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관리 계급에 대한 비판>을 읽고, 궁금했던 자녀 교육 부분이 좀 미흡하여 예전에 (아마 <특권>이 나온 2019-20년에) 아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서 능력주의(meritocracy)와 관련하여 언급하여 보관함에 담아두었었던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자녀 교육 부분이 왜 궁금한지는 사실 잘 모르겠는데.. 자녀를 그렇게 교육시키려고 하는 것은 분명 아니고 (할 수도 없고) 막연한 불만과 좀 알아는 둬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섞인 것 같다. 자녀가 있으면 관심이 있는 건 당연한 걸까?


이 책의 저자는 이민자의 자녀이지만 부유한 부모님 덕분에 세인트폴이라는 미국의 기숙사립학교에 다녔다. 그리고 졸업한지 9년만에 이 학교에서 추구하는 엘리트 교육에 대해 연구하려고 교사로 돌아와서 자신의 과거 경험과 교사로서의 경험을 합쳐서 이 책을 썼다. 


저자는 부유한 백인 학생이 다수인 학교에서 소수 집단으로 지내면서 학교가 다양성과 능력주의를 중시하는 듯 하지만 부유한 백인 남학생들이 우세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들의 자신감은 정말 개인의 능력 자체에서 비롯될 수도 있고 그들이 가진 자원에서 비롯된 것도 있을텐데, 저자가 학교에서 교사로서 관찰하고 학생들과 대화하며 연구한 결과 학생들은 처음에는 서로의 차이를 의식하지만 세인트폴 학교의 독특한 교육 방식을 통해 대개 모두 같은 선상에서 시작하고 학교 교육 이후 거두는 성과는 그들의 노력과 성취에 의한 결과라고 여기게 되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들이 누리고 있는 행운보다는 그들 자신이 갖고있던 재능과 노력이 그들을 엘리트로 만들어줬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


이 부분을 보고 상속세, 종부세, 재산세 등 세금 관련 이슈가 나오면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모은 건데 왜 많이 내라고 하냐' 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사람을 직접 대면한 적은 없는데 온라인에서 그런 댓글 종종 봤었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또 하나 이 학교에서 추구하는 것은 어떤 특정 지식을 독점하기보다는 세상 속에서 처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고전과 대중문화 (<베오울프>와 영화 <죠스>)를 섞어서 가르치고 비교하는 등 대중문화에 익숙해지게 하고, 나머지 (비사립학교 학생들)와의 구분을 사라지게 만드는 법을 배운다고 하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또 한번 그들의 특권이 '인간 됨됨이' 에 의한 것으로 보이게 된다고 한다. 요즘 한국의 재벌 2세 - 3세가 SNS를 이용하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이런 맥락인가 싶었다.



너희들이 그런 위치에 있는 건 바로 네 자신의 편협함,

이 개방된 새 세상을 이용하지 않기로 한 네 자신의 선택,

네 자신의 관심 부족 때문이지,

지속적인 불평등 때문이 아니라고.


283쪽


이들 중 상당수가 아이비 리그를 비롯한 우수한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되는데, 그들이 우수해서이기도 하겠지만, 다양한 능력을 중시하는 미국의 대학입시제도 때문에 (한국의 대학입시도 예전에 비해 미국 방식에 조금 가까워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자세히는 모른다), 학생 당 예산이 충분한 세인트폴에서는 다수의 학생을 최상위권으로 만들 수가 있고 (어떤 학생은 수학을, 어떤 학생은 음악을 잘하고 어떤 학생은 철학을 잘하고 스포츠 예술 등등... 이렇게 다양한 활동의 최상위권 학생이 많다는 것이다) 대학과의 딜을 통해 많은 학생을 좋은 대학에 입학시킨다고 한다. 


최근 아는 분과 얘기하다가 한국의 어떤 고등학교 (전국단위 자사고)의 1년 학비와, 그 학교의 장점에 대해 들었다. 그 학교의 1년 학비는 내가 아는 웬만한 대학의 1년치 학비보다 비싼 것 같았다 (대학 학비를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는데). 그 학교의 장점은, 다양한 활동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이 다른 독특한 생기부를 쓸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그 학교 생각이 나더라. 물론 대학입시결과도 좋으니 그러니 그런 비싼 학비를 내겠지...? 그런데 그 학교를 졸업한 상당수의 학생이 더 좋은 대학에 가려고 재수를 한다는 얘길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럼 그 학교는 뭐하러 가는건데.. 그러니까, 돈이 있는 사람은 만족할 때까지 계속 학력을 높인다는 뜻이 되겠다.



작가가 학교를 다닌 10년 전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작가가 이 책으로 2011년 상을 받았다고 하니 90년대이지 않을까 싶다)에는 지식의 독점과 그로 인한 차이가 아직 중요한 시기였던 것 같은데, 다시 학교로 돌아간 시기에는 이처럼 어떤 삶의 '방식' 이 엘리트를 규정짓는 차이가 된 것 같다- 라는게 이 책의 주요 내용이었다. 작가는 특권의식(entitlement)이 특권(privilege) 이 되었다라고 표현한다.


이 책 맨 앞에 알렉시스 토크빌 (프랑스 귀족인데 미국에 와서 보고 <미국의 민주주의> 라는 책을 쓴) 의 말이 인용되어 있다.


장벽은 없어졌다기보다는 그 모양이 바뀌었다



한국 사회는 어떠한가... 한국 사회도 내가 20대일 때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일단 입시제도가 많이 바뀌었는데, 입시제도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한때 부모의 특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했던 폐해가 지금은 조금 줄어들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렇지만 내신, 수능, 논술, 자소서 등을 다 준비하는 게 어떻게 가능한지- 성인인 내가 봐도 어려워 보이는 지문과 논제들만 봐도- 놀랍다. 고등학교 가면 사교육비가 늘어난다는 것에 이런 입시제도도 한몫 할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시험이 없던 것은 좋았는데 왜 고등학교를 생각하면 암담해지는 건지.. 이런 심한 온도차는 학생과 학부모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몫이 된 것 같고.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확실히 내가 다닐 때보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 같지만, 그게 각자의 자질을 살려주고 대학 입시까지 이어지는 것에 부모의 자원이 많이 투입되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이야기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이고, 마지막에 엄기호님의 해제가 길게 붙어있는데... 음 좀 스스로 생각을 해보고 읽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대체로 그 분의 이야기는 한국의 엘리트는 미국의 엘리트보다 무능하다- 라는 이야기였다. 미국의 엘리트는 특권을 누릴지언정 지도를 하는데 한국의 엘리트는 그렇지도 않다... 특정 집단을 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검찰의 요즘을 생각해보면. 음음. 좀 그렇긴 하다.


이제는 한국의 능력주의에 대해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읽기 너무 괴로울 것 같지만..

적절한 책 아시는 분은 추천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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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9-25 11: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의 능력주의>라는 책이 딱 있어요. ㅋㅋㅋㅋㅋㅋ 저도 아직 사두고 읽지는 않았는데, 21세기 최고의 책으로도 꼽혔더라고요...?

건수하 2025-09-25 13:36   좋아요 1 | URL
아, 저도 그 책 제목이 떠올랐는데 전 그걸 엄기호님이 쓰신 줄 알고 검색하니까 안 나오더라고요.
21세기 최고의 책에도 있었군요!
갖고 계신김에 잠자냥님이 얼른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은데 .... 그쵸?

잠자냥 2025-09-25 13:44   좋아요 1 | URL
😸네

건수하 2025-09-25 13:45   좋아요 0 | URL
기다리겠습니다 ㅎㅎㅎ

단발머리 2025-09-26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었군요 ㅎㅎ 저도 이쪽으로 관심이 많은데 제 아이들이 그 나이(즉 미친듯 달려야할 나이ㅋㅋㅋ)에 도달해보니 다른 대안이 만들어져도 일단 얘네들하고는 좀 먼 일이라 저도 모르게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더라구요. 얘들아, 알아서. 각자… 열심히 하자! 응?

전 이 문제는 반드시 노동의 문제와 같이 가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요점만 이야기하자면ㅋㅋㅋ대학에 가지 않아도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대학은 진짜진짜 완전 공부가 좋은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바뀌는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나 이건 또 주택 문제랑 연금 문제랑 연결될 수 밖에 없어서요.
얌전히 보관함에 이 책을 넣어둡니다^^

건수하 2025-09-26 14:48   좋아요 1 | URL
저도 요즘 육아휴직이나 육아시간 확장 이런 걸 보면 그래 좋구나 싶지만... 아무래도 길 건너 불구경 하는 느낌이더라고요.

맞아요. 아이가 어릴 때는 곧 모두가 대학을 안 가도 되는 사회가 될거라 기대를 했었는데, 그동안 전혀 바뀌지 않아서- 결국 소득 불평등이 심해서- 더욱 각자도생의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엄청난 시간낭비 돈낭비인데 말이죠..

독서괭 2025-10-12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치동 보면 무슨 초3까지는 영어에 올인하고 초등졸업 전에 고등학교 수학까지 마쳐둔다는 둥 그렇던데, 들어보니 그렇게 선행을 하는 이유가 고등학교에 가면 막상 수시 준비로 바빠서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사실일까요? 아니 이게 무슨 미친 짓인지… 혹자는 학원비 아껴서 그돈 모아 애들한테 주는 게 낫다고도 하던데 ㅎㅎ 혼란의 교육과정입니다…
 
특권 - 명문 사립 고등학교의 새로운 엘리트 만들기
셰이머스 라만 칸 지음, 강예은 옮김 / 후마니타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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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관리 계급에 대한 비판>에서 자녀교육 부분이 적어 읽어보게 된 책. 한국과는 온도차이가 좀 있는데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번 돈인데 왜 세금 많이 내라고 하냐‘ 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지 (머리로는)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능력주의에 대해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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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땅
김숨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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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을 오랫동안 하고 있는데, 올해는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을 읽고 있다.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은평구에서 50여 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한 통일문학의 대표 문인인 故 이호철 작가의 문학 활동과 통일 염원 정신을 기리기 위해, 故 이호철 작가 서거 1주기를 맞아 2017년 은평구에서 제정한 문학상이다. 시상 분야로는 본상인 '이호철통일로문학상'과 국내상인 '이호철통일로문학상 특별상'이 있으며, 매년 시상한다. 본상 수상자는 언어와 국적에 관계없이 현재 활동 중인 생존작가를 대상으로 하며,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 젠더, 난민, 인종, 차별, 폭력, 전쟁 등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문학적 실천을 통해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작가 중 선정하여 시상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은평구 멋짐 뿜뿜)


궁금한 분이 계실까봐... 본상과 특별상 수상작가 명단은 다음과 같다. 

<본상 수상작가>


1회 (2017)- 김석범 (일본 - 재일교포)

2회 (2018)- 사하르 칼리파 (팔레스타인)

3회 (2019)- 누르딘 파라 (소말리아)

4회 (2020)- 아룬다티 로이 (인도) 

5회 (2021)- 예니 에르펜베크 (독일)

6회 (2022)- 옌롄커 (중국)

7회 (2023)메도루마 슌 (일본) 

8회 (2024)- 애나 번스 (아일랜드) 

9회 (2025)- 현기영 (대한민국)


<특별상 수상작가, 작품>


1회 (2017)- 김숨 <한 명>

2회 (2018)- 송경동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 

3회 (2019)- 김종광 <놀러 가자고요> 

4회 (2020)- 김혜진 <9번의 일>  

5회 (2021)- 심윤경 <영원한 유산>

6회 (2022)- 장마리 <시베리아의 이방인들>

7회 (2023)진은영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8회 (2024)- 김멜라 <없는 층의 하이쎈스>   

9회 (2025)- 김기창


이호철 작가님에 대해서 몰랐지만 이 상 덕분에 알게 되었고.. 이번에 읽은 책은 1회 특별상을 수상한 김숨 작가님의 <떠도는 땅> 이다.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 17만명이 화물열차를 타고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하게 된 사건을 다루고 있고, 문학잡지 악스트에 연재되었던 것을 책으로 펴낸 것이라고 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화물열차를 타는 것, 그리고 끝은 화물열차에서 내려 새 삶을 살기 시작하는 것이라 배경은 주로 열차 안이다. 불과 며칠 전 떠난다는 통보를 받고 일주일 정도 생활할 식량과 짐을 챙기라는 것 외에 사람들은 아는게 없다.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 사방에는 널빤지가 대어져 있고 바닥에는 건초가 깔려있는 화물열차는 사람이 아닌 동물을 운반하는 열차였고, 창문도 막아버려 빛이 들어오지 않아 낮인지 밤인지도 알 수 없다. 심지어 열차 벽면에 널빤지를 가로질러 놓아 2층처럼 만든 곳에까지 사람을 태웠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40일 넘게 먹고, 자고, 배설하고, 그리고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고향이 어딘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작가가 공들여 만든 여러 인물이 있지만, 그 인물들의 목소리에 다른 목소리들이 섞여들어가 있는데 그 목소리는 누구의 것인지 나와있지 않다. 그렇지만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그 상황에 있는 누구라도 할 법한 말이기 때문이다. 


화물열차에 실려가는 상황이 노예선이나 강제수용소를 연상시키고, 기차 안에서 사람이 죽기도 하고, 인민재판이 일어나기도 한다. 내가 죽으면 날 버리고 가라고 하는 노인의 말도 서글펐지만 가장 서글픈 것은 이 강제로 다른 곳으로 가고 있는 사람들이 원래 조선에서도 배가 고파서 강을 건너 연해주로 이주를 했고, 연해주 안에서도 땅을 겨우 일구고 나니 다른 곳으로 옮겨야 했었다는 사실이었다. 몇 대에 걸쳐 그렇게 옮기고 옮겨 겨우 터전을 잡았는데, 스탈린은 국경 근처에서 조선인들이 일본의 스파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대면서 강제 이주를 지시했다고 한다. 

그런 이유도 있었겠지만 사실 스탈린은 민족을 넘어서는 단일한 사회주의 체제를 만들겠다며 고려인 외에도 많은 소수 민족들을 이동시켰다. 비옥한 우크라이나 땅에서 수백만명이 굶어죽게도 만들었으니 고려인만 희생된 것은 아니고 그 시절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고초를 겪었지만, 조선에서 간 사람들이라 그런지 좀더 감정이입을 하게 됐다. 디아스포라라는 말은 많이 들었으나 직접 자세히 접하기는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다.. 열차를 타고 40여일간 이동하는 과정,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말을 보면서 '디아스포라' 라는 말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 인물들이 중앙아시아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궁금했는데, 기차에서 내리고 이제 막 희망을 갖고 살아가려고 하는 부분에서 끝나서 조금 아쉬웠다. 워낙 척박한 땅이다보니 엄청나게 고생을 했다-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것 같긴 하다. 사실 이주 과정보다 거기서 정착하는 부분에 더 관심이 있었다. 워낙 멀리 왔으니 말도 잘 안 통하고 사는 것도 많이 달랐을텐데.. 각자의 사연이 있는 인물들도 아까웠는데. 작가는 이들의 이전 삶, 이동 과정에 집중하고자 한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주인공격인 금실의 시어머니 소덕이었다. 보따리 장사를 하는 아들은 오지 못했고 만삭의 며느리와 함께 기차를 타게 된 소덕은 무명 천을 잘라 작은 주머니를 만들어 각종 씨앗을 담고 그것을 입고 있는 옷에 꿰매두었다. '내가 죽으면 시체는 아무데나 버리더라도 옷은 꼭 벗겨서 가지고 가라' 고 금실에게 말했던 소덕은, 기차가 잠시 멈추었을 때 용변을 보려고 기차 밑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타지 못했다. 남자들은 아무데서나 용변을 보는데, 여자들은 그럴 수 없어서 벌어진 상황...  지금의 나도 올해 그린란드에서 그랬는데, 조선시대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겠지. 그런데 소덕이 중앙아시아에 금실과 함께 도착했다면 그 씨앗들을 심어서 수확할 수 있었을까? 연해주에서 키우던 작물들을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에서도 키울 수 있었을까...?


새로 도착한 곳에서는 아기가 태어나고, 또 다른 아기가 잉태된다. 노인들은 오지 못하거나 도착해서 명을 다한다. 진부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희망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마지막에 소덕과 인설의 인연이 이어지는 상황도 진부했지만, 삶이란 게 원래 되풀이되고 진부한 것이니까. 진부한 것이 오히려 평범한 것이니까.


그러고보니 왜 작가는 제목을 <떠도는 땅>이라고 지었을까. 떠도는 것은 땅이 아니라 사람인데..


"어르신, 고향 떠나온 뒤로 내내 떠돌며 살지 않으셨어요?"

"그야 그랬지... 땅이 떠도는 것인지, 내가 떠도는 것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떠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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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9-10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은평구 멋집니다. ^^
제가 알기로 중앙아시아애 도착한 이후 더 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알고 있어요. 그야말로 허허벌판에 내려진거라... 현지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들은 많이들 죽었다고해요.

이 책 읽으면서 오늘 날의 난민에 대해서도 샹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건수하 2025-09-11 14:08   좋아요 0 | URL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그랬군요 ㅠㅠ
현지인의 ‘너희는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여기로 오게 된거냐‘는 말이 떠오르네요.

우크라이나, 가자 지구.. 그리고 아프리카 어딘가에서도 계속 난민이 발생하겠죠... 마음이 무겁습니다.


단발머리 2025-09-10 17: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바람돌이님 리뷰 보고 이 책을 알게 되었거든요. 저는 알고 싶은 마음과 또 모르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있어서 아직까지도 읽지 못하고 있어요. 중앙아시아까지 본의가 아니게 끌려가는 과정은 유대인들 이야기와도 흑인들의 이야기와도 겹쳐서 그려지네요. 외부의 강제적 힘이 내 삶을 억압할 때, 많은 경우에 무력할 수 밖에 없고요. 건수하님 말씀처럼 우리네 민족,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라 더 가까이 느껴질 거 같아요.

저도 독서모임이 여럿 있었습니다만, 현재는 1개의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ㅎㅎ 오랜 독서모임이라 하시니 많이 부럽네요^^

건수하 2025-09-11 14:12   좋아요 2 | URL
전 독서모임 책으로 정해져 있었는데 (다른 멤버가 선정) 바람돌이님이 리뷰를 올리셔서 엄청 반가웠었어요 ^^ 책을 읽으면서는 각 인물의 서사가 흥미로워서 그렇게 괴로워하며 읽지는 않았습니다만, 다 읽고나니 마음이 무거워지더라고요. 어쩌면 그들의 이후 삶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생각하게 되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독서모임은 2018년 10월에 시작했으니 이제 만 8년이 다 되어가고 있네요. 그 모임의 첫 책은 마거릿 애트우드 여사님의 <눈 먼 암살자> 였답니다 ^^

 
















단발머리님이 워낙 많이 쓰셔서, 추천하셔서 읽어보게 됐다. 원서로 읽고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한 미묘한 뉘앙스가 궁금해서 번역서로 다시 읽었다. 읽으면서 원어를 읽을 때의 감칠맛을 번역서는 잘 살릴 수 있을까? 번역서를 읽어도 이렇게 재밌지는 않을거야 라고 생각하며 흐뭇해 했었다. 그런데 막상 번역서를 빌려 읽어보니... 으잉? 당연한 얘기지만 페이지가 더더더 빨리 넘어가고 너무 재밌는 것. 역시 모국어로 읽는 책이 제일이다... 군데군데 내가 이해한 것과 조금 뉘앙스가 다른 게 있기는 했는데, 딱 한 군데 빼고는 맥락상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해석이든.. 



지금까지 읽은 로맨스 소설 중 가장 좋았는데, 인생 로맨스 소설이라고 누군가한테 추천하기는 조금... 주저된다. 그 이유는 중간에 섹스신이 꽤 야해서... 그러니까 요즘 한참 로맨스에 관심이 있으신 10대에게는 추천하지 못했다. 엄마 이거 재밌어 보이는데? 하는데 안돼 이건 19금이야. 하고 말았다 (...)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내가 이 이야기가 좋았던 이유는 내가 이공계열에서 대학원을 다녔기 때문이라서이다. 



아마 어떤 분이 책 맨 앞 헌사를 언급해주셨고, 이것 때문에 나는 더 읽고 싶어졌었다. 

헌사는 다음과 같다.


스템 STEM (과학 Science, 기술 Technology, 공학 Engineering, 수학 Math) 계열에 종사하는 내 여자들, 

케이트와 케이티, 하툰, 마르에게. 

고난을 이기고 별에 이르기를. Per aspera ad aspera. 


라틴어를 모르므로, 이 문구를 원서를 읽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고 뒤늦게 ChatGPT에게 물어보니 


보통 알려진 문구는 **“Per aspera ad astra” (고난을 거쳐 별로)**인데, 여기서 astra(별) 대신 다시 *aspera(고난)*가 들어간 변형입니다. 그래서 원래의 희망적인 의미(고난을 넘어 별에 닿는다)와는 달리, 끝없는 고난의 연속, 고생에서 또 다른 고생으로라는 다소 풍자적·비관적 의미로 쓰입니다.


라고 알려주었다. 번역된 것만큼 희망적이지는 않은데.. 현실도 그렇다. 

여성이라서만 그런 건 아닐건데, 여성이라서 더 그렇긴 할 것이다. 



이 글을 클릭한 분들은 이미 이 책 내용을 아실 가능성이 높지만 소설이니 대충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췌장암을 연구하는 대학원생 올리브는 고민이 있다. 절친 안 (Anh)과 자기가 몇 번 데이트 했던 제레미가 서로에게 엄청 끌리는 것이 분명한데, 안이 올리브가 혹시 상처받을까봐 제레미와 데이트를 시작하지 못하는 것. 소위 '걸 코드' (한국어로는 '여자친구들간의 도리' 라고 번역되어 있었다) 때문에. 그래서 올리브는 나 데이트 하는 사람이 있고, 이번 금요일 밤에 데이트한다고 (그러니까 너도 제레미랑 데이트하라고) 안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런데 그 금요일 밤에 올리브는 실험을 하다가 저 멀리 복도에서 걸어오고 있는 안을 발견한다. 데이트를 하고 있어야 할 시간에 학교에 있었던 올리브는, 다급한 마음에 안보다 가까이에 걸어오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고 '키스해도 돼요?' 라고 묻고는 답도 듣지 않은 채로 그에게 입술을 갖다대고 만다.


그리고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애덤과 계약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문제는 애덤이 어떤 사람인가인데... 그 남자는 올리브가 다니는 학부의 매우 유능한 교수이고 대학원생들의 천적(...)이며, 키가 크고, 몸이 좋고, 잘생기고, 그리고 성격이 안 좋은 그런 남자이다.


여기까지는 많이 봤던 웹소설 혹은 다른 로맨스 소설과 비슷한 구성이다. 어떤 사정이 있어서 남녀가 얽히고, 뭔가를 감추고 계약 연애를 하고, 여자는 예쁘고 순진하고 남자를 만난 적이 별로 없고, 남자는 나이가 많고 잘 나가고 몸이 좋고 성격이 안좋지만 여주에게는 아주 친절하다.


그러면 되게 판타지 같은 상황이 펼쳐질 것 같은데, 그리고 시작은 되게 진부한데 묘하게 이 소설은 현실적이다.


느닷없이 키스한 올리브에게 애덤은 'Title 9'이라는 법 조항을 말하며 신고하겠다고 하는데.. 이 법 조항은 미국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교육기관에서 sexual misconduct를 금하는 조항- 인데 성추행, 성폭행 등을 포함하고 있고 실제로 있는 조항이다. 


얼마 전 읽었던 <전문-관리 계급에 대한 비판>에도 이 법이 언급되는데, 이 법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72년이었지만 대학내 성범죄에 본격적으로 적용된 것은 2011년 오바마 정부의 행정명령 이후인 것 같다. 그 책의 저자는 많은 경우 민주적 법치를 구성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거부한 채 인민재판에 불과한 대학조사위원회가 설립되었다-고 썼다. 그러나 그런 법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이러저러한 선동에도 차별금지법이 꼭 통과되길 바란다. 


이 Title 9 관련해서 올리브에게 어떤 에피소드가 생기기도 하는데, 올리브의 분야 생물학보다도 여성이 더 적은 분야에서 공부한 나는 그 부분에서도 매우 공감이 되었었다. 지도교수를 여성으로 택했던 이유를 얘기할 때도. 이와 관련하여 내 경험을 마구 적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만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고 적기 시작하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다시 소설로 돌아가면, 


그런 애덤에게 올리브는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았느냐, 대답을 들었던 것 같다 라고 우기다가 왜 자기가 (동의도 없이) 키스를 했는지 상황을 설명하면서 없던 일로 하면 안되겠냐고 변명을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이렇게 말한다.



Actually, you're absolutely right.

And I am so sorry.

If you felt in any way harassed by me, you really should report me,

because it's only fair.

It was a horrible thing to do, though I really didn't want to....

Not that my intentions matter;

it's more like your perception of....


생각해보니 박사님 말이 전적으로 맞네요.

정말 죄송해요.

저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불쾌감을 느끼셨다면, 신고하세요.

그러는 게 옳으니까요.

해서는 안 될 짓이었고, 비록 진심으로 그런 건 아니지만...

어떤 의도로 그랬느냐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요.

대신 박사님이 어떻게 받아들이셨느냐가....



이런 대화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게 또 일종의 판타지일 수도 있는데 (특히 '의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박사님이 어떻게 받아들이셨느냐가 중요하다'는 부분이), 어쨌든 이런 우발적인 사고에 이렇게 자세히 지면을 할애하는 로맨스가 또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원래도 재미가 있었지만, 판타지스러운 내용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걸리는 부분 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하나 재미가 있었던 포인트는, 이것도 아마 단발머리님이 얘기하셨던 것 같은데- 


이 둘이 어찌저찌여차저차하여 섹스를 하게 됐는데, 당연히도 애덤이 올리브가 정말 원하는지를 여러 번 묻고, 네 맘은 바뀔 수 있다며 바뀌었다면 얘기해라, 뭐 이런 말도 하고... 그러고나서 정말 하게 되는데 그 때 뭐라고 하냐면.


I don't ... I don't have anything.

지금 나한테.... 아무 것도 없는데.



애덤은 뭐가 없었을까? 미국 소설이나 드라마를 좀 보신 분은 바로 뭐가 없었는지 아실 것 같다. 

섹스하기 전 이런 대화가 로맨스 소설에 나온다는 게 좋았다.



애덤의 입장에서 쓴 보너스 챕터는... 둘이 섹스를 하게 되었을 때를 애덤의 입장에서 쓴 것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 부분에서는 애덤의 속마음이 궁금하지 않았고 ㅋㅋㅋ 

오히려 올리브가 처음 키스했을 때, 둘이 섹스한 다음날 이별했을 때, 그리고 올리브가 애덤을 찾아갔을 때... 

그 때 애덤의 마음이 궁금했었다. 그래서 기대만큼 보너스 챕터가 좋지는 않았다. 


사실 보너스 챕터 때문에, 그리고 올리브 목소리가 좋다고 단발머리님이 그러셔서

(지금 이 글에 단발머리님의 닉네임이 몇 번 언급되었을까) 

오디오북을 샀고, 오디오북을 듣다보니- 나는 리스닝이 약하므로 - 답답해져서 킨들북도 사버렸는데.


그 보너스 챕터가 꼬옥 필요했던 것 같진 않다 ㅋㅋㅋ 그래도 애덤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한국 웹소설 로맨스에서 보통 외전 형식으로 남자 주인공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데, 애덤이 워낙 지고지순한(?) 사랑을 해왔던지라.. 그 마음을 내가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건 왠지 못할 짓 같다. 애덤은 말로 몸짓으로 그동안 다 보여주었으므로, 꼭 보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다. 



내가 로맨스 소설을 앞으로 얼마나 더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읽는다고 해도 이 소설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지 않을까 싶다. 번역서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이것도 살까 말까 고민중이다. 


그래서... (왠지 용두사미격 마무리 같은데) 이 책을 읽도록 만들어주신 단발머리님께 감사를 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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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9-09 2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저도 이 소설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갑자기 느닷없이 모르는 상대에게 키스하는게 영 받아들여지지가 않더라고요. 그 설정이 있어야 그 다음이 진행되는건 분명하지만, 그런데 굳이 이런 설정이어야 했나 싶더라고요. 사실 로맨스의 클리세중 하나가 일단 키스먼저 한 다음에 .. 이지만 말입니다. 이 책에서 타이틀 나인이 나오긴 하지만, 만약 이 설정에서 성별이 달랐다면 굉장히 분개해서 읽어야하는 그런 설정이잖아요. 물론 성별이 바뀌어서 애덤이 느닷업이 키스했다면 그건 교수라는 권력을 이용한걸로 보일 수도 있고요. 느닷없이 내가 키스한 상대가 사실은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설정은 말이 안되는것 같은데, 그런데 살다보면 실제로 사랑은 말도 안되는 상황속에서 벌어지기도 하지요. 와 진짜 그런다고? 막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벌어지니까요.
저는 이 책 읽다가 애덤 친구.. 와의 일을 애덤에게 얘기할 때 있잖아요, 그 때, 말하기 전에 고민하고 막 그럴 때 너무 그 고통과 고민이 생생해서 눈물 나더라고요. 그때 애덤 같은 반응을 보이는 남자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싶고요. 일전에 본 영화에서 여주가 애인 친구로부터 성폭행 당했는데, 남자는 그 일을 없던일로 하자고 여자를 협박하다가 절벽에서 밀어버리거든요. 야, 쟤 프랑스 가서 저거 얘기하면 우린 다 좆돼, 이러면서요. 이쪽이 더 다수의 남자들 같은데, 애덤은 오래 사귄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태도 돌변하고, 그에게 소중한 친구에 대해 내가 그래도 될까, 하는 올리브는 또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리고 말씀하신 섹스신은 저도 미성년자에게 권하지 않습니다. 아직 어린 사람들이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런(?) 섹스는 책이랑 영화에서 좀 그만 보여줘도 되지 않나 싶어요. 그것까진 안해도 되지 않나, 뭐 이런 생각을 합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작가의 다른 책도 번역되어 있는데 그것도 재미있어요.

아니 그런데 건수하 님, 그러니까 이 책을 원서도 사고 번역본도 사고 오디오북도 사고 킨들도.... 사신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09-09 20:56   좋아요 1 | URL
일단 간단히 달자면…
번역본은 아직 안 샀습니다! ㅋㅋㅋ

단발머리 2025-09-09 21:11   좋아요 1 | URL
애덤이 그 사건(애덤의 대학원 때 친구 톰이 올리브를 성희롱/성추행한 사건)에 대해 그렇게 반응할 수 있었던 건, 애덤이 올리브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올리브를 성추행하고 톰이 말하잖아요. 그래, 애덤한테 가서 말해 봐. 걔가 누구 말을 믿겠니?
저는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만(제발....) 많은 남자들에게 공통된 인식이라 생각해요. 피해자 보다 가해자에게 이입하는 건, 그들과 더 가깝기 때문이라고요.
이 책에서는...... 올리브가 애덤을 ‘위해서‘ 그 일을 덮으려고 하는데, 애덤의 다른 친구 홀든 때문에 올리브가 마음을 바꾸잖아요. 애덤이 자기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 줄을 확신하게 되니깐, 말해야겠다. 진실을 밝혀야겠다, 이렇게요.

아.... 너무 재미난 소설이다. 어떻게 이런 소설이...... 제게 왔을까요, 여러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09-09 22:16   좋아요 0 | URL
저는 애덤이 올리브를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녹취가 되었기 때문에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소설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애덤이 무리하지 않게 되어서..

다만 탐이 그렇게 바로 해고된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건수하 2025-09-09 22:44   좋아요 0 | URL
저도 시작 설정은 굳이…? 좀 억지스럽다고 생각하긴 했어요 ㅎㅎ 저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 같아서;;; 하지만 그걸 넘고 나니까 무척 재밌었습니다.

저도 올리브가 고민할 때, 그리고 그래서 좋아하게 되었는데도 조용히 헤어질 때 막 울면서 읽었어요. 친구이기도 하고 자기 분야에서 유명한 학자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도 큰 부담이고, 또 논문도 도용될 위험이 있었고…. 잘 풀려서 정말 다행이지만요.

특히 탐이 바로 학교에서 해고되는 것… 그건 정말 한국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입니다 ㅜㅜ

바람돌이 2025-09-09 2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분 책 러브 온더 브레인 재밌게 읽었어요. 인생로맨스까진 아니지만... 단발머리님이 너무 좋아하셔서 지금 읽어보려고 도서관에서 빌려놨는데... 그 도서관이 내부공사들어가서 대출기한이 무려 280일... 그니까 공사 끝날때까지 반납 안해도 된다는.... 그래서 지금 이 책도 다른 책에 자꾸 밀리고 있습니다. 조만간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다락방 2025-09-09 20:31   좋아요 2 | URL
요즘 엄청 무섭게 읽고 계신거 아시죠? 읽기 로봇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5-09-09 20:45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AI설~~ 읽기 쓰기 겸용, 2025년도 최신 모델!
예약자에 한해 할인 혜택 가능~~~

바람돌이 2025-09-09 21:18   좋아요 1 | URL
여러분도 왼쪽어깨 한번 부러뜨리면 됩니다. 책 읽는거 말고 할일이 없습니다. 3시3끼밥도 남편이 다해줬다는... 손가락은 멀쩡하여 핸드폰으로 글쓰는것도 가능하고... 나쁘지 않습니다. 아직 병가 한달 남았어요. ㅎㅎ

단발머리 2025-09-09 21:24   좋아요 1 | URL
아직 병가 한달…….
(기립) 브라보!!! 👏🎉🎊🙌🥳

건수하 2025-09-09 22:18   좋아요 1 | URL
러브 온더 브레인도 재밌군요~ 하나 더 읽어볼까나요 ^^

바람돌이님도 재밌게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동안에 많이 불편하셨을텐데.. 그런데 이제 깁스 푸셨는데 한 달 병가가 남아있다니 이건 좀 부럽네요 ^^

단발머리 2025-09-09 2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본인은, 주옥 같의 위의 페이퍼에서 5번 등장한 단발머리로서 ㅋㅋㅋㅋㅋ우리 올리브와 애덤의 <The Love Hypothesis>가 건수하님 인생 로맨스 소설로 선정된 것에 무한한 기쁨을 느낍니다.

제가 원서를 본격적으로(?)으로 읽기 시작한 때로부터 적지 않은 로맨스 소설을 읽어왔습니다. 외적인 이유는 영어 실력 향상이었습니다만, 현재 이 순간에도 확인되는 것은 영어 실력에는 큰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고요. 하지만 그 소설 중에서 딱 하나를 꼽으라면 이 책이고요. 오늘 낮에도 들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표지의 그 장면, 올리브가 애덤에게 첫 키스한 이후에, 애덤이 ‘Title 9‘ 이야기할 때 그게 너무 당연한 거고요. 그래야만 하는 건데. 나중에는 우리가 다 알게 되잖아요. 애덤이 훨씬 예전부터 올리브를 짝사랑하고 있었던 걸요. 그럼에도 ‘상식적‘으로 행동했던 그 지점, 고발하겠다... 이런 말이 전 좋더라구요.

섹스 나누기 전에는, 바로 ‘그‘ 중요한 순간에는 대화가 필요하죠. 제가 예전에 읽었던 소설에서는 있어야 할 것이 없었습니다. 남주는 항상 챙기고 다니는 스타일이었는데 말이죠. 기다리라~~ 하고 남주가 있어야 할 것을 사러 나간 사이, 여주는 쿨쿨~~ 암튼 그랬습니다. 그 소설의 저자는 테사 베일리인 것이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대학원 생활을 하지 않아서, 그리고 문과여서 사실... 잘 모르겠는 부분들, 올리브의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고,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들은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고요. 환상적이고 어떤 면에서는 ‘작위적‘이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그런 순간 너머의 알콩달콩 새콤달콤한 사랑을, 사랑의 순간들을 저는 아직도 좋아합니다. 제 현실이 그렇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구요.

제가 건수하님 페이퍼에서 제 닉네임을 발견할 때마다 얼마나 가열차게 웃었는지.... 보여드릴 수는 없는데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좋은 글 덕분에 오늘밤은 특히나 행복합니다!

건수하 2025-09-09 22:30   좋아요 1 | URL
애덤이 정말 고발하려고 했을까요? 저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진 않았고, 본인이 올리브를 좋아하면서 타이틀 나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있을 것 같았어요. 타이틀 나인 얘기는 올리브랑 얘기를 좀더 하려고 한 얘기 아닐까 했는데 ^^

이공계 대학원생에 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 소설을 좋아해서 전 행복합니다. 그런 얘기가 많아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니까요! 그리고 그런 얘길 써준 작가에게 참 감사하네요 :)

구단씨 2025-09-09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이 책을 안 읽으면 큰일이 날 것 같아요. ^^
언젠가부터 알라딘 서재에서 계속 언급된 것을 보고서,
마치 운명(?)처럼 이 책이 저의 보관함 속으로 들어왔는데,
이 페이퍼 보고 나니 더 갈증이 나고 있어요.
말랑말랑 로맨스로 힐링이 필요한 타이밍입니다, ㅎㅎ
너무 기대됩니다!!!!

건수하 2025-09-10 10:14   좋아요 0 | URL
구단씨님 안녕하세요 ^^ 이미 보관함 속에 넣어두셨다니, 이제 읽으실 때이군요!
기대에 부응할 것입니다~

독서괭 2025-10-12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수하님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거라고 하시니, 꼭 읽어봐야겠군요. 단발님의 가열찬 홍보는 물론이고ㅋㅋㅋ 이공계 얘기가 많아서 저도 역시 모국어로 읽어야겠지 싶었는데 섹스신이 꽤 야하다니 안전하게(?) 영어로 읽어야 하나 싶기도 하네요..일단 어페어 먼저 깨부셔야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내 경험을 마구 적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만” -> 저는 이 부분이 더 궁금하군요 ㅋㅋ
 
전문·관리 계급에 대한 비판 - 자본주의에 복무하는 진보주의자를 고발한다
캐서린 류 지음, 이대희 옮김 / 에코리브르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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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님이 추천하셔서 (별은 네 개라고 하셨지만) 읽어본 책. 

제목이 거창한데.. 미국의 소위 '강남좌파' 를 비판한다는 책이다. 


원제는 <Virtue Hoarders 덕목을 모으는 자들> 으로, 전문·관리 계층 (Professional Managerial Class - 책에서는 계속 PMC라는 약자로 쓴다) 들이 소위 진보적 가치 (다양성, 포용, 성평등, 환경 보호, 채식주의 등) 와 특별한 취향, 문화적 성향을 근거로 노동자 계급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함을 과시하면서 자신들의 사회적 권력과 지위를 정당화하는 것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하나의 계급으로서 그들은 독서를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음식을 먹고, 건강을 챙기고, 성생활을 영위했다.

자신들이 인류 역사상 문화적·정서적으로 가장 진보한 사람이라면서 말이다.

12-13쪽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에 대해 회의를 느꼈다. 몇몇 정치인들의 사생활 - 특히 자녀 교육이나 대학 진학 등 - 이 그들이 내세우는 청렴함과 공정함에 잘 맞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위법한 것이 아니라면 처벌받을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을 전처럼 신뢰하게 되지는 않았다. 


PMC는 한 정의에 따르면 "생산 수단을 소유하지 않고 봉급을 받는 정신노동자들" 로

"노동의 사회적 분업에서 그들의 주요 기능은 대체로 자본주의 문화와 자본주의 계급 관계의 재생산" 이라고 한다.

그리고 대표적인 업종으로 문화산업 개발자, 기자, 소프트웨어 기술자, 과학자, 교수, 의사, 은행가, 변호사를 예로 들었다. 

정치인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으나, 한국의 정치인의 다수가 이전에 저 업종의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작년에 나와 나름 잠시 핫했던 <야망계급론> 이란 책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읽지는 않았다), 나도 대체로 진보적 가치를 좋아하고 관련된 책을 읽고, 정신 노동을 하고 있다. 사실 저기 언급된 업종 중 하나의 일을 하고 있기는 하는데... 내가 하는 일이 딱히 이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데 기여할 만한 것은 없어서 PMC에 속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지만, 하는 일 자체가 기여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업종에 속한 사람이 갖는 공통점이 있을 수는 있겠다. 어쨌든 행동하기 보다는 개인적으로 읽고 만족하기만 하니까 진보적 언어에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은 그동안 많이 해 봤다. 요즘 미국에서 정치적 올바름 politically correctness 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고 하던데 그것도 이런 맥락인 것 같고, 그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아이가 어릴 때는 이 아이가 성인이 될 때쯤이면 모두가 대학에 가려고 애쓰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될 거라는 턱없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나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사교육을 시키게 되었고, 말로는 대학을 안 가고 하고싶은 일을 해도 된다고 했지만 - 아이가 학원 숙제를 안하거나 할 때 너의 선택이다 하고 - 그냥 놔두지 못한다 (내가 돈을 내서 그런 걸까? --;). 한 번은 아이에게 학원을 다니는 것 자체가 학원을 다니는 목적이 아니므로 너가 이렇게 열심히 안할 거면 학원은 그만 다녀도 될 것 같다고 했더니 그러면 자기는 대학에 못 갈 거라며, 그럼 엄마한테 평생 빌붙어 살겠다고 해서 -_- 대학에 가든 안가든 성인이 되면 빌붙어 사는 것은 절대 안되고 자립해야 한다고 말하고 말았다. (참고로 아이는 초등학생이다...)


그래서 이 책의 목차


서론

1 전문성의 경계 ‘넘기’

2 전문·관리 계급과 자녀

3 전문·관리 계급과 독서

4 전문·관리 계급과 성생활

결론


중 2장에 기대가 있었다. 정확히 어떤 기대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그들은 자녀를 어떻게 키우는가...막연히 참고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 -; 

물론 152쪽의 얇은 책이라 좀더 부담없이 읽기 시작한 것도 있다.



기대했던 자녀 교육 부분은 사실 내용이 많지 않았는데, (미국을 따라한) 우리나라의 대학 입시제도에 우리나라의 PMC들이 의도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부자와 빈자의 격차가 커짐에 따라 사회 이동이 모든 인종과 종족 집단에서 감소하면서,

PMC 가정은 이제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자기 자녀의 성공을 도우려고 노골적인 뇌물과 교묘한 속임수 전략을 비롯해

갈수록 화려해지는 고가의 어린이 돌봄 장비와 육아 기법의 실험실이 되었다.

78쪽

(고가의 어린이 돌봄 장비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모든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고 모든 젠더·인종·성별·성정체성 등에서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기회와 평등을 창출할 능력을 유일하게 갖추었다고 생각했던 나라에서,

미국의 제도는 지능과 노력의 대가를 소수에게 배분하는 데 갈수록 능란해지고 있다.

100-101쪽


이 문장은 의외로 3장 전문·관리 계급의 독서 에서 나왔다. 독서, 독서의 방식도 PMC 계급을 공고히 한다는 이야기였는데... 

책에 집착하는 자인지라 2장보다 오히려 여기에서 좀 찔렸다. 사실 PMC에 속하지 않더라도 진보적 가치를 추구한다면서 행동을 일치시키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결론에서는 이 책의 대상 독자가 PMC이고, 그들의 자기 비판을 촉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하는데... 

나는 진보적 가치를 향유하고 만족하는데 (책을 읽는데) 그치지 않고 뭔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해야겠다- 정도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사회주의 지식인은 미덕과 박식, 초연함의 가면을 거부해야 하고, 노동자와 피착취자 편에서 계급 투쟁의 장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139쪽


최근 한 정당이 당내에서 일어난 성적 괴롭힘 사례에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알고 나니 한국의 PMC들도 각성과 자기 비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한국의 진보정당이라는 것이 얼마나 진보적인가 하는 생각도. 주로 그들을 진보라고 분류하는 것은 보수세력이지만, 그들 스스로도 진보라는 단어를 사용함에 있어 부끄럽지 않기를, 계속 위성정당으로만 있을 게 아니라 원내에 진출하기를 원한다면 적어도 일반 대중을 의식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적어본다. 

우파 평론가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분노를 경청하면서, 그 느낌을 반동적인 정치적 목적을 위한 무기로 삼았다. 도널드 트럼프만큼 PMC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동원하는 데 유능한 사람은 없었다. 그는 PMC의 자유주의가 대중과 대중 이익의 적이라고 수십 년간 성공적으로 주장해 온 보수주의적 선전을 활용하기 위해 나섰을 뿐이다. 트럼프는 절대로 미덕이 있는 척하지 않았다. 그의 이드 주도적인 정치와 통제력 결여는 자유주의적 초자아에 업신여김을 당했다고 느낀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가지는 핵심 요소였다. 포퓰리즘으로 포장된 반동적 정치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PMC의 미덕 쌓기의 또 다른 도구가 되어버린 정체성 정치가 아니라, PMC에 맞서는 좌파의 투쟁이 필요하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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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9-09 19: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 이익이 끼어들고 공사구분이 불분명해지는 순간 진보고 뭐고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자식 문제에서... 그래서 요즘 잡음이 많이 일어나는거 보면서 저는 그래도 다행인건 이게 문제가 된다는거예요. 최근 정당내 성적 괴롭힘 사건도 그렇구요
그들은 그게 문제가 아닐거라고 생각했을거고 2차 가해를 가해가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했을거고요. 다 해결됐다고 생각했겠죠. 하지만 다행인건 우리 사회가 당신들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정도인듯요
물론 해결의 과정은 또 난망하겠지만요. 결국 진보는 그들이 하는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드러나는거같아요

건수하 2025-09-09 19:32   좋아요 2 | URL
저도 바람돌이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드러난다.


진보에게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안타깝기는 하고, 인간적인 공감은 됩니다만... 하지만 진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잣대가 있는 것이고, 보수는 보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잣대라는 게 있겠지요.

단발머리 2025-09-09 1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녀 교육에 대해서라면 진보 보수가 큰 차이가 없으리라 생각하고요. 그 욕망을 금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이걸 합법과 불법의 영역에서 그 차이를 명확히 하고,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계층이 더 좋은 교육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계급 간의 격차는 점점 더 커지고....

건수하 2025-09-09 19:36   좋아요 1 | URL
네, 자녀문제는 인지상정이죠... 제가 보수 세력을 지지한 적이 없어서 보수 정치인에게도 그런 잣대가 요구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진보라고 주장한다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계층이 더 좋은 교육 기회를 얻고 있는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고.. 현재의 입시 제도(제가 아주 잘 알고 있지는 못한데)를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것도 엘리트 계층이고, 도입한 이들은 그 제도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었고요.

이 관련해서 <특권>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다 읽게 될 지 모르겠지만 혹시 다 읽게 되면 또 글 써볼게요.

페넬로페 2025-09-09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남좌파에 대해 언급하신 건수하님의 글에 공감합니다. 그들이 좌파의 의식을 가졌지만 영위하는 삶은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들에 대해 실망도 많이 했고요.
자녀분인 초등학생의 말에 빵 터졌습니다. 평생 빌붙어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요.
저의 딸아이도 결혼하기 전까진 끝까지 빌붙고 자신이 번 돈은 자기를 위해서만 쓰기를 원하거든요.
어쨌든 제가 부모를 생각했던 마음과는 너무 다른 것 같습니다^

건수하 2025-09-10 10:17   좋아요 1 | URL
세상을 바꾸겠다고 한다면 스스로도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요..

대학을 못가면 돈을 못 번다고 생각하는 게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요즘 예전에 비해 취업이 어렵다고도 하지만, 세대 분위기도 좀 다른 것 같아서 여지를 미리 차단하려고 합니다 ^^
어릴 때부터의 세뇌가 효과가 있기를..

잠자냥 2025-09-10 1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집사3님! 치즈 고양이 키우면서 살려면 엄마한테 빌붙으면 안 돼~~ 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5-09-10 10:17   좋아요 1 | URL
ㅋㅋㅋ 기억력 뛰어난 잠자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