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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3 - 듄의 아이들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를 포함해서 다섯명의 소규모 독서모임에서 듄 시리즈를 3권까지 읽었다. <듄 파트2> 영화 개봉에 자극받아 이루어진 독서였다.
3권 역시 방대하다. 7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 1-2권과 달리 3권은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읽기 힘들었다. 어쩌면 유튜브에 찌든 내 뇌 탓일지도.
3권이 재미없는 이유들을 생각해봤다. 1-2권은 재밌었는데 3권은 왜 이렇게 재미없을까?
첫째, 불쌍한 알리아. 알리아는 폴의 여동생이다. 폴이 떠나고 어린 쌍둥이를 대신해 섭정을 맡는다. 알리아는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조상들의 기억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런데 2-30년을? 멀쩡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흑화한다. 나는 이 부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알리아는 영화에서 안야 테일러 조이가 배역을 맡았다. 그래서 알리아는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였는데 빌런으로 그려져서 기분이 나빴다. 독서모임 속 다른 분들은 알리아가 권력에 대한 불안때문에 하코넨남작의 유혹에 넘어간 게 이해가 간다고 했는데 내게는 캐릭터 붕괴로 느껴졌다. 내가 아는 알리아는 그렇게 나약한 인물이 아닌데... 알리아 속에 있는 수많은 인물 중에 알리아에게 도움을 주는 인물이 없다니... 내게는 약간 억지 구성으로 느껴졌다.
흑화 후 가족, 남편 모두 그녀에게 등을 돌린다.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 자신이 흑화한 것을 감추고 자신의 음모를 감춰야 하는데 너무 허술하게 드러낸다. 알리아도 하코넨 남작도 본래 현명한 캐릭터였는데 하는 짓이 너무 허술하고 어리석다.
둘째, 폴의 부재. 2권에서 폴은 사막으로 떠난다. 폴은 살아있기 하지만 3권의 메인 캐릭터는 아니다. 1-2권의 주인공이었던 폴이 없으니 누구에게 애정을 가지고 감정을 이입해서 봐야할지 모르겠다. 침착맨이 삼국지는 제갈량이 죽으면 끝이라고 했다. 그 다음이야기는 사족이다. 유비, 관우, 장비, 조운, 제갈량 등 함께 동고동락했던 인물들이 모두 떠나면 무슨 재미로 삼국지를 본단 말인가. 폴의 부재는 그만큼 컸다. 폴만큼 매력적인 주인공이 없었다.
셋째, 모두가 사이코패스. 이 소설은 선악의 구도가 아니다. 악 대 악이다. 때문에 역시 감정이입이 힘들었다. 과거 역사 속에서도 골육상잔이 흔했지만 딸이 어머니와 조카, 남편을 죽이려 하고, 어머니는 딸을 제거하려 하고, 쌍둥이 오빠인 레토는 헐크가 되서 함부로 사람을 죽이고 도시를 파괴하고 다닌다. 도대체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봐야할지 모르겠다. 1-2권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전부 붕괴했다. 거니도 아이다호도 제시카도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4권은 해외 독자들이 재밌다고 하던데... 나중에 영화 개봉 후에 다시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