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선고 외 을유세계문학전집 72
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태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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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카프카를 만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처음 만난 건 7-8년 전이 아닌가 싶다. 그 때 카프카의 <변신>을 읽었는데 기대보다 별로였다. 엄청 대단한 소설이라길래 기대가 컸는데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 후로 카프카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하루키라던가 밀란 쿤데라라던가 기억이 나진 않지만 워낙 카프카 이야기를 많이 듣다보니 꼭 카프카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성>이나 <소송>을 도전해봤지만 1/3 이상을 읽지 못했다. 읽어도 재미를 못 느껴서 계속 읽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카프카와 나는 인연이 아닌가 싶었다.


 독서모임 책으로 을유문화사의 이 책이 선정되었다. 단편집이라서 카프카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상당히 난해했지만 책 마지막에 해설이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 


 이번에 <변신>을 읽었을 때는 좀 달랐다. 아마 세 번째 읽는 것일텐데 기존 두 번 이랑은 달랐다. 드디어 카프카가 느껴졌다. 대단한 소설가구나. 이토록 힘있는 소설을 쓰다니 싶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추측건데 문장이 이번에는 좋게 느껴졌다. 기존의 책들은 번역이 별로 였을까? 아무튼 이 책은 번역이 좋았다. 카프카의 문장이 좋았다.


 <선고>, <유형지에서>, <시골의사>, <단식술사>, <변신>, <학술원보고> 등 어느 정도 스토리가 있고 분량이 있는 소설들은 재밌게 읽었으나 분량이 몇 페이지 밖에 안되는 초단편들은 훨씬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냥 약간의 인상만 남는 정도였다. 


 예상 외로 독서모임에서 대화가 좋았다. 이해가 안 되고 정리가 안 되었는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나보니 이해가 되고 정리가 되었다. 


 카프카를 만나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다. 앞으로 카프카의 소설은 을유문화사꺼로 도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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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03-13 1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을유에 좋은 책들이 많네묘.
표지도 맘에 들구요.
민음사나 문학동네 갖고 있어도 을유 또한번 들여다보게 되요

고양이라디오 2024-03-13 16:58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을유문화사는 잘 몰랐는데 이번 계기로 호감도 급상승했습니다. 번역이 좋았습니다^^!
 
미래의 부 - 인공지능 시대, 돈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는가
이지성 지음 / 차이정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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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년 7월에 출간된 책이다. 너무 늦게 읽었다. 미리 읽었더라면 좋았을 껄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오랜만에 이지성 작가의 책을 읽었다. 한 때 굉장히 좋아했던 작가인데, 이제는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볼 수 있게 된 작가이다. 그는 비판도 많이 받는 작가라서 나도 점점 멀리하게 되었다. 그래서 후회한다. 이 책은 읽을만한 책이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안다. 미국 주식에 투자해야한다는 것을. 그리고 인공지능을 이끌어가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을. 미리 이 책을 읽고 이 책에 소개된 기업들에 좀 더 투자했으면 좋았을 껄 하는 아쉬움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다. 지금은 너무 늦은 거 같다. 이미 너무 오른 거 같다. 다음 때를 기다릴 생각이다. 언젠가 떨어지겠지. 할인 기회가 오길 노려봐야겠다.


 그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투자 관련 공부를 하고 투자 관련한 책을 냈다. 그가 공부한 것을 책 한 권으로 훑어 볼 수 있다. 당연히 이 책 한 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겠지만 기본적인 방향을 잡아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투자에 대해 그리고 어떤 기업들에 투자하면 좋을지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버핏을 많이 인용하는 게 좋았다. 내가 버핏을 좋아해서이기도 하다. 의외로 투자 관련 책들에서 버핏 이야기를 많이 안하는 거 같다. 이지성 작가가 버핏의 투자철학에 대해 이야기해줘서 잘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가 하고 싶던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어서 주위에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미국주식에 투자하자. 버핏에 투자하자. 애플에 투자하자. 마이크로소프트에 투자하자. 


 지금은 버블인지 적정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다. 최근 유튜브 영상에서 레이 달리오가 버플이 아니라고 했다. 버핏은 작년 4분기 현금을 최대한으로 쌓아놨다. 주식이 많이 올라서 투자할 곳이 없다는 소리다. 지금은 기다려야할까? 아니면 달리는 말에 올라타야할까? 역시 일반인은 분할매수 밖에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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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 무라카미 하루키 최초의 연작소설,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유곤 옮김 / 문학사상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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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문제인가? 혹시 심각한 문제는 아닐까? 


 이 책은 이번이 세 번째 독서다. 당연히 좋기 했지만 아주 좋지는 않았다. 그저 좋았다 정도? 예전에 쓴 리뷰를 찾아봤다. 2016년에 이 책을 두 번째 읽었었다. 그리고 별 5개를 주고 아주 많이 좋아했었다. 힐링하고 위안을 얻고 생에 대한 굳센 의지가 생겼었다. 그리고 이 책을 다시 읽을 날을 고대했다. 


 이번에 이 책을 읽기 전 기대했다. 굉장히 좋아하는 책이었다. 그런데 예전만큼의 감흥이 없었다. 내가 변한 걸까? 일시적인걸까? 그렇지 않다면?


 요즘 하루키의 책 뿐 아니라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예전만큼 좋지 않다. 예전에 별 5개를 주면서 인생책이라고 생각했던 책들도 다시 읽으면 별 4개에서 4.5개를 주고 싶은 정도이다. 처음만큼의 감흥이 없다. 당연한 건가? 첫인상이 강렬하고 다시 읽으면 감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일까? 


 재독 뿐만이 아니다. 요즘은 책이 전반적으로 예전만큼 재밌지 않다. 예전에는 별점이 후했다. 5점도 많이 줬다. 그만큼 재밌게 읽기도 했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 늙은 걸까? 눈이 높아진 걸까? 익숙해진 걸까? 독서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을 따르나? 예전에는 신기했던 내용들이 많았다. 새로운 내용이 많았다. 아는 게 많아질 수록 그런 자극이 줄어든다. 유튜브로 인해 뇌가 변한 걸까? 더이상 책으로는 쾌락이 충족이 안되는 걸까?


 아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호기심이 사라지고 진부해지듯이 나도 그렇게 된걸까?? 모든 면에서 에너지가 줄어든 걸까? 감동할 에너지, 기뻐할 에너지, 좋아할 에너지도 사그라진걸까?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속 주인공은 아무도 없는 야구장에서 홀로 춤을 춘다.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인다. 


 나도 아직 발을 멈춰서는 안된다. 음악이 계속되는 한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음악에 맞춰, 리듬에 맞춰 춤을 춰야 한다. 


 운동을 매일 하자. 매일 책을 읽자. 건강한 생활을 하자. 몸은 신전이다. 신전을 잘 관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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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도 이번이 세 번째 읽은 거 같다. 처음 읽었을 때만큼 감흥은 없었지만 그래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 고베 지진을 배경으로 한 6편의 연작소설. 




# <다리미가 있는 풍경>

















 <다리미가 있는 풍경>이란 단편에서 잭 런던의 <모닥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읽어보고 싶은데 ebook으로 <모닥불을 지피다>라는 단편만 판매하는 거 같다. 



















 좀 더 검색해보니 <야성의 부름>이란 책에 <야성의 부름>과 <불을 지피다>라는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불을 지피다>는 잭 런던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소설로 꼽힌다고 한다. 꼭 읽어보고 싶다. 읽어보고 싶은 책이 많다. 



 미야케 씨는 곰곰이 생각했다. "불이라는 건 말이야, 그 형태가 자유롭지. 자유롭기 때문에 보고 있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무엇으로든지 보이거든. 준코가 불을 보고서 평화로워진다면, 그건 준코 속에 있는 평화로운 마음이 거기에 비치기 때문이야. 그런 걸 이해할 수 있겠어?" -p064


 "할 수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어. 하지만 대개는 할 수 있지. 마음만 담아서 한다면, 대개는 할 수 있어." -p064

 

 

 <다리미가 있는 풍경>은 좀 어려운 작품이다. 책을 읽은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그런 소설이다. 



#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가슴속에 있는 상념을 상대방의 손에 전달하려고 했다. 우리의 마음은 돌이 아닙니다. 돌은 언젠가 무너져내릴지 모릅니다. 모습과 형태를 잃어버릴지 모릅니다. 그러나 마음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형태가 없는 것을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어디까지고 서로 전할 수 있는 겁니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을 추는 겁니다. -p112


 


#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


 개구리 군은 고개를 끄떡였다. "이것은 책임과 명예의 문제입니다. 아무리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나와 가타기리 씨는 지하에 잠입하여 지렁이 군과 맞설 수밖에 없는 겁니다. 만의 하나 싸움에 져서 목숨을 잃어도 누구도 동정해주지 않습니다. 만일 성공적으로 지렁이 군을 퇴치할 수 있다 해도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아요. 발밑 저 아래쪽에서 그런 싸움이 있다는 것조차 사람들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걸 아는 사람은 오직 나와 가타기리 씨뿐이에요. 어떻게 되든 고독한 싸움입니다." -p169


 하지만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간파한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이기는 방법보다 그 패배하는 방법에 따라 최종적인 가치가 정해지는 것입니다.  -p179 


 단편집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를 좋아했다. 별점 다섯개를 주고 싶을 정도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작품, 가장 인상깊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 였다. 아마 이번이 3번째로 이 단편집을 읽는 거 같다. 처음과 같은 감흥은 없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무엇이 변한 건지 모르겠지만.


 

 # <벌꿀 파이>


 아마도 네겐 너 나름대로의 까다로운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 거야.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내 눈엔 바지를 입은 채 팬티를 벗으려 하는 것으로밖엔 보이지 않는단 말이야." -p219

 

 무척 재밌는 표현이라 적어 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소설을 쓰자, 하고 준페이는 생각한다. 날이 새어 주위가 밝아지고, 그 빛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꼭 껴안고, 누군가를 꿈꾸며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그런 소설을. 하지만 지금은 우선 여기에 있으면서 두 여자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 상대가 누구든, 영문 모를 상자 속에 넣어지게 해선 안 된다. 설사 하늘이 무너져내린다고 해도, 대지가 소리를 내며 갈라진다고 해도. -p236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구절일 것이다. 하루키의 다짐이기도 할 것이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처음 읽었을 때보다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푹 빠져서 재밌게 읽었다. 몇몇 작품들은 장편소설화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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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02-28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댓글 창에 쓰다가 뭔지 급한 일이 있어 닫았네요.
다시 읽으면 더 좋은 책도 있고, 그때 왜 그렇게 좋았는지 잘 모르겠는 책도 있어요^^

고양이라디오 2024-03-04 13:38   좋아요 1 | URL
요즘 제가 좀 문제인 거 같아요ㅠ 심지어 예전보다 식욕이나 음식 맛도 덜해요ㅠㅋ

일단 몸 컨디션, 건강부터 끌어올려야겠습니다!

그레이스 2024-03-04 14:37   좋아요 1 | URL
건강이 제일입니다.
건강 잘 챙기세요~!
 















 

 문유석 작가의 에세이는 다 읽었다. 소설, 드라마 대본도 쓰셨는데 궁금하긴 하다. 나중에 기회되면 읽어봐야겠다. 헌법의 사고방식,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교양서였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복지국가인 노르웨이의 경우는 어떨까. 2011년 7월 청소년 캠프에서 무차별 총기난사 테러를 감행하여 무려 77명을 살해한 자에게 선고된 형량은 징역 21년이었다. -p142


 궁금해서 네이버에 검색을 해봤다. 검색된 기사들을 보다 이건 뭐가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77명을 살해했는데 최고 형량 21년? 21년 후면 사회로 나온다는 이야기인가? 좀 더 찾아보니 5년에 한 번씩 형기 연장을 무한정으로 결정 할 수 있고, 반인륜 범죄 행위가 적용되면 직영 30년까지도 선고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또 하나 문제는 그가 수용되어 있는 교도소 시설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방3개, 샤워시설 2개, TV, 게임기, 책, 신문, 컴퓨터 등이 지급된다고 한다. 직접 음식을 조리하거나 빨래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는 독방 생활을 하다가 독방이 인권 침해적이라는 이유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서 승소했다. 


 이게 말이 되나 싶다. 77명을 살해하고 안락한 교도소에서 TV보고 게임하고 책보고 컴퓨터하고. 모르겠다. 어리둥절하다.



 새로운 범죄가 끝없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고 미제 사건을 안고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의도 한정된 자원인 것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범죄의 중대성에 따라 일정 기준을 정하고 그 시기가 지나면 안타깝지만 사건을 종결시킬 수 밖에 없다. -p148 


 이해는 가지만 납득은 되지 않는다. 굳이 사건을 종결시킬 필요까지 있을까? 언제 어떻게 증거가 발견될지 모른다. 일본의 경우 2010년에 공소시효를 전면 폐지했다고 한다. 영국 역시 살인죄 등 중범죄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 찾아보니 우리나라도 2015년에 태완이법이 통과되어 법정 최고형인 사형에 해당하는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폐지되었다고 한다. 이게 맞지.



 요약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헌법질서에 내재한 '인본주의' 와 '공리주의'는 형벌에 대해 '필요 최소한'의 관점으로 접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법이 인간 사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선의' 라면 형벌은 사회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악의' 인 것이다. -p150 


 


 













 하버드대 심리학자 조슈아 그린의 <옳고 그름> 읽어보고 싶은데 품절이다. 중고 가격이 사악하게 비싸다. 이북이 있는데 이북으로라도 읽어야 하나. 다행히 도서관에 있다! 빌려봐야지!



 응보는 단순히 국민 감정에 휘둘리는 사법 포퓰리즘이 아니다. 오히려 사법이 해야 할 본질적인 기능일 수 있다. 

 법은 인간 위에 군림하는 신탁이 아니다. 법은 인간을 위한 도구다. 법은 인간사회의 평화와 질서 유지를 위해 기능해야 한다. (중략) 대중의 무지를 탓하기 전에 법조 엘리트들이 먼저 인간에 대한 스스로의 무지를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p159

 


 















 존 롤스의 <정의론> 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샌델의 스승이다. 워낙 유명한 명저라 책을 읽어보고 싶었는데 782p에 달하는 걸 보니 부담이 된다. 그래도 한 번 도전은 해보고 싶다. 



 자유가 사회를 견인하되, 그 속도가 누군가를 낙오시켜 쓰러지게 만들지 않도록 평등이 제어하는 것. 무조건 달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면 잠시 멈출 줄도 아는 것. 어쩌면 그 망설임의 순간이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어려운 질문에 대한 하나의답일지도 모르겠다. -p205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소개하며 글을 맺으려 한다. 공존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윤가은 감독의 영화 <우리들>에서 주인공 '선'은 다섯 살 남동생 '윤'이 밤낮 친구 연오에게 맞으면서도 또 언제 싸웠냐는듯 다시 같이 노는 꼴을 보니 열불이 난다. 그래서 채근한다.


 선: 야, 이윤, 너 바보야? 그리고 같이 놀면 어떡해?

 윤: 그럼 어떡해?

 선: 다시 때렸어야지.

 윤: 또?

 선: 그래, 걔가 다시 때렸다며. 또 때렸어야지.

 윤: 음...... 그럼 언제 놀아?

 선: 어?

 윤: 연오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연오가 또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 나 그냥 놀고 싶은데.


 천진난만한 다섯 살 아이 윤이의 말이 어쩌면 헌법의 핵심일지도 모르겠다. 헌법은 결국 공존을 위한 최소한의 선의다.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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