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킹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한 대답
스티븐 호킹 지음, 배지은 옮김 / 까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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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과학책을 읽어서 좋았습니다. 호킹의 책이라 더 좋았습니다. 어쩌면 호킹의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르는 작품입니다.

 

 호킹은 이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뛰어난 과학자입니다. 그리고 과학의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사회의 이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전 인류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지식인입니다. 그런 그의 빅 퀘스천에 대한 간결하고 직접적인 대답들이 담긴 책입니다.

 

 일단 질문들을 보시면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알 수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이 책을 보고 싶어지는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저는 이 질문들이 좋았습니다. 저도 항상 궁금해하는 질문들입니다. 호킹박사님의 시원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공감했습니다.

 

 질문들을 이렇습니다.

 

1. 신은 존재하는가?

2. 모든 것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3. 우주에는 다른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가?

4.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가?

5. 블랙홀 안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6.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7. 우리는 지구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8. 우리는 우주를 식민지로 만들어야 하는가?

9. 인공지능은 우리를 능가할 것인가?

10.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따라가다보면 우주의 기원과 생물의 기원,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최신 끈이론까지 다양한 과학지식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호킹박사님은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명확하게 설명해줍니다. 그리고 인류의 미래와 앞으로의 과제까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과학교양서입니다.

 

 아래는 이 책에서 좋았던 구절입니다. 호킹박사님의 얼굴과 삶을 생각하면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므로 발을 내려다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자. 눈으로 보는 것을 이해하려 하고 우주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도록 노력하자. 상상력을 가지자. 삶이 아무리 어려워도, 세상에는 해낼 수 있고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일이 언제나 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상상력을 가두어두지 말자. 미래를 만들어나가자.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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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세상을 보는가 - 라마찬드란 박사의 BBC 리스 강의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지음, 이충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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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뇌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 인간의 뇌만큼 경이롭고 신비한 것이 또 있을까요?

 

 이 책은 발라야누르 라마찬드란 박사의 책입니다. 200p가 안되는 얇은 책입니다. 라마찬드란 박사의 BBC 리스 강의를 수록한 책입니다. 영국 BBC 리스 강연은 1948년 버트런드 러셀로부터 시작된 권위있는 강의라고 합니다. 일단 책이 얇아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내용도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라마찬드란 박사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뇌과학자 중에 한 명입니다. 수 천년 전부터 인간에 대해 던져졌던 전통적인 철학적 문제에 이제 뇌과학이 답변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유의지란 무엇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자아란 무엇인가?" 등등의 질문들에 말입니다.

 

 C.P. 스노는 두 문화의 단절을 이야기했습니다. 이 책은 과학과 인문학의 징검다리가 되어줄 책입니다. 흔히 말하는 통섭의 책입니다. 과학과 인문학을 좋아하시는 분들, 뇌과학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입니다.

 

 뛰어난 과학자는 글도 참 잘쓰는 거 같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학자 중 한 분인 리처드 파인만의 글이 너무 좋아 소개합니다. 음미하면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해변에 홀로 서서 생각하기 시작한다. 밀려오는 물결, 분자들의 산더미, 각각 어리석게도 자기 맡은 일을 하면서, 수천억 개로 흩어지며 일제히 하얀 물보라를 만든다. 누군가 그것을 보기까지 수많은 세월동안, 해를 거듭해서 지금처럼 해변을 때려 부순다. 즐길 생명체 하나 없는 죽은 행성에서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쉼 없이, 에너지의 고문을 받으며; 태양에 의해  엄청나게 낭비된, 우주공간으로 쏟아진, 그 힘이 바다를 울부짖게 한다. 바다 깊이서 모든 분자는 서로의 패턴을 반복한다. 복잡한 새로운 분자가 형성될 때까지. 그것들은 자신을 닮은 다른 것들을 만들고 새로운 춤을 시작한다. 크기가 커지고 복잡해진, 생명체, 원자들의 덩어리, DNA, 단백질, 패턴은 더 엉클어지며 춤춘다. 요람에서 나와 마른 땅으로, 여기 서 있는 그것, 의식을 가진 원자들, 호기심을 지닌 물질, 해변에 서서, 궁금한 것을 궁금해 한다, 나, 원자들의 우주, 우주 속의 원자.

 

 리처드 파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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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완벽한 시작 - 알, 새로운 생명의 요람 사소한 이야기
팀 버케드 지음, 소슬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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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D 출판사의 '사소한 이야기' 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 나왔다. 술의 과학 <프루프>, 냉장의 물리학 <냉장고의 탄생>, 재료의 신비함 <사소한 것들의 과학>, 바퀴의 역사 <바퀴, 세계를 굴리다>, 체모의 생물학 <헤어>를 지나 이번에는 알에 관련한 이야기를 담았다.

 

 나는 감사하게도 <사소한 것들의 과학>, <바퀴, 세계를 굴리다>, <헤어>를 만나봤다. 이 책들이 '사소한 이야기' 시리즈라는 것을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사소한 것들의 과학>은 자신있게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읽은 과학책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꼽고 싶은 책이다. 우리 일상 속에서 흔하게 접하는 콘크리트, 종이 등의 재료들에 대해 감동적하게 한다. 놀라운 사실들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새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새알이라고? 달걀에 대한 이야기라고? 달걀에 특별한게 있겠어? 알은 그리 흥미롭지 않은 소재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접하지만 낯선 알에 대한 여행. 여행에 앞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의 저자이자 2016년 영국왕립학회 올해의 책 후보도서 선정위원인 빌 브라이슨의 추천사를 들어보자.

 

 "시적이고, 생생하며, 스릴넘치는 과학적 글쓰기의 최고봉을 보여준다."

 

 이 책은 영국왕립학회 올해의 책 후보도서로 선정된 책이다. 공교롭게도 나는 이 책을 읽기 얼마 전에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읽었다. 빌 브라이슨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다. 나는 유머있는 글을 쓰는 작가를 좋아한다. 그런 작가는 드물고 귀하다. 특히나 따뜻한 유머를 가진 작가는 더욱 드물다. 빌 브라이슨이 추천한 책이라서 믿음이 갔다. 

 

 저자는 우리에게 단순히 알에 대해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를 알에 대해 탐구하는 여정으로 이끈다. 알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우리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바다오리 알의 껍질의 무늬가 그토록 화려하고 다양한 이유는 머지?", "흰자는 알의 보호에 어떤 역할을 하는거지?" 계속해서 그는 노른자와 수정, 산란과 부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학이 재미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번째는 과학하는 방식이다. 이 책은 과학하는 방식을 여과없이 독자에게 보여준다.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방식,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실험을 보여주고 그 실험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인정한다.  

 두번째는 모르는 것을 알고 깨달게 되는 것이다. 알은 너무 흔하고 익숙해서 우리가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 중의 하나이다. 과학은 이런 것에 관한 수많은 지식들을 알려준다. 그리고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사실상 어류부터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까지 모두 알에서 태어난다. 우리도 껍질만 없을 뿐이지 양막 안에서 성장하고 양막이 터지면서 태어난다. 진화는 다양한 알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드러난다.

 

 사소한 것들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흥미롭고 즐겁다. 우리는 알에 대해서 너무도 모르고 있다. 알에 대해서 하나씩 알아감에 따라 우리는 진화에 대해, 자연선택과 성선택에 대해, 공진화에 대해, 알이 미생물을 방어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알게 된다. 알에는 과학과 생물학의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알에 대한 역사와 그에 얽힌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것이 우리가 알에 대한 책을 읽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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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위안 강석기의 과학카페 6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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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D 출판사에서 반가운 책이 나왔다. 최신 과학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과학전문 작가 강석기씨의 신간이 나왔다. 이번 신간은 강석기의 과학카페시리즈의 6번째 책 <과학의 위안>이다. 강석기 작가는 최근에 <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를 통해 알게 된 작가이다. <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는 역시 MID 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너무 재미있어서 책을 읽고 단숨에 강석기씨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 생명과학에 대한 흥미가 더욱 커졌다. 나는 그동안 우리 나라의 과학작가는 이은희, 장대익, 정재승 씨만 알고 있었는데 강석기 작가도 알게 되었다. 큰 수확이었다.

 

  책 제목은 6세기 로마의 철학자 보에티우스의 <철학의 위안>에서 따왔다. 국정농단과 탄핵 때문에 어지러운 정국에서 과학을 통해 위안을 얻어 보자는 의미에서 제목을 <과학의 위안>으로 정했다. 비단 과학뿐만이 아니겠지만 독서라는 행위는 뭔가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주는 거 같다. 특히나 과학은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면서 동시에 지적 만족감을 주기도 한다.

강석기 작가의 글은 묘하게 이런 정서와 어울린다. 담백하고 차분하게 과학을 서술한다. 최신 과학을 소개하는데도 그렇게 어렵지 않게 쉽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독자는 새롭고 놀라운 사실들을 접하며 지적 만족감을 느낀다.

 

  책은 주제별로 8파트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으며 부록에서는 2016년 타계한 과학자 29명의 삶과 업적을 간략히 다루고 있다. 1파트는 힐링 토픽이라는 이름을 붙여 미소 짓게 할 만한 이야기들을 묶었다. 2파트는 사회적, 윤리적 논란이 담긴 이슈들을 묶었다. 3파트는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파트이다. 나는 요즘 부쩍 고인류학에 관심이 많아졌다. 인류의 기원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인류의 진화과정을 보다 상세히 알고 싶다. 3파트는 그런 부분을 만족시켜주었다. 318만 년 전 인류 루시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부터 석기에 대한 이야기.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이 우리 유전자에 남아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불의 사용과 결핵균의 이야기 모두 흥미로웠다.

  4파트는 생리학과 심리학을 다뤘다. 감각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들을 소개해줘서 인체의 신비에 대해 놀라게 되었다. 5파트는 수학과 물리학적 접근법으로 다른 분야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연구결과들을 소개했다. 6파트는 화학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7파트는 400년 이상을 사는 것으로 알려진 그린란드상어를 비롯해 흥미로운 생물들과 생명현상을 소개했다. 그린란드 상어는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오랜 세월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담으로 상어는 굉장히 성공한 종이다. 3억년 전 고생대 때부터 존재해왔으며 오늘날까지 신체구조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우리는 살아있는 화석을 보고 있는 셈이다. 상어는 고생대 때부터 지금까지 바다의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종이다.

  8파트는 역사 속 과학이야기들을 다룬다. 특히나 하이젠베르크와 보어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세계 2차 대전 때 독일의 과학자 하이젠베르크는 왜 보어를 방문했을까? 당시 하이젠베르크는 핵무기 개발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다고 한다. 그가 어떤 목적에 의해 보어를 방문했는지 역사 속 진실을 엿볼 수 있다.

 

 나는 요즘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면서 몸도 마음도 지켜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만났다. 과학은 잠시 현실에 대한 걱정을 씻어주고 위안을 주었다. 커피 한 잔이 어울리는 책이다. 강석기의 과학카페를 앞으로 종종 방문하게 될 것 같다. 그의 진하고 풍부한 커피 맛은 항상 변함없이 독자를 만족시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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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생명 Life - 위대한 석학 21인이 말하는 생명의 기원과 진화, 그리고 최첨단 생명과학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5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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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글이 서문에 있어서 먼저 소개합니다.

 

 

 이 책은 <마음의 과학>, <컬쳐 쇼크>. <생각의 해부>, <우주의 통찰>에 이은 엣지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이다. 온라인 살롱인 엣지에 실린 석학들의 인터뷰, 글, 대담 중 17편을 엄선해 실었다. 이러한 엣지의 콘텐츠들은 스트리밍 동영사응로 게재돼 있으며, 일반 대중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엣지는 오늘날의 지적. 기술적. 과학적 경관의 핵심에 있는 과학자, 예술가, 철학자, 기술자, 사업가가 주축을 이룬 모임이다. 강연, 특별 강좌는 물론 캘리포니아, 런던, 파리, 뉴욕에서 개최된 연례 만찬회를 통해 엣지는 우리 세계의 문화를 탐구하고 혁신하는 사상가들과 대중의 만남을 주선한다. -p6 

 

 평소 진화론이나 생명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도킨스씨의 책을 토대로 여러 책들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도킨스의 유전자 주의 관점에서 조금 벗어나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도킨스는 진화의 단위는 유전자라고 주장합니다. 다른 저명한 과학자들은 도킨스가 틀렸고 소수의 의견일뿐이라고 이야기하며 진화의 단위는 종이라고 주장합니다. 저는 유전자 단위의 진화가 진화론의 정설인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양쪽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기 때문에 무엇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반인인 제가 보기에는 둘 다 옳은 것 같은데 학자들에게는 민감한 주제인가 봅니다. 

 

 생명은 너무나 신비롭습니다. 우리는 원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탄소, 수소, 산소, 질소, 황, 인 등 크게 특별할 것이 없는 원자들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하지만 이 원자들이 모여서 우리를 존재하게 합니다. 생명을 지니고 의식을 지닌 우리를 존재하게 합니다. 이는 과학자들에게도 신비롭고 경이로운 사실입니다. 우리는 아직 어떻게 물질에서 생명이 시작되었는지 명확하게 그 과정을 알지 못합니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을뿐입니다. 중간 단계들을 띄염띄염 알고있을 뿐입니다. 언젠가는 과학이 생명의 창발을 밝혀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로 유전자 단위로 생명을 다룰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요.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했습니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우리 인간이 굉장히 탁월한 장거리 주자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유일한 강점은 지능이고 육체적인 능력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굉장히 약하다고 흔히 생각합니다. 인간 중 가장 빠른 우사인 볼트는 1초에 약 10.4 미터를 달립니다. 그 속도로 10초에서 20초를 달릴 수 있습니다. 반면에 개, 염소, 양 등의 대다수 포유동물들은 1초에 20미터의 속도로 약 4분 동안 달릴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침팬지는 인간보다 2~5배 힘이 셉니다. 쉽게 사람의 팔이나 얼굴을 잡아 뜯을 수 있습니다. 침팬지가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놀라울 만치 약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예들을 보면 인간의 운동능력, 신체능력이 약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지구력에 주목하면 인간은 놀라우리만치 뛰어납니다. 인간은 아주 장거리를 달리면 사실상 대부분의 동물을 이길 수 있다고 합니다. 마라톤이나 울트라마라톤에서 인간은 간혹 말을 이기기도 한다고 합니다. 과거 그리스 마라톤전투에서 승리를 알리기 위해 사람이 직접 뛰어간 이유는 말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말보다 인간이 빠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좁고 험한 산같은 경우에는 더더욱 인간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왜 인간은 장거리 주자로 진화했을까요? 일반적으로 초식동물이든 육식동물이든 단거리 주자입니다. 사냥을 하는 입장에서도 전력을 다해 쫓고 사냥을 당하는 입장에서도 전력을 다해서 도망칩니다. 인간은 단거리에서는 대다수의 육식동물들에게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장거리 주자로 진화했을까요? 일단 저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인간은 어쩌면 육식동물에게 쉽게 사냥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무리에서 떨어져 나가거나 혼자서 다니다가 습격을 당했을 수도 있지만 인간은 무리지어 생활을 했고 육식동물은 인간을 쉽사리 덥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특히나 돌도끼나 창 등의 도구를 들고 오히려 육식동물을 사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인간은 도망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굉장히 먼 거리를 생활반경으로 삼으면서 채집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다른 동물들을 사냥했을 것 같습니다. 먹을 것이 떨어지거나 계절이 바뀌면 장소를 옮겨가면서요. 인간이 어떤 식으로 진화과정을 거쳤는지 자세하게 설명한 책을 읽어보고 싶네요. 인간의 진화에 대해 설명한 책으로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제3의 침팬지>가 떠오릅니다. 이 책의 초반부를 읽어봤는데 아쉽게도 인간의 장거리 능력에 대한 이야기는 다루지 않았던거 같습니다.

 

 이 책은 이외에도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했습니다. 생명의 본질에 대해 여러 학자들이 토론하는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리처드 도킨스의 과격한 독설입니다. 리처드 도킨스가 진화에 대한 프리먼 다이슨의 견해를 비판하면서 "학생같은 대실수" 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노벨물리학상 후보로까지 오르고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인 프리먼 다이슨에게 그토록 과격한 표현을 하다니 리처드 도킨스는 정말 무서운 분입니다. 프리먼 다이슨과 크레이그 벤터, 레이커즈와일, 에드워드 윌슨, 에른스트 마이어 등 저명한 학자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생명이나 생명과학에 관심있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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