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더 까먹기 전에 적어보려고 적는다. 


일단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장 놀랐던 건 이거다. 숲의 천이 succession 에 관한 것. 



    (이미지 출처: 산림청 홈페이지)



이런거 고등학교 때 배웠나? 여튼 오래 전에 배웠는데. 내가 배웠을 때는 이렇게 가로 방향의 그림이 아니었고 세로 방향으로 달라지는 그림이었는데 요즘엔 거의 이런 그림만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이 개념을 배울 때, 실제로 가르치는 사람이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음수림이 안정적이고 완성된 형태라고 생각했다. 위키 백과에 '천이'를 찾아보면 
천이 (생물학)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마지막 단계인 음수림 (극상 군락)을 이렇게 표현해 놓았다. 

극상 군락이란 식물의 종류가 더 이상 교체되지 않는 안정된 군락을 말하는 것으로, 이 때에는 물질 생산·축적·고사(말라죽음)의 순환이 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화살표도 있겠다, 이렇게 이렇게 가다보면 안정적이고 완성된 형태가 된다- 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 개념 자체가 그런건지 내가 그렇게 이해한 건지 모르지만 이 그림에는 시간에 따른 선형성이 표현되어 있고 나는 시간에 따라 역사는 진보할 거라는 생각을 내재화하고 있어서 이 음수림이 좋은 상태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안정적, 평형 상태라는 말은 보수적인 것 같지만 진보가 거듭되다보면 언젠가는 다 좋아지고 완성되어 안정적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그걸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막연한 낙관주의와 잘 부합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송이버섯에게는, 소나무에게는 이 음수림이 안정적인 상태가 아니다. 소나무는 아마 양수림 상태에서 가장 잘 자랄 것 같고 송이버섯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개체 어떤 집단에게는 불안정한 것이 더 좋고 그래서 송이버섯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은 진보의 방향성을 거슬러 그 불안정성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주변에서, 자본주의의 중심지 미국에는 존재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공유지 (땅이 좁은 한국에는 거의 없을 것 같다) 에서 버섯을 채취하며 살아간다. 이 사람들에게 이것이 가장 효율적인 경제활동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은 전쟁이나 고향과 관계하여 숲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사랑하기 때문에 또 다른 경제활동이 어려운 경우도 있어 감수한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자본주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이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건 지구의 한 편 일본에서 송이버섯이 비싸게 팔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의 자본주의와 관계가 없는 듯한 삶의 방식도 자본주의 덕분에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버섯의 수요가 전세계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그러면 자본주의와 관련이 생기기도 하겠지만) 이 집단의 규모는 마냥 커질 수가 없다. 그래서 작가의 표현대로 작은 패치로만 존재할 수 있다. 찾으려고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그저 어디 존재할 뿐 수가 적기에 모두가 이렇게 살 수도 없고 그렇기에 지속될 수 있는 삶의 방식이다.

학생일 때는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 수 없어서, 나는 결혼도 안하고 아이도 안 낳고 적게 벌어 적게 쓰고 살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하고싶은 일과 돈을 좀 절충할 수 있게 되어서 아이도 낳고 책도 좀 사면서 적당히 살고 있다. 코로나가 한참 창궐하던 2020-2021년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둘까 생각한 적이 있는데, 남편이 어쨌든 돈은 계속 벌어와야 한다고 해서 (...)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것은 대리운전, 서점주인 (자본이 부족한데), 아니면 서점 알바..? (알바를 쓸 수 있는 서점이 얼마나 될런지) 좀 무리하면 학원강사..? 그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이공계서적 번역을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도 했지만 영어나 국어 실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이공계서적은 수요가 별로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내 상상력의 한계는 딱 그 정도였고 실행력도 없었다. 주류의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페미니즘 책을 계속 읽고 있지만 지금도 딱히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는다. 다들 이렇게 상상력이 부족해서, 그래서 자영업자의 수가 그렇게 많은 모양이다. 


이 책의 역자 노고운은 역자 해설에서 번역은 주변자본주의적이라고 했다. 정희진의 공부 매거진 10월호에는 학원강사 출신 번역자가 나왔고, 11월호에는 대학교수 출신 동네 사회학자가 나왔다. 이분들이 어떻게 생계를 꾸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는다면 내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닐 것 같다. 어쩌면 희진샘도, 서점이나 온갖 돈이 되지 않는 것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주변자본주의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여기까지 쓰고 역자에 대해 찾아봤는데 역자는 전남대 문화인류고고학과의 현직 교수다. 책 어딘가에 저자가 전남대 문화인류고고학과의 한 학생에게 고맙다고 한 각주가 있었던 것 같은데 노고운 교수가 저자와 친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책을 쓰는 것도 아니고 번역하는 것은 노고운 교수의 이력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송이버섯을 따서 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고.. 모두가 꼭 자본주의가 제시하는 대로 살지는 않아도 된다. 쉽게 찾을 수도 없고 그렇게 사는게 쉽지도 않지만 그래도 그렇게 살면서 얻는 것이 있을 거다. 그건 각자 선택하기 나름이다. 찾거나 선택하기 전에 생각의 방식이 달라져야겠고 그게 가장 어렵지만 말이다. 


 역자는 모두가 이렇게 살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삶의 방식을 기후 위기 시대에 인류의 미래를 위한 대안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류세 Anthropocene 라는 개념에 대해 잠시 언급한다. 책이 출간되던 시점에는 국제지질학연합 IUGS에서 인류세를 지질시대로 지정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고 자료를 수집했지만, 올해 투표를 통해 인류세를 지질시대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인류세는 오존홀을 발견한 화학자 파울 크뤼첸이 처음 제안한 개념이고, 인류가 지구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는 맞다. 오존홀도 그렇고 이산화탄소 농도가 이렇게 빨리 증가한 것도 처음이다. 하지만 지질시대로 지정할 것인가에 대한 내 생각은.. 지질시대는 보통 대륙의 이동이나 생물의 대량 멸종, 큰 기후변화를 기준으로 지정하는 것인데 아직 인류가 그만큼의 영향을 미쳤느냐하면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인류 입장에서는 중요하고 심각한 변화지만 지구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세 시대는 좀 작은 단위이기는 하지만 이미 16000년 전 기준으로 플라이스토세와 홀로세를 나눴고, 그 기준은 지구의 많은 면적을 빙하가 덮고 있다가 물러난, 나름 지질학적인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플라이스토세에 인류는 이미 존재했지만 홀로세 이후 신석기가 시작되었고 본격적으로 경작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홀로세 역시 인류에게 의미가 있는 지질시대이다. 현재의 기후 위기 관련해 굳이 어떤 시기를 지정해야 한다면, 제이슨 무어 (나는 이 사람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가 주장한 대로 산업혁명 이후를 자본세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당하다고 본다. 물론 그렇게 지정한다 해도 지질시대라고 보기는 어렵고. 

인류가 그렇게 쉽게 멸종할 것 같지는 않다. 지금처럼 우점하진 않아도 소수가 살아남을 것이다. 혹시 인류가 멸종한다 해도 지구에는 곰팡이나 식물 등 많은 생물들이 우리가 모르는 방식, 생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계속 살아갈 것이다. 처음 기후 우울을 앓고 있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에 놀랐는데, 정확히 어떤 부분에서 그 분들이 우울을 경험하는지 알아본 적이 없어 잘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인류는 멸종한다 해도 지구는 어떻게든 지속될 거라고 생각하면 좀 낫지 않을까? 나는 기후 관련 일을 하고 있고 무력함을 자주 느끼는데 그렇게 생각하니 좀 나아졌다. 18세기 이후를 인류세라는 지질시대로 굳이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인간이 이 위기를 구해야 한다고,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인간의 능력이나 흔적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건 아닐까.

 

IUGS가 인류세를 지질시대로 지정하지 않은 이유는 좀더 실용적인 것이다. 원문을 찾아보긴 귀찮아 검색을 해보니 인류세는 공식적인 지질학 시대가 될까? 이런 기사가 있다.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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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1-12 2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부분 좋네요. 인류가 멸종한다 해도 지구에는 곰팡이나 식물 등 많은 생물들이 다른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다는 생각이요.
저도 이 책에서 묘한 희망의 기운을 느꼈거든요.
올려주신 사진이 좋아서 한참 들여다 보았어요. 평형 상태를 좋아하지 않는 소나무, 그리고 송이버섯 ㅎㅎㅎ

건수하 2024-11-12 13:22   좋아요 1 | URL
인류를 포기하면 마음이 좀 편해지죠. 막연한 희망도 생기고...
근데 그러면 우리는 왜 공부를 하는 걸까요...? 결국 지식욕 자기만족인가...

공쟝쟝 2024-11-12 19:51   좋아요 1 | URL
할 수 있으니가 하는 거 아닐까요? … 할 수 없거나 할 줄 모르거나 할 기력이 없는 사람이 더 많다고 압도적으로 많다고 생각합니다. 😝

건수하 2024-11-12 20:57   좋아요 1 | URL
인류를 포기하는데 인문학 공부 굳이… 포기가 안 돼서 그런가봅니다 ^^ 물론 여유와 기력도 있어서 그렇겠죠 ㅎㅎ

청아 2024-11-12 1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이 글 너무 좋네요! 이따가 PC로 재독예정! 저도 대리운전 생각해 본적 있는데 운전 실력은 둘째치고 택시 기사들,대리 기사님들 얻어맞는 뉴스가 자주보여 두렵기도 했어요. 그냥. 지금 하는거나 잘 하기로ㅎㅎ통념에서 벗어난다는 게 역시 쉽지 않다, 그러나 다른 시각을 가지기 위한 노력은 늘 필요하구나 새삼 느낍니다.

건수하 2024-11-12 13:25   좋아요 1 | URL
그쵸, 대리운전은 술취한 사람이랑 같이 있어야 하니까 위험하겠더라고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싶지만 노력한다고 되는건지... 요즘엔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조건이 주어지지 않으면 힘든 것 같아요. 노력하면 다른 시각을 접했을 때 부정하지 않는 정도는 가능한 것 같은데..

공쟝쟝 2024-11-12 1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하님은 일찍 하고 싶은 일을 찾으셨군요? ~~ 왜 근데 그만두고 싶어졌는지 궁금합니다.

돈… 저는 많이 벌고 많이 쓰고 싶습니다!!! ㅋㅋㅋㅋㅋ 제가 이과들이 좋아할 문장을 왓이즈섹스 보면서 찾아서 킵해뒀는데요! 나중애 시간나면 적어볼개요! 귀한 이공계 친구 건조수하님!! ㅋㅋ

건수하 2024-11-12 20:56   좋아요 1 | URL
좀 회의를 느끼기도 했고 가정생활과 병행하기가 어려워서… 육아휴직 후 복직을 안할까 생각해봤었어요. 회의는 여전하지만 이제 애가 많이 커서 다닐만 해요 ^^

이과들이 좋아할 문장 ㅋㅋㅋㅋ 궁금하네요!
 
Story of the World, Vol. 3: History for the Classical Child: Early Modern Times (Paperback) The Story of the World 9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 Peace Hill Press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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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달달 8-9-10월의 책. 


9월부터 시작하여 급한 마음에 출퇴근길에 들었다. 출퇴근길 책 듣기는 애로사항이 많다. 영어책은 더 그랬다. 아는 얘기는 잘 들리고 모르는 얘기는 잘 안 들린다. 모르는 단어는 정말 모르는 단어일 때도 있고 내가 아는 발음과 다른 고유명사일 때도 있다. 이렇게 듣다보면 졸기도 하고, 잘 모르겠는 와중에 네비게이션 안내 소리 한 번 나와주면 그때부터 갑자기 산으로 가는 내 정신력.. 아이 데리러 갔다가 듣던 부분을 계속 틀었는데 잘 들리냐고 물으니 잘 들린다고 하더라. 그래 어릴 때부터 네이티브들에게 영어를 배운 네 귀 좋다 흥...



그래서 어떤 에피소드는 쉽게 넘어가는데 어떤 에피소드는 3-4번 듣기도 했다. 처음에는 듣고 나서 잘 모르겠던 부분을 책으로 확인했지만, 뒤로 갈수록 지쳐가서 이제는 내가 어느 부분을 이해 못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상태가 되어 대략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데 의의를 두고 계속 들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영어읽기를 하려고 이 책을 함께 읽기로 한 것인데, 내가 한 건 듣기와 세계사 이해이다...? 어쨌든.. 끝까지 다 들은 걸 위안삼기로 한다. 



목차를 다시 살펴본다. 이 책의 소제목은 early-modern times 이고 중세에서 근대로 가는 시기, 소위 근세라고 부르는 부분을 다루는 것 같다. 시작은 엘리자베스 1세 여왕. 3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제국들이 식민지를 건설한다. 미국, 캐나다, 아프리카, 인도, 중국... 전쟁과 조약, 그리고 노예가 그에 따라온다. 이 책을 읽으며 (전에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대개 영국인들이 먼저 나쁜 짓 (노예제도, 식민지 개척, 자본주의 등) 을 시작하고, 그러면 다른 나라들이 똑같이 따라하고.. 그러고서 영국의 지식인들이 비판하면 그쯤에 반성하는 척 하며 레드오션에서 먼저 손을 떼는 (그러고서 교묘하게 뒤에서 계속하는) 일을 해왔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지금도 비슷한 것 같다. 내가 영어를 배우게 된 이유도 이 사실에서 비롯되었는데, 지금도 영어를 공부한다고 이 책을 읽고 있었으니 씁쓸하다. 


30년 전쟁이나 나폴레옹이 일으킨 전쟁 등 뭔가 소소하고 서구에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이 많이 나온다. 또 북아메리카에 유럽인들이 건너가 살게 되면서 다른 곳보다 미국의 건국 역사가 상세하게 나온다. 이런 이유로 '근세'를 별도의 권으로 분리할 필요가 더 있지 않았나 싶은데.. 내가 이걸 이렇게 상세하게 알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교양이라고 생각하고 다 듣긴 했다. 미국 교과서로 영어 공부하는 초등학생들이 이런 기분일 것 같다. (왜 미교로 영어공부하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내가 그러고 있...) 남아메리카 독립의 역사에 대해서도 꽤 상세하게 나오는데... 미국은 그래도 좀 알고 있는데 중앙아메리카-남아메리카에 대해서는 너무 몰랐구나 하고 약간 반성하게 되었다. 아프리카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가본 적도 별로 없고 문학으로도 별로 접하지 못한 곳들이다.  


후반부에는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미국 서부의 금광 개척얘기로 끝난다. 4권은 좀더 재미있길... 일단 아는 얘기가 더 많이 나오긴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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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1-12 1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들리는 그 어린이의 귀를 좀 빌리고 싶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부러운 마음으로, 이 부러운 마음을 간직한 채로 그냥 살아가야 하는 겁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4-11-12 13:27   좋아요 1 | URL
자꾸 듣다보니 조금 더 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라지만 다시 들어서 익숙해진 걸지도...)
단어라도 많이 익혀 아는 단어를 만나는게 최선이 아닐까요?

출장가서 300 words 끝내고 오겠습니다!! 빠샤!
 
세계 끝의 버섯
애나 로웬하웁트 칭 지음, 노고운 옮김 / 현실문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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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 버섯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신자유주의와 기후위기의 현 상황에 한 줄기 희망이 될 지도 모르는 사고방식 하나를 제시한다. 기후 우울을 겪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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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11-11 17: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과학 부분과 인류세 관련하여 할 말이 많다면 많은데, 그때그때 쓰지 않고 빨리 읽는데 집중했더니 의욕이 없다.. 어쨌든 완독. 읽는 동안에는 작가가 하고싶은 말이 뭔지 의문점이 많았고 역자 해설을 읽고 나니 다락방님이 왜 한 번 더 읽으려 하셨는지 알 것 같다.

다락방 2024-11-11 18: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휴 고생하셨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참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건수하 2024-11-11 19:09   좋아요 0 | URL
조금 더 잘 정리해서 (비교적 간결하게) 썼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작가가 의도한 바이겠지요? 이렇게 쓰지 않았더라면 작가의 의도가 저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겠지요? 역자 해설을 읽고나니 아주 잘 전달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좋은 책이었습니다.
 


북토크에서 누군가 낭독한 문구. 

그 사람은 이 구절을 읽고 두 나라의 두 대통령을 떠올렸다고 한다. 



세상에는 남자들도 있다. 우리는 가끔 그걸 잊고 여자들만 있다고 생각한다. 끝없는 언덕과 평원처럼 유순한 여자들만 펼쳐져 있다고. 우리는 농담을 거의 하지 않고, 서로를 위로하며, 삶은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그러나 이따금 우리 사이에 뜻밖의 남자가 소나무처럼 솟아올라 우리를 무자비하게 굽어보면, 우리는 우르르 떼를 지어 동굴과 도랑 속에 숨어들어 남자가 갈 때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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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내려갈 것 같아서 2시간 휴가를 내고 일터 근처의 극장에서 <룸 넥스트 도어>를 보고 왔다. 

















시그리드 누네즈가 수전 손택과 함께 살았고 회상록을 쓴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어떻게 지내요>도 수전 손택이 모티브가 된 줄은 몰랐다. 


왜 굳이 죽음을 두려워 하는 사람으로 설정했는지 궁금했는데

그런 사람이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그리려 했을 수도 있지만 

시그리드 누네즈 자신이 그런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영화는 좋았고... 

같이 보러 간 사람은 확신한 

틸다 스윈튼의 2역을 나는 알아채지 못했으며 (그냥 어디서 찾았겠거니 생각했는데)

도라 캐링턴과 리턴 스트래치를 알고 있어서 뿌듯했다. 


이제는 또 읽고 싶은 책이 생겼다.

읽지도 못하면서.....



+ <우리가 사는 방식>은 왠지 집에 있었던 것 같아서 집에 가보니 있었다. 알라딘에선 안 샀던데 언제 어디서 샀는지 @_@... 다시 사지 않아서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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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1-06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걸 몰랐따니!! 저는 바로 알았다능 ㅋㅋㅋㅋㅋ 약 가지러 다시 간다고 했을 때 빡치던가요?(책만 읽은 다락방 평) 귀엽던가요?(영화만 본 잠자냥 평)

건수하 2024-11-06 16:22   좋아요 1 | URL
어디서 잘 찾았네 했다는 ㅋㅋㅋㅋ

빡치지도 귀엽지도 않고... 놓고 왔으면 찾으러 가야죠 뭐 그게 목적인데 어쩔..?

페넬로페 2024-11-06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줄리언 무어와 틸다 스윈튼 배우가 둘다 1960년생으로 우리 나이 65세더라고요.
틸다 스윈틴이 예쁘게 나오고
딸 역할 소화도 잘해내어 역시 배우다 생각했어요.
근데 저는 영화 보는 내내 잉그리드가 왜 마사의 죽음을 도와주러 했는지가 궁금했어요~~
수전 손택은 어떤 모티프예요?

건수하 2024-11-06 17:38   좋아요 1 | URL
둘다 좋아하는 배우라 고민없이 보러 갔었어요.

영화에는 이유가 잘 나오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소설에는 좀 자세히 나올까요? 저는 그냥 친구가 부탁하는 데 거절하지 못해서 도와준다는 느낌이었는데, 처음에 잉그리드가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책을 냈다고 나오거든요. 그래서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관심이 있고 생각해본 사람이라서 더 수락했던 걸까 싶기도 했어요.

수전 손택이 생각나는 요소가 여러 개 있었는데 (암투병, 종군 기자, 어릴 때 낳은 아이 등) 결정적으로 맞다고 느낀 건 어느 전쟁이 가장 인상깊었냐고 했을 때 보스니아 전쟁이라고 대답했을 때였어요. 그러고보니 작가의 이름도 시그리드 - 잉그리드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요 ^^

페넬로페 2024-11-06 17:52   좋아요 1 | URL
네, 그렇군요.
저는 오늘 아침 영화에서 마사가 외웠던 문장이 들어 있는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 중 ‘죽은 사람들‘을 다시 읽었어요.
지금 읽고 있는 신곡도 그렇고요.
죽음이라는 단어는 여러 생각을 하게 하네요.
날도 추워지고 맘도 우울해요 ㅎㅎ

건수하 2024-11-06 18:04   좋아요 1 | URL
‘죽은 사람들‘ 이 <더블린 사람들>에 나오는군요.. 저는 조이스 작품은 읽어보질 못해서, 독립된 소설인 줄 알았어요.

날이 갑자기 추워지니 몸도 마음도 움츠러드는 것 같아요. 오늘은 따뜻한 것들이 당기네요 :)
페넬로페님도 따뜻한 차 한 잔 하시면서 독서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