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시대는 끝났다 - 우리 시대 페미니스트 4인의 도발적 젠더 논쟁
해나 로진 외 지음, 노지양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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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게 볼만한 페미니즘 책 한 권 추천드립니다.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는 페미니스트 4명이서 2대 2로 토론을 하는 내용을 엮은 책입니다. 토론 뿐 아니라 4명의 인터뷰 내용도 있어서 볼만했습니다.


 사실 이 책보다 좋은 페미니즘 책은 수없이 많을 것입니다. 이 책은 페미니즘보다는 토론의 재미를 느껴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혹은 무겁거나 전문적이지 않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페미니즘 책을 원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캐나다에는 멍크 디베이트라는 토론 행사가 있습니다. 정말 너무 부럽습니다. 캐나다의 기업가가 재단을 설립해서 매년 2회의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수천 명의 청중들이 실시간으로 토론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토론에 참여하는 분들은 세계 최고의 지식인들입니다. 


 <사피엔스의 미래>에서는 말콤 글래드웰, 알랭 드 보통, 스티븐 핑커, 매트 리들리가 출연했습니다. <21세기 패자는 중국인가>는 헨리 엘프리드 키신저, 니얼 퍼거슨, 파리드 자카리아, 데이비드 다오쿠이가 출연했습니다. 헨리 키신저는 거물 중에서도 거물급 지식인이었습니다. 아무튼 세계적인 분들을 모시고 토론을 시키다니 정말 부럽습니다. 다행히 이렇게 책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는 "남자는 퇴물인가?' 라는 주제를 놓고 2013년에 토론을 벌였습니다. 책을 보면서 '과연 서양은 우리나라보다 몇 십년 이상 젠더 문제에 있어서 앞서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한국에서 첫 번째 자녀로 선호하는 성별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뀐 사건입니다. 


 남자의 시대가 금방 끝나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만 여자의 부상이 무서운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학업성취도 부분에서 여자가 남자를 추월한 것은 벌써 옛날 일입니다. 남성 육체 노동자 층이 빠르게 몰락하고 있고 이는 수많은 사회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남자는 퇴물인가?" 라는 주제에 반대 입장인 케이틀린 모란의 생각이 가장 공감가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페미니스트의 적은 반페미니스트입니다. 남성혐오로 번지는 페미니즘 운동은 글쎄요.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여성과 남성이 상호보완적이고 협동적으로 만들어나가는 미래가 가장 이상적인 미래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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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동력 -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힘
호리에 다카후미 지음, 김정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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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인 분이 선물해 주셔서 읽은 책이다. 저자의 마인드가 마음에 들어서 저자의 다른 책 <가진 돈을 몽땅 써라>를 구입해서 읽고 있다. 


 <다동력>이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힘을 말한다. 다재다능한 능력자를 생각하면 되겠다. 멀티플레이어라고 생각해도 될 거 같다. 


 멀티플레이어

 :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 


  (네이버 국어사전)


 다동력을 갖춘 사람이 되기 위한 마인드,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는 당연히 멀티플레이어다. 저자 호리에 다카후미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고 다양한 사업을 하는 사업가이다. 일본 최초의 민간 로켓을 쏘아올리는 데 성공했다. 일본의 일론 머스크라 불리우고 있다. 로켓이 참 상징적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언가를 만들어 쏘아올리는 사람. 민간 로켓을 성공시켰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사람임이 틀림없다. 하지는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산업, 분야, 사업을 계속 도전하고 성공시키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라고. 마음이 끌리는 일이 있으면 앞뒤 가리지 말고 뛰어들고 몰두하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하고 싶은 일을 미룬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실패는 하지 않겠지만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도 없고 성공도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에 거침없이 뛰어드는 사람은 실패도 겪겠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엄청난 경험치와 노하우가 쌓인다. 운이 좋으면 크게 성공할 수도 있다. 


 나는 요즘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기력해져 있었다. 다시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정신을 차려본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아무거나 시도해보자. 그 중에서 재미난 일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저자도 이 책에서 강조했다시피 다동력을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현재 나의 상태는 수면 부족, 운동 부족, 부적절한 식습관 등으로 인한 무기력증이다. 역시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부로 다시 게임을 끊었다. 이번엔 여자친구랑 약속했다.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자. 


 정리하면 1. 게임하지 않기, 2. 일찍 자기, 3. 밥 잘 챙겨먹기, 4. 여러가지 재미있는 일을 해보기이다. 


 저자의 기본적인 마인드는 내 마인드와 비슷했다. 하지만 어린 아이와 선수의 차이만큼 그 차이는 컸다. <가진 돈은 몽땅 써라>는 내게 부족한 부분이라 더욱 많이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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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2 - 듄의 메시아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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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듄> 2권을 읽었다. 영화 <듄>이 성공을 하면서 <듄> 후속편 제작도 결정되었다. 영화 <듄>이 <듄> 1권의 초중반 부에 해당한다. 아마도 <듄> 후속편은 <듄> 1권의 중후반 부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2권은 1권보다는 덜 재밌게 읽었다. 1권이 끝날 때 '머야, 이야기 다 끝난 거 아니야? 2권에서 할 이야기가 있나? 어떤 이야기가 있지?' 하고 생각했었다.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해서 2권을 읽었다. 2권에서는 새로운 사건과 갈등, 음모가 전개된다. 2권이 끝났을 때도 1권이 끝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머야, 이야기 다 끝난 거 아니야? 앞으로 또 무슨 이야기들이 남아있지?' 


 한 권, 한 권에서 이야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된다. 하나의 사건, 하나의 갈등이 해결된다. 하지만 듄은 6권 까지 있다. 3권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아직 싫증이 난 정도는 아니지만 처음보다 흥미가 떨어진 건 사실이다. 3권도 읽긴 하겠지만 당장 구입해서 읽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습니다)


 <듄> 1, 2권의 주인공은 단연 폴 아트레이데스다. 그는 예지력을 갖고 있다. 그의 예지력이 그를 불행하게 한다. 그는 미래에 붙잡혀 있다. 책을 보면서 예지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다. 예지력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 만약 미래가 불행하고 그 미래를 바꿀 수 없다면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다.


 만약 예수님이 예지력이 있어서 자신이 죽고 자신이 신격화 되고 자신의 이름으로 수많은 종교 전쟁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듄>은 이 이야기를 다룬다. 폴 아트레이데스는 자신이 신격화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자신의 이름으로 종교 전쟁이 벌어지고 세상이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도 없다. 미래가 그렇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의문이 생긴다. '미래를 알면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거 아니야? 어라? 그러면 미래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닌가? 뭐지?' 

 

 이 세계관에서 미래는 여러 갈래로 뻣어나간다. 우리의 선택은 여러 미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으로 역사의 흐름은 바꿀 수 없다. 미래에는 전기차가 대세가 되고 AI가 단순 노동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미래를 안다고 해서 이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없다. 만약에 어느 누군가가 먼 미래에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나서 인류가 멸종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서 그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힘들 것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140만605개의 미래를 보고 승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미래를 선택한다. 바로 아이언맨이 희생하는 미래다. 닥터 스트레인지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었을까? 없다.


 물론 이는 소설 속 세계관의 설정상 이야기이며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일은 없다.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다. 나비효과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이다. 이 세계는 복잡계이다. 현재의 아주 사소한 일로도 미래는 크게 바뀐다. 매순간 미래는 무한대로 뻗어나간다. 매순간 무한대에 가까운 모든 미래를 보고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존재는 존재하지 않는다. 매순간의 생각과 행동, 선택 뿐 아니라 우리의 호흡이나, 가벼운 움직임으로도 미래는 바뀔 수 있다.    


 옆길로 새긴 했지만 <듄> 2 역시 음모와 그 음모에 맞서는 폴의 이야기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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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2-02-16 19: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If you could see your whole life from start to finish, would you change things?

Despite knowing the journey and where it leads, I embrace it and I welcome every moment of it
걷게 될 여행을 알고 그 끝이 어디인지 안다해도 난 이를 받아들이며 그 모든 순간을 환대한다

미래를 미리안다....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드네요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Arrival 생각났어요

고양이라디오 2022-02-17 10:02   좋아요 2 | URL
나와같다면님 반갑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너무 아름답고 좋은 이야기죠^^

외계인 2022-02-16 19: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듄 1권도 다 못 읽었는데,, 벌써 듄 2권을 다 읽으셨네요.. 전 항상 듄 1권을 다 읽은 사람을 보면 존경스럽더라구요...

고양이라디오 2022-02-17 10:04   좋아요 2 | URL
조금씩 읽다보니 어느새 다 읽게 되더라고요ㅎ 두꺼운 책인 건 사실입니다ㅎ

mini74 2022-02-16 20: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권이 최고지요 ㅠㅠ 저도 그랬답니다 ㅠ

고양이라디오 2022-02-17 10:04   좋아요 1 | URL
1권이 최고 맞죠ㅎ?? 미니님은 6권까지 다 읽으셨나요?

mini74 2022-02-17 10:37   좋아요 1 | URL
네 ㅠㅠ 아이도 1권이 제일 좋다고 ㅎㅎ

고양이라디오 2022-02-18 15:17   좋아요 1 | URL
다들 1권이 최고라고 하시는군요ㅠㅠ
 


 22년 1월, 새해를 여는 책으로 올리버 색스의 <환각>을 선택했다. 오래전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재밌게 읽고 <화성의 인류학자> 까지 연이어 읽었다. 그 당시 뇌에 관심이 많았던 때라 재밌게 읽었다. 환자를 환자로만 보지 않고 한 명의 인간으로 따뜻하고 섬세하게 대하는 그의 휴머니즘에 감동받았다. 

 

 <환각>은 다양한 환각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은 15개의 장으로 다양한 환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풍부한 환자의 경험담은 다소 지루할 때도 있었지만 생생한 묘사 덕분에 상상하며 즐겁게 읽었다. 시각적으로 엄청난 묘사들이 많아서 이런 환각들을 영상으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봤다. 환각을 겪는 주인공을 다룬 영화가 있으면 환상적일 거 같다. 


 환각은 샤를보네증후군부터 후각환각, 환청, 간질, 유체이탈, 그리고 도플갱어와 환상지(절단된 사지가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까지 다채로웠다. 특히나 도플갱어나 귀신 등은 참 흥미로웠다. 상실을 경험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환각을 경험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웨일스의 일반의인 W.D. 리스는 최근에 사별한 300명에 가까운 대상자를 인터뷰한 결과, 그들 중 절반이 죽은 배우자의 환영이나 완전한 환각을 보았음을 밝혀냈다. 환각은 시각적이거나, 청각적이거나, 혹은 둘다였다. 어떤 대상자들은 환각 속의 배우자와 즐겁게 대화했다. 환각은 결혼 기간에 비례해서 나타났고, 몇 달 혹은 몇 년이나 지속되기도 했다. 리스는 애도 과정에서 환각이 나타나는 것은 정상이며, 심지어 유족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p290


 환각은 뇌에서 일어나는 신비로운 작용이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고 그리워하는 것을 현실로 보여주는 뇌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도플갱어가 전설이나 괴담이 아닌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도플갱어를 보면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놀랍게도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도플갱어는 간질 외에 여러 뇌질환에 의해 발생한다. 신경매독, 뇌염, 정신분열병의 뇌증, 뇌의 초점 병변, 외상후증후군 등에서 발생한다. 분신 유령을 본다면 이런 질환의 발병을 심각하게 의심해야 한다. 도플갱어를 본다는 것은 심각한 질환이 있음을 암시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도플갱어를 보면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거 같다.


 약물에 의한 환각도 빼놓을 수 없다. 한 때 LSD에 의한 환각이 유행했다. 스티브 잡스나 여러 유명 예술인이 복용했다고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올리버 색스도 한 때 약물에 중독 되고 환각을 경험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줘서 더욱 재밌었다. 시작은 마리화나였다. 그리고 암페타민 중독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다행히 약물 중독에서 벗어났다. 그 과정이 인상깊어서 아래에 소개해 보겠다. 암페타민 복용 후 그는 500쪽에 달하는 리빙의 <편두통, 두통 및 몇몇 유관 장애들>을 읽었다. 강렬한 집중 상태에서 자신이 마치 리빙이 된 것처럼 무려 10시간 동안 읽었다. 


  그러나 리빙이 런던에서 연구하고 저술한 때로부터 한 세기가 흘렀다. 리빙이 되거나 동시대인이 된 것 같은 환상에서 깨어난 순간, 나는 나 자신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1860년대가 아니라 1960년대다. 누가 우리 시대의 리빙이 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는 이름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닥터 A, 닥터 B, 닥터 C, 닥터 D.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리빙처럼 과학과 휴머니즘을 확실히 겸비한 녀석은 없었다. 그때 아주 큰 내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바보 같은 녀석! 네가 바로 그 사람이야!" -p157


 이튿날, 나는 리빙의 책을 도서관에 반납하기 전에 책을 모두 복사했다. 그런 뒤 조금씩 나 자신의 책을 쓰기 시작했다. 암페타민이 주는 김빠진 조증과는 달리, 책을 쓰면서 얻은 기쁨은 진짜였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질적이었다. 나는 다시는 암페타민을 먹지 않았다. -p158

    

 


 잠에서 막 깨어날 때 나타나는 환각을 출면 환각이라고 한다. <환각>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드는 생각은 환각은 우리 인간의 일부이고 이 환각이 다양한 종교와 문화, 문학에 우리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쳤을 거란 사실이다. 아래는 이런 관점에 대한 올리버 색스의 글이다.


  출면 환영들의 기이한 성격, 즉 무서운 감정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그 상태에서 피암시성(암시를 받아들이는 경향-옮긴이)을 높이는 성격을 감안할 때, 천사와 악마가 나오는 출면 환영이 경이감이나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 실재한다고 믿게 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사실 괴물, 귀신, 유령이라는 개념 자체가 환각에 어느 정도 기인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육체에서 분리된 영적인 세계를 잘 믿는 개인적, 문화적 성향과 환각이(실재하는 생리학적 기초에서 나오긴 하지만) 결합하면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을 강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다. -p265



 유체이탈 환각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예전에 임사체험, 유체이탈에 관심이 있어서 다치바나 다카시씨의 <임사체험> 상, 하를 읽었던 기억이 났다. 


 














 유체이탈을 체험할 수 있는 장치도 존재한다고 한다. 경험해보고 싶다. 만약 그런 장치가 존재한다면 사업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경험하고 싶은 흥미로운 체험이 아닐까?


  유체이탈 체험은 발작이나 편두통을 겪는 과정에서 뇌의 특정한 영역이 자극을 받으면 발생할 뿐 아니라, 피질에 전기 자극을 가해도 발생한다. 또한 약물 경험으로나 스스로 유발한 황홀경 상태에서도 발생한다. 유체이탈 체험은 심장마비나 부정맥, 다량의 출혈이나 쇼크로 뇌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을 때에도 발생할 수 있다. -p314



 나는 아직 환각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환각을 경험해도 그렇게 두렵지 않을 거 같다. 많은 이들이 환각을 경험하면 자신이 미친 건 아닌지 걱정한다. 하지만 정상적인 환각도 있으니 무척대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올리버 색스의 <환각>을 즐겁게 읽었다. 올리버 색스의 다른 책들도 이어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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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03 21: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색맹의 섬도 재미있었어요. 이 분 글도 참 잘 쓰시죠 *^^*

얄라알라 2022-02-03 22:40   좋아요 2 | URL
글을 잘 쓰실 뿐 더러 엄청 열정적으로 휘몰아치듯 쓰시는 능력도 있으시니, 범인으로서 부럽부럽을 연발할 수 밖에요^^ mini74님, 전 아직 <색맹의 섬> 읽기 전인데, mini74님 서재에 리뷰 남기셨나 놀러가봐야겠어요.

고양이라디오 2022-02-04 10:41   좋아요 1 | URL
<색맹의 섬>도 기억할께요. 이 분 책은 다 읽어보고 싶어요ㅎ 지금까지 모두 만족입니다^^

의식의출현 2022-02-03 22: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색스의 책들을 다 찾아서 읽고 싶어지네요

고양이라디오 2022-02-04 10:42   좋아요 1 | URL
저도요!

얄라알라 2022-02-03 22: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라디오님, 감사히 읽었습니다

마지막 문장에 쓰신대로, 생각해보니 저에게도 <환각> 읽기는 즐거움이었어요. 올리버 색스가, 다른 감각들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언어에 귀기울이고 치료대상/광인 등 차별적 시선으로 보지 않았기 떄문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환각> 읽고, 파도타기로 읽은 책 중에 ‘조현병˝ 관련 신간과 <장판에서 푸코 읽기>가 있었어요. 광인, 비정상, 비정상의 감각, 뇌작용?, 정신의학의 권력 등등 더 공부해야겠다는 욕심만 앞서고 있습니다.

붉은 강조문장에서 말씀해주셨듯, 환각은 성스러운(?) 아무튼 독특한 능력으로 여겨지기도 했고 시련을 통해 획득되는 것처럼 묘사되기도 하고...2022년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환각 경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통로가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오명 대상 될까 숨기지는 않는지.

고양이라디오님께서는 환청, 환시, 전혀 경험해보신 적이 없으신가봐요?^^ 꿈에서는 어떠셨는지요? 올리버 색스의 이 책에서 꿈 속의 정신작용은 다른 영역의 것으로 미뤄두지만, 저는 워낙 자주 경험해서 이 책 공감도도 컸습니다^^ 함께 읽을 수 있어 다시금 고맙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2-02-04 10:46   좋아요 3 | URL
아침에 알람환청은 경험해봤지요^^ㅎ 생생한 꿈, 재밌는 꿈 많이 꿔봤습니다. 자각몽, 가위눌림, 예지몽, 다중꿈도 꿔보고 꿈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봤습니다^^

재밌는 꿈 이야기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얄라님은 어떤 꿈들 꾸셨는지 궁금합니다.


푸코까지 읽으시고 정말 열정적으로 읽어나가시네요^^ 멋집니다

얄라알라 2022-02-05 14:57   좋아요 1 | URL
<환각>을 먼저 읽지 않았더라면, <장판에서 푸코 읽기>가 덜 재미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고3때 몰아서 자각몽 예지몽 가위눌림 매일 바빴습니다....대한민국의 고3 정신세계가 비슷하려나요?^^;;;

2022-02-03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4 1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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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5 1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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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7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5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초란공 2022-02-05 22: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잠들기 직전 눈을 감은 상태에서 ‘입면 환각‘과 같은 화려한 이미지가 안내에 나타난 적이 있어요. 무성 영화를 보는 것 같이 화려한 밀림의 모습처럼 보이는데, 새들이 날아다니고, 동물들이 움직이면서 끊임없이 변형하고하는.... 올리버 색스가 책에서 이건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말해주어 안심했습니다. ㅋㅋ

그런데 과거에는 이런 증상을 말하면 의심받고 정신병 취급받고 ‘시설‘에 갇혔던 거니, 생각하기도 겁나네요^^

얄라알라 2022-02-06 00:36   좋아요 3 | URL
초란공님께서 묘사해주신 장면들은 주로 ‘나‘ 외부(?)의 대상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장면들이네요. 저는 제가 그런 움직임의 주인공인 상황을 자주 경험해서 혼미합니다 ㅋ

[장판~푸코]에서도 현대처럼 약물치료가 대중화되기 이전에 다양한 고문기계 혹은 기구를 동원한 치료법을 언급하는데, 초란공님 말씀처럼 생각만으로도 겁납니다. ^^;;

2022-02-06 0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7 1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6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7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2-02-07 2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종의 기원>이 너무 재미있으시다고 하시니, 게으름 피우고 있는 저는, 고양이라디오님께서 어떤 포인트에서 재미있으시다고 하는지 호기심도 생기고 고전 읽을 기대가 부풀어 오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2-02-09 11:44   좋아요 0 | URL
저도 요새 게으름을 피우고 있어서ㅠ

예전부터 진화론, 다윈에 관심이 많았어서요. 다윈의 그 당시 생각, 사고를 알 수 있어서 너무 재밌습니다^^

2022-02-09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6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1세기 패자는 중국인가 (반양장) - 세계적 석학 4인의 대논쟁
헨리 키신저 외 지음, 백계문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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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멍크 디베이트'. 이 책은 '멍크 디베이트' 인 줄 모르고 파리드 자카이라 씨의 책이라 구입했는데 '멍크 디베이트' 라 더욱 좋았다.


 '멍크 디베이트' 란 캐나다의 석유 재벌이 주회하는 토론회이다. 1년에 2회 세계적 석학을 모셔서 2대2로 토론을 시킨다. 몇 천 명의 현장 관람객과 수십만의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관람한다. 그리고 책으로 엮어서 출판된다. '멍크 디베이트' 의 모든 토론이 책으로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보고 있다. 


 이 책의 토론 주제는 책 제목 대로 '21세기 패자는 중국인가' 하는 것이다. 21세기가 아직 80년 가까이 남았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초강대국으로 등극할 수 있을 것인가? 논쟁에 참여한 이들은 세계적 석학 4인이다. 특히 그 중 헨리 키신저는 이런 토론회에는 처음 나왔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출연을 반기고 감사해했다. 헨리 키신저는 닉슨 대통령과 함께 중국을 개방한 역사적 인물이다.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의 파트너는 차세대 헨리 키신저라 불리우는 파리드 자카리아씨다. 역시 국제정세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다. 니얼 퍼거슨은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21세기 최고의 경제사학자라 불리우는 분이다. 데이비드 리는 중국인이며 역시 세계적인 석학이다.  


 찬성 쪽은 니얼 퍼거슨과 데이비드 리였다. 반대 측은 헨리 키신저와 파리드 자카리아씨였다. 이런 뛰어난 분들의 논쟁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고 영광이고 즐거웠다. 니얼 퍼거슨은 헨리 키신저의 전기를 썼다. 서로가 서로를 존경하고 존중하지만 논쟁에 있어서는 한치의 망설임이나 배려도 없었다. 특히나 상대를 비꼬거나 공격적인 발언을 할 때는 내가 다 간담이 서늘했다. 예전에 '멍크 디베이트'에 참석했던 알랭 드 보통과 말콤 글래드웰, 스티븐 핑커, 매트 리들리의 논쟁을 봤을 때에도 놀랐었다. 저렇게 공격적이다니! 문화가 달라서 그런가? 다들 논쟁에 나서면 공격수의 피가 들끓나보다. 


 양측의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다. 나는 솔직히 모르겠다. 22세기의 패자는 중국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했다면 4명의 석학의 의견은 어땠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한 가지 귀에 맴도는 이야기는 니얼 퍼거슨의 말이다. 1900년대 초에 20세기 패자는 미국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한다고 하면 모두가 웃었을 것이다. "미국이?",  "저 양키들이 20세기 패자가 된다고?" 다들 이런 반응이었을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80년의 시간은 긴시간이다. 중국이 미국을 대체하는 건 21세기 안에는 힘들지도 모르지만 22세기에는 어쩌면 아시아와 중국이 세계의 주류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어쩌면 우리의 생각보다 빠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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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01-17 12: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랭 드 보통과~ 그 디베이트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이야기도 궁금하네요!

고양이라디오 2022-01-17 13:42   좋아요 4 | URL
<사피언스의 미래> 재밌게 읽으셨군요^^ 개인적으로 이 책이 더 재밌었습니다^^ㅎ

얄라알라 2022-01-18 0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라디오님, 멍크 디베이트를 좋아하시고 많이 보셨군요.
지난 번 <코로나 이후의 세(계? 상?> 랑 <21세기~> 외에도 멍크 디베이트 엮은 책 또 있나요?
석유 재벌이 후원(? 주최?)한 토론회인지 맥락도 모르고 클릭질했었네요.

파리드 자카리아는 종종 초대받는 인사인가봅니다. 이 책도 담겠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2-01-18 10:19   좋아요 1 | URL
<사피엔스의 미래> 라는 책과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 라는 책이 있습니다. 더 있는지는 모르겠어요ㅎ

<사피엔스의 미래>는 알랭 드 보통, 말콤 글래드웰, 스티븐 핑커, 매트 리들리가 참석합니다. 주제는 ‘인류의 앞날에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가‘ 를 주제로 토론합니다. 추천드립니다.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는 제목 그대로의 책입니다.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ㅎ

얄라알라 2022-01-20 11:19   좋아요 1 | URL
아! 감사합니다 <사피엔스의 미래>는 제가 멍크 디베이트라는 걸 처음 알게해줬던 책이었는데 잊고 있었네요

[남자의 시대는 끝났다]는 찾아보겠습니다. 제목이 자극적(? 도발적?) 인데, 어떤 내용일지 굉장히 궁금해집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