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의 작가 토드 로즈의 책이다. 하버드대학 교수 토드 로즈의 개인적인 일화들도 있어서 더욱 좋았다. <평균의 종말>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유의미하고 훌륭한 책.
성공적인 인생이란 무엇일까? 여러분은 다음 중 무엇을 정답이라 택할 것인가?
A: 본인의 관심과 재능에 따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성취를 이룰 때 성공적인 삶을 산 것이다.
B: 부자가 되고 사회적으로 높은 커리어를 쌓거나 유명인사가 될 때 성공한 것이다.
여러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엇을 답이라 택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p17
결과를 보니 응답자 중 97퍼센트는 A가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92퍼센트는 대다수가 B를 답으로 택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엄청난 격차다. 집단착각을 잘 보여준다. 나 역시 그랬다. A가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했지만 대다수의 사람의 B를 택할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A와 B는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결과를 자아실현의 차원에서 바라보느냐, 사회적 인정의 차원에서 바라보느냐의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에 대한 착각은 존재한다.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처럼 A를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과는 다른 B를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한다고 생각했을까?
이런 차이가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해 파헤친다. 조금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는 느낌보다는 천천히 탐구해가는 느낌이다.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의 뇌는 우리가 집단에 대해 가지고 있는 '믿음'에 반응한다. 그 믿음이 사실에 근거하는지 아닌지 여부는 상관이 없다. -p25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가 생각난다. 유발 하라리가 모든 책에서 강조하는 핵심 주제이다. 우리는 진실에 반응하지 않는다. 집단의 '믿음'에 반응한다. 만약 중세 시대에 마을 사람들이 나를 마녀라고 말한다면, 진실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그건 진실이 아니야.' 라면 웃어넘길 수 없다.
우리 동료 학생들이 냄새와 맛에 무감각했거나, 아니면 그저 암브로스가 약을 판 것에 홀랑 넘어갔거나, 분명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스미스 박사님이 진실을 말하기 전까지 모든 사람들은 암브로스가 뭘 알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우리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이가 무슨 말을 할 때, 우리는 종종 그 의견을 따른다. -p70
집단지성이 아닌 집단무지성이 작동하기도 한다. 권위를 가진 사람의 말에 우리는 반응하고 순응한다. 그것이 우리가 잘 모르는 영역이라면 더더욱.
위 일화는 재밌는 일화다. 파티에서 암브로스가 등장해서 사람들에게 최고급 와인이라면 사람들에게 와인을 따라줬다. 암브로스는 부자였다. 이 책의 저자가 느끼기에 그 와인의 맛은 이상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맛있다고 했다. 스미스 박사님이 변질된 와인이라는 진단을 내리기 전까지.
종종 일상에서 나는 이런 일을 목격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수긍하는 것을 본다. 이럴 때 나는 스미스 박사님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처럼 의아해 할 뿐이다. 내 생각이 꼭 맞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냥 나중에 혼자 찾아보고 확인하곤 한다.
가령 한때 널리 성행했던 편도선 절제술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그 결과에 대한 과학적 논거가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편도선 절제술은 '전문가의 의학적 소견'이라는 변덕스러운 관점만을 근거로 수입여 년 넘도록 시행되어 왔다. (중략) 결국 편도선 절제술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졌고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나면서 빠른 속도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p76
아직도 편도선 절제술을 권유하는 의사가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의 두뇌에는 실제로 개인적 정보를 노출하고자 하는 신경 회로가 자리 잡고 있다. 사생활과 개인적인 정보를 한 조각씩 노출할 때마다 우리의 뇌에서는 보상 기제가 작동하면서 우리의 몸에 순수한 기쁨을 안겨준다. 말하자면 우리는 불안하거나 긴장해서 속에 있는 것들을 쏟아내는 게 아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속마음을 꺼내도록 만들어진 존재들이다.
이렇듯 개인적인 정보를 공개하는 경향은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데 일정 정도 기여했을 뿐 아니라 우리 인류가 장기적으로 생존해온 것에도 도움을 주었다. (게다가 덕분에 페이스북도 튼튼하게 운영될 수 있다.) 그러한 경향성이 있기에 우리는 보다 수월하게 서로 관계를 맺고 유대감을 형성한다. 그 경향성은 공유된 지식을 통해 지식을 교환하고 축적하도록 도와주며, 우리가 다른 이를 지도하고, 가르치며, 배울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p79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해도 갔다. 관종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개인적 정보를 노출하고자 하는 욕망을 통해 우리는 서로 연결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이 욕망을 잘 활용한 기업이다.
샥터는 누군가 집단의 의견을 거스를수록 사람들이 그를 덜 따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략) 의견 일치가 잘 되는 집단일수록 더 빨리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견을 배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중략) 집단의 구성원들이 더욱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을수록 그 속에서 인기 있는 견해와 다른 관점이 배제될 가능성은 더욱 높다는 것이 샥터의 결론이었다. -p103
고독한 늑대를 따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저 침묵을 지키며 일이 어떻게 되는지 바라보는 게 정말 나쁜 일이라고 할 수 있나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지금 내가 말하지 않고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입을 다물고 있는 건 죄라고 해도 소극적인 죄지, 적극적인 공범이 아니잖아요. 무슨 실질적인 해를 끼친다는 거죠?"
침묵은 실질적인 해를 끼친다. 그것도 다양한 방면에서 해를 끼친다. 단기적으로 볼 때 침묵의 거짓말은 우리 스스로에게 상처를 남긴다. 또한 침묵은 우리가 속한 집단을 새롭고 중요한 정보로부터 차단하여, 어쩌면 우리와 다른 이들에게 부지불식간에 해를 끼치고 있었을지 모르는 기존의 정설을 강화하고 만다. 그리하여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의 침묵은 집단 착각을 만들고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고 마는 것이다. -p134
침묵은 도덕적인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침묵도 죄다. 공범이다.
그는 그것을 '모방 욕망'이라 불렀다. 우리는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행위를 해석하여 의미를 찾고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원하고자 한다. -p180
우리는 다른 누군가의 욕망을 목격하면, 심지어 실은 자신이 그것을 원하지 않을 때조차 다른 사람과 같은 것을 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p181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모방 욕망'을 이야기한 사람은 철학자 르네 지라느 지만 이는 실험으로도 확인되고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진화심리학적으로 해석해볼 수도 있고, 경제학적으로 해석해볼 수도 있다. 아무튼 '모방 욕망' 역시 우리의 본능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상대적으로 나은 기분을 느끼고자 다른 이들을 끌어내리거나 심지어 상처 입히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p189
상대적 우월감을 느끼고자 하는 것 역시 우리의 본능이다. 심리학은 참 많은 것을 알려준다.
사적인 자아와 공적인 자아를 정렬하는 일은 언제 시작해도 늦지 않다. 조화로운 존재가 되기 위해 헌신할 때,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더 나은 삶을 살게 된다. 그렇게 내면과 외면이 일치하는 이들은 집단 착각을 만들고 키워나가는데 기여하지 않는다. 집단 착각에 빠져 있는 다른 사람들이 탈출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조화의 미덕을 받아들이는 것은 한마디로 진정한 윈윈 게임인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자기 자신과 다른 이들을 위해 내릴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이다. -p312
김수현씨가 생각났다. 인간 김수현과 스타 김수현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심각한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람들은 지갑을 돌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지갑에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 주인을 찾고자 열심히 노력했다. 특히 가장 열심인 것은 지갑 안에서 열쇠가 나왔을 때였다. 열쇠는 주인 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의미가 없지만, 그러니 더욱 주인을 찾아주려고 애를 쓴 것이다. -p329
연구자들은 실험을 했다. 지갑을 들고 가 이곳저곳의 안내 데스크에 맡겼다. 지갑은 주인에게 돌아갔을까? 지급은 현금이 없는 지갑, 13달러가 든 지갑, 100달러가 든 지갑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현금이 없는 지갑이 주인을 찾아갈 확률이 높고 100달러가 든 지갑은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정 반대였다.
당신의 어떤 지갑이 주인을 찾아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셨는지?
<휴먼 카인드>가 생각났다. 우리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직하지 않고 나쁘다는 집단착각에 빠져있는 거 같다. 실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착하고 정직하다.
책이 50p정도 남았다. 오늘 마저 읽고 독서모임 준비해야겠다. 일독을 권해드리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