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월, 새해를 여는 책으로 올리버 색스의 <환각>을 선택했다. 오래전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재밌게 읽고 <화성의 인류학자> 까지 연이어 읽었다. 그 당시 뇌에 관심이 많았던 때라 재밌게 읽었다. 환자를 환자로만 보지 않고 한 명의 인간으로 따뜻하고 섬세하게 대하는 그의 휴머니즘에 감동받았다. 

 

 <환각>은 다양한 환각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은 15개의 장으로 다양한 환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풍부한 환자의 경험담은 다소 지루할 때도 있었지만 생생한 묘사 덕분에 상상하며 즐겁게 읽었다. 시각적으로 엄청난 묘사들이 많아서 이런 환각들을 영상으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봤다. 환각을 겪는 주인공을 다룬 영화가 있으면 환상적일 거 같다. 


 환각은 샤를보네증후군부터 후각환각, 환청, 간질, 유체이탈, 그리고 도플갱어와 환상지(절단된 사지가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까지 다채로웠다. 특히나 도플갱어나 귀신 등은 참 흥미로웠다. 상실을 경험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환각을 경험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웨일스의 일반의인 W.D. 리스는 최근에 사별한 300명에 가까운 대상자를 인터뷰한 결과, 그들 중 절반이 죽은 배우자의 환영이나 완전한 환각을 보았음을 밝혀냈다. 환각은 시각적이거나, 청각적이거나, 혹은 둘다였다. 어떤 대상자들은 환각 속의 배우자와 즐겁게 대화했다. 환각은 결혼 기간에 비례해서 나타났고, 몇 달 혹은 몇 년이나 지속되기도 했다. 리스는 애도 과정에서 환각이 나타나는 것은 정상이며, 심지어 유족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았다. -p290


 환각은 뇌에서 일어나는 신비로운 작용이다. 우리가 간절히 원하고 그리워하는 것을 현실로 보여주는 뇌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도플갱어가 전설이나 괴담이 아닌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도플갱어를 보면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놀랍게도 일리가 있는 이야기였다. 도플갱어는 간질 외에 여러 뇌질환에 의해 발생한다. 신경매독, 뇌염, 정신분열병의 뇌증, 뇌의 초점 병변, 외상후증후군 등에서 발생한다. 분신 유령을 본다면 이런 질환의 발병을 심각하게 의심해야 한다. 도플갱어를 본다는 것은 심각한 질환이 있음을 암시하기 때문에 예로부터 도플갱어를 보면 죽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거 같다.


 약물에 의한 환각도 빼놓을 수 없다. 한 때 LSD에 의한 환각이 유행했다. 스티브 잡스나 여러 유명 예술인이 복용했다고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올리버 색스도 한 때 약물에 중독 되고 환각을 경험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줘서 더욱 재밌었다. 시작은 마리화나였다. 그리고 암페타민 중독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다행히 약물 중독에서 벗어났다. 그 과정이 인상깊어서 아래에 소개해 보겠다. 암페타민 복용 후 그는 500쪽에 달하는 리빙의 <편두통, 두통 및 몇몇 유관 장애들>을 읽었다. 강렬한 집중 상태에서 자신이 마치 리빙이 된 것처럼 무려 10시간 동안 읽었다. 


  그러나 리빙이 런던에서 연구하고 저술한 때로부터 한 세기가 흘렀다. 리빙이 되거나 동시대인이 된 것 같은 환상에서 깨어난 순간, 나는 나 자신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1860년대가 아니라 1960년대다. 누가 우리 시대의 리빙이 될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는 이름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닥터 A, 닥터 B, 닥터 C, 닥터 D.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리빙처럼 과학과 휴머니즘을 확실히 겸비한 녀석은 없었다. 그때 아주 큰 내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바보 같은 녀석! 네가 바로 그 사람이야!" -p157


 이튿날, 나는 리빙의 책을 도서관에 반납하기 전에 책을 모두 복사했다. 그런 뒤 조금씩 나 자신의 책을 쓰기 시작했다. 암페타민이 주는 김빠진 조증과는 달리, 책을 쓰면서 얻은 기쁨은 진짜였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실질적이었다. 나는 다시는 암페타민을 먹지 않았다. -p158

    

 


 잠에서 막 깨어날 때 나타나는 환각을 출면 환각이라고 한다. <환각>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드는 생각은 환각은 우리 인간의 일부이고 이 환각이 다양한 종교와 문화, 문학에 우리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을 미쳤을 거란 사실이다. 아래는 이런 관점에 대한 올리버 색스의 글이다.


  출면 환영들의 기이한 성격, 즉 무서운 감정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그 상태에서 피암시성(암시를 받아들이는 경향-옮긴이)을 높이는 성격을 감안할 때, 천사와 악마가 나오는 출면 환영이 경이감이나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 실재한다고 믿게 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사실 괴물, 귀신, 유령이라는 개념 자체가 환각에 어느 정도 기인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육체에서 분리된 영적인 세계를 잘 믿는 개인적, 문화적 성향과 환각이(실재하는 생리학적 기초에서 나오긴 하지만) 결합하면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을 강화시킬 수 있으리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다. -p265



 유체이탈 환각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예전에 임사체험, 유체이탈에 관심이 있어서 다치바나 다카시씨의 <임사체험> 상, 하를 읽었던 기억이 났다. 


 














 유체이탈을 체험할 수 있는 장치도 존재한다고 한다. 경험해보고 싶다. 만약 그런 장치가 존재한다면 사업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경험하고 싶은 흥미로운 체험이 아닐까?


  유체이탈 체험은 발작이나 편두통을 겪는 과정에서 뇌의 특정한 영역이 자극을 받으면 발생할 뿐 아니라, 피질에 전기 자극을 가해도 발생한다. 또한 약물 경험으로나 스스로 유발한 황홀경 상태에서도 발생한다. 유체이탈 체험은 심장마비나 부정맥, 다량의 출혈이나 쇼크로 뇌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을 때에도 발생할 수 있다. -p314



 나는 아직 환각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환각을 경험해도 그렇게 두렵지 않을 거 같다. 많은 이들이 환각을 경험하면 자신이 미친 건 아닌지 걱정한다. 하지만 정상적인 환각도 있으니 무척대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올리버 색스의 <환각>을 즐겁게 읽었다. 올리버 색스의 다른 책들도 이어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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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03 21: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색맹의 섬도 재미있었어요. 이 분 글도 참 잘 쓰시죠 *^^*

얄라알라 2022-02-03 22:40   좋아요 2 | URL
글을 잘 쓰실 뿐 더러 엄청 열정적으로 휘몰아치듯 쓰시는 능력도 있으시니, 범인으로서 부럽부럽을 연발할 수 밖에요^^ mini74님, 전 아직 <색맹의 섬> 읽기 전인데, mini74님 서재에 리뷰 남기셨나 놀러가봐야겠어요.

고양이라디오 2022-02-04 10:41   좋아요 1 | URL
<색맹의 섬>도 기억할께요. 이 분 책은 다 읽어보고 싶어요ㅎ 지금까지 모두 만족입니다^^

간사 2022-02-03 22: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리버 색스의 책들을 다 찾아서 읽고 싶어지네요

고양이라디오 2022-02-04 10:42   좋아요 1 | URL
저도요!

얄라알라 2022-02-03 22: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양이라디오님, 감사히 읽었습니다

마지막 문장에 쓰신대로, 생각해보니 저에게도 <환각> 읽기는 즐거움이었어요. 올리버 색스가, 다른 감각들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언어에 귀기울이고 치료대상/광인 등 차별적 시선으로 보지 않았기 떄문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환각> 읽고, 파도타기로 읽은 책 중에 ‘조현병˝ 관련 신간과 <장판에서 푸코 읽기>가 있었어요. 광인, 비정상, 비정상의 감각, 뇌작용?, 정신의학의 권력 등등 더 공부해야겠다는 욕심만 앞서고 있습니다.

붉은 강조문장에서 말씀해주셨듯, 환각은 성스러운(?) 아무튼 독특한 능력으로 여겨지기도 했고 시련을 통해 획득되는 것처럼 묘사되기도 하고...2022년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환각 경험에 대해 말할 수 있는 통로가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오명 대상 될까 숨기지는 않는지.

고양이라디오님께서는 환청, 환시, 전혀 경험해보신 적이 없으신가봐요?^^ 꿈에서는 어떠셨는지요? 올리버 색스의 이 책에서 꿈 속의 정신작용은 다른 영역의 것으로 미뤄두지만, 저는 워낙 자주 경험해서 이 책 공감도도 컸습니다^^ 함께 읽을 수 있어 다시금 고맙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2-02-04 10:46   좋아요 3 | URL
아침에 알람환청은 경험해봤지요^^ㅎ 생생한 꿈, 재밌는 꿈 많이 꿔봤습니다. 자각몽, 가위눌림, 예지몽, 다중꿈도 꿔보고 꿈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봤습니다^^

재밌는 꿈 이야기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얄라님은 어떤 꿈들 꾸셨는지 궁금합니다.


푸코까지 읽으시고 정말 열정적으로 읽어나가시네요^^ 멋집니다

얄라알라 2022-02-05 14:57   좋아요 1 | URL
<환각>을 먼저 읽지 않았더라면, <장판에서 푸코 읽기>가 덜 재미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고3때 몰아서 자각몽 예지몽 가위눌림 매일 바빴습니다....대한민국의 고3 정신세계가 비슷하려나요?^^;;;

2022-02-03 23: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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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4 1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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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5 1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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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7 16: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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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5 14: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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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2-02-05 22: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잠들기 직전 눈을 감은 상태에서 ‘입면 환각‘과 같은 화려한 이미지가 안내에 나타난 적이 있어요. 무성 영화를 보는 것 같이 화려한 밀림의 모습처럼 보이는데, 새들이 날아다니고, 동물들이 움직이면서 끊임없이 변형하고하는.... 올리버 색스가 책에서 이건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말해주어 안심했습니다. ㅋㅋ

그런데 과거에는 이런 증상을 말하면 의심받고 정신병 취급받고 ‘시설‘에 갇혔던 거니, 생각하기도 겁나네요^^

얄라알라 2022-02-06 00:36   좋아요 3 | URL
초란공님께서 묘사해주신 장면들은 주로 ‘나‘ 외부(?)의 대상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장면들이네요. 저는 제가 그런 움직임의 주인공인 상황을 자주 경험해서 혼미합니다 ㅋ

[장판~푸코]에서도 현대처럼 약물치료가 대중화되기 이전에 다양한 고문기계 혹은 기구를 동원한 치료법을 언급하는데, 초란공님 말씀처럼 생각만으로도 겁납니다. ^^;;

2022-02-06 00: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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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7 16: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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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6 00: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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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7 16: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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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2-07 2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종의 기원>이 너무 재미있으시다고 하시니, 게으름 피우고 있는 저는, 고양이라디오님께서 어떤 포인트에서 재미있으시다고 하는지 호기심도 생기고 고전 읽을 기대가 부풀어 오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2-02-09 11:44   좋아요 0 | URL
저도 요새 게으름을 피우고 있어서ㅠ

예전부터 진화론, 다윈에 관심이 많았어서요. 다윈의 그 당시 생각, 사고를 알 수 있어서 너무 재밌습니다^^

2022-02-09 12: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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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6 18: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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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무란 무엇인가>에서 잠깐 언급되는 책이 있다. 키케로의 <의무론>과 <우정론>이다. 키케로의 책은 아직 안 읽어봐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키케로는 로마에서 으뜸가는 연설가, 문장가였다고 한다. 짤막짤막한 그의 글을 여기저기서 접해봤는데 좋았다. 



 




















  나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멈춘다

 -존 스튜어트 밀


 의무란 우리에 대한 타인의 권리

 -니체


 

 <의무란 무엇인가>는 내 갈증을 채워주진 못했지만 자유와 의무,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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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7 1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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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7 13: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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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7 11: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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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7 13: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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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7 1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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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7 13: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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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란 무엇인가 - 마스크 시대의 정치학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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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얄라얄라북사랑님과 함께 읽기 3번째 책이다. 이 책은 독일 철학자 리하르트 다비트란 분이 쓴 책이다. 독일에서 21년 3월에 출간되었다. 독일 슈피겔 종합 베스트셀러 1위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팬데믹 시대에 국가의 역할과 시민의 의무에 대해 논의한 책이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하면 '국가는 시민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는가' 라는 논의를 다루고 있다.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2주간 격리, 모임 인원제한, 영업시간 제한, 백신 접종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시민권 제한이 점차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도 이 부분이 고민인 차에 잘 됐다 싶었다.


 하지만 많이 아쉬웠다. 일단 출간시기가 21년 3월이라 백신 접종이라는 중요한 골자가 빠져있다. 그 때는 광범위한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정부의 백신 접종 강제가 심하지 않았던 시기라 이 책에서는 다뤄지지 않았다. 내겐 이 부분이 가장 관심사인데 아쉬웠다. 


 그리고 두 번째 독일과 한국의 온도차로 인해 공감이 가지 않았다. 코로나 초기 한국은 마스크 쓰기나 거리 두기, 2주간 격리 등의 방역지침을 잘 따랐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큰 시위 등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독일은 그렇지 않았던 거 같다. 마스크 쓰기 조차도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보고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나보다. 그리고 각종 음모론도 많았던 거 같다. 코로나는 빌 게이츠가 뿌린 거라는 등. 

 코로나 초기 독일의 상황은 언론에서 본 기억은 나지 않는다. 독일 상황은 기억나지 않지만 유럽에서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미국 소식은 언론에서 많이 다뤄지다 보니 더 기억이 난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하여 마스크를 쓰지 않고 코로나를 과소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세번째 아쉬움은 정부의 방역 지침들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여부가 자세히 다뤄지지 않아 아쉬웠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로 비판하고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 초기 마스크 쓰기 등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다. 각종 음모론에 현혹되고 자신의 자유만 생각하고 타인의 안전이나 권리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이런 사람들은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 저자도 이 부분은 당연하다고 이야기하며 넘어가고 주로 논의해야 할 사항은 정부의 방역 지침들이 적절했는가 하는 적절성의 여부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부분이 세밀하게 다뤄지지 않아 아쉬웠다. 


 이 책은 대화라기 보다 독백에 가깝다. 비판받아 마땅한 사람들을 향해 당연한 비판을 한다. 굳이 철학적 논리를 내세우지 않아도 일반인들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것들이다. 중요한 것은 적절성의 여부다. 과연 코로나로 인한 피해와 방역조치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과 경제적 손실 중 어느 쪽이 클까? 코로나 사망자는 매일 언론에 보도되지만 자살 등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다. 인원제한,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다. 과거 미국도 9.11 테러로 인해 일반인들이 테러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했다. 때문에 공항 등의 시설에서 검문이 엄청나게 강화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런 검문으로 인한 이득보다 시민들의 불편 등의 경제적 손해가 크다는 것이 들어났다. 때문에 다시 검문은 완화되었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이 무책임하고 탈도덕적이고 이기적이고 타인의 안전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모두가 음모론을 믿고 자신의 지위가 낮음을 보상받으려는 비뚤어진 호승심, 영웅주의에 빠져있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자신이 예전에 주장했던 사회적 의무 복무에 관한 비난, 비판들에 대해 6가지로 나눠서 하나씩 반박한다. 하지만 코로나에 대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비난, 비판들은 세부적으로 분석하지 않고 하나로 뭉뚱그릴 뿐이다. 좀 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과 논리에 귀 기울였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 네번째 아쉬움은 철학적인 분석으로는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이었다. 이 아쉬움은 이 책의 주제를 한참 벗어난 아쉬움이기 때문에 저자나 책에 대한 아쉬움이 아닌 개인적 아쉬움이다. 나는 코로나와 방역조치들의 과학적, 통계적 근거들이 궁금하다. 언론, 정부, 제약회사 측의 주장이 아닌 팩트들이 궁금하다. 2년간 각국의 코로나 사망자 수, 사망률과 독감, 감기 등의 사망자수, 사망률의 비교분석, 암, 심혈관계 질환 등의 사망률의 코로나 전 후의 차이 등등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싶다. 그래야 납득이 갈 거 같다. 인터넷에 쪼개져 있는 단편적인 사실들을 확인하고 종합하는 것은 내 능력 밖이다. 이런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책은 언제 나오려나. 


 "나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멈춘다."는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이나 "의무란 우리에 대한 타인의 권리" 라는 니체의 말에 동의한다. 내가 궁금한 것은 팩트체크다. 과연 2-30대, 청소년, 영유아, 임산부에 대한 백신접종의 이득이 백신의 부작용의 위험과 전파 위험보다 클까? 이에 대한 답은 몇 십년 후에 알게 될 거 같다. FDA는 화이자는 백신 승인 관련 문서 완전 공개 시한을 55년 후에 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근에는 20년 더 연장해서 75년 후에 하겠다고 요청했다. 한 세대가 통상 30년 임을 고려하면 2.5세대 후에 하겠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탈도덕화, 탈의무화에 대한 원인으로 자본주의를 지목하고 이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부분은 공감이 가고 좋았다. 그리고 그런 부분의 해결 방안으로 사회적 의무 복무를 제안한 점도 좋았다. 이는 이 책의 5, 6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궁금한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길.


  뷔켄푀르데 역시 세속화된 자유주의 국가에 대한 유명한 글을 쓴 지 40년이 지나서야 우리 민주주의의 위협이 종교적 의무의 부재에 있다기보다 무엇보다 뿌리째 흔들리는 우리 경제 체제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p124


 민주적 시민 의식과 자본주의적으로 배양된 이기심이 단순히 보완 관계가 아니라 서로 충돌하는 힘이라는 사실은 새로운 생각이 아니다. 시민 민주주의의 태동기에 이미 그렇게 생각한 인물이 있었다. 프랑스의 정치학자이자 역사가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다. -p125


 탈의무의 가장 깊은 뿌리는 멍청한 인간이 되지 않으려면 타인에 대한 의무를 내팽개치라고 끝없이 가르치는 변화된 우리 경제다.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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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3 1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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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3 15: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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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3 12: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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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3 15: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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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침묵의 봄>을 두 번에 걸쳐 나눠 읽었습니다. 첫번째는 1~7장 까지, 두번째는 8~17장 까지 읽었습니다. 앞 부분보다 뒷 부분을 더 재밌게 읽었습니다. 


 각 장을 간단히 요약하고 총평을 해보겠습니다.


 8장은 살충제로 인한 새들의 피해를 알립니다. 살충제가 뿌려진 지역에 새들이 사라졌습니다. 수많은 새들이 죽었습니다. 살충제를 살포하고 수많은 새들이 죽게 결정을 내린 사람은 관리들이었습니다. 피해는 자연과 수많은 사람들에게 돌아왔습니다.


 그가 결정을 내릴 권리를 가질 수 있는가?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우리가 잠시 권력을 맡긴 관리들이다. 이들은 아름다움과 자연의 질서가 깊고도 엄연한 의미를 갖는다고 믿는 수많은 사람들이 잠깐 소홀한 틈을 타 위험한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p154


 9장은 살충제로 인한 물고기들의 피해를 알립니다. 살충제는 강으로 스며들어 바다로 흘러들어갑니다. 이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규모의 물고기들의 집단 폐사가 일어났습니다. 살충제는 식수를 오염시키고 양식장에 흘러들어가고 바다에도 흘러들어갔습니다. 찝찝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10장은 무차별적 공중살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11장은 우리 주위에 있는 위험한 화학물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적은 양이라해도 계속해서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우리 몸에 축적되다보면 문제를 일으킵니다. 일상 속에 사용되는 살충제 뿐 아니라 음식에서도 화학물질은 검출됩니다.


 평범한 가정의 일상 음식에서 염화탄화수소류가 가장 많이 들어 있는 것은 육류와 동물성 지방을 포함한 음식이었다. 이런 화학물질이 지용성이기 때문이다. 과일과 채소에는 잔류농약이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농약은 씻어도 잘 없어지지 않는데, 유일한 해결책은 양상추나 양배추처럼 겉잎을 떼어내거나 칼로 벗겨내는 등 껍질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조리를 한다고 해도 이런 농약은 파괴되지 않는다.

 우유는 미국 식품의약국이 잔류농약 검출을 엄금하는 몇 안 되는 음식물 중 하나다. 그러나 검사를 할 때마다 화학물질이 검출되었다. 버터를 비롯한 유가공품에서는 그 수치가 특히 높았다. 1960년 유제품 461개 시료를 분석한 결과 3분의 1에서 화학물질이 검출되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이런 상황을 '심각한 문제' 라고 규정했다. -p207


 저자는 우리가 서서히 독살당하고 있다고 비유를 들어 이야기 합니다. 지금 우리 주위에 있는 물품들은 안전할까요? 우리가 먹는 음식들은요? 괜시리 두려워집니다. 저자는 이런 화학물질들이 암의 원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발암물질에 노출되고 살아갑니다. 


 12~14장은 살충제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이야기합니다. 저는 특히 이 부분이 재밌었습니다. 


 "우리는 이 세상이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가득 차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휴퍼 박사는 치료적 수단('놀라운 치료약' 을 찾아내려는)에만 신경 써 암을 공략하면 결과는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치료법'을 찾아내는 속도보다 더 빨리 새로운 희생자가 생겨나는 상황에서 발암물질이 쌓여 있는 창고에는 손도 대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p270


 우리의 미래가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19세기에서 20세기로 이행할 당시 전염병이 심각하게 퍼진 상황보다 적어도 한 가지 면에서는 더 낙관적이다. 그때 온갖 병원체가 가득한 것처럼 오늘날 세상에는 발암물질이 가득하다. 그 당시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병원균을 퍼뜨린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발암물질을 만들어낸 장본인은 바로 인간이다. 그러므로 원하기만 한다면 그 위험물질의 상당수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 

-p271


 치료보다 중요한 것이 예방입니다. 우리는 암을 예방하려는 노력을 좀 더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만들어낸 발암물질들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우리가 예방에 인색한 이유는 예방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15장은 살충제로 인해 천적이 없어지면 오히려 해충이 더 크게 번성하는 역설적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화학 살충제 방제보다 천적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가 더 안전하고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화학회사들은 살충제 연구와 관련해 많은 대학에 연구비를 퍼부었습니다. 1960년 전체 응용곤충학자의 2퍼센트만이 생물학적 방제 분야에서 일하고 나머지 98퍼센트는 화학 살충제 관련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생물학적 방제는 화학 방제처럼 확실한 이윤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16장은 살충제에 내성이 생기는 곤충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이야기합니다. 다윈의 적자생존이 증명되는 순간입니다. 예를들어,100마리의 곤충이 있다고 할 때 99마리의 곤충이 살충제에 죽고 1마리의 곤충이 살충제에 내성이 있어서 살아남습니다. 살아남은 1마리의 곤충이 번식에서 다시 100마리가 됩니다. 이 100마리는 모두 살충제에 내성이 있습니다. 


 17장은 살충제 외에 다양한 방법을 통한 생물학적 방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으로 살충제의 대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책이 시의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DDT 등의 살충제에 대한 문제를 지나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이 책은 언제 읽어도 시의적절한 책입니다. 우리가 자연을 파괴하면 그 대가는 우리가 치르게 됩니다. 살충제 문제를 얼마든지 다른 문제로 치환해서 이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생태학에 관한 책이자 자연과 환경보호에 관한 책입니다. 


 코로나19는 인간이 자초한 일입니다. 코로나19가 우한 실험실에서 초래됐든 그렇지 않든 말입니다. 우리가 야생동물의 터전을 파괴하고 대규모 사육, 도축, 육식을 하는 한 우리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치료제도 중요하지만 다음 펜데믹을 예방하기 위한 고민도 해봐야할 시점입니다. 물론 이는 어려운 일입니다. 예방은 돈이 되지 않으니까요. 때문에 이 책이 더 의미가 있습니다.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지식과 시민의 힘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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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1-12-02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진리의 발견 읽고, 레이첼 카슨 전집 읽기 시작해서 이제 1권 읽고 있습니다. 한 시기, 인류를 다음단계로 끌고 올라가는 글들이라고 합니다. ‘진리의 발견‘ 레이첼 카슨편 추천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12-02 18:28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감사해요! <진리의 발견> 꼭 읽고 보겠습니다. 책을 읽지 않았는데도 전율이 흐르네요^^b

레이첼 카슨 전집 읽고 계시군요! 저도 <진리의 발견> 읽고 레이첼 카슨 전집 일게 될지도 모르겠네요ㅎ

얄라알라 2021-12-03 06: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언제 읽어도 시의적절한 책입니다.˝

붉은색 활자로 강조표시 하신 이유를 곰곰 생각하며, 반성합니다.
유제품의 오염이나 생활속 인공향 등 제초제에 직접 노출되지 않았어도 날마다 화학약품 세례를 받으면서도 건강 보조식품을 챙기지만 과연 그 ‘안전하다‘는 생각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고양이라디오님 마지막 문단의 말씀처럼 ˝코로나 19를 인간이 자초했다˝는 인식이, 전염병을 인간이 자초했다는 인식이 지금은 희박하게 공유되지만 30년 후 사람들은 당연한 사실로 이해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침묵의 봄]이 나오던 당시, 공중 대량 살포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 별종 취급했던 분위기가 수십 년 후 바뀌었듯...

고양이 라디오님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저도 바로 올리겠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12-03 09:5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 책이 시의성이 떨어진다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생각이 바꼈습니다. 역시 고전은 언제 읽어도 시의적절하군요^^

얄라님 또 같이 읽어요!!! 또!!!

2021-12-03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3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얄라북사랑님과 '함께읽기'를 하는 두번째 책이다. 첫번째 책은 <장애의 역사> 였다. <침묵의 봄>은 붕붕툐툐님도 함께 하게 되어 더욱 좋다^^ 


<침묵의 봄>을 반 읽고 리뷰를 남긴다. 이책을 선택한 건 최근에 듣고 있는 팟캐스트 알릴레오북스 때문이었다. 알릴레오북스는 변호사 한 분과 유시민씨가 진행하는 독서 팟캐스트다. 게스트로 책의 저자나 책과 관련된 분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요즘 즐겨 듣고 있는 팟캐스트다.  


 이 책은 사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책이다. 워낙 많이 인용되는 책이라 보지 않아도 본 것 같은 책, 꼭 봐야만 할 거 같은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은 1962년 출간된 20세기 환경학 최고의 고전이다. 


 저자 레이첼 카슨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그만큼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분이며 고마운 분이다. 


 2021년 현재 시점에서 이 책을 읽는 나의 마음도 이렇게 불안하고 두려운데 살충제가 환경을 오염시키고 수많은 생물을 죽이고 있는 현장 한가운데 있는 레이첼 카슨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상상이 가지 않는다. 환경을 사랑하고 예민한 감성을 지닌 그녀였기에 더욱 더 살충제의 폐해를 절실히 알리고 싶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는 이 책을 쓰기 전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시인의 감성을 지닌 생물학자였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반인들에게 전하는 전도사였다. 그녀는 환경 관련 기관에서 일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먼저 수많은 이상 징후를 접했다. 갑자기 새들이 죽고, 물고기가 죽어나갔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유력한 용의자는 살충제였다. 그녀는 자료들을 모으고 책을 쓴다. 그녀 주위에서는 만류했다. 그녀는 잃을 게 많았다. 만약에 그녀의 판단이 틀렸다면?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지위, 살충제 회사들로부터의 소송과 괴롭힘에 시달릴 터였다. 하지만 그녀는 54세의 나이에 이 책을 완성했다. 그리고 2년 후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 덕분에 우리는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 


 이 책은 살충제의 폐해를 알리는 책이다. 이 책으로 인해 DDT 등의 살충제의 폐해가 알려졌다. 이 책을 읽은 케네디 대통령은 살충제의 폐해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이 책을 읽은 수많은 시민들은 환경단체를 조직했다. 오늘날의 환경단체들의 효시이자 뿌리가 이 책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살충제는 우연히 등장하지 않았다. 살충제는 제2차 세계대전의 산물이다. 화학전에 사용할 약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몇 종류의 물질은 곤충에 치명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할 약제를 시험하는 데 곤충류가 자주 사용되었다. 이후 합성 화학 살충제 산업은 부상하고 놀랄 만큼 확장된다. 살충제에 이어 제초제까지. 인간을 죽이기 위해 개발하는 과정에서 살충제가 개발되고 다시 그 살충제가 인간을 죽이게 되는.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아래는 책 속 글을 발췌한 것이다. 그녀의 문장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살충제는 대부분 비선택적이다. 없애려는 특정한 종만을 제거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맹독성이라는 단순한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살충제와 접촉하는 모든 생물, 가족들의 사랑을 받는 고양이, 농부가 키우는 가축, 들판에서 뛰노는 토끼, 하늘 높이 날아가는 종달새가 모두 위험에 빠진다. 이런 동물은 인간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사실 동물들과 그 주변 환경의 존재 덕에 인간의 삶이 더 즐거워진다. 그러나 인간은 그 보답으로 갑작스럽고 무시무시한 죽음을 선사한다. 셸던의 자연 관찰자들은 죽음에 이른 종달새의 증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근육 조절이 안 되어 날거나 설 수 없음에도 새들을 옆으로 드러누워 계속 날갯짓을 해댔다. 발톱을 오그리고 부리는 반쯤 벌린 채 힘들게 숨을 쉬고 있었다." 이보다 더 불쌍한 것은 얼룩다람쥐였다. "죽음에 이른 얼룩다람쥐의 모습은 특별하다. 몸을 웅크린 채 앞발로 가슴을 잡고 있었다. ...... 머리와 목은 축 늘어졌고 입에는 더러운 흙이 들어 있었는데, 불쌍한 다람쥐가 죽어가면서 땅을 물어뜯기라도 할 듯 몸부림쳤음을 알려준다."

 살아있는 생물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묵인하는 우리가 과연 인간으로서 권위를 주장할 수 있을까? -p126  


 생생한 묘사이다. 불쌍한 얼룩다람쥐의 모습이 그려진다. 살충제는 무차별적이다. 또 하나 아이러니 한 것은 특정한 해충을 죽이기 위한 살충제가 때로는 효과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살충제는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지만 특정 해충의 천적까지 모조리 죽여버린다. 때문에 그 살충제에 내성이 생긴 해충이 쉽게 번성하여 오히려 살충제를 뿌리기 전보다 해충이 많아지는 경우도 생긴다.

 

 인용하고 싶은 글들이 더 있는데 분량이 너무 길어질 거 같아 이만 줄인다. 



 오래 전부터 알던 <침묵의 봄>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예전부터 읽으려 했지만 안 읽은 이유는 이미 우리는 살충제의 위협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살충제로 인한 환경파괴는 과거의 지난 일이라 생각해서 책을 읽을 정도로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책을 읽지 않아도 그 내용을 알고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읽으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느 정도는 예상대로였다. 살충제로 인한 여러 사건들이 반복되자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살충제에만 국한해서 읽을 책이 아니다. 우리가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것은 결코 살충제만이 아니다. 온난화, 수많은 쓰레기, 원자력 폐기물 등등 그 목록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우리는 아름다운 환경을 파괴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점차 우리의 환경을 위협할 것이다. 이 책은 생태학, 환경학에 대한 지식 뿐만 아니라 지혜를 우리에게 준다. 소중한 책이다.  


 아직 <침묵의 봄> 반이 남았다. 그리고 <침묵의 봄> 이후도 궁금하다. 우리는 정말 살충제의 위협에서 벗어났을까? 지금 사용되는 살충제, 제초제는 안전한가? 그 외에 아직 폐해가 알려지지 않은 다른 위험한 물질은 없을까? 지금 현재 벌어지고 있는 환경 파괴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무엇을 더 알고 무엇을 더 해야 할까?


 지금 우리는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다. 과연 백신은 안전한가? 10년, 20년, 30년 후에도 백신은 안전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무턱대고 회사와 정부 관리를 믿으면 안된다. 제약회사와 정부의 말도 신중하게 들어야 한다. <침묵의 봄>이 우리에게 알려준 교훈이다. 


 1950년대 살충제가 사용되었을 때 회사와 정부는 살충제가 무해하다고 했다. 수많은 생물들이 죽어나가고 있어도. 우리나라 군인들은 베트남 전쟁 때 DDT를 온몸에 뿌리기도 했다. 이것이 베트남 고엽제다. DDT 등의 살충제 사용이 중단된 것은 이 책이 출간된 1962년으로부터 10년 뒤 1972년이었다. 때론 지나고 보면 명백한 일들도 밝혀지고 바로잡히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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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15 19: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작가님 글 잘 쓰시지 않나요. 용감하기도 하시고.*^^* 저는 군수업체와 연관된 부분 읽으면서 좀 분노했어요. 고양이라다오님 ~ 잘 읽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11-15 21:52   좋아요 2 | URL
100% 동의합니다. 작가님 글 잘 쓰시고 따뜻한 용기를 지닌 분입니다^^

읽어주시고 댓글주셔서 감사합니다ㅎ

붕붕툐툐 2021-11-15 2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마지막 부분 현재 백신과 연결한 거 너무 탁월한 거 아닙니까? 급 저의 리뷰 부끄러움~ 하하하하!!!!!!
저도 함께 해서 행복합니다앙~🙆

고양이라디오 2021-11-15 21:52   좋아요 2 | URL
아닙니다 백신 부분은 사족입니다ㅎㅎ

툐툐님 리뷰 잘 읽었습니다.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얄라알라 2021-11-16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고양이라디오님, 뜨거운 마음으로 쓰신 이 글 정말 뜨겁게 읽었습니다.
저도 얼룩다람쥐 묘사한 부분은 책 읽다가 두 번 읽은 파트였어요.....

사실 일요일에 이 책 끝까지 다 읽었는데 레이첼 카슨이 어떤 분인지 더 알고 싶다는 생각 들더라고요. 이미 그 전에도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명망이 있던 분이셨군요. 리뷰 어제까지 못올려서 죄송해요. 지금 리뷰쓰러 까페 와서 앉았어요. 고양이라디오님 리뷰와 대화하듯 써야겠네요^^ 넘 아름답고 뜨겁고 솔직한 글입니다. 같이 읽어 주셔서 정말 기뻐요

고양이라디오 2021-11-17 12:09   좋아요 1 | URL
과찬이십니다ㅎ 저도 얄라님 덕분에 읽고 싶었던 좋은 책 읽게 되어 감사합니다.

레이첼 카슨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시면 전기도 있더라고요ㅎ 알릴레오북스 <침묵의 봄> 편 추천드립니다ㅎ

얄라알라 2021-11-16 1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국에서 1972년 출간되었을 때, 어떤 출판사였을까, 어떤 분이 처음 번역출간을 제안했을까 고양이의 호기심이 생깁니다.
요즘은 여성주의 책 다양한 출판사에서 나오지만, 예전엔 읽다보면 ˝이화여대출판부˝책이었던 기억이 나서요.

1960년대 어떤 과학의 언어가 권위를 가졌을까? 대중이 읽을 수 없는 암호문 대신, 레이첼 카슨의 공명하는 문장을 왜 폄하만 했을까...
이분은 고양이라디오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시인의 감성을 지닌 생물학자˝이시네요. 탁월하신 분께서 너무 일찍 떠나셔서 안타깝고 안타깝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1-11-17 11:00   좋아요 2 | URL
네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았을텐데 일찍 세상을 떠나셨네요ㅠ

얄라님 리뷰 읽으러가야겠네요~ 총총ㅎ

얄라알라 2021-11-17 12: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서전 검색해볼 생각은 왜 못하고, 온통 어린이용 전기만 찾았을까요?^^ 감사합니다. 알려주셔서

고양이라디오 2021-11-17 12:13   좋아요 2 | URL
아 죄송해요. 전기를 자서전이라고 잘못 알려드렸네요ㅎ;;;

제가 알기로 레이첼 카슨 전기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서전이 아니고요ㅠㅋ

검색해보니 린다 리어의 <레이첼 카슨 평전>이 있네요. 774p 네요ㅎㅎㅎ 저는 어린이용 전기 한 번 찾아서 읽어야겠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