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바라기


 태풍이 훑고 지나간 하늘 자리는 그지없이 파랗고 해말간 빛깔. 그러나 태풍이 훑고 지나간 다음조차 하늘을 올려다볼 줄 모르는 사람이 참 많다. 태풍이 훑기 앞서 우리네 하늘이 얼마나 찌들고 쪄들며 오그라들어 있었는가를 살피지 못하는 사람이 몹시 많다. 하늘을 제대로 올려다보며 느낄 줄 모르는 사람이 책 하나 제대로 들여다보며 느낄 줄 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하늘바라기를 하는 사람일 때라야 비로소 책바라기를 할 수 있다. (4343.9.3.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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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 책 지식, 좋은 책, 책


 좋은 책을 읽는다고 더 좋은 삶이지 않고, 나쁜 책을 읽는다고 더 나쁜 삶이지 않다. 받아들여 일구는 내 삶 그릇이 어떠하고, 내가 일구는 내 삶결이 어느 길로 접어드느냐를 살펴야 한다.

 그나저나 도시에서 지내면 숱한 자동차·광고·소비·물질문명·기계·가공식품·쓰레기하고 마주한다. 시골에서 지낼 때에는 숲·나무·멧부리·풀벌레·논밭·흙·바람·구름·냇물하고 어깨동무한다.

 미우라 아야코 님 책 《기도해 보시지 않을래요?》(홍성사,1988)를 읽으며 밑줄을 긋는다. “왜냐하면 우리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보거나 듣는 모두 뇌세포에 아로새겨지기 때문이다. 이는 사진기로 찍을 때처럼, 아니면 녹음할 때처럼 또렷이 뇌에 새겨진다. 나는 내 머리속에 끔찍한 모습이나 더러운 말들이 더는 아로새겨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렇게 쌓이고 쌓인 생각조각들이 문득 떠올라 언제 어느 곳에서 나 스스로를 못된 구렁으로 이끌어 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106쪽).”

 지식이란 무엇인가. 책 지식이란 무엇일까.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인가. 책이란 참말 무엇일까.

 나쁜 책도 읽기 나름이기에, 잘 읽으면 좋은 앎이 된단다. 좋은 책 또한 읽기 나름이라, 제아무리 좋거나 훌륭한 책을 잔뜩 읽었다고 해서 좋은 사람이나 훌륭한 사람이 되지는 않는단다.

 우리는 책을 왜 읽지? 우리는 책을 왜 가까이해야 하지? 사람들은 아이들한테 책을 뭣 하러 읽히지? 초·중·고등학교 어린이와 푸름이는 왜 교과서를 달달 외우며 시험점수가 높게 나와야 하지?

 상식이란 뭐지? 텔레비전에서는 왜 상식풀이 풀그림을 내보내며 어마어마한 돈을 상금으로 내걸고 있지? 축구선수 이름을 모르면 안 되나? 야구선수 이름을 꼭 알아야 하나? 길가 들꽃 이름 하나 몰라도 괜찮은가? 구름 모양에 따라 이름이 다 다름을 깨닫지 않아도 좋은가?

 아이들은 둘레 어른들이 하는 모든 일과 놀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어김없이 모조리 빨아들인다. 어른들 스스로 당신 어른들 삶을 아름다이 일구면 아이들은 ‘청소년 범죄’ 따위를 일으키지 않을 뿐더러 아이들이 욕을 할 일이란 없고, 아이들이 장난감 총으로 놀 일조차 없다. 어른들 스스로 범죄를 끔찍하게 일으키니까 아이들이 따라한다. 어른들 욕을 아이들이 따라한다. 미국만 전쟁 미치광이가 아니다. 한국 또한 전쟁 미치광이가 아닌가. 어디를 보아도 군인옷 입은 사람투성이요, 무시무시한 몽둥이나 총을 든 사람이 길거리를 지나다니며 가로막기까지 한다. 평화 지키기라는 허울로 전쟁 군수 산업이 얼마나 발돋움하고 있는가. 이런 나라에서 아이들한테 장난감 총을 갖고 놀지 말라고 해 본들 덧없는 말다툼이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 앞에서 어떤 아름다운 삶을 보여주고 있는가. 우리 어른들 가운데 아이들 앞에서 참으로 아름답다 여길 만한 삶을 기쁘고 신나며 가난하게 꾸리는 사람은 몇이나 있는가.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같은 데에서 책이 날마다 몇 만 권씩 팔린들, 이 나라 사람들 스스로 아름다워지지 않는다면, 이 나라 대한민국에서 책이란 읽을 값어치가 없는 쓰레기 지식조각더미에 머물고 만다. (4343.9.3.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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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그림·사진


 누구나 날마다 보고 들으며 겪은 그대로 글을 쓰든 말을 하든 그림을 그리든 사진을 찍든 할 뿐입니다. 누구도 더 빼어난 그림이라든지 한결 훌륭한 글이라든지 훨씬 아름다운 사진을 찍지 못합니다. 누구라도 이제까지 살아온 결을 고스란히 드러내어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으로 나타냅니다. 잘 찍은 사진 한 장이란 없고 잘 쓴 글이란 없으며 잘 그린 그림이란 없습니다. 스스로 잘 살아왔으면 어떠한 글·그림·사진이든 잘 빚은 이야기입니다. 스스로 잘못 살아왔으면 어떠한 글·그림·사진이든 잘못되거나 엉뚱한 이야기입니다. 학교를 오래 다닌들 나아질 수 없는 글·그림·사진입니다. 거룩한 스승한테서 배운들 조금도 거룩해지거나 발돋움할 수 없는 글·그림·사진입니다. 나 스스로 내 삶을 일구어야 비로소 한 걸음씩 거듭나는 글·그림·사진입니다. 이런 글·그림·사진을 자꾸자꾸 책으로 배운다든지 학교에서 배운다든지 스승을 찾아 배운다든지 하려고 드니까 자꾸자꾸 엉터리 글·그림·사진만 쏟아집니다. (4343.9.3.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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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나이를 먹는다고 모두 어른이 되지 않습니다. 나이를 먹었다고 모두 어르신으로 섬길 수 없습니다. 책을 읽었다고 모두 깨닫거나 배우지 않습니다. 책을 많이 읽었다고 더 잘 깨닫거나 더욱 많이 배우지 못합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기에 굳이 우러를 만하다거나 대단하다고 바라볼 까닭이란 없습니다. (4343.9.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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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철에서 책읽기


 혼자 움직인다면 전철에서고 버스에서고 홀가분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아이랑 함께 움직이자면 조금도 홀가분하지 않는데다 책을 읽을 수 없다. 어쩌면, 아이하고 다닐 때에는 책이 부질없을는지 모르지. 아니, 부질없다 할 만하지. 아이하고 눈 마주치고 부대끼는 일이 바로 책읽기 아닌가. (4343.8.3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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