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기타노 다케시씨의 책들 다시 읽었습니다. 북플에 지난 독서기록 알림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추억에도 빠져보고 상기도 됩니다. 이렇게 다시 읽고 싶은 책은 찾아서 다시 보기도 합니다. 좋은 책은 다시 봐도 좋습니다. 




 사람의 머릿속에까지 손을 넣어 들쑤시려 해서는 안 된다. 아무런 논의도 없이 '이것이 도덕입니다'라며 마치 수학의 명제와 같은 논조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잘못된 거다. 아니,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하나의 가치관 혹은 사상을 아이들에게 세뇌시키는 행위다. -p20 


 이 책의 주된 논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도덕을 주입시키지 말라.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게 하라. PC주의도 생각이 났습니다. 



 빛나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라고?

 꿈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삶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p70 


 꿈 따위는 이루지 못하더라도 이 세상에 태어나 살다가 죽어 저 세상에 가는 것만도 인생은 대성공이다. 

 나는 늘 마음속 싶이 그렇게 생각한다. 

 제아무리 비싼 와인보다도 목마를 때 냉수 한 잔이 맛있는 법이다.

 어머니가 손수 만든 주먹밥보다 맛있는 음식이 세상엔 없다.

 사치와 행복은 별개다. 검소하게 살더라도 인생의 소중한 기쁨을 전부 만끽할 수 있다. -p72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제 생각도 다케시씨와 같습니다.



 옛날에 비해 세상은 자유로워졌다 할지라도, 한편으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그 어딘가에 존재하는 전국시대 영주의 속민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야 한다. -p97


 전 유튜브라는 영주의 노예가 되었습니다. 제 시간을 세금으로 바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용하는 것들 공짜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공짜가 아닙니다.



 지금의 우리도 유럽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올려다보며 파이프오르간 연주 등을 듣고 있노라면, 어쩌면 하느님이 정말 존재하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든다. -p126 

 

 반가운 글이었습니다. 저도 대학생 때 로마의 대성당에 가서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만약 하느님이 계시다면 이곳에 계시겠구나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만큼 경외감, 신성함이 드는 공간이었습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말했다. 

 "양심은 도덕을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도덕은 여태껏 양심의 '양'자조차 만든 적이 없다." -p138  

 

 다소 과격한 표현이지만 맞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근로가 도덕이라는 주장은 권력자의 편의를 위해 만든 규칙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둘러대고 있지만 결국 권력자 자신은 일하지 않고 사람들을 부려먹기 위해 근로는 도덕이라는 식으로 만든 것이다. -p148 


 도덕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규칙입니다. 도덕은 개인의 이익, 본성과 상충할 때도 있습니다.



 희한하게도 성공하는 연예인들은 예외 없이 인사도 깍듯하고 예의도 잘 갖춘다. 대인 관계도 원만하고 조연출 등에게 건방진 태도를 취하는 경우도 없다. 

 (중략) 연예계뿐 아니라 어느 세계든 성공하는 인간이란 대부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 향상심이 있는 자는 그냥 내버려두어도 도덕적인 사람이 된다. 그러지 않으면 발전할 턱이 없다. -p177 


 성공하는 사람들은 인성을 갖춘 사람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요. 예의와 인성은 사회 생활에 있어 윤활유가 됩니다. 


 

 일본인이 왜 그런 식으로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가 하면, 일본은 사계절이 뚜렷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어느 책에서 읽고 나서, '맞아, 바로 그거야' 하며 무릎은 탁 친 적이 있다. 춘하추동 사계절에 따라 생활이 바뀌기 때문에 마음가짐도 바뀌고 사고도 바뀐다. -p191 


 위 글은 알쏭달쏭합니다.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좋 더 많은 사례, 근거들이 있었으면 합니다. 흥미로운 주장이었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렸합니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다양한 종교를 받아들입니다. 



 지구 전체로 보면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혹시 다른 별에서 어떤 우주인이 망원경으로 지구를 바라 보기라도 하면 분명 우리 어머니와 똑같이 말할 것이다. 한쪽에서는 굶어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는데도 다른 한쪽에서는 미식가니 어쩌고 하면서 거드름을 피우는 놈이 득실거린다. 

 어쩜 그리도 천박할까. -p199  

 

 참 도덕의 경계른 어렵습니다. 세계 각국의 굶주리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제대로 즐길 수도 기뻐할 수도 없습니다. 동물을 생각하면 육식도 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인식도 한 번쯤은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삶을 생각한다는 말과 같다. 옛사람에게 근성이 있었던 것은 적어도 요즘의 우리보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자주 고민했기 때문일 테다. 무사도는 곧 죽음이라는 말은 죽음을 각오하는 마음이 삶으로 단단하게 이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현대인은 그와 정반대되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 -p201 


 '메멘토 모리',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는 라틴어입니다. 저도 좋아하는 경구입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죽음과 유리되어 있습니다. 죽는다는 사실은 변함없는 진리인데 부조리로 생각합니다. 자신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면서 삶을 살아가야겠습니다. 




 다케시씨의 생각들에 공감하며 재밌게 읽었습니다. 그의 다른 책들도 이어서 읽어보고 싶습니다. 도서관에서 한 권 빌리고 두 권은 주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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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11-19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있을 것 같은데 절판이네요. 개인 중고로 팔아도 넘 비싸고.
근데 2권이 있었나요? 전 못 봤는데...

고양이라디오 2024-11-20 13:25   좋아요 1 | URL
아 죄송해요ㅎㅎ 한 권, 두 권으로 수정했습니다. 책들이 거의 절판이고 중고책은 비싸고 그렇더라고요. 도서관에도 잘 없고.
 














 

 유발 하라리가 어린이를 위해 쓴 책이다. 내가 어린이일 때도 이런 좋은 책들이 있었겠지? 만약 내가 초등학생일 때 이 책을 읽었다면 얼마나 충격이었을지 궁금하다. 성인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옛날 옛적에 플로레스섬에는 정말로 작은 인간이 살았어. 이 고대 인간은 키가 1미터 정도였고, 몸무게는 25킬로그램쯤 나갔지. 그래도 그들은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고, 작은 코끼리를 사냥하기도 했어. -p29


 안타깝지만 플로레스인들도 모두 멸종해버렸다. 그래도 최근 과거를 돌아보면 아메리카대륙,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개척했을 때 원주민들이 멸망까진 하지 않았는데, 왜 과거의 인류 아종들은 멸종해버렸을까? 한 명도 남김없이. 사피엔스와 유전자가 섞이면서 소멸한 것은 아니었을까? 소멸한 것도 결국 멸종인가 흠.



 아무도 누가 아버지이고, 누가 삼촌이고, 누가 이웃인지 구별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거야. 이런 생활 방식은 우리 사촌인 침팬지와 비슷해. 침팬지도 일종의 공동체에서 살아가지. -p91  


 과거 석기시대에는 정말 이랬을까? 다들 친척이라 누가 누구의 자식인지 구별하기 불가능했을까? 그래도 왠지 더 닮은 사람이 있지 않았을까? 친척이라 생각하면 정확히 알긴 힘들었을 거 같다. 



 수렵 채집인은 현대 공장 노동자보다 질 좋고 다양한 음식을 먹었고, 굶거나 병에 걸리는 일도 적었어. 채집인의 뼈를 조사한 고고학자들은 그들이 매우 튼튼하고 건강했다는 사실을 알아냈어. 그건 그들이 음식을 골고루 먹었기 때문이야. -p115


 수렵 채집인은 건강했다. 오늘날 기준으로 치면 엘리트 운동선수 정도의 신체능력을 보유했다고 한다. 음식을 골고루 먹은 것도 이유지만 각종 전염병에 자주 걸리지 않고 많이 걷고 뛰고 활동적으로 보내서 그랬을 거 같다. 스트레스도 덜 받지 않았을까 싶다. 



 고래가 바다로 돌아간 것은 굉장히 오래 전일이었다. 고래의 조상은 5000만 년 전 몸집이 큰 개와 비슷한 육상 동물이었다. 



 바늘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명 가운데 하나야. -p146  


 바늘의 발명으로 사피엔스는 추운지역까지 뻗어 갈 수 있었고 아프리카에서 시베리아를 넘어 아메리카까지 다다랐다. 



 매머드도 다른 동물과 식물한테 매우 중요한 존재였어. 매머드가 멸종하기 전 북극은 지금보다 더 추웠지만, 그럼에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동물과 식물이 살고 있었어. -p158 


 한 종의 멸종은 다른 많은 동식물에 영향을 끼친다. 매머드의 멸종은 북극에 동식물이 없어진 원인이었다.



 마지막으로 남편 이치크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유발 하라리 -p169

 

 오타인가 생각했다. 아내 이치크 아냐? 아니면 유발 하라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감사의 말인가? 찾아보니 유발 하라리는 동성애자라고 한다. 남편 이치크가 맞다. 그럼 이치크의 남편도 유발 하라리인건가? 둘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동반자라고 한다. 멋지다.



 2권을 읽고 있다. 요즘 유발 하라리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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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 좋다. 정사도 좋다. 

 



 "사졸은 아내를 때릴 수 있는 이가 아니고, 얼굴은 신발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유염은 결국 저자에서 처형되었다. -p246


 유염이 아내가 유선과 사사로이 정을 통했을 줄 의심하여 사졸을 불러 때리게 하고 심지어 신발로 호씨(아내)의 얼굴까지 때렸다.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하지만 처형까지 당하다니 당시의 법이 상당히 엄했나보다.


 

 위연의 마음을 추측해볼 때 북쪽으로 가서 위나라에 항복하지 않고 남쪽으로 돌아온 것은 단지 양의 등을 없애려고 한 것이다. 평소에 여러 장수와 늘 의견이 달랐고, 그때 여론이 틀림없이 자신이 제갈량을 대신해야 한다고 하기를 바랐을 뿐, 본래 뜻은 촉나라를 배반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p251    


 진수의 평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위연은 전에 양의를 죽이려고 한 적도 있고 사이가 많이 나빴습니다. 이 참에 양의를 죽이고 자신이 군권을 장악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양의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유비는 장유의 불손함을 미워하고 있었는데, 그가 실언을 하여 더욱 화가 났다. (중략) 제갈량이 표를 올려 그 죄를 용서해달라고 청했지만 유비는 이렇게 대답했다.

 "향기 나는 난초가 문에 돋아난다면 부득이 베지 않을 수 없소." -p283  


 유비는 제갈량 말 참 안듣는 거 같다.



 "나는 직언을 좋아하여 회피하는 것이 없습니다. 언제나 병폐를 손가락질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비난과 미움을 사게 되었습니다. 그대 마음을 살펴보아도 내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내 말에는 조리가 있습니다. 지금 천하는 아직 평정되지 않았으므로 지모가 가장 필요합니다. 지모는 선천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애써서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 태자의 독서는 차라리 우리가 힘을 다하고 지식을 넓혀서 자문을 기다리는 것을 마땅히 볻받아야지 박사가 책략을 탐구하고 시책을 강론함으로써 작위를 구하는 것처럼 하는 것이겠습니까! 마땅히 긴급한 지식을 배우는 데 힘써야 합니다." 

 극정은 맹광의 견해가 정확하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맹광은 어떤 사건에 연루되어 면직되었다가 아흔 살 무렵에 세상을 떠났다. -p292 

 

 맹광이란 인물이 참 인상깊었다. 맹광은 자신을 찾아온 극정에게 유선에 대해 묻는다. 극정의 대답을 듣고 유선이 지모가 부족한 것을 깨닫고 극정에게 열심히 공부시키라고 말한다. 아흔 살 무렵까지 살았다니 오래 살았다. 최장수 인줄 알았는데 내민이란 사람이 아흔일곱 살까지 살았다. 



 황숭은 병사들을 독려하며 필사의 각오로 싸우다가 전쟁터에서 죽었다. -p326 


 황숭은 황권의 아들이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다. 황권은 위나라에 항복했지만 황숭은 끝까지 촉에 충성을 다했다. 등애가 산을 넘어오자 황숭은 제갈첨에게 마땅히 재빠르게가서 요충지를 점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로 옳은 판단이었다. 하지만 제갈첨이 결정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않자 눈물까지 흘렸다. 



 <정사 삼국지: 촉서> 재밌었다. 내가 워낙 촉빠라서 재밌게 읽었는데 위서와 오서는 잘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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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사 삼국지 : 촉서>를 읽었다. 위서, 오서도 읽어보고 싶다. 연의에 없는 색다른 맛이 있다.  




 유비는 다시 처자식을 얻어 조조를 따라 허도로 돌아왔다. 조조는 표를 올려 유비를 좌장군에 임명했다. 그리고 유비에 대한 예절은 갈수록 정주하여 밖으로 나갈 때는 똑같은 수레에 타고 앉을 때도 자리를 같이했다. -p57


 "지금 천하에 영웅이 있다면 당신과 나뿐이오. 원술 같은 사람은 그 안에 들지 못하오." -p58


 영웅은 영웅을 알아보는 법.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고, A급은 A급을 알아봅니다. 요즘 그걸 더욱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조조는 여포를 치고 유비와 함께 허도로 옵니다. 좌장군은 당시 조조가 내릴 수 있는 가장 큰 벼슬이었다고 합니다. 조조는 유비를 최고로 대우해줍니다. 



 원소는 부장을 보내 길에서 유비를 맞이하여 받들도록 하고, 자신은 업성에서 2백 리 떨어진 곳까지 가서 유비와 만났다. -p59

 

 2백 리면 약 80km다. 원소는 80km 앞까지 마중을 나왔다.



 [평하여 말한다]

 유비는 도량이 넓고 의지가 강하여 마음이 너그럽고 인물을 알아보며 선비를 예우했다. 그는 한나라 고조의 풍모를 지녔고 영웅의 그릇이었다. 그가 나라를 받들고 태자를 보좌하는 일을 제갈량에게 부탁하되 마음에 의심이 없었던 것은 확실히 임금과 신하의 지극한 공심이며 고금을 통해 가장 훌륭한 보험이었다. 유비는 임기웅변의 재간과 책략이 조조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국토도 좁았다. 그러나 좌절해도 굴복하지 않으며 끝까지 조조의 신하가 되지 않았다. 조조의 도량으로는 틀림없이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 여겨 그와 이익을 다투지 않았으며, 또한 해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p81~82  


 진수의 평이다. 



 하구에 이르러 장강의 강기슭을 떠도는 신세가 되자, 관우는 화가 잔뜩 나서 말했다. "지난날 사냥할 때 제 말을 따랐더라면 오늘 이 어려움은 없었을 것입니다." -p142 


 유비에게 툴툴대는 관우가 왠지 귀엽네요ㅎ



 장비는 지나는 곳마다 모두 이기고 성도에서 유비와 만났다. 익주가 평정된 뒤 제갈량, 법정, 장비, 관우에게 각각 금 5백 근, 은 1천근, 동전 5천만 개, 비단 1천 필을 내리고 그 밖의 사람들에게는 각각 차이를 두어 하사했다. 그리고 장비를 파서 태수로 삼았다. -p147  


 제갈량, 법정, 장비, 관우가 사천왕이네요. 방통이 살아있었으면 방통까지 오천왕이었을 텐데.



 "변화를 꾀하는 시대에는 진실로 한 길로 결정될 수만은 없습니다. 약한 자를 병합하고 어리석은 자를 치는 것은 오패의 일이었습니다. 무리한 수단으로 익주를 빼앗아도 바른 방법으로 유지하고, 도의로써 그들에게 보답하며, 일이 안정된 뒤에 대국으로 봉한다면 어찌 신의에 어긋나는 일이겠습니다? 지금 취하지 않으면 결국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할 뿐입니다." -p163 


 유비를 설득하는 방통이다. 



 이적이 오나라에 사자로 갔을 때, 손권은 그의 재능과 말솜씨가 뛰어나다는 말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굴복시키려고 마음을 먹었다.

 이적이 마침 들어와서 인사를 했다. 손권이 말했다.

 "도가 없는 군주를 섬기느라 수고하십니다." 

 이적이 곧바로 대답했다.

 "한 번 절했을 뿐인데 수고한다고 말하기엔 충분하지 못하지요." -p189


 순발력과 재치, 담력이 돋보인다. 



 동윤은 유선을 보필하면서 바른 소리를 했다. 유선은 점점 그를 어려워하고 꺼리게 되었다. 환관 황호는 동윤이 두려워서 감히 그릇된 행동을 하지 못했지만 동윤이 세상을 떠나자 활게치게 된다. 



 제갈량은 유봉이 용맹하고 강직한 인물이므로 유비가 죽고 나면 제어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하고 유비에게 그를 없애라고 권했다. 그래서 유봉에게 자살하도록 했다. 유봉이 탄식하며 말했다. 

 "맹자도(맹달)의 말을 듣지 않은 게 한스럽구나." 

 유비는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 -p231 


 위나라에 항복한 맹달이 유봉에게 귀순을 청했지만 유봉은 듣지 않았다. 유비가 차마 자신을 죽이기까지 할 줄은 몰랐으리라. 



 소개하지 못한 재미난 이야기가 많다. 지루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대체로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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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11-08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건 우리가 아는 그 삼국지가 아니군요. 그래도 왠지 기품있어보이네요. 그나저나 라고님 삼국지 전문가 되시겠어요. ㅋ

고양이라디오 2024-11-08 18:44   좋아요 1 | URL
네ㅎ 소설이 아닌 역사예요ㅎ 기품있습니다ㅎㅎ

아직 명함도 못 내밉니다ㅎㅎ 그래도 삼국지 재밌습니다^^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를 각색한 그래픽 노블이다. 현재 3권까지 나와있다. 3권이 너무 보고 싶다. 도서관 예약 중이다. 이번 주에 부디 반납 잘해주시길. 우리 모두 연체하지 말고 반납 잘 합시다! 


 2권을 다시 읽었다. 다시 읽어도 좋다. 훌륭한 책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상의 질서가 본인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확실히 해둘게요. 모든 인간은 죽은 사람들의 꿈 안에서 살아요. 인간은 조상들의 신화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태어나고, 누구도 여기서 도망칠 수 없어요. -p111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처음 읽었을 때 충격받았었다. 수많은 통찰이 담긴 책이었다. 그 중 하나가 우리가 믿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허구라는 사실이었다. 객관적 실재가 아닌 상호주관적 실재다. 우리는 자동차에 부딪힐 수 있지만 국가에 물리적으로 부딪힐 수는 없다. 



 새로운 지배층은 자신들의 재산과 특권을 확실히 지키고 싶었어요. (중략) 자식들에게 부와 권력을 물려주려고 했죠. 그래서 사제와 전사들은 하인의 자식들이 자기 자식들과 경쟁하지 못하게 하려고, 모든 사람은 자기 부모와 같은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p189  

 

 카스트 제도 이야기다. 인도 뿐 아니라 과거 세계 어느 곳이든 이런 식의 제도가 존재했다. 신분제도는 특권층에게 정당성을 주고 자신들의 특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해줬다. 지금은 이런 제도가 허구의 제도라고 모두 깨닫게 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이런 특권들을 유지하게 해주는 사회제도가 존재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음흉하게. 



 코끼리와 보노보 같은 동물 종을 보면, 의존적인 암컷과 경쟁적인 수컷 사이의 역학 관계는 가부장제가 아니라 모계사회를 낳았어요. -p236   

 

 <소모되는 남자>란 책에서 여성과 남성은 자신의 역할에 맡게 분업을 하고 서로 협동을 했다고 주장한다. 공격적이고 경쟁적인 남성은 사냥과 전쟁을 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여성은 육아와 가정을 돌봤다는 것이다. 이 가설도 완벽하진 않다. 코끼리와 보노보도 의존적인 암컷과 경쟁적인 수컷이 있지만 이들은 가부장제가 아닌 모계사회를 나았다. 


 내 생각에는 초기 조건이 중요했을 거 같다. 원시 부족사회를 보면 이웃 부족과 평화롭게 지내느냐 아니면 전쟁 등 경쟁적으로 지내느냐는 환경이 얼마나 풍족하느냐와 관계있다. 먹을 것이 풍족하면 자신의 영역에서 잘 지내면 된다. 이는 모계사회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척박한 환경에서는 영역다툼이 발생한다. 이는 전쟁과 약탈, 사냥이 보다 중요해지는 부계사회를 낳게 되는 게 아닐까? 침팬지나 개미들처럼 말이다. 진화는 우연에 의해서 길이 갈라지기도 한다.



 a: 그런데 빅 스토리의 어느 대목을 유지할지 어떻게 알죠? 그리고 어느 대목을 바꿀지?

 b: 올바른 균형을 찾아야 해요. 사람들이 아무것도 믿지 않으면 사회 질서가 무너져 많은 고통이 따를 거예요. 하지만 사람들이 뭔가를 너무 강박적으로 믿으면, 그것 역시 끔찍한 고통을 일으킬 수 있어요. 정치의 핵심은 올바른 균형을 찾는 거예요.

 a: 하지만 그 올바른 균형을 어떻게 찾죠? 

 b: 고통이 열쇠예요. 항상 이렇게 물어야 해요. "우리 이야기 때문에 누군가 고통받고 있는가? 만일 있다면... 그런 다음 그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요. -p248

 

 최근 있었던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이 생각난다. XY 염색체에 고환을 가지고 자궁이 없는 사람이 자신이 여성이라 주장하고 여성부 경기를 뛰었다. 그 사람의 16강 전 상대 선수는 코뼈가 부러져 46초 만에 기권했다. 그 사람은 결국 금메달을 땄다. 고통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그 사람을 여성부 경기에서 못 뛰게 하면 그 사람은 고통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을 여성부 경기에서 뛰게 하면 그의 대전 상대들은 모두 고통받을 것이다. 4년 간 올림픽을 준비하고 나섰는데 자신보다 월등한 신체능력을 가진 사람과 싸워야 하다니. 아무리 봐도 남자같은 사람과 경기를 해야 하다니. 올바른 균형을 찾아야 한다. 


 

 3권을 기다리는 동안 1권을 다시 봐야하나. 좋은 책은 다시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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