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이야기꾼 로알드 달 - 로알드 달 재단 공식 전기
도널드 스터록 지음, 지혜연 옮김 / 다산기획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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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5.3.

인문책시렁 179


《천재 이야기꾼 로알드 달》

 도널드 스터록

 지혜연 옮김

 다산기획

 2012.4.19.



  《천재 이야기꾼 로알드 달》(도널드 스터록/지혜연 옮김, 다산기획, 2012)을 책자리에 놓은 지 열 해쯤 되는구나 싶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 이 책을 두었을까 아리송하지만, 한벌 읽고서 삭이기까지, 다시 읽고 삭이기는 사이, 스스로 새롭게 바라보거나 읽는 빛이 있을 테지요.


  로알드 달 님이 쓴 책을 아이들하고 읽다가 ‘한글판’을 새까맣게 손질하기 일쑤였습니다. 우리말로 옮긴 분(소설가)이 우리말을 너무 모르더군요. 차라리 영어판을 읽히자 싶어 로알드 님이 쓴 책을 차근차근 영어판으로 장만해서 읽었어요. 로알드 달 님이 쓴 영어는 매우 쉽습니다. 하나도 안 어려울 뿐 아니라 익살스럽고 부드럽습니다. 상냥하지요. 이런 로알드 달 이야기를 ‘엉성하고 뒤죽박죽이며 일본스런 말씨에 한자말로 범벅질’을 해놓는다면, 아이들은 무엇을 누릴까 아리송해요.


  로알드 달 님이 쓴 이야기만 우리말로 엉성하게 옮기는 어른이라고는 느끼지 않아요. 다른 이야기도 매한가지입니다. 옮김빛(번역가)으로 일하는 분은 아이를 곁에 두지 않을까요? 옮김빛인 어른은 ‘스스로 옮긴 글’을 아이한테 소리내어 읽어 준 적이 있을까요?


  모든 이야기는 줄거리뿐 아니라 말결까지 함께 마음밥으로 스며듭니다. 줄거리를 짜는 밑바탕도 살뜰할 노릇일 뿐 아니라, 낱말 하나에 말씨 하나까지 숱하게 담금질을 할 노릇이에요. 무늬만 한글이 아닌, 눈부시면서 싱그럽고 사랑스러운 우리말이 되도록 손질해야지요.


  숨을 거두는 자리에서 바늘이 몸을 찌를 적에 ‘제기랄’ 하고 외마디를 남겼다는 로알드 달이라는 사람이 걸어온 길은 고스란히 어린이책으로 피어나서 씨앗이 되었지 싶습니다. 어릴 적에 겪은 ‘정신병원(학교)’을, 또 이런 ‘정신병원을 이끈 어른(교사)’을 우스꽝스레 그리면서도 배움터와 길잡이가 나아갈 길을 살그마니 비추어 보이도록 이야기를 엮었다고 느껴요.


  우리말로 나온 이 책은 “천재 이야기꾼”이라고 이름을 붙입니다만, 영어책 이름처럼 그저 “이야기꾼 로알드 달”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면서 빛나는 이야기꾼인걸요.



과거에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자기를 불편하게 만들었기에 그는 이야기를 만들어 상처받기 쉬운 자신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부여했던 것이다. (23쪽)


달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랑은 부모와 자식 간의 전형적인 사랑이 아니라, 아이가 낯선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 선택하고 맺은 친밀한 우정이다. (71쪽)


멀리서 볼 때는 학교가 ‘사립정신병원’을 연상시켰는데, 달의 20년 후배이자 또 다른 유명한 성베드로학교 졸업생이며 작가이자 희극배우였던 존 클리스도 같은 의견이었다. (81쪽)


영국 기득권 세력의 거만함과 부조리에 대한 의심은 더 강해졌지만 그들과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 또한 커졌다. (151쪽)


비평가들이나 도서관 사서들은 여전히 그의 작품을 하찮게 여기지만, 그와 그의 작품에 완전히 빠진 두터운 어린 독자층은 섭섭함을 달래 주었고, 그는 고마움과 동시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751쪽)


로알드가 느끼는 육체의 고통은 점점 심해졌고, 그 때문에 글 쓰는 작업은 어려워지기도 하고 한편으론 쉬워지기도 했다. (765쪽)


로알드는 사람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주삿바늘이 그의 몸을 찌르자 그는 눈을 다시 뜨고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아아! 제기랄.” 그게 마지막 말이었다. (813쪽)


#storyteller #DonaldSturrok #RoaldDah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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