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라얄라북사랑님과 '함께읽기'를 하는 두번째 책이다. 첫번째 책은 <장애의 역사> 였다. <침묵의 봄>은 붕붕툐툐님도 함께 하게 되어 더욱 좋다^^ 


<침묵의 봄>을 반 읽고 리뷰를 남긴다. 이책을 선택한 건 최근에 듣고 있는 팟캐스트 알릴레오북스 때문이었다. 알릴레오북스는 변호사 한 분과 유시민씨가 진행하는 독서 팟캐스트다. 게스트로 책의 저자나 책과 관련된 분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요즘 즐겨 듣고 있는 팟캐스트다.  


 이 책은 사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책이다. 워낙 많이 인용되는 책이라 보지 않아도 본 것 같은 책, 꼭 봐야만 할 거 같은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은 1962년 출간된 20세기 환경학 최고의 고전이다. 


 저자 레이첼 카슨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그만큼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분이며 고마운 분이다. 


 2021년 현재 시점에서 이 책을 읽는 나의 마음도 이렇게 불안하고 두려운데 살충제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수많은 생물을 죽이고 있는 현장 한가운데 있는 레이첼 카슨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상상이 가지 않는다. 환경을 사랑하고 예민한 감성을 지닌 그녀였기에 더욱 더 살충제의 폐해를 절실히 알리고 싶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는 이 책을 쓰기 전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시인의 감성을 지닌 생물학자였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반인들에게 전하는 전도사였다. 그녀는 환경 관련 기관에서 일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먼저 수많은 이상 징후를 접했다. 갑자기 새들이 죽고, 물고기가 죽어나갔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유력한 용의자는 살충제였다. 그녀는 자료들을 모으고 책을 쓴다. 그녀 주위에서는 만류했다. 그녀는 잃을 게 많았다. 만약에 그녀의 판단이 틀렸다면?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지위, 살충제 회사들로부터의 소송과 괴롭힘에 시달릴 터였다. 하지만 그녀는 54세의 나이에 이 책을 완성했다. 그리고 2년 후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 덕분에 우리는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 


 이 책은 살충제의 폐해를 알리는 책이다. 이 책으로 인해 DDT 등의 살충제의 폐해가 알려졌다. 이 책을 읽은 케네디 대통령은 살충제의 폐해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이 책을 읽은 수많은 시민들은 환경단체를 조직했다. 오늘날의 환경단체들의 효시이자 뿌리가 이 책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살충제는 우연히 등장하지 않았다. 살충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산물이다. 화학전에 사용할 약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몇 종류의 물질은 곤충에 치명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할 약제를 시험하는 데 곤충류가 자주 사용되었다. 이후 합성 화학 살충제 산업은 부상하고 놀랄 만큼 확장된다. 살충제에 이어 제초제까지. 인간을 죽이기 위해 개발하는 과정에서 살충제가 개발되고 다시 그 살충제가 인간을 죽이게 되는.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아래는 책 속 글을 발췌한 것이다. 그녀의 문장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살충제는 대부분 비선택적이다. 없애려는 특정한 종만을 제거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맹독성이라는 단순한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살충제와 접촉하는 모든 생물, 가족들의 사랑을 받는 고양이, 농부가 키우는 가축, 들판에서 뛰노는 토끼, 하늘 높이 날아가는 종달새가 모두 위험에 빠진다. 이런 동물은 인간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사실 동물들과 그 주변 환경의 존재 덕에 인간의 삶이 더 즐거워진다. 그러나 인간은 그 보답으로 갑작스럽고 무시무시한 죽음을 선사한다. 셸던의 자연 관찰자들은 죽음에 이른 종달새의 증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근육 조절이 안 되어 날거나 설 수 없음에도 새들을 옆으로 드러누워 계속 날갯짓을 해댔다. 발톱을 오그리고 부리는 반쯤 벌린 채 힘들게 숨을 쉬고 있었다." 이보다 더 불쌍한 것은 얼룩다람쥐였다. "죽음에 이른 얼룩다람쥐의 모습은 특별하다. 몸을 웅크린 채 앞발로 가슴을 잡고 있었다. ...... 머리와 목은 축 늘어졌고 입에는 더러운 흙이 들어 있었는데, 불쌍한 다람쥐가 죽어가면서 땅을 물어뜯기라도 할 듯 몸부림쳤음을 알려준다."

 살아있는 생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묵인하는 우리가 과연 인간으로서 권위를 주장할 수 있을까? -p126  


 생생한 묘사이다. 불쌍한 얼룩다람쥐의 모습이 그려진다. 살충제는 무차별적이다. 또 하나 아이러니 한 것은 특정한 해충을 죽이기 위한 살충제가 때로는 효과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살충제는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지만 특정 해충의 천적까지 모조리 죽여버린다. 때문에 그 살충제에 내성이 생긴 해충이 쉽게 번성하여 오히려 살충제를 뿌리기 전보다 해충이 많아지는 경우도 생긴다.

 

 인용하고 싶은 글들이 더 있는데 분량이 너무 길어질 거 같아 이만 줄인다. 



 오래 전부터 알던 <침묵의 봄>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예전부터 읽으려 했지만 안 읽은 이유는 이미 우리는 살충제의 위협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살충제로 인한 환경파괴는 과거의 지난 일이라 생각해서 책을 읽을 정도로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책을 읽지 않아도 그 내용을 알고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읽으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느 정도는 예상대로였다. 살충제로 인한 여러 사건들이 반복되자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살충제에만 국한해서 읽을 책이 아니다. 우리가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것은 결코 살충제만이 아니다. 온난화, 수많은 쓰레기, 원자력 폐기물 등등 그 목록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우리는 아름다운 환경을 파괴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점차 우리의 환경을 위협할 것이다. 이 책은 생태학, 환경학에 대한 지식 뿐만 아니라 지혜를 우리에게 준다. 소중한 책이다.  


 아직 <침묵의 봄> 반이 남았다. 그리고 <침묵의 봄> 이후도 궁금하다. 우리는 정말 살충제의 위협에서 벗어났을까? 지금 사용되는 살충제, 제초제는 안전한가? 그 외에 아직 폐해가 알려지지 않은 다른 위험한 물질은 없을까?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환경 파괴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무엇을 더 알고 무엇을 더 해야 할까?


 지금 우리는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다. 과연 백신은 안전한가? 10년, 20년, 30년 후에도 백신은 안전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무턱대고 회사와 정부 관리를 믿으면 안된다. 제약회사와 정부의 말도 신중하게 들어야 한다. <침묵의 봄>이 우리에게 알려준 교훈이다. 


 1950년대 살충제가 사용되었을 때 회사와 정부는 살충제가 무해하다고 했다. 수많은 생물들이 죽어나가고 있어도. 우리나라 군인들은 베트남 전쟁 때 DDT를 온몸에 뿌리기도 했다. 이것이 베트남 고엽제다. DDT 등의 살충제 사용이 중단된 것은 이 책이 출간된 1962년으로부터 10년 뒤 1972년이었다. 때론 지나고 보면 명백한 일들도 밝혀지고 바로잡히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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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15 19: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작가님 글 잘 쓰시지 않나요. 용감하기도 하시고.*^^* 저는 군수업체와 연관된 부분 읽으면서 좀 분노했어요. 고양이라다오님 ~ 잘 읽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11-15 21:52   좋아요 2 | URL
100% 동의합니다. 작가님 글 잘 쓰시고 따뜻한 용기를 지닌 분입니다^^

읽어주시고 댓글주셔서 감사합니다ㅎ

붕붕툐툐 2021-11-15 2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마지막 부분 현재 백신과 연결한 거 너무 탁월한 거 아닙니까? 급 저의 리뷰 부끄러움~ 하하하하!!!!!!
저도 함께 해서 행복합니다앙~🙆

고양이라디오 2021-11-15 21:52   좋아요 2 | URL
아닙니다 백신 부분은 사족입니다ㅎㅎ

툐툐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얄라알라북사랑 2021-11-16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고양이라디오님, 뜨거운 마음으로 쓰신 이 글 정말 뜨겁게 읽었습니다.
저도 얼룩다람쥐 묘사한 부분은 책 읽다가 두 번 읽은 파트였어요.....

사실 일요일에 이 책 끝까지 다 읽었는데 레이첼 카슨이 어떤 분인지 더 알고 싶다는 생각 들더라고요. 이미 그 전에도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명망이 있던 분이셨군요. 리뷰 어제까지 못올려서 죄송해요. 지금 리뷰쓰러 까페 와서 앉았어요. 고양이라디오님 리뷰와 대화하듯 써야겠네요^^ 넘 아름답고 뜨겁고 솔직한 글입니다. 같이 읽어 주셔서 정말 기뻐요

고양이라디오 2021-11-17 12:09   좋아요 1 | URL
과찬이십니다ㅎ 저도 얄라님 덕분에 읽고 싶었던 좋은 책 읽게 되어 감사합니다.

레이첼 카슨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 전기도 있더라고요ㅎ 알릴레오북스 <침묵의 봄> 편 추천드립니다ㅎ

얄라알라북사랑 2021-11-16 1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국에서 1972년 출간되었을 때, 어떤 출판사였을까, 어떤 분이 처음 번역출간을 제안했을까 고양이의 호기심이 생깁니다.
요즘은 여성주의 책 다양한 출판사에서 나오지만, 예전엔 읽다보면 ˝이화여대출판부˝책이었던 기억이 나서요.

1960년대 어떤 과학의 언어가 권위를 가졌을까? 대중이 읽을 수 없는 암호문 대신, 레이첼 카슨의 공명하는 문장을 왜 폄하만 했을까...
이분은 고양이라디오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시인의 감성을 지닌 생물학자˝이시네요. 탁월하신 분께서 너무 일찍 떠나셔서 안타깝고 안타깝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11-17 11:00   좋아요 2 | URL
네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았을텐데 일찍 세상을 떠나셨네요ㅠ

얄라님 리뷰 읽으러가야겠네요~ 총총ㅎ

얄라알라북사랑 2021-11-17 1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서전 검색해볼 생각은 왜 못하고, 온통 어린이용 전기만 찾았을까요?^^ 감사합니다. 알려주셔서

고양이라디오 2021-11-17 12:13   좋아요 2 | URL
아 죄송해요. 전기를 자서전이라고 잘못 알려드렸네요ㅎ;;;

제가 알기로 레이첼 카슨 전기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서전이 아니고요ㅠㅋ

검색해보니 린다 리어의 <레이첼 카슨 평전>이 있네요. 774p 네요ㅎㅎㅎ 저는 어린이용 전기 한 번 찾아서 읽어야겠어요ㅎ
 
코로나 이후의 세상 - 트위터 팔로워 총 490만 명, 글로벌 인플루언서 9인 팬데믹 대담
말콤 글래드웰 외 지음, 이승연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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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명의 글로벌 인플루언서와 1:1로 나눈 대담을 엮은 책입니다. 2020년 4월9일 부터 6월 10일까지 두 달간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 초기 코로나가 끼친 영향과 코로나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벌써 코로나가 2년 가까이 됐습니다. 코로나 펜더믹이 오고 2년 가까이 된 지금 시점에서 읽어서 그런지 특별한 인사이트는 없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코로나가 끼친 영향과 앞으로 끼칠 영향을 경험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대담형식이라 부담없이 술술 읽히고 9명의 저명인사들을 만나 볼 수 있는 기회이니 가볍게 일독을 권합니다. 



 이 대담은 멍크 다이얼로그 첫 시즌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세계 2위 광산업체 배릭 골드의 창업자 피터 멍크와 그의 아내 멜라니 멍크가 함께 만든 자선 재단에서 2008년부터 '멍크 디베이트' 라는 국제적인 토론이벤트를 시작했습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 각국 정상뿐 아니라 알랭 드 보통, 헨리 키신저, 폴 크루그먼, 조던 피터슨처럼 세계적인 작가와 학자들이 참여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라 기존 토론방식에서 비대면 일대일 대담으로 진행방식을 바꿔야 했고, 그게 바로 '멍크 다이얼로그' 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쟁쟁한 사람들이 대담에 참여했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을 시작으로, 하버드대 정치학박사 출신의 CNN 방송 진행자 파리드 자카리아, 세계 최대 채권운용회사인 핌코의 CEO 출신으로 기업 경제 고문인 모하메드 엘 엘리언, 오바마 정부 UN대사이자 바이든 정부 국제개발처 처장인 서맨사 파워, 옥스퍼드대 박사로 <금융의 지배>를 쓴 영국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 '실리콘밸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동시에 선호하는 저널리스트'인 카라 스위셔, 빌 게이츠 선정 '올해의 책' 인 <인간의 품격>을 쓴 데이비드 브록스, 정치 컨설팅 싱크탱크인 유라시아 그룹 회장 이안 브레머, 덩샤오핑의 통역사로 유명한 중국 문제 전문가 빅터 가오가 참여했습니다. 정말 쟁쟁하고 유명한 분들이었습니다. 대담을 들으면서 그들의 저서들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옥의 티는 중국의 입장을 대변한 빅터 가오였습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혹은 중국 입장을 들어보고 싶어서 초청한 거 같긴한데 중화주의에 흠뻑 빠져있는 듯했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분들의 수준높은 대담을 즐길 수 있는 값진 책입니다. '멍크 디베이트'와 '멍크 다이얼로그' 의 책들이 많이 출판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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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타이거 - 2008년 부커상 수상작
아라빈드 아디가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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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이트 타이거>를 봤습니다. 이웃 분의 서재에서 이 책의 리뷰를 봤는데 재밌어 보여서 읽었습니다. 2008년 부커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작가의 처녀작이라고 합니다. 인도 소설입니다. 책을 읽고 다른 분들의 리뷰를 찾아보니 넥플릭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영화도 보고 싶습니다. 조승연씨의 유튜브에 <화이트 타이거> 영화리뷰도 있다고 하니 영화를 감상하고 보고 싶습니다.


 (아래부터 스포일러 있습니다)


 위험한 책입니다. 인도의 모든 것을 까발리는 작품입니다. 저자는 사회를 공격하려는 것은 아니고 일종의 자아성찰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재밌지만 불편한 느낌, 찝찝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작품 속 주인공의 살인과 일가족의 목숨을 희생으로 한 그의 탈출을 어떻게 바라봐야할 지 찝찝한 느낌입니다. 작품의 말미에 보여주는 주인공의 모습 또한 긍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업을 위해 부정과 부패를 저지릅니다. 그의 행동과 선택에 공감하기 힘듭니다. 


 살인자가 주인공인 작품은 생각해보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 나쁜 놈들을 죽이는 살인자들은 말고요. 생각해보면 나쁜 놈들을 죽이는 인물들은 영웅으로 긍정적으로 묘사되고 별 생각없이 어렵지 않게 이를 받아들이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이 악한이라면? 왠지 모를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 


 살인자가 주인공인 몇몇 작품이 떠오릅니다. 그 작품들과 <화이트 타이거>의 주인공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보겠습니다. 첫번째로 <죄와 벌>이 떠오릅니다. <죄와 벌>의 주인공에게는 공감이 갑니다. 그는 한 노파를 살인했지만 그에게는 명분이 있었고, 기본적으로 그는 착한 인물로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처>가 떠오릅니다. 주인공의 살인은 충동적, 우발적이었습니다. 그의 자아실현 과정이 흥미롭고 공감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화이트 타이거>의 주인공의 살인은 너무 이기적입니다. 자신의 가족이 보복으로 몰살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행했다는 사실이 더욱 그랬습니다.


 뭐, 이 소설에서 이게 크게 중요치 않을 수 있는 데 저는 이 부분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닭장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주인의 목을 따고 닭장에 불을 지르는 방법 밖에 없다니요? 


 

 소설을 읽으면서 인도 여행의 추억들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 인도여행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행이 더 좋았을까? 나빴을까? 이 소설을 통해 몰랐던 인도의 뒷골목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끔 뉴스에서 인도의 끔찍한 사건들이 보도됩니다. 특히 말도 안되는 강간사건들이 보도됩니다. 과연 우리나라도 6-70년 전에 저랬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도 여행 도중에 인도에서 유학 중이던 한국인과 잠시 동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는 인도인에 대한 험담을 끊임없이 늘어놨습니다. 당시에 그가 이야기했던 강간 사건들을 들었을 때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그게 말이돼? 그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어?' 그의 말들을 믿기가 어려웠습니다. 저의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기사를 보니 그가 말했던 사건들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게 말이 된다는 것을 알 게 되었습니다. 더한 일도 일어나는 세상이니까요.


 인도에는 거의 14억에 달하는 인구가 있습니다. 그 중에는 간디같은 인물도 있을 것이고 여러 다양한 인물들이 있을 것입니다.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래도 선하리라 생각합니다. 말도 안되는 사건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분명 소수에 불과할 것입니다. 성급한 일반화도 고정관념과 편견도 옳지 않습니다. 인도의 인구는 우리나라의 28배 가까이됩니다. 단순 계산으로 조두순 같은 인물이 27명 더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요. 


 

 한 편으로 우리나라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는 분명 한국전쟁 후에 인도보다 가난한 나라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10위 권 안의 경제, 문화, 군사, 외교력 등을 갖춘 나라가 되었습니다. 인도에도 변화가 일어날까요? 싱가포르의 전 총리 리콴유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도에는 카스트라는 닭장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재밌게 읽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소설이었습니다. 



 설사 저의 샹들리에가 모조리 무너져 바닥에 떨어진다 하더라도, 설사 그들이 절 감옥에 처넣어 죄수란 죄수가 모두 절 덮친다 하더라도, 설사 제가 교수형을 받으러 나무 계단을 걸어 오르게 될지라도, 저는 결코 그날 밤 델리에서 주인의 목을 따버린 게 실수였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절대로! 저는 말할 것입니다. 단 하루라도, 단 한 시간이라도, 단 일 분 이라도, 하인으로 살지 않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된 것은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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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10-21 12: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미국여성이 남편과 함께 인도 여행중 버스에 탔다가 윤간을 당했다는 뉴스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반면에 유럽여행 다녀온 후 한달을 여행이야길 한다면 인도여행 뒤에는 1년을 이야기한다는 말도요. 너무 매혹적이면서도 위험한 곳. 그래서
저도 이 책 놀라웠고 무척 재밌게 읽었어요!😄

고양이라디오 2021-10-21 16:34   좋아요 3 | URL
최근에도 인도인 신혼부부가 기차 여행 중 남편이 보는 앞에서 아내가 윤간 당했다는 기사가 뜨더라고요. 정말 이런 뉴스보면 인도인, 인도가 싫어진다는...

인도의 어두운 면을 블랙유머로 잘 보여주는 소설이었습니다ㅎ

2021-10-23 17: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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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5 12: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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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3 17: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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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5 1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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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5 13: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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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5 13: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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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5 17: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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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5 18: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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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5 18: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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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 로켓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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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가 추천, 선물해줘서 읽게 된 책이다. <변두리 로켓>의 저자는 <한자와 나오키>를 쓴 이케이도 준이다. 친구가 밤새 읽었다길래 얼마나 재밌나 했는데 나도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퇴근길에는 걸으면서 책을 봤다. 어두워서 핸드폰 후레쉬를 켜고.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뛰었다.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감정에 몰입됐다. 같이 흥분하고 기뻐하고 화를 냈다. 요즘 별점 5점을 아끼고 있었다. 재미뿐 아니라 감동과 훌륭함까지 갖춘 책에 5점을 주려고 해서 단순히 재밌는 책들은 4점만 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재미로만으로도 5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한자와 나오키>는 일본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어 시청률이 무려 44%를 찍었다. <변두리 로켓>도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책을 보면서 드라마를 상상하면서 읽었다. <한자와 나오키>는 드라마를 먼저 보고 책을 볼까 한다. 


 <변두리 로켓>은 4편 까지 있다. 이번 주 토요일에 도서관 가서 빌려야겠다.   

 

 로켓 연구원에서 아버지 기업을 물려받아 중소기업 경영자가 된 주인공의 이야기다. 읽으면서 경영자와 직원들의 갈등에 상당히 공감이 많이 갔다. 145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다. 시리즈 누적 350만부 돌파. 2018년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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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북사랑 2021-10-07 16: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근래 들어본 이야기 중 가장 인상적인. 걸으면서 책을 읽으실 정도로 재미있으셨다니요^^ 걸으면서 BTS 뮤비 보는 저는 ㅋ

고양이라디오 2021-10-07 17:32   좋아요 3 | URL
학창시절에 걸으면서 만화책을 많이 봐서 걸으면서 책 읽는게 익숙하네요ㅎㅎ

아주 가끔 재밌는 책 있을 때는 걸으면서도 볼 때가 있습니다ㅎ; 보통은 저도 유튜브 보거나 그냥 걷거나ㅎ

2021-10-09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10-13 10:08   좋아요 1 | URL
저도 사놓고 고이 모셔둔 책들이 많이 있죠ㅠ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 최근에 사서 안 읽고 있는데 나눠서 읽어볼까요?
 
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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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소설을 읽었다. 오랜만에 재밌는 책이었다. 술술 넘어가는 책장. 잠시만 자투리 시간이 생겨도 손이 가는 책. 


 퇴근 후 스터디카페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요즘 스터디카페에서 경제 관련 책과, 의학교양서를 번갈아 읽고 있었다. 둘 다 재밌긴 하지만 역시 읽다보면 지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잠시 기분전환하고 싶어서 스터디카페에 있는 책들을 훑어보던 중. <달과 6펜스>에 눈이 갔다.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서 주인공이 서머싯 몸의 <면도날>을 재밌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루키가 그의 소설, 혹은 에세이에서 언급한 책들은 대부분 재밌다. 그래서 서머싯 몸을 기억하고 있었고 이번에 읽게 되었다.


 서머싯 몸은 폴 고갱을 소재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쓴 소설이 <달과 6펜스>다. 6펜스는 은화를 말하고 인습적, 세습적인 세계를 상징한다. 달은 이상, 순수, 원시를 상징한다. 


 책을 읽고 폴 고갱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폴 고갱으로 검색을 해봤다. 그래픽 노블이 한 권 있어서 빌려서 보았다. 폴 고갱의 삶과 그의 모습은 <달과 6펜스>의 인물 스트릭랜드와 공통점도 있었지만 차이점도 있었다. 폴 고갱도 여러가지 의미로 굉장한 인물이었지만 스트릭랜드는 거기에 좀 더 신비롭고 순수하고 인간의 도덕적 가치를 훌쩍 뛰어넘는 '천재적' 인물로 묘사된다. 


 그동안 폴 고갱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몇 년 전 그의 유명한 작품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가 역대 최고의 미술품 가격에 거래되었다는 뉴스를 읽었었고. 반 고흐와의 불화로 인해 반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잘랐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는 정도였다. 그의 작품을 봐도 크게 감흥이 없었다. 이 책을 읽은 후에 봐도 잘 모르겠다. 


 이 소설은 단순히 폴 고갱의 삶을 그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단순히 예술가의 기행적인 삶을 보여주는 것이 다가 아닌 소설이다. 책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철학적이고 풍자적인 면이 있다. 양심과 칸트의 보편적 도덕률, 정언명령에 대한 고찰은 흥미로웠다. 서머싯 몸의 소설 <면도날>, <인간의 굴레에서>도 찾아보고 싶다. 


 서구 언론에서 선정하는 영문학 최고 걸작 50에 자주 들어가는 명작 소설이라고 한다. 읽어보니 전적으로 동의한다. 재밌다. 걸작이라 충분히 불리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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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10-04 11:5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을 재미나게 읽으신 분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천국은 다른 곳에>를 꼭 권합니다.
이 책엔 고갱으로 추정할 수 있는 화가 한 명과, 놀랍게도 폴 고갱의 외할머니 플로라 트리스탕이 맹활약을 하는데, 여성운동과 노동조합 운동에 평생을 건 혁명가입니다. 물론 실존 인물이고요.
아쉽게 지금 품절인데, 도서관이라도 찾아보시기 권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10-04 13:10   좋아요 5 | URL
다행히 도서관에 있네요! 이번 주말에 빌려봐야겠네요ㅎ
고갱의 외할머니에 대한 글도 읽었는데 자서전도 쓰신 대단하신 분이시더군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붕붕툐툐 2021-10-04 22:28   좋아요 0 | URL
오~ 폴스타프님 감사해용!^^

새파랑 2021-10-04 16: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머싯 몸의 인생의 베일도 재미 있어요 ㅋ 인간의 굴레에서는 두권짜리에 좀 두꺼워서 ^^ 저도 이책 읽고 고갱에 대해 찾아보게 되더라구요. 그림은 잘 모르지만 😅

고양이라디오 2021-10-05 12:00   좋아요 2 | URL
<인생의 베일> 추천 감사합니다^^
맞아요. <인간의 굴레에서>는 2권 짜리라 좀 부담스럽더라고요ㅎㅎ <인생의 베일>부터 봐야겠네요ㅎ

붕붕툐툐 2021-10-04 2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호~ 역시 고라님도 즐겁게 독서하셨군요!!!^^
완독 축하드려요~!!^^

고양이라디오 2021-10-05 11:59   좋아요 2 | URL
<달과6펜스> 재밌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