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기타노 다케시씨의 책들 다시 읽었습니다. 북플에 지난 독서기록 알림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추억에도 빠져보고 상기도 됩니다. 이렇게 다시 읽고 싶은 책은 찾아서 다시 보기도 합니다. 좋은 책은 다시 봐도 좋습니다.
사람의 머릿속에까지 손을 넣어 들쑤시려 해서는 안 된다. 아무런 논의도 없이 '이것이 도덕입니다'라며 마치 수학의 명제와 같은 논조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잘못된 거다. 아니,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하나의 가치관 혹은 사상을 아이들에게 세뇌시키는 행위다. -p20
이 책의 주된 논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덕을 주입시키지 말라.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게 하라. PC주의도 생각이 났습니다.
빛나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라고?
꿈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삶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p70
꿈 따위는 이루지 못하더라도 이 세상에 태어나 살다가 죽어 저 세상에 가는 것만도 인생은 대성공이다.
나는 늘 마음속 싶이 그렇게 생각한다.
제아무리 비싼 와인보다도 목마를 때 냉수 한 잔이 맛있는 법이다.
어머니가 손수 만든 주먹밥보다 맛있는 음식이 세상엔 없다.
사치와 행복은 별개다. 검소하게 살더라도 인생의 소중한 기쁨을 전부 만끽할 수 있다. -p72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제 생각도 다케시씨와 같습니다.
옛날에 비해 세상은 자유로워졌다 할지라도, 한편으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그 어딘가에 존재하는 전국시대 영주의 속민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 -p97
전 유튜브라는 영주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제 시간을 세금으로 바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용하는 것들 공짜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공짜가 아닙니다.
지금의 우리도 유럽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올려다보며 파이프오르간 연주 등을 듣고 있노라면, 어쩌면 하느님이 정말 존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든다. -p126
반가운 글이었습니다. 저도 대학생 때 로마의 대성당에 가서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약 하느님이 계시다면 이곳에 계시겠구나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만큼 경외감, 신성함이 드는 공간이었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말했다.
"양심은 도덕을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덕은 여태껏 양심의 '양'자조차 만든 적이 없다." -p138
다소 과격한 표현이지만 맞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근로가 도덕이라는 주장은 권력자의 편의를 위해 만든 규칙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둘러대고 있지만 결국 권력자 자신은 일하지 않고 사람들을 부려먹기 위해 근로는 도덕이라는 식으로 만든 것이다. -p148
도덕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규칙입니다. 도덕은 개인의 이익, 본성과 상충할 때도 있습니다.
희한하게도 성공하는 연예인들은 예외 없이 인사도 깍듯하고 예의도 잘 갖춘다. 대인 관계도 원만하고 조연출 등에게 건방진 태도를 취하는 경우도 없다.
(중략) 연예계뿐 아니라 어느 세계든 성공하는 인간이란 대부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향상심이 있는 자는 그냥 내버려두어도 도덕적인 사람이 된다. 그러지 않으면 발전할 턱이 없다. -p177
성공하는 사람들은 인성을 갖춘 사람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요. 예의와 인성은 사회 생활에 있어 윤활유가 됩니다.
일본인이 왜 그런 식으로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가 하면, 일본은 사계절이 뚜렷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어느 책에서 읽고 나서, '맞아, 바로 그거야' 하며 무릎은 탁 친 적이 있다. 춘하추동 사계절에 따라 생활이 바뀌기 때문에 마음가짐도 바뀌고 사고도 바뀐다. -p191
위 글은 알쏭달쏭합니다.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좋 더 많은 사례, 근거들이 있었으면 합니다. 흥미로운 주장이었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렸합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다양한 종교를 받아들입니다.
지구 전체로 보면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혹시 다른 별에서 어떤 우주인이 망원경으로 지구를 바라 보기라도 하면 분명 우리 어머니와 똑같이 말할 것이다. 한쪽에서는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는데도 다른 한쪽에서는 미식가니 어쩌고 하면서 거드름을 피우는 놈이 득실거린다.
어쩜 그리도 천박할까. -p199
참 도덕의 경계른 어렵습니다. 세계 각국의 굶주리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제대로 즐길 수도 기뻐할 수도 없습니다. 동물을 생각하면 육식도 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인식도 한 번쯤은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삶을 생각한다는 말과 같다. 옛사람에게 근성이 있었던 것은 적어도 요즘의 우리보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자주 고민했기 때문일 테다. 무사도는 곧 죽음이라는 말은 죽음을 각오하는 마음이 삶으로 단단하게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현대인은 그와 정반대되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 -p201
'메멘토 모리',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는 라틴어입니다. 저도 좋아하는 경구입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죽음과 유리되어 있습니다. 죽는다는 사실은 변함없는 진리인데 부조리로 생각합니다. 자신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면서 삶을 살아가야겠습니다.
다케시씨의 생각들에 공감하며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의 다른 책들도 이어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도서관에서 한 권 빌리고 두 권은 주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