이와 함께할 겨를이 없을 뿐더러, 일터에서 돈버는 데에도 지칩니다. 어른들 스스로 자기 마음밭을 살찌우거나 몸뚱이를 튼튼하게 하지 못합니다. 집이고 일터이고 시달리고 지치다 보니, 전철을 타건 잠깐 숨돌릴 틈이 나건 책을 손에 쥐지 못합니다. 더군다나, 요즈음은 자가용을 몰아 출퇴근을 해 버릇하기에 책을 펼 생각을 아예 못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제 어버이가 책을 가까이하는 모습을 거의 못 봅니다. 그나마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여러 가지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읽히지만, 중학교 들어갈 무렵이면 오로지 입시교재만 보게 되어 있는 데에다가 여러 해 동안 이런 흐름에 길들게 되기에, 고등학교를 마치고 나서 ‘교재가 아닌 진짜 책’을 볼 마음을 스스로 불러일으키지 못합니다.
 





 - 5 -

 ‘책을 읽자’고 외치는 사람 스스로, ‘책읽을 사람’이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모르지 않느냐 싶습니다. 1970년에도 2009년에도,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이 왜 책을 못 읽거나 멀리하는지를 ‘책을 읽자’고 말하는 사람들 스스로 잘못 알거나 엉뚱하게 헤아리지 않느냐 싶습니다.

 ‘책을 못 읽는 사람’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이끌어 가려면 무엇을 어찌 고쳐야 하는가를 살피지 못합니다. 책을 쥐어 준다고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으며, 책을 쥐어 주어 억지로 읽게 해 놓았다 한들 이 책에 담긴 속살을 살뜰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습니다. 느긋하면서 넉넉한 매무새로 책을 가까이하고 읽고 새기고 나누며 펼칠 수 있도록 사회 틀거리가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 삶터가 바뀌어야 합니다. 사회 틀거리가 그대로 남아 있고, 우리 삶터가 팍팍하고 메마르고 거친 그대로 이어져 있는 동안에는, 숱한 ‘책마을 잔치’와 ‘책읽기 운동’이 끊이지 않는다고 하여도, 여느 사람들이 책을 사랑하거나 아끼게 되는 일은 꿈꿀 수 없습니다.

 책다운 책을 우리 스스로 빚어내지 못하는 일은 대단히 큰 골칫거리입니다. 책다운 책을 우리 스스로 빚어냈어도 이와 같은 책을 너끈히 사들이고 갖추어서 널리 볼 수 있도록 해 주는 도서관이나 동네 책방이 아주 드문 우리 살림살이는 더할 나위 없이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이런 골칫거리와 안타까움을 풀어낸다 하여도, 사람들이 마음을 홀가분하게 다스릴 수 없도록 하는 사회 흐름입니다. 제도권 대입지옥 교육 짜임새입니다. 돈을 많이 안 벌면 바보가 되어 버리는 경제 얼거리입니다. 문화도 없으나 복지도 사회보장도 없는 정치 틀거리입니다.

 우리 스스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도록 마음쓰지 않고, 우리 밥그릇 하나 더 단단히 챙기는 데에만 마음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흐름과 모자란 짜임새와 슬픈 얼거리와 얄궂은 틀거리를 고치려 하지 않는 우리뿐 아니라, 이런 흐름이며 짜임새며 얼거리며 틀거리에 길들어지도록 하는 기득권을 보지 못한다면, 그 어떤 놀라운 ‘책읽기 운동’이 펼쳐진다고 한들, 정작 사람들이 책을 읽기 어려운 살림살이는 고스란히 이어집니다. 그대로 머뭅니다.

 ‘돈 잘 버는 회사원으로 키워내는 꿈에 따라 흘러가는 자녀교육’이 아니라, ‘착하고 참되고 아름다운 한 사람이 되어 사랑과 믿음을 두루 나누는 아이 키우기’로 우리 삶자락을 고쳐내는 일을 함께해야 비로소 ‘책을 읽읍시다!’ 하는 외침이 살갗으로 파고들지 않으랴 생각합니다. ‘책을 읽읍시다!’ 하고 섣불리 외치기 앞서, 우리들이 왜 책을 읽지 못하고 있는가를 돌아보아야 하고, 책을 읽지 못하게 가로막는 울타리를 허물도록 애써야 하며, 책을 읽지 못해도 돈만 많이 벌면 장땡인 구렁텅이를 몰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사람다울 수 없는 곳에, ‘사람들 땀방울이 알알이 배인 책’을 애틋하게 나누는 일이란 뿌리내릴 수 없습니다.
 



 - 6 -

.. 일본사람이 저술을 시작할 때 참고문헌을 찾는 순서가, 첫째 자기가 갖고 있는 책, 둘째 고서점, 셋째 도서관의 순서라면, 구미 선진국의 연구자나 독서인은 우선 곧바로 도서관으로 갈 것을 생각한다 ..  《이경훈-책은 만인의 것》(보성사,1984) 76쪽


 한국사람이 책을 하나 새로 쓰려고 한다면 어디로 가야 할는지 궁금합니다. 아니, 한국사람 스스로 새로운 책 하나 빚어내려고 마음을 바칠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아니, 한국사람들은 한국사람이 한국땅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내기를 바라고 있기나 한지 궁금합니다.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땅 이야기를 애써 책으로 엮어냈을 때에 얼마나 많은 한국사람이 우리들 이야기를 찾아서 읽고 되새기고 거듭나고자 할는지 궁금합니다.

 ‘돈 벌어야지!’ 하고 모두들 한목소리로 외치지만, 어떤 돈을 얼마나 왜 어디에서 어떻게 벌어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사람은 대단히 드뭅니다. 그예 ‘돈 벌어야지!’일 뿐이고, ‘돈 많이 벌어야지!’일 뿐입니다. 돈을 벌고 나서 이 돈을 어떻게 쓸지, 누구와 쓸지, 어디에 쓸지, 언제 쓸지를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생각을 안 한다기보다 생각이 없습니다. 생각해야 하는 줄을 처음부터 모릅니다.

 생각하면서 돈을 벌지 않는 사람이니, 생각하면서 책을 읽을 수 없습니다. 생각하면서 돈 벌 길을 찾지 않는 사람이기에, 생각하면서 책읽을 길을 찾지 못합니다. 생각하면서 돈 쓸 자리를 살피지 않는 사람인 터라, 책을 수십 수백 수천 수만 권을 읽어도 책읽어 얻은 지식과 깜냥과 슬기를 어디에 어떻게 나눌는지를 깨닫지 못합니다. (4342.1.20.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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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글쓰기


 아버지와 오랜 술동무인 시인 아저씨가 아버지한테 했다는 소리. “글을 쓰려면 그렇게 하지 마라!” 글쓰기란, 배부른 가운데 할 수 없고, 어깨에 힘주면서 할 수 없으며, 머리속에 든 지식을 자랑하면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아들 된 사람으로서 아버지를 어찌 나무랄 수 있겠느냐만, 아버지가 글쓰기에 마지막 삶을 바치겠다고 다짐을 하셨다면, 나 또한 “아버지는 글을 쓸 생각이라면 이렇게 하시면 안 되지요!” 하고 말씀드리고 싶다. 글쓰기란 자기 삶을 낯모르는 사람들 누구한테나 숨김없이 내보이는 일이기 때문에. 글쓰기란 제 모든 피와 살을 남김없이 발라내고 도려내는 일이기 때문에. 글쓰기란 밥을 하듯 빨래를 하듯 걸레질을 하듯 품과 땀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일값을 알아주는 사람 없고 일삯을 쳐주는 사람 또한 없기 때문에. 글쓰기란 이 나라 농사꾼과 공장 노동자처럼 일한 대가인 품삯은커녕 밥푼이나 얻어먹을 만큼도 돈을 벌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버지와 오랜 술동무인 시인 아저씨가 나한테 들려주는 이야기. “앞으로도 그러고 살 거냐?” 글써서 먹고사는 일이 얼마나 고된 줄을 당신 마흔 해 넘는 ‘글쓰기 삶’이 찬찬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나처럼 된다.”는 당신 말씀처럼, 아직 어려만 보이는 조카 같은 아이가 걱정스럽기 때문에. 나야 글줄 붙잡는다고 깝죽을 떨기는 할 터이나, 옆지기와 딸아이 앞날은 어둡고 배고프고 힘겨울 수 있기 때문에. 나야 글쓰며 나누는 보람을 얻을지 모르지만, 애써 쓴 글에 서린 땀방울을 알알이 느끼거나 받아먹어 줄 사람은 이 나라에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나야 내 길을 꿋꿋이 걸어간다고 할 테지만, 돈이 안 되는 글은 거들떠보지 않을 뿐더러, 시가 시 아닌 대접을 받듯, 우리 말 이야기나 헌책방 이야기 따위는 한물도 아닌 두물 세물 네물 닷물이 간 이야기인데다가, 세상 흐름과 거스르게 된다고들 여기고 있기 때문에.

 아버지와 오랜 술동무인 시인 아저씨하고 처음으로 막걸리잔을 부딪히고 나서 집으로 돌아와서 뻗어 버리고 새벽 세 시 오십사 분에 일어나서 차가운 마룻바닥에 놓은 셈틀 앞에 앉아서 아침 여덟 시 오십일 분까지 쉼없이 글을 쓴다. 어제 하루 내 못 쓴 글을 부지런히 쓰고, 오늘 하루 쓰고자 마음먹고 있는 글을 내 딴에는 야무지게 붙잡으며 쓴다.

 그러나 글만 쓸 수 없어서, 언손을 비비다가는 옆지기와 아기 자는 방에 불을 넣고 나서, 뒷간에서 따순 물이 나오니 기저귀 담근 빨래통에 물을 받아서 ‘손 녹이기 빨래’를 한다. 겨울이 다가오는 쌀쌀한 날씨에, 방에 불을 넣고 나면 보일러가 물도 덥혀 놓고 있기 때문에 이 물을 쓰면 빨래가 한결 손쉽고, 글을 쓰면서 딱딱하고 차갑게 굳어 가는 손가락에 보드라운 기운을 입힐 수 있다.

 아직도 펄펄 날뛰는 모기 몇 마리를 잡다가는, 이제 나도 더 버틸 수 없어서 잠이 들어야겠는데, 잠을 잔다 해도 얼마나 자는 셈일까. 자기 앞서 콩과 쌀과 보리를 씻어서 불려 놓아야겠다. (4341.11.16.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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