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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를 풀며 - 리처드 도킨스가 선사하는 세상 모든 과학의 경이로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최재천.김산하 옮김 / 바다출판사 / 2015년 8월
평점 :
과학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과학이 아름답다는 것에 모두 공감하시리라 생각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특히나 더욱더 과학예찬론자이며, 과학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끼며 능숙하게 표현해낸다.
이 책을 통해서 느꼈다. 바로 리처드 도킨스의 투사로써의 이미지와 섬세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섬세한 지성에 비과학적인것, 미신, 환상, 무지의 베일, 잘못된 믿음, 잘못된 지식, 과학의 잘못된 오용 등은 너무나 눈에 잘 뛰며 그를 불쾌하게 만들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과학의 아름다움과 잘못된 과학의 오용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나또한 나의 전문분야에 대해 그런 무지와 잘못된 비난을 느낄 때 솟아오르는 분노를 느끼곤 한다. 꼭 전문분야가 아니라도 잘못된 지식을 보면 바르게 알려주고 고쳐주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나도 이러는데 리처드도킨스는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이번에 이 책을 보면서 들었다. 그가 하는 이야기는 모두 옳다. 하지만 그 옳음이 때론 비판당하는 사람은 불편할 수 있으리라. 너무나 섬세하고 세세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리라.
그가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느껴지기도 한다. 과학에 대한 그의 시각은 굉장히 포용적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참 너무한다 싶기도 한 것이다. 예를들면, 이 책은 아니었지만, 다른 책에서 아마도 <악마의 사도> 였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의 숙적인 스티븐 제이 굴드에 대해 비판할 때 이런 부분도 비판했었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자신의 책에서 어떤 현상에 대해 야구이야기를 비유로 들어서 2~3페이지 가량 설명했었다. 거기에 대한 리처드도킨스의 비판은 이랬다. 야구가 전세계 어디에서나 보편적인 경기가 아니고 야구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도 많을텐데, 2~3페이지나 들여서 지루한 야구이야기로 비유를 들었다는 것이다. 음, 맞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지만, 그의 독자들 중 많은 사람은 야구 규칙에 대해 잘 모르고 야구에 흥미가 없을 수도 있다. 적절치 않은 비유였을 수 있다. 하지만... 역시나 좀 너무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리처드도킨스의 비판이 옳다해도 왠지 흥에 겨워서 야구이야기를 한 스티븐 제이굴드가 측은하겨 여겨진다. 만약 스티븐 제이굴드가 그 글을 보았다면, "그래, 분명 그렇군. 내가 잘못했군." 이라고 자책하면서 눈에 이슬이 맺히진 않을까? 물론 그렇진 않겠지만, 먼가 스티븐 제이굴드가 짠하게 느껴진다.
리처드도킨스는 이런 면 때문에 그토록 종교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그도 종교의 효용성에 대해서 모르지 않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종교가 주는 혜택도 있지만, 종교가 주는 과오 또한 크다. 아니 어쩌면 모든 혜택보다 과오가 더 크지 않을까 싶을 정도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과오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종교가 주는 혜택은 종교가 아니어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할례의식, 이슬람의 테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이슬람의 시아파와 수니파간의 종교분쟁, 북아일랜드에 대한 종교탄압, 인도와 파키스탄 분쟁, 중국과 티벳간의 분쟁 등등 현재에도 수많은 종교분쟁이 지금 이 시각에도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과거에는 더욱더 많은 종교적 과오들이 있었다. 물론 모든 전쟁과 분쟁, 테러의 원인이 종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종교뿐만 아니라 탐욕과 복수심 등이 함께 불타오르고 있다.
도킨스에게는 이런 것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를 분노하게 하고, 글을 쓰게끔 만든다. 그또한 남들처럼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분노하는 인간인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나또한 요즘 동물의 권리와 육식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고, 그리고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란 책을 통해서 전쟁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무슨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서야 뉴스에서 보던 사람들이 이해가 되었다. 왜 그들이 반전운동을 벌이고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지, 그리고 동물의 모피를 거부하는 나체 퍼포먼스를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그정도는 아니지만, 만일 우리나라가 명분없는 전쟁에 또다시 참여한다면, 반전시위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렇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리처드도킨스 또한 성격상 도저히 참을 수 없기 때문에 그토록 종교에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종교에 대한 비판의 책은 아니다. 이미 <만들어진 신>에서 실컷했고, 다른 책에서도 수없이 많이 다루었기 때문에 굳이 이 책에서 종교이야기를 많이 다루진 않는다. 오히려 과학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뉴턴이 무지개의 비밀을 풀었을 때, 많은 시인들은 한탄했다. 시인들이 보기에 뉴턴은 무지개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고작 빛의 산란으로 설명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도킨스는 말한다. 뉴턴이 무지개의 비밀을 풀었다고 해서 우리가 무지개를 보면서 느끼는 아름다움이 감소하지는 않았다고, 오히려 과학의 눈으로 보면 훨씬 더 풍요롭고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은 과학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잘못된 과학에 대해 다룬다.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 조금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재미있고 좋은 내용이 더 많았다. 뉴턴이 무지개를 풀었듯이, 도킨스가 풀어보이는 과학에 대한 아름다움을 이 책을 통해 감상해보시기 바란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뉴턴이 프리즘을 통해서 빛이 여러가지 색깔로 분리되고 또 합쳐지는 것을 증명하는 실험방식은 너무나도 천재적이고 간결하고 깔끔하다. 그 과정은 도킨스가 쓴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에 아주 잘 나와있다. 그 책은 컬러풀한 그림과 삽화들과 함께 과학의 아름다움을 정말 잘 보여준 명저라 생각하며 함께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