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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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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드 창을 만난지 꽤 오래 됐다. 처음 만났을 때는 신선하고 놀라웠다. 내가 SF 소설을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게 테드 창이 아닌가 싶다. 아, 그전에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있었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테드 창에 비해 소프트하다. 테드 창의 유일한 단점은 작품을 적게 낸다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매년 한 권씩 내주면 좋으련만...


 아무튼 대략 8-9년 전에 현존하는 최고의 SF 작가를 만났고 빠져들었다. 테드 창의 책을 모조리 읽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 당시에 2권 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숨>이 발간되었을 때 정말 숨쉴틈 없이 숨막히게 재밌게 읽었다. 벌써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세 번째 읽었다. 이제 <숨>을 다시 읽을 차례다. 


 독서모임 때문에 2년 만에 다시 읽었지만 여전히 재밌었다. 읽다보니 어느새 빠져들어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이고 새로울 게 없지만 그래도 좋았다. 여전히 독창적이었다. 


 이 책은 8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모두 재밌었다. 그 중 <네 인생의 이야기>는 드니 빌뇌브에 의해 <컨택트>로 영화화됐다. 다른 작품들도 영화 판권이 팔렸다고 한다. 어서 영화로 제작되어서 만나보고 싶은데, 영화화하기 쉽지 않을 거 같아서 걱정이다. 


 아무튼 테드 창의 새로운 작품을 기다리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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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23-06-27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테드 창 책은 정말 최고입니다. ^^
저도 테드 창이 작품을 자주 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생각해 보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의 노력과 필력을 의심하는 건 아니고
소재 때문인 거 같습니다.
그의 단편소설 소재는 당시 과학계에 신선한 내용이 대부분인데,
그 소재가 그리 자주 나오진 않는 것 같습니다.
테드 창은 대중에게 충격 준 재미있는 과학 소재를 이미 거진 다 소설화 한 거 같습니다. ^^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럼에도 그가 새 책 내길 손꼽아 기다립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3-06-27 21:33   좋아요 1 | URL
어디서 봤는데 테드 창이 작품을 적게 내는 이유가 관심분야를 깊이 공부한 후 작품을 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알지만서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ㅎㅎ

북다이제스터님이랑 같이 테드 창 새 책 기다리면 외롭지않고 좋네요ㅎ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 번째로 읽었다. 읽을 수록 감흥은 떨어지지만 이해는 깊어진다. 볼 때 마다 만족스럽다. 크게 읽고 싶었던 건 아닌데 독서모임 선정도서라 어쩔 수 없이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지만 읽다보니 재밌게 읽었다. 역시 명작은 명작이다. 




 언제나처럼, 한 인간이 수행하는 역할은 그보다 훨씬 더 성숙한 인간에 의해서만 인식된다. 내 눈에 이들은 놀이터에서 노는 어린애들처럼 보인다. 나는 그들의 진지함을 재미있어하고, 과거에는 나도 이들과 똑같이 행동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창피해한다. 이들의 행동은 이들 입장에서 볼 때는 타당하다. 그러나 나는 이제 도저히 그런 일에는 참여할 수 없다. 성인이 되면서 유치한 일들과는 인연을 끊은 것과 같은 문제이다. 이제 보통 인간들의 세계와의 접촉은 오로지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부분에만 한정시킬 작정이다. -p81, <이해>


 위 구절을 읽으면서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가 떠올랐다. 소설 속 싯다르타도 인간들을 보며 위와 같이 느꼈다. 나도 어릴 때부터 또래의 아이들을 보며 위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위 구절이 공감이 갔다.



 자유는 환상이 아니다. 그것은 순차적 의식이라는 맥락에서는 완벽한 현실이다. 동시적 의식의 맥락에서 보면 자유는 의미가 없지만, 강제 또한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맥락이 서로 다를 뿐, 한쪽이 다른 쪽 보다 더 타당하다거나 덜 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 유명한 착시 현상을 닮았다고나 할까. 고개를 뒤쪽으로 돌인 우아한 젊은 여인으로도 보이고, 턱이 가슴에 묻힐 정도로 고개를 푹 숙인, 울퉁불퉁한 코를 한 노파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그림의 경우처럼 '올바른' 해석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양쪽 모두 동등하게 타당하다. 그러나 두 그림을 동시에 볼 수는 없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래를 안다는 것과 자유의지는 양립할 수 없었다. 나로 하여금 선택의 자유를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은 내가 미래를 아는 것 또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와는 반대로 미래를 아는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털어놓는 행위를 포함해서, 나는 결코 그 미래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를 아는 사람들은 미래에 관해 얘기하지 않는다. <세월의 책>을 읽은 사람들은 그 책을 읽었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p218, <네 인생의 이야기>  


 <네 인생의 이야기> 속 세계관은 미래를 알아도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미래를 알면 자유를 행사할 수 없다. 자유를 행사하는 순간 미래가 바뀌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신이 아는 미래를 그대로 따라야한다. 마치 연극을 하듯이. 다른 세계관도 가능하다. 다른 선택을 하는 순간 평행우주가 생기는 것이다. 



 "아니, 이건 순수하게 과학적인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네. 인류라는 종을 존속시키는 것이 우리 의무인 것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인구의 건전성을 확보하는 일 또한 우리의 의무야. 정치와는 상관없는 일이네. 상황이 역전해서 노동력이 모자라게 된다면, 그와는 정반대의 정책이 필요하게 되겠지." -p291, <일흔두 글자> 


 <일흔두 글자> 속 필드허스트는 하층계급의 산하제한을 주장한다. 우생학과도 관련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우생학적인 정책이 행해진 적이 있다. 



 닐은 여전히 사라를 사랑하고 그녀를 보고 싶어하지만, 그녀와 재결합하기 직전까지 갔었다는 생각은 그를 한층 더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 닐은 자신이 지옥으로 보내진 것이 그가 한 어떤 행위의 결과가 아님을 알고 있다. 그것에는 아무런 이유도 없었고, 고차원의 목적 따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설령 닐이 천국으로 받아들여지고 고통이 끝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는 그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그런 욕망을 더 이상 느끼지 않는다. 

 닐은 자신이 신의 의식 너머에 존재함으로써 신에게 사랑받고 있지 않다는 사실조차 알고 있지만, 이것도 그의 감정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무조건적인 사랑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설령 아무런 보답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리고 신의 의식 너머에서 오랜 세월을 지옥에서 살아온 지금도 닐은 여전히 신을 사랑하고 있다. 진정한 신앙이란 본디 이런 것이다. -p363, <지옥은 신의 부재>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 모두 좋았지만 그 중에서도 몇 편이 특히 좋았다. <지옥은 신의 부재>는 특별히 좋았던 작품이다. 테드 창은 신앙이 있을까? <지옥은 신의 부재>는 신앙를 조롱하는 것일까? 증거가 있기 때문에 믿는 것은 신앙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증거가 있기 때문에 믿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논리적인 귀결이다.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믿는 것이 진짜 신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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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6-23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세번째 읽으신다구요?
👍 👍

고양이라디오 2023-06-25 14:28   좋아요 1 | URL
네ㅎ 벌써 세번 째 읽었네요.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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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드 창. 현존하는 최고의 SF소설 작가입니다. 영역을 확장해서 작가 중에서 테드 창만큼 뛰어난 작가는 찾기 힘들 거 같습니다. 


 어떻게 테드 창을 만나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이정도의 작가와 작품을 우연히 만났을 거 같진 않고 아마 다른 작가나 다른 책을 통해서 알게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 책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의 개정판입니다. 저는 구판으로 한 번 읽고 개정판으로 이번에 두번째로 읽었습니다. 5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8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품 하나하나가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입니다. 각각의 작품들은 모두 SF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상인 휴고상, 네뷸러상 등을 수상한 작품들입니다. 


 수록된 단편 중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드니 블뇌브 감독의 영화 <컨택트>로 2016년 개봉했습니다. 저는 드니 블뇌브 감독의 팬이기 때문에 기대가 컸습니다. <컨택트>는 기대를 만족시켜주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에이미 아담스와 제레미 레너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에이미 아담스는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를 통해 알게 된 배우입니다. <녹터널 애니멀스>도 명작입니다. 제레미 레너 역시 명배우입니다. 그는 <어벤져스>에서 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수록된 단편 '이해' 와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 도 영화화가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그의 작품들을 영화로 만나보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명감독과 명배우에 의해 제작되었으면 합니다. 


 '이해'는 소설을 읽을 때 '이거 영화로 제작되면 대박이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인간이 초지능을 가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이런 류의 영화가 몇몇 편 생각납니다. '이해'는 원작이 뛰어나기 때문에 기존 작품들을 뛰어넘는 좋은 영화로 제작되었으면 합니다.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다큐멘터리' 는 제목처럼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소설입니다. 테드 창은 과학철학적인 개념을 이야기를 통해 풀어냅니다. 고찰할 부분이 많아 즐겁습니다. 만약 우리가 외모에 대해 매력 가중치를 부여하지 않는 기술을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기술을 사용해야 할까요? 아니면 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역차별하는 걸까요? 아무튼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처음에 읽었을 때보다 내용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읽었을 때만큼의 흥분과 감격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아니, 이런 세계가 존재한다니. 이런 작품이 존재한다니. 경외와 놀라움의 감정이었습니다. 두번째는 다소 침착하게 즐기면서 읽었습니다. 내용도 더 이해가 잘 되고 맥락이나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도 조금 파악이 되는 거 같았습니다.


 모든 작품들이 한 편 한 편 완벽합니다. 테드 창의 최근 출간된 또 다른 소설집 <숨> 역시 환상적입니다. 그리고 중편소설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 도 훌륭한 작품입니다. 장담컨데 앞으로 수많은 테드 창의 소설들이 영화화될 것입니다. SF 계의 보물과도 같은 작가, 작품들입니다. 


 아직 테드 창을 만나보지 못하신 분들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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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상반기에 읽은 책들 중 베스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슈독>과 <스티브 잡스>, <창의성을 지휘하라>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있지만요. 저도 한 번 상반기 결산을 해봐야겠습니다. 


 <숨>, 정말 숨막히게 재밌고, 숨쉴틈 없이 읽었습니다. 감탄하며 읽었고 읽다가 입이 쩍 벌어지는 적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테드 창 그는 좀 더 원숙해졌고 좀 더 깊어졌습니다. 만약 SF작가 중 누군가 노벨문학상을 탄다면 그 누군가는 테드 창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의 단편 하나하나는 모두 하나의 우주이며 보석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행복했습니다.  




 첫번째 단편은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입니다. 이슬람 상인과 이슬람권을 무대로 하고 이슬람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합니다. 작가가 아라비안 나이트를 모티브로 해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마 <숨> 작품집 중에 영화화가 된다면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아니면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녀는 떠났고, 저는 몇 시간 동안이나 해방의 눈물을 흘리며 거리를 배회했습니다. 그러면서 줄곧 바샤라트가 한 말이 얼마나 옳았는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과거와 미래는 같은 것이다. 우리는 그 어느 쪽도 바꿀 수 없고, 단지 더 잘 알 수 있을 뿐이다. 과거로의 제 여행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지만, 그곳에서 제가 배운 것은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렇게밖에 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이해했습니다. 만약 우리의 인생이 알라가 들려주는 이야기라면, 우리는 등장인물인 동시에 관객이고, 우리는 바로 그 이야기를 살아감으로써 그것이 전해주는 교훈을 얻는 것입니다. -p56


 그 무엇도 과거를 지울 수는 없습니다. 다만 회개가 있고, 속죄가 있고, 용서가 있습니다. 단지 그뿐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p58


 

 두번째 작품은 <숨>입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마치 상대성이론과 엔트로피를 발견해내는 과학자의 사고를 보는 듯한 감동과 짜릿함이 있었습니다. 우주를 탐험하는 지각있는 존재인 우리 인간에 대해 감사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과학의 아름다움과 감동을 그려낸 수작이라 생각합니다.  


 얼마나 먼 미래의 일일지에 대해선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당신들의 사고도 우리처럼 정지하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당신들의 삶은 우리의 삶이 그러했듯, 다른 모두가 그러하듯,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해도, 결국 모든 것은 평행상태에 도달할 것이다.

 설령 이런 사실을 자각한다 해도 슬퍼하지 말기를. 나는 당신의 탐험이 단지 저장고로 쓸 수 있는 다른 우주를 찾기 위함이 아니었기를 희망한다. 지식을 원했기를, 우주가 내쉬는 숨으로부터 무엇이 생겨나는지 알고 싶다는 갈망에 의해 움직였기를 희망한다. 우주의 수명을 계산할 수 있다고 해서, 그 안에서 생성되는 생명의 다양한 양태까지 계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운 건물, 우리가 일군 미술과 음악과 시, 우리가 살아온 삶들은 예측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다. 그 어느 것도 필연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우주는 그저 나직한 쉿 소리를 흘리며 평형 상태에 빠져들 수도 있었다. 그것이 이토록 충만한 생명을 낳았다는 사실은 기적이다. 당신의 우주가 당신이라는 생명을 일으킨 것이 기적인 것처럼. 

 탐험자여, 당신이 이글을 읽을 무렵 나는 죽은 지 오래겠지만, 나는 당신에게 고별의 말을 남긴다. 당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의 경이로움에 관해 묵상하고, 당신이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기뻐하라.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할 권리가 내게는 있다고 느낀다. 지금 이 글을 각인하면서, 내가 바로 그렇게 묵상하고, 기뻐하고 있기 때문이다. -p87  



 세번째 단편 <우리가 해야할 일>은 아주 짧은 단편이지만 자유의지에 대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네번째 단편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 는 가장 분량이 긴 중단편으로 인공지능을 양육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통점과 차이점들을 철학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도 영화화 될 수 있을 만한 작품입니다. 잔잔하고 감동적인 드라마가 펼쳐지리라 생각합니다. 


 인간을 데이터베이스보다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모든 특성은 예외 없이 경험의 산물이었다. -p234


 조건없는 사랑이라는 개념은 바이너리 디자이어가 고객들에게 팔려는 것 못지않은 환상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p237



 여섯번째 단편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은 인간의 기억과 기억의 저장매체의 발달에 따른 변화를 그린 작품입니다. 이 역시 우수하고 재밌는 작품입니다. 


 사람은 수많은 이야기로 이루어진 존재다. 기억이란 우리가 살아온 모든 순간들을 공평하게 축적해놓은 결과가 아니라, 우리가 애써 선별한 순간들을 조합해 만들어낸 서사이다. 설령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사건들을 경험하더라도 우리가 똑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특정 순간들을 선별하는 기준은 각자 다르며, 그것은 우리의 인격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우리들 각자는 우리의 주의를 사로잡는 세부 사항들을 인식하고, 우리에게 중요한 것들을 기억하며, 그 결과 구축된 이야기들은 우리의 인격을 형성한다. -p301 


 정말로 중요한 것은 당신이 옳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p329



 이 외의 단편들 <데이시의 기계식 자동 보모>, <거대한 침묵>, <옴팔로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모두 재밌습니다. <데이시의 기계식 자동 보모>는 양육의 문제를 다룹니다. <거대한 침묵>은 종의 대량멸종을 가져오고 있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경종을 울리는 짧은 우화입니다. <옴팔로스>는 읽으면서 과연 내가 코페르니쿠스 이전에 과학과 신학을 공부하는 학자였다가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접했다면 어떤 충격이었을지를 간접체험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은 선택과 평행우주를 다룬 작품으로 영화화 되도 정말 재밌을 거 같은 작품입니다. 



 <숨>을 보는 내내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테드 창의 전작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다시 읽고 싶어졌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테드 창의 다음 작품집을 기다리며 그리고 테드 창 작품을 영화로 만나는 그 날을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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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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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드 창을 만난 건 제게 행운입니다. 작품을 많이 내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신간이 더욱 반갑습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SF작가' , '전설의 귀환', '클래스가 다른 SF' 등 그에게 쏟아지는 찬사는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이번 작품집을 저는 숨죽이며 읽었습니다. <숨>은 9편의 중단편이 실린 작품집입니다. 작품 하나하나가 보석이고 하나의 우주입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정말입니다. 문자 그대로 책을 읽다가 입이 쩍 벌어지는 경험을 줄 수 있는 몇 안되는 작가입니다. 테드 창을 모르시는 분들은 행운아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신세계를 맘껏 향유하시기 바랍니다.   


 테드 창의 작품 중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드니 빌뇌브 감독에 의해 <컨택트>로 영화화되기도 하였습니다. 드니 빌뇌브는 <시카리오>, <그을린 사랑> 등의 작품으로 영화계에서 상당히 인정받는 감독님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감독 TOP 3안에 드는 분입니다. 이번 작품집 <숨>에 수록된 작품들도 영화화 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가 큽니다. 


 SF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는 상관없습니다. 그의 작품은 SF를 뛰어넘는 이야기입니다. 인간의 자유의지, 인공지능, 시간여행, 외계지성, 평행우주, 기억 등 흥미로운 소재들을 다룹니다. 


 강력히 추천하고고 싶은 작품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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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즈음 2019-05-27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력한 추천으로 저도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9-05-28 11:32   좋아요 0 | URL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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