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불신을 가르칠 수 없다
오로지 훌륭한 이야기를 줄 수 있을 뿐
-스티븐 던
어쩌면 종교란 훌륭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신을 찾아 떠난 여행>을 읽었다. 절판된 책이라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중고책 가격이 너무 비싸서 구입하지 못했다. 아쉽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통해 에릭 와이너를 만났다. 그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행복의 지도>, <천재의 지도>, <신을 찾아 떠난 여행> 까지 다 읽었다. 이제 그의 신간이 나오길 기다려야겠다.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을 읽어보고 싶다. 제임스는 종교적 의식이나 신학 이론이나 종교의 사회적 측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종교가 사람들 개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싶어 했다. 그들이 무엇을 믿는지보다 그들이 무엇을 경험하는지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이다. 나 또한 종교적 체험이 흥미롭고 궁금하다.
<신을 찾아 떠난 여행>의 저자 에릭 와이너도 종교적 체험을 했다. 종교적 체험이라기보다 신비한 체험, 영적 체험이라 해도 좋겠다. 그가 만난 많은 종교인들도 신비한 종교적 체험을 경험하고 종교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나도 종교적 체험을 하게 되는 때가 있을까? 종교적 체험을 하고 종교에 귀의하게 될까? 둘 모두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0은 아니다.
에릭 와이너는 다양한 종교를 탐험한다. 그 중 첫번째는 이슬람의 수피즘. 13세기 페르시아의 대표 시인 루미의 시를 읽어보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책은 사랑하는 사람만이 읽을 수 있다" 고 한다. 과연 내가 루미의 시를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루미는 13세기 페르시아 대표 시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인이자 종교인으로 추앙받는다고 한다.
아래부터는 좋았던 구절들을 소개해보겠다.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음을 받아들인다. -p74
"네, 영감은 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것의 숨결과 같아요. 그러니까 항상 자신에게 물어봐야 해요. '나는 무엇을 향해 나 자신에게 진실한가?' 하고요."
"그게 무슨 뜻이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때 자신이 붙들고 매달리는 게 무엇이냐는 뜻이에요."
"그 말은, 모든 걸 잃어도 남는 게 무엇이냐는 건가요?"
"네, 닻처럼 사람을 붙잡아주는 것. 사람이 계속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
"글쎄요, 난 잘 모르겠는데요. 어떤 게 그런 역할을 하죠?"
"아, 그건 각자 직접 찾아야 해요. 나를 지탱해주는 것과 당신을 지탱해주는 건 다르니까요." -p75
'옴 마니 파드메 훔.' 티베트어로 된 진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이다. 직역하면 "연꽃 속의 보석 찬양"이라는 뜻이다. 연꽃은 더러운 진창에서 자라지만 깨끗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훌륭한 불교식 정서다. -p122
내게는 딱 한 가지 질문을 할 시간이 남았다. 나는 내가 의심하던 것에 관해 불쑥 질문을 내뱉는다. 세상에 종교가 이렇게 많은데, 불교가 내게 맞는 종교인지 어떻게 알 수 있죠?
"세가지가 필요하지." 린포체가 말한다. "조사하고, 숙고하고, 명상하는 것." -p137
나와 타인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비슷한데
나의 무엇이 그토록 특별한가?
나는 왜 나만의 행복을 위해 발버둥치는가? -p143
모든 순간, 심지어 즐거운 순간조차, 아니 즐거운 순간이야말로 절망의 씨앗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고통은 텅 빈 포도주 잔이자 꽉 찬 포도주 잔이다. 사실 인생이 술술 잘 풀릴 때야말로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순간이라고 부처는 가르쳤다. "단단한 바위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현명한 사람도 칭찬이나 비난에 흔들리지 않는다." -p160
에릭 와이너는 도교도 만나고 가톨릭 프란체스코회도 만난다. <도덕경>을 읽어보고 싶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쓴 <위대한 성자 프란체스코>도 만나고 싶다. 카잔차키스는 <그리스인 조르바> 때 만나보고 다시 만나고 싶었던 작가이다.
프란체스코는 우리가 "우리 안의 나병 환자를 사랑"하기를 원했다. 너무 끔찍해서 우리 자신조차 차마 보지 못하는 우리의 일면들 말이다. 우리의 어두운 자아들. -p192
우디 앨런의 1973년 공상과학 코미디 영화 <슬리퍼>도 보고 싶다.
이 책에서 굉장히 자주 인용되는 구절이다. "효과가 있는 것이 진실이다." 나도 좋아하는 말이다. 우리는 흔히 과학적으로 이론적으로 설명되는 것만이 진실인양 착각한다. 어떤 사실이나 현상이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해서 거짓일까? 우리가 아는 것은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다. 나도 지식의 편협함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조심해야겠다.
재밌게 읽었다. 에릭 와이너의 책은 항상 재밌다.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이라 기한이 임박해서 열심히 읽었다. 소장하고 싶은 책이지만 중고가격이 너무 비싸서 아쉽다. 에릭 와이너 카테고리를 만들어야겠다. 신간으로 다시 만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