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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라니? - 더글러스 애덤스와 마크 카워다인 두 남자의 멸종위기 동물 추적, 개정신판
더글러스 애덤스.마크 카워다인 지음, 강수정 옮김, 정우열 그림, 리처드 도킨스 서문 / 홍시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저자이자 정말 뛰어난 코믹 SF소설 작가인 더글러스 애덤스의 좌충우돌 멸종위기 동물 탐험기이다. 우연한 계기로 인해 더글러스 애덤스는 동물학자 마크 카워다인과 세계의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찾아나서는 모험을 떠난다. 그리고 그 과정은 미친듯이 웃기고, 또 슬프다.
아니 슬픔은 마지막에 와서야 마크 카워다인의 마지막 한마디에서 극대화된다. 그 전까지는 유쾌하고 재밌고, 이상하고 별난 탐험기이다.
최근에 더글러스 애덤스의 <더크 벤틀리의 성스러운 탐정사무소> 와 <영혼의 길고 암울한 티타임>을 재밌게 봤었는데, 이 책은 그 두 작품을 가볍게 뛰어넘는 정말 보물같은 책이었다. 소설가들은 에세이나 여행기도 기가막히게 잘쓴다. 이 <마지막 기회라니?>는 두 소설보다 훨씬 웃기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감동적이었다.
안타깝게도 더글러스 애덤스는 이미 우리 곁을 떠났다. 나는 이 작가를 리처드 도킨스때문에 알게 되었다. 리처드 도킨스가 쓴 더글러스 애덤스에 대한 추도문을 읽었기 때문이다. 그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나조차도 이렇게 안타깝고 아쉽고 슬픈데, 친구였던 리처드 도킨스가 얼마나 상심했을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 이제 더이상 그의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지구라는 별에서 굉장히 유쾌하고 지적이고 다정한 마음씨를 간직했던 소중한 친구를 잃었다는 사실이 슬프다. 이 세상이 한층 더 쓸쓸한 곳이 된 느낌이다.
더글러스 애덤스는 정말 유머러스한 작가이다. 개인적으로 마크 트웨인과 쌍벽을 이룰 정도가 아닌가 싶다. 195cm의 거구지만 그의 글은 귀엽고 앙증맞다. 상황을, 타인을, 그리고 자기자신을 희화화시키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덕분에 정말이지 쉴 새 없이 웃었다. 더글러스와 마크가 찾아가는 곳은 모두 오지이다. 때문에 서구사회에서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정말 우스꽝스럽고 당혹스런 상황들이 끊임없이 연출진다. 그리고 그것을 희화화시키는 더글러스의 능력은 끊임없이 빛을 발한다.
마크 카워다인는 동물학자로 가끔씩 무심하게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는 폭소를 자아낸다. 의도한 것인지 의도치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도 안되게 엉뚱한 상황에서 냉정하고 합리적인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묘한 뒤틀림을 일으킨다.
두 명의 환상적인 콤비뿐만 아니라 세계각지에서 만나는 멸종위기 동물들을 보호하는 사람들 역시 괴짜스러운 이미지를 맘껏 발산하며 재미를 배가시킨다. 한마디로 정말로 웃기는 탐험기이다.
하지만 단순히 웃음만을 주지는 않는다. 어쨌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상황은 절망적이며, 그 속에서 악전고투,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열정과 노력,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더글러스와 마크를 통해서 반영된다.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하자.' 라는 구호를 내걸고 싶진 않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 속에서 한 말을 인용하자면, '설명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은 설명해도 모른다.' 란 말이다. 동물을 사랑하고 보호해야한다고 설명하는 것은 정말 무의미하고 오히려 슬프게 느껴진다. 이것을 설명하기 전에는 모르거나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아마 설명해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구제불능의 낙관주의자들처럼 나도 이 책의 한 문단을 인용하면서, 동물을 왜 사랑하고 보호해야하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세계 구석구석의 오지에서는 칼 존스와 돈 머튼 같은 사람들이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인생을 바치고 있다. 그들의 결의만이 위험에 처한 종이 멸종된 종으로 분류되지 않도록 막고 있는 유일한 버팀목일 때도 많다. 하지만 그들은 왜 그런 수고를 하는 걸까? 양쯔강돌고래나 카카포, 북부흰코뿔소나 다른 종들이 과학자들의 기록에만 남아있다고 한들 그게 대수일까? 그런데, 그렇다. 세상의 모든 동물과 식물은 각각의 서식 환경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한 부분이다. 심지어 코모도왕도마뱀마저도 섬의 섬세한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이 사라지면 다른 많은 종도 그럴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의 보존은 우리의 생존과도 큰 관련이 있다. 동물과 식물은 우리의 생명을 구해주는 약과 음식을 제공하며, 곡식의 가루받이를 도와주고, 많은 산업에 중요한 원재료가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크고 아름다운 생명체보다 못생기고 보잘 것 없는 것일 때가 많다.
그렇더라도 지구온난화나 오존층의 파괴같은 대규모 환경문제와 비교할 때 몇몇 종이 사라지는 것 정도는 하찮아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연의 자기치유능력이 제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그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도 한계는 있다. 우리가 그 한계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계가 어두워질수록 우리는 더 빨리 내달린다.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는데, 나는 이것 말고 더 필요한 이유는 없다고 믿는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코뿔소와 앵무새와 카카포와 돌고래를 지키는 데 인생을 거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그들이 없으면 이 세상은 더 가난하고 더 암울하고 더 쓸쓸한 곳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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