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마지막 잔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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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하루키 소설을 읽는다. 이 소설 역시 오랜만에 읽는다. <오후의 마지막 잔디>는 하루키의 첫 소설집 <중국행 슬로보트>에 수록된 단편이다. 인상 깊게 읽은 단편이었는데 다시 만나게 되서 좋았다.


 인상 깊게 읽었다고 해서 소설의 내용이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주인공이 잔디 깎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내용이라는 것 정도와 집 주인(부인)과의 에피소드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 에피소드는 기억나지 않았다. 아마 내가 그 에피소드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서 인 거 같다. 다시 읽어도 갸우뚱했으니 말이다.


 부인은 주인공이 잔디를 다 깎은 후 자신의 딸의 방을 보여준다. 딸의 옷과 물건들을 보여주고 딸이 어떤 사람인지 추론해보라고 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부인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깨닫지 못했다. 딸이 부재한 빈 방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왜 그 방을 주인공에게 보여주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제미나이에게 물어보고 대화를 하고 나서야 비로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음 그러네. 너 말이 맞는 거 같아. 너는 근데 이런 정보들을 어디서 얻었어? 어디 해석을 본 거야? 아니면 너가 직접 추론한 거야?" 


 "특정한 누군가의 평론이나 남의 해석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 아니라, 작품 자체에 담긴 텍스트의 맥락과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특유의 정서(고독, 상실, 인물 간의 묘한 거리감)를 바탕으로 종합해서 분석하고 추론한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느끼는 거지만 제미나이는 나보다 똑똑하다. 요즘 거의 제미나이와 물아일체가 되었다. 모르는 것을 자주 물어본다. 음성인식을 사용하게 된 후로 더욱 자주 이용한다. (나는 제미나이가 자신보다 똑똑하다는 것을 얼마나 빨리 깨닫는지가 똑똑함의 척도 중 하나라 생각한다.)


 최근 2주 간의 신혼여행에서 특히 제미나이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간혹 틀린 정보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정확하고 적절한 정보였다.


 소설 이야기를 하다 AI 이야기로 샜다. 다시 소설 외적인 이야기를 하나 더 하자면,


 이 책은 짧은 단편소설 한 편과 안자이 미즈마루의 그림으로 구성된 104p 짜리 작은 책이다. 그러나 가격은 13500원(10%할인)이다. 책 값이 비싸다는 말은 하지 않겠다. 비싸다 생각하는 사람은 사지 않으면 된다. 그것이 자본주의다. 왈가왈부 불평해봐야 소용없다. 


 예전에는 하루키의 책을 사서 모으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단편 소설 한 편이 책 한 권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사서 모으는 것을 그만뒀다. 물론 장편이나 단편집 등의 책들은 사서 읽고 있다. 

 

 이런 책이 나오는 것은 좋다. 일러스트와 함께 읽으면 더 좋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으면 된다. 사서 읽기에는 비싸다고 생각한다. 결국 비싸다는 이야기를 해버렸다. 뭐 개인적인 의견이다. 


 p.s 원래 신혼여행 가기 전에 책을 반납하려고 했는데 반납을 못했다. 이 책을 기다리고 계실 분에게 죄송하다고 생각한다. 내일 꼭 반납해야겠다. 



기억이라는 건 소설과 비슷하다. 혹은 소설이라는 건 기억과 비슷하다. - P10

"옷을 보면 그 여자에 대해 웬만큼 알 수 있지."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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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물질 - 생명의 수수께끼와 분자생물학, 그리고 노벨상
다치바나 다카시.도네가와 스스무 지음, 한승동 옮김 / 곰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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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치바나 다카시씨의 책을 오랜만에 읽었습니다. 그는 한 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저자였습니다. 그는 저널리스트입니다. 어떤 분야든지 취재하려고 하면 그 분야에 대한 엄청난 양의 독서를 합니다. 심층 취재의 달인입니다. 


 이 책은 198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일본의 분자생물학자 도네가와 스스무를 인터뷰한 책입니다. 역시나 미리 전문 지식을 습득해서 좋은 질문을 계속 던지는 다치바나 다카시씨가 참 놀라웠습니다. 덕분에 어려운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도네가와 스스무의 업적은 '항체의 다양성 생성의 유전학적 원리 해명' 입니다. 누군가는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연구라고 했습니다. '노바디' 였던 그는 이 연구로 단숨에 유명인사가 됩니다. 그의 연구 여정이 참으로 흥미로웠습니다.


 창의성은 연결에서 나옵니다. 도네가와 스스무는 분자생물학자였습니다. 운좋게 최고의 면역학 연구소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운도 따랐지만 충분한 실력이 갖춰졌기에 그 운과 기회를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운과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주어진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면역학 연구에 분자생물학적 방법론을 적용해서 당시 가장 중요했던 연구를 해명했습니다. 인체는 수없이 많은 항원에 대해 그에 꼭 맞는 항체를 만들어서 대응합니다. 자물쇠와 열쇠 관계와 같습니다. 인체는 어떻게 수많은 항체를 만들어내는 걸까요? 모든 항체에 대한 유전정보가 DNA에 기록되어 있는 것일까요?(생식세포계열설) 아니면 개체가 항원에 대응하는 항체를 새로 만들어내는 것일까요?(체세포변이설)


 다시 비유하자면 DNA에 수없이 많은 열쇠에 대한 제조법에 대한 정보가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 개체가 자물쇠에 대응하여 그 때 그 때 그에 알맞는 열쇠를 만들어내는 걸까요?


 뭐 지금은 상식으로 면역세포가 수많은 항원에 대응하는 항체를 새로 만들어낸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 당시는 DNA에 항체에 대한 유전정보가 있다는 것이 대세였습니다.


 도네가와 스스무는 생식세포계열설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했지만 결과는 체세포변이설을 지지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것이 과학의 재밌는 점입니다. 이럴 때 과학자는 흥분합니다. '어라? 이거 재밌는 결과인걸?' 과학은 유레카의 순간보다 이런 순간들로 이루어집니다.


 도네가와 스스무의 인생여정과 그의 삶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들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과학자라면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라 생각합니다. 과학자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영감을 받을만한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저는 무슨 책을 읽든 자기계발서적인 부분을 끌어내는 성향이 있습니다. 책을 읽던 초기에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고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아무튼 도네가와 박사님은 보고 배울 점들이 참 많은 분이었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 다치바나 다카시씨와 도네가와 스스무씨의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나옵니다. 도네가와 스스무씨는 우리의 정신 현상도 모두 뇌의 물질적인 현상의 발현이라 봅니다. 유물론적 해석입니다. 하지만 다치바나 다카시씨는 그 의견에 쉽게 납득을 하지 못합니다. 과학적인 부분에서도 학식이 깊은 다카시씨였지만 임사체험에도 관심이 있고 그에 대한 책까지 썼던 이력이 있습니다. 저도 한 때는 물질적인 것 외에 내새같은 정신적인 세계도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그에 대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쪽으로 바꼈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씨는 이에 대해 말년에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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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에 대한 모든 것 - 혁신은 어떻게 탄생하고, 작동하고, 성공하는가
매트 리들리 지음, 이한음 옮김 / 청림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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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좋아하는 매트 리들리의 책이었다. 그는 <붉은 여왕>, <이타적 유전자> 등의 저자이다.


 혁신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이 책은 정말 다양한 혁신에 대해 알려주고 혁신의 특징들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혁신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정말 재밌는 책이었다. 다양한 분야의 풍부한 사례들이 재밌었다. 


 1부는 에너지, 공중보건, 교통, 식량, 생활의 혁신, 통신과 컴퓨터 의 혁신의 이야기를 다룬다. 2부는 혁신의 특성에 대해 다룬다. 


 혁신의 특징들을 떠올려 보자면 우선 혁신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그리고 한 명의 천재의 이야기가 아니라 수많은 인물들이 장기간에 걸쳐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에 가깝다. 뉴턴의 미적분도, 다윈의 진화론도 같은 시기에 다른 인물이 만들어내고 발견했다.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아서 거의 대부분의 혁신에 적용된다. 그리고 혁신은 여러 인물들이 개선을 거듭해서 이루어낸다. 우리가 기억하는 사람은 대표자 한 명이지만 사실 수많은 인물들이 하나의 혁신에 얽혀있다. 그 중 한 명이라도 제 역할을 못했으면 우리가 아는 혁신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역설적으로 우리가 아는 인물이 혁신을 이루지 않았어도 다른 인물이 혁신을 했을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아니어도 누군가 상대성이론을 발견했을 것이다. 시기의 문제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인슈타인의 업적이 깎이는 것은 전혀 아니다. 당시 누구도 떠올리지 못했던, 누구도 상상하고 발견하지 못했던 이론을 발견해냈기 때문이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없었어도 몇십년 혹은 몇백년 내에(몇십년 내일 확률이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상대성이론을 누군가 발견했을 것이다. 


 매트 리틀리의 책은 모두 재밌었다. 그의 책도 계속 읽어나가고 싶다. 전작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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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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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을 쫓는 아이>는 재밌고 감동적인 소설이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미국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첫번째 작품입니다. 도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첫 작품부터 메가히트를 치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두 번째 장편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았다고 합니다. 그의 책들은 80여개 국에서 6천만 부 이상 판매되며 사랑받고 있다고 합니다. NGO 활동과 더불어 재단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인도주의적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훌륭한 분입니다.


 <연을 쫓는 아이> 한 아이의 속죄와 구원에 이르는 이야기입니다. 성장소설입니다. 술술 잘 읽힙니다. 재밌습니다. 문장도 좋고 간혹 묘사에서 늘어지는 면이 있는데 그건 제가 긴 묘사를 별로 안 좋아해서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습니다.


 1900년대 후반의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아이와 한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아미르와 그의 하인 하산의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펼쳐집니다. 특히 하산이 너무 멋지고 불쌍해서 읽는 동안 많이 안타깝고 슬펐습니다. 

 

 아미르의 아버지도 남자답고 멋집니다. 마지막 반전도 있고 좋았습니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도 꼭 읽고 이 작가의 책은 좀 더 읽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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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인 차이나 - 중국에 포획된 애플과 기술패권의 미래
패트릭 맥기 지음, 이준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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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책인데 뒤늦게 도서관에서 빌려보았습니다. 두툼한 분량만큼 꽉 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애플과 중국의 서사가 잘 버무려져 있습니다. 


 책을 많이 볼 수 있으면 보고 싶은 책을 구입해서 얼른얼른 볼텐데. 요즘 책을 많이 못 읽다보니 최대한 사서 읽는 걸 자제하고 있습니다. 신간이 나와도 어차피 사서 안 읽을 바에 기다렸다 도서관에서 빌려보자는 주의입니다. 


 금일 미중 정상회담이 베이징에서 있었습니다. 애플의 팀쿡, 엔비디아의 젠슨 황,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등의 CEO들도 함께 한 자리였습니다. 팀쿡은 올해 CEO에서 물러난다고 합니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 제국을 탄탄하게 운영했던 그가 곧 떠납니다.


 앞으로 애플의 미래는 어떨까요? 과거 노키아처럼 저물어가는 태양이 될까요? 아니면 AI 시대에 강력한 디바이스와 생태계를 갖춘 기업으로 그 건재함을 계속 과시할까요? 


 유튜브를 보면 후자가 될 가능성을 높게 보는듯 합니다. 삼성의 갤럭시, 중국의 화웨이가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애플의 입지는 여전한 거 같습니다. 최근 아이폰 17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고 하니 아직 애플은 죽지 않았나 봅니다.


 팀쿡의 애플의 생산기지를 중국에 의존했습니다. 이는 엄청난 마진, 실적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어마어마한 노동력, 중국 정부의 지원, 중국 기업들의 열정과 태도. 이에 힘입어 애플은 높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책을 보면서 애플의 집요함과 철두철미함 등이 무시무시하더군요. 


 중국은 애플의 투자와 기술 이전에 힘입어 첨단산업에서 높은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중국 역시 똑똑한 나라답게 단순 제조업에 머물지 않고 첨단 산업 발전에도 열심히 투자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중국에 과도하게 얽매여있어 이 부분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도 등으로 생산기지 다변화를 하려고 노력중입니다. 


 이런 기업 역사에 대한 책은 참 재밌습니다. 최근 <칩워>를 보고 있는데 반도체의 역사와 생태계를 아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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