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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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 지 2달이 지나서야 리뷰를 쓴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리뷰를 쓰고 자신감을 좀 얻었다고 할까? 아니 자신감이 아니라 부담을 내려놓았다고 할까? 


 읽고 너무 좋은 책은 리뷰를 쓰기 어렵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을 잘 쓰고 싶기 때문이다. 다행히 2달이 지나서 부담이 많이 사라졌다. 그냥 쓰는 거지 머.


 위화 작가를 알게 됐다. 이 책을 어떤 경위로 읽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허삼관 매혈기>라는 책은 전부터 몇 번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위화 작가의 책을 읽는 건 처음이었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에세이다. 올 해 읽은 책 중 베스트다. 2위는 <작별하지 않는다>다. 


 이 에세이집은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어린 시절 기억들이 녹아있다. 저자는 어린 시절 문화대혁명을 겪었다. 문화대혁명에 대해서 세세히 알게 됐다. 그러고보니 한강 작가의 책도 그렇고 위화 작가의 책도 그렇고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문화대혁명의 끔찍함이야 많이 들어봤지만 책으로 보니 다른 느낌이었다. 끔찍함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어린이의 시선으로 그려낸 이야기다보니 비판적인 면보다 풍자적, 해학적인 면이 많았다.


 그렇다. 이 책 배꼽빠지게 웃긴다. 오랜만에 만나는 빼곱킬러였다. 그런데 배꼽빠지게 웃다가 어느 순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말 그렇다. 정말 웃다가 울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감동도 준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도 '이게 말이 되나?' 싶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천재라고 계속 생각하면서 봤다. 이런 필력을 가진 작가가 또 있었나 싶다. 


 이 책은 중국에서는 금서다.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 위화의 글을 꼭 만나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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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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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동안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기뻐하며 지냈다. 유뷰트에서 관련 영상들을 계속 찾아보며 국뽕에 젖었었다. 우리나라 작가가 노벨상을 타다니. 뜻밖이고 감개무량했다. 맨부커상 이후 <채식주의자>를 읽었을 때 대단한 작가라 생각했다. 충분히 상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소년이 온다>를 읽고 너무 힘들어서 그녀의 책을 읽지 않았었다. 


 노벨상 수상 후 한강 작가의 책을 읽고 싶었다. 일주일 기다린 끝에 <작별하지 않는다>를 받았다. 초반부는 생각처럼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고 흥미도 생기지 않아 걱정했지만 점점 책에 빠져들었다. 


 기분탓인지 작가의 필력이 전보다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장이 아름다웠다. '이게 노벨상 수상 작가의 문장이구나' 하며 감탄하며 읽었다. 


 소설은 제주 4.3 사건을 다룬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사건의 전말에 대해 무지했다. 1947년을 시작으로 발생한 사건이니 나에겐 너무 먼 사건이었다. 


 주인공을 따라서 사건을 점점 알게 되면서 경악스러웠다. 글로 읽던 것을 멀리서 보게 되고 점점 가까이 가서 보게되는 느낌이랄까? 누군가의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을 들여다보게 됐다.  


 슬프고 몇 번 눈물이 날 뻔 했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오래전에 <소년이 온다>를 읽었을 때는 울었다. 아니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왜 눈물이 나지 않았을까? 책을 읽은지 시간이 좀 지나서 설명할 수가 없다. 그 때는 설명할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주인공과 저자의 결의가 느껴져서였을까? 소설 속 주인공은 울지 않는다.


 소설을 읽고 작별의 뜻을 찾아보았다.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 또는 그 인사' 이별과 작별의 차이점은 이별은 수동적이고 작별은 능동적이라는 것이다. 이별은 당할 수 있지만 작별은 당할 수 없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의 의지다. 결코 작별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역사 속 아픔과 고통을 파헤쳐서 소설로 쓴 작가.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쓰고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살기 위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다시 한 번 고통을 마주한 저자의 의지가 감탄스럽다. 누구보다 고통에 예민한 사람이 무엇보다 큰 고통을 견디며 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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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도덕주의자 - 우리는 왜 도덕적으로 살기를 강요받는가
기타노 다케시 지음, 오경순 옮김 / MBC C&I(MBC프로덕션)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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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래 전에 읽은 책을 다시 읽었다. 다시 읽어도 역시 좋다. 현재 절판되었다. 중고책은 비싸게 거래되고 있다.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기타노 다케시는 코미디언으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교를 중퇴하고 시작했다. 어찌어찌 최고의 코미디언이 됐고 배우, 영화감독이 되었다. 감독으로 명성을 날려 영화제 수상과 함께 세계 평단의 갈채를 받았다.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는 안봤는데 봐봐야겠다.


 이 책은 다케시씨의 에세이다. 도덕에 관한 생각을 담고 있다. 요즘 유발 하라리의 책들을 보고 있는데 다케시씨의 생각도 유발 하라리씨의 통찰과 통한다. 도덕은 결국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이다. 환경이 달라지면 도덕도 달라진다. 과거의 도덕과 오늘날의 도덕은 다르다. 하지만 아직도 도덕책에서는 과거의 도덕만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도덕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하고 헛된 도덕 교육만 받고 있다. 왜 착한 일을 해야하는지, 왜 남의 것을 훔치면 안되는지 아이들이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교육이 아닐까라고 다케시씨는 말한다. 아이들에게도 거짓보다는 진실을 알려주고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게끔 하는 것이 진짜 교육일 것이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후광효과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그가 참 똑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가 영화감독으로 세계적인 상까지 받아서 그를 천재라고 이미 생각했기 때문일수도 있다. 어쨌든 그의 글은 그의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해서 쓴 글들이다. 곳곳에서 박식함이 보였고 그도 아마 독서가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다케시씨의 책들을 계속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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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에 대하여
조던 B. 피터슨 외 지음, 조은경 옮김 / 프시케의숲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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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긴 했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 책이었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두 명씩 편을 나누어 토론을 한다.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진 거 같지 않다. 특히 찬성 쪽에 마이클 에릭 다이슨 때문에 더욱 토론이 엉망이 되었다. 지금껏 멍크 디베이트에서 만난 토론자 중 최악이었다. 내가 싫어하는 PC주의 그 자체였다. 상대방의 말은 안듣고 앵무새처럼 계속 같은 이야기만 반복.


 일단 PC의 정의부터 알고 가자. PC는 '정치적 올바름'을 뜻하는 영어 'Political Correctness'의 준말로서 소수자들을 차별, 배제하는 언어 사용 및 표현을 지양하자는 신념, 혹은 그에 기반한 사회운동을 뜻하는 말이다. 


 PC주의. 진짜 이제는 듣기만 해도 징글징글하다. 미리 밝혀두지만 나는 기회의 평등, 성평등에 찬성하고 인종차별에 반대한다. 이건 정치적 올바름의 반대측 토론자인 조던 피터슨과 스티븐 프라이도 마찬가지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내가 PC주의에 반대하는 건 너무 교조적이고 비관용, 비타협적인 태도와 극단적인 부분들이다. 기회의 평등은 찬성하지만 결과의 평등은 반대한다. 성평등은 찬성하지만 성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에는 반대한다. 


 아직 여성과 흑인 등이 차별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 해결책들에 대해서 결과의 평등을 주장하거나 남성과 백인이 특권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끌어내려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정치적 올바름이 절대적 선이고 모두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고 이상적이지도 않다. 외모를 비하하거나 외모를 기준으로 사람을 차별하면 안된다. 하지만 개그맨이 외모를 가지고 개그를 하는 것까지 불편하게 받아들이길 원하지는 않는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해주길 바란다. 외모를 기준으로 사람을 차별하면 안되지만 현실은 누구나 이쁜 사람고 잘생긴 사람을 좋아하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는 우리는 이에 영향을 받는다. 굳이 못생긴 주인공을 영화관에서 보고 싶지 않다. 외모도 능력이다. 지능을 기준으로 사람을 차별하면 안되지만 무식한 사람을 회사에서 혹은 대학교에서 임용해선 안된다. 외모, 피부색, 지능 등으로 그 사람의 다른 부분까지 평가해선 안되지만 그 자체는 인정하고 존중해줘야한다. 백설공주에 백인 배우를 쓰는 건 자연스러운 것이다. 굳이 백설공주를 흑인이나 라틴계 배우를 쓸 필요가 있을까?


 PC주의가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엔터테이먼트 산업까지 침입하는 것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 너무 사람을 가르치려한다는 느낌이 들어 반감이 든다. 영화에서 살인이 벌어져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실에서 살인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안다. 영화에서 살인을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가르쳐야할까? 굳이 이런 교육을 내돈내고 즐기러간 영화에서 받아야할까? 


 아무튼 PC주의는 실효성은 없고 부작용만 가득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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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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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해 읽은 책 중에 최고가 아닐까 싶다. 재밌게 읽었고 감동도 있었다. 저자의 필력에 감탄하며 읽었다. 어떻게 이렇게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지. 배꼽 빠지게 웃다가 슬픔에 눈물이 고이게 할 수 있는지. 정신없이 웃고 울다가 문득 거대한 감동을 받을 수 있는지.


 중국작가 위화의 에세이다. 10개의 단어를 주제로 에세이를 썼다. 아무튼 미친듯이 재밌는 책이다.


 문유석 작가의 <쾌락독서>에서 추천한 책이라 읽게 됐다. 위화의 소설들도 읽어보고 싶다. <인생>, <허삼관 매혈기>, <형제> 등.


 올 해 삼국지도 읽고 중국 작가들의 덕을 많이 봤다. 

 


 저자는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를 어린 시절 겪었다. 각 장이 하나의 단편 소설처럼 읽힌다. 가난하고 거칠었던 시기, 저자의 웃프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꼭 만나보시길.



 아래는 이 책에 대한 너무 적절한 평이라 소개한다. 


 한편으로는 배꼽 빠지게 재미있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깊은 감동을 주면서도 충격적인 소설을 찾기란 힘들다. 논픽션에서 그런 작품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위화의 이 책은 바로 그런 놀라운 책이다. 


-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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