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의 습격 - 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
마이클 이스터 지음, 김원진 옮김 / 수오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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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기대가 컸는데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요즘 들어 생각하고 있는 화두였다. 고통, 불편함이 필요하다는 사실. 너무 편안함, 안락함만을 추구했다는 사실. 그로 인해 잃은 것들이 떠올랐다.


 어쩌면 고통, 불편함을 추구해야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이 좀 더 명확히 정리를 잘 해줬다. 


 고통, 불편함을 추구하라니 먼소린가 싶을 수 있을 것이다. 쾌락, 편안함은 좋은 것, 고통, 불편함은 나쁜 것, 피해야 한다고 우리 몸이 말해주지 않던가. 맞다. 우리 몸은 쾌락, 편안함을 추구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아마 원시 시대의 삶은 고통, 불편함이 지금보다 훨씬 컸을 것이다. 평상시 상태가 고통, 불편함이다 보니 잠시의 휴식으로 쾌락, 편안함을 추구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우리는 그렇게 진화해왔다. 무더위, 혹한, 사막을 견디면서. 배고픔, 고통, 힘듦을 견디면서. 그런데 현대는 고통, 불편함을 배제하는 식으로 발전했다. 평상시 상태가 편안한 상태가 되버린 것이다. 우리는 이제 의도해야지만 고통, 불편함을 겪을 수 있게 되었다.


 단순한 비유를 생각해보면 된다. 야생동식물과 애완동물, 온실 속의 화초. 야생동식물은 강인하다. 애완동물, 온실 속의 화초는 연약하다. 우리 현대인은 온실 속의 화초가 되어버렸다. 연약해졌다. 이는 실제 사실이다. 과거 원시인들은 평균적으로 현대의 엘리트 운동선수 이상으로 강인했다고 한다. 하루 16km 이상을 걸었을 거라고 한다. 사냥, 채집을 위해 장시간 걷고 일했다. 무거운 사냥감을 짊어지고 먼 거리를 이동했다.


 어제 8kg 배낭을 메고 1시간 가량 걸었다. 그냥 걷는 것과 다른 느낌이었다. 오늘 어깨 등근육이 뻐근한 게 느껴졌다. 앞으로 무게를 더 늘리려고 한다. 평균 남자는 23kg까지는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한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고독, 고통, 따분함, 배고픔, 죽음, 운동은 현대인들에게서 멀어지고 배제된 것들이다. 그로 인해 현대인은 취약해졌다. 도파민 중독, 비만, 우울증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내용도 좋았지만 저자의 글솜씨도 좋았다. 저자가 직접 체험한 북극 사냥을 도태로 다양한 연구결과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알져줘서 재밌고 유익했다. 


 연말, 연초에 읽으면 좋을 책이다. 앞으로 불편함을 피하지 않겠다. 불편함을 받아들이겠다. 더 강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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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인생의 수읽기 - 반상 위의 전략으로 삶의 불확실성을 돌파하다
이세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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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씨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알파고 때였다. 그 전에는 이름을 들어본 정도 였다. 알파고 때의 충격과 관심도 잠시 그가 은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를 다시 보게 된 건 두뇌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데블스 플랜 : 시즌 2>였다.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의 두뇌플레이를 예능에서 볼 수 있다니 기대가 컸다. 예능에서 솔직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고 존재감을 내뿜었다. 승부사다운 면이 곳곳에서 돋보였다. 


 그 후 그에 대한 관심과 호감이 커졌다.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고, 유튜브에서 인터뷰 영상들도 찾아봤다. 모두 재밌었다. 책이 출간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구입해서 읽었다.


 이세돌씨의 바둑, 인생, AI에 생각들을 담은 에세이다. 이미 인터뷰 등에서 봐서 알고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다시 봐도 재밌긴 했지만 더 새롭고 재밌는 이야기들은 많이 없어서 아쉬웠다. 내가 책을 읽기 전에 그에 대해 너무 많이 알게 되었던 모양이다. 


 배울 점도 얻을 것도 있었던 책이다. 이세돌씨를 예능 프로그램에서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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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지음, 김지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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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이 책을 본 사람은 주인공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연민을 느낄 것이다. 그녀를 비판적으로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녀는 보통 사람이었다. 나도 그녀와 같은 상황이라면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혼자 멋대로 상상하고 해석한 내용을 써보려 한다.


 주인공 로자는 2차 세계대전을 겪고 있는 독일인이다. 그녀는 나치가 아니다. 하지만 강압에 의해 히틀러를 위해 일하게 된다. 맡은 일은 히틀러의 음식을 먼저 먹는 것. 히틀러는 독살을 걱정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로자의 남편은 전쟁에 나갔다. 그리고 실종되었다는 연락이 온다. 이후 로자는 친위대 장교 치글러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로자와 대비되는 인물은 엘프리데다. 엘프리데 역시 그녀와 함께 히틀러의 음식을 시식한다. 로자와 엘프리데는 상반된 행동들을 한다.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건 레니가 강간을 당했을 때이다.


 로자는 레니가 원하지 않으니 그 일을 덮어두자고 한다. 엘프리데는 레니는 어리다고 자신이 대신해서 그 일을 상관에게 고발하겠다고 한다. 


 로자는 수동적이다. 자신이 선택하기보다는 남에게 선택을 맡긴다. 신념보다는 생존본능이 앞선다. 우리라고 별반 다를 게 없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자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로자는 우연히 치글러의 서류를 보고 엘프리데가 유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치글러가 엘프리데를 도와줄 것이라 믿고 엘프리데에게 그 사실을 숨긴다. 결국 엘프리데는 수용소로 끌려간다.


 로자는 적군이 다가오자 치글러에 도움으로 몰래 기차를 얻어 타고 마을을 탈출한다. 그녀는 남편의 부모님을 뒤로한 채 떠난다.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대부분 혼자서라도 사는 길을 택하겠지만, 엘프리데는 혼자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부모님들의 곁을 지키지 않았을까 싶다. 


 엘프리데는 생존본능보다 신념이 앞서는 인물이다. 그녀 또한 살고 싶고 두렵다. 자신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틀키면 안된다. 최대한 조심하고 눈에 띄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엘프리데는 남의 일에 발벗고 나선다. 남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 자신의 피를 보는 것보다 남의 피를 보는 것이 더 참기 힘들다.


나는 내 피를 보지 않으려고 엘프리데의 검붉은 피를 바라봤었다. 다른 사람 피를 보는 건 괜찮아? 엘프리데가 내게 물었었다. -p402 


 소설의 첫 부분,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로자는 채혈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피를 보는 것이 힘들어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엘프리데의 피를 바라봤다. 대부분의 사람 역시 그렇다. 남의 고통보다 자신의 고통이 두렵고 크게 느껴진다. 


 저자는 주인공으로 평범한 사람인 로자를 선택했다. 그녀 주위에 신념을 선택한 엘프리데를 놓았다. 그리고 히틀러의 암살을 시도했다 실패한 슈타우펜베르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겁한 사람은 살아남았고 용기를 낸 사람은 죽었다. 


 로자는 전쟁 후 남편과 재회하지만 이혼한다.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남편에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남편 실종 후의 외도. 남편의 부모님을 놓고 혼자 탈출한 이야기. 엘프리데를 구하지 못한 이야기. 로자에게 그것은 죄책감으로 남았다. 살아남았지만 그녀는 재혼하지 않고 혼자 늙어갔다. 남편은 재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이 대비도 작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평범한 사람의 죄책감을 통해 전후 독일의 집단적 죄의식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나는 예전에는 비겁하더라도 어떻게든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일단 살고 난 다음에 후회를 하든 속죄를 하든 해야 한다 생각했다. 요즘에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삼국지>를 봐서 그런가, 비겁하고 구차하게 살아남느니 갈 때 멋지게 가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로망이지 막상 현실이 되면 어떨지 모르겠다.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 요즘은 그게 가장 멋지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기적인 내가 나이들면서 점점 변해가나보다. 엘프리데가 너무 멋있었다. 마지막까지 당당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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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다 - 누가 감히 '한다면 하는' 나라 미국을 막아서는가
아브람 노엄 촘스키 지음, 장영준 옮김, 데이비드 버사미언 인터뷰 / 시대의창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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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미국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미국의 모습인 거 같습니다. 미국은 한다면 합니다. 남의 눈치 볼 필요가 없습니다. 세계최강대국이니까요.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스라엘은 중동에 있는 미국의 전초기지입니다. 이스라엘도 한다면 합니다. 팔레스타인도 레바논도 시리아도 침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다면 한다' 입니다.


 이 책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만행을 기록한 책입니다. 인터뷰 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책의 저자는 생성문법이론으로 유명한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입니다. 그는 세계적인 언어학자이지만 사회운동에 앞장서는 지식인이기도 합니다. 젊은 시절부터 약자의 편에서 사회운동을 해왔다고 합니다. 그는 진실을 말하고 날선 비판을 합니다. 존경스럽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렇게 정부에 날선 비판을 하는 지식인이 누가 있을까요?


 이 책의 원제목은 <What We Say Goes> 입니다. 의미는 '한다면 한다' 입니다. 멋진 제목인데 아무래도 제목만 보고는 무슨 책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제목을 바꾼 게 아닌가 싶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이런 사회과학 책을 많이 썼습니다. 저도 몇 권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읽고 싶습니다. 이 책은 잠이 안올 때 밤에 조금씩 읽었습니다. 연말에는 읽다만 책들을 찾아서 열심히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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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변의 법칙 - 절대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23가지 이야기
모건 하우절 지음, 이수경 옮김 / 서삼독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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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을 재밌게 읽었다. 저자의 다른 책을 찾아봤더니 <불변의 법칙>이 있었다. 작년에 꽤 유명했던 책이고 관심이 있었는데 모건 하우절의 책이란 것을 알게 되니 읽고 싶어졌다. 재밌게 읽었지만 <돈의 심리학>과 거의 비슷한 내용이라 인상깊지 않았다.


 <불변의 법칙>은 투자 혹은 인생에 지혜가 담긴 책이다. 재밌는 역사 이야기들도 많이 있어 읽기에 지루하진 않다. 다음 책이 궁금하거나 더 읽고 싶은 작가는 아니다. 




 알라딘 2024년 올해의 책 Top10이다. 어떤 책들이 있나 살펴보자.


 1. <이처럼 사소한 것들>


 2. <불변의 법칙>


 등


 음, 알라딘 올해의 책은 나랑은 크게 상관없는 순위갔다. 1, 2 위 둘 다 읽었는데 1, 2위 라고 하긴 많이 아쉬운 책들이다. 대중적이고 유명한 책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다. 국내작가 김애란, 정유정, 윤정은, 김호연 작가들의 소설이 순위에 올라있다. 앤드루 포터의 단편소설집 <사라진 것들>, 패트릭 브링리의 에세이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유시민, 김창옥 작가의 책들이 보인다.


 딱히 흥미로운 책은 없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이동진 씨가 추천해서 오디오북으로 읽다가 말았다. 오디오북이라 집중이 안됐던 거 같기도 하다. 오디오북이나 이북으로 읽기 시작해서 다 읽은 책이 거의 없다. 역시 나는 종이책이 좋다.

 

나심 탈레브는 말했다. "예측이 아니라 준비성에 투자하라." - P58

세상에 문제가 생기는 근본 원인은 바보들은 자신만만하고 똑똑한 이들은 의심이 가득하다는 데에 있다. -버트런드 러셀 - P99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유머는 자신이 똑똑하다고 떠벌리지 않으면서 자신이 똑똑함을 보여주는 방법이다." - P132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목적의식이기 때문이다. -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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