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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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역 욕이 많다. 한나 아렌트의 훌륭한 책이 번역으로 욕을 봐서 안타깝다. 못 읽을 수준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좋은 번역은 아니다. 뒤로 갈수록 화가 나는 번역이다. 다른 좋은 번역판으로 나와야할 책이다.


 최악까진 아니지만 나쁜 번역 중 하나로 '악의 평범성' 이란 번역이 있다. 많이 인용되는 단어다. 이 번역은 한나 아렌트의 뜻을 왜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악의 진부성' 이 더 좋은 번역이라 생각한다. 아이히만은 평범하지 않았다. 아이히만은 진부하고 천박했다. 평범이하였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악의 평범성' 이라고 나도 사용하고 그 개념도 오독했었다. 악은 평범하다. 평범한 사람도 악인이 될 수 있다 등.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 한나 아렌트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다. 다른 데에서는 어떻게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서는 확실히 아니다. '악의 진부성' 에 대해 유튜브나 네이버에 좋은 글들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보시기 바란다.


 책을 읽으면서 좋았다. 실제로 홀로코스트가 어떻게 벌어졌는데 디테일하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히만이 어떤 인물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독서모임을 하면서 아이히만과 같은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사유의 무능성,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의 무능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 나는 아이히만을 떠올렸다. '아, 이 사람은 아이히만과 같은 위치에 있었으면 600만 명을 학살하는데 아무런 책임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책을 읽으면서 놀라웠던 사실은 내가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들과 아이히만이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아이히만은 이럴꺼야라고 생각했던 모습들을 한나 아렌트의 글을 통해 확인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독서 모임 인원은 6명이었다. 모임 마지막 쯤에 나는 질문을 던졌다. 만약 자신이 아이히만과 같은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이히만처럼 명령에 따를 것인가. 아니면 사표를 쓸 것인가. 결과는 어땠을까? 내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아이히만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 답했다. 그 수는 3명이었다. 나를 포함한 2명은 사표를 쓸 것이라 했다. 


 악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우리 주위에 있을 수도 있고 우리 안에 있을 수도 있다. 생각하기를 멈출 때, 무관심할 때, 타인의 입장과 고통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때 언제나 악은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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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좋은 고전을 읽었다.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인데 독서 모임 덕분에 이번에 완독하게 되었다. 삼고초려 만에 성공이었다. 처음에는 책을 빌렸을 때는 책을 펼쳐보지도 않았던 거 같다. 쉽고 읽기 편한 책만 읽던 시절이었다. 두 번째로 책을 빌렸을 때는 앞 부분을 조금 읽었다. 재밌었지만 다른 책들을 읽다 보니 시간이 지나 반납하게 되었다. 세 번째는 완독을 각오로 읽었다. 재밌게 읽었다. 항상 나치의 홀로코스터에 대해 궁금했는데 디테일한 부분들을 알게 되었다. 아이히만에 대해서도 아렌트와 함께 세밀하게 관찰했다. 좋은 내용이 너무 많아 책에 포스터 잇이 빼곡하다. 그 전부를 옮기기에는 시간과 품이 부족하다. 번역은 나쁘긴 하지만 못 읽을 정도는 아니었다. 영어 읽듯이 직독직해하면서 읽고 반복해서 읽으면서 천천히 나아갔다. 마지막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져서인지 번역이 구려서인지 읽기가 점점 힘들었지만 그래도 읽어보길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다. 



 먼저 역자 서문에서 역자는 banality를 '평범성'으로 번역했다. 나는 이 부분이 오역이라 생각한다. '진부성'이 더 나은 번역이라 생각한다.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의 보고서를 쓴 10년 후의 글을 보자.


 수년 전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아이히만의 재판에 대해 보고를 하면서 나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 언급을 하였는데, 이는 어떠한 이론이나 사상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아주 사실적인 어떤 것, 엄청난 규모로 자행된 악행의 현상을 나타내려고 한 것이었다. (중략) 그 악행자의 유일한 인격적 특정은 아마도 특별할 정도의 천박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중략) 그리고 재판과정에서 또 그에 앞서 있었던 경찰심문에서 보인 그의 행동뿐만 아니라 그의 과거에서 사람들이 탐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특징은 전적으로 부정적인 어떤 것이었다. 그것은 어리석음이 아니라 흥미로운, 아주 사유의 진정한 불능성이었다. -p37


 아렌트는 평범한 사람도 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할 의도가 없었다. 특정한 사상이나 이론을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자신이 관찰한 대상(아이히만)의 특성을 말하고 싶을 뿐이었다. '악의 평범성'은 보고서에서 딱 한 번 그것도 마지막에 등장한다. 중요한 개념이라면 그 단어는 한 번만 등장하지 않는다. 아렌트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특별할 정도의 천박성', '전적으로 부정적인 어떤 것'. '사유의 진정한 불능성'이었다. 결코 평범성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닌 진부성, 천박성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실제로 독일어로 banality는 진부함, 천박함의 의미로 쓰인다. 평범하다라는 의미로도 쓰이지만 부정적인 평범함의 의미에 가깝다. 아이히만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아이히만은 자신을 이상주의자로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주의자란 "자신의 이상을 삶을 통해 실천하는 사람", "자신의 이상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 특히 어떤 사람이라도 다 희생시킬 각오가 된 사람". 아이히만은 경찰심문에서 필요하다면 자신의 아버지마저도 죽음으로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히만은 시온주의자들도 자신과 같은 이상주의자라 생각하고 그들을 좋아했다. 아이히만은 잘못된 이상을 따랐다. 때문에 수백만 명의 남녀와 아이들을 죽음으로 보내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면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라 했다.



 독일은 항복 후 나치스와 타협한 과거를 가진 관리들을 채용하는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했더라면 행정부를 전혀 구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p68


 이 글을 보면서 친일파 척결이 생각났다. 친일파를 척결해야 하지만 친일파를 척결하면 일할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 조금 이해가 갔다. 



 아이히만을 검사한 여섯 명의 정신과 의사들은 그를 정상으로 판정했다. 그 중 한 명은 "적어도 그를 진찰한 후의 내 상태보다더 더 정상이다" 라고 탄식했다. 그를 만난 성직자도 "매우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 이라 발표했다. 



 아이히만은 허풍을 떠는 인간이었다. 500만 명의 유대인 죽음을 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도망자 생활을 하고 있을 때도 그의 허풍은 끝나지 않았다. 

 

 아이히만은 타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그가 상투적이고 공허한 언어만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관청용어만이 나의 언어입니다" 라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관청용어가 그의 언어가 된 것은 상투어가 아니고서는 단 한 구절도 말할 능력이 정말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p105


 그는 스스로 사유할 능력이 없었다. 그저 주위의 언어들만 앵무새처럼 말할 뿐이었다.



 검찰의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가 '괴물'이 아님을 알 수 있었지만, 광대라고 의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의심은 재판의 전체계획에 치명적일 수 있고, 그와 그 같은 이들이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안겨준 고통의 관점에서 볼 때 그런 의심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가 행한 최악의 광대짓들은 거의 주목받지 않았고, 거의 보도된 적이 없었다. -p112 


 그 광대짓 중 하나는 이것이었다. 아이히만은 처음에 선서를 거절한다. 선서를 거절하면서 한 말이 자못 거창하다. 선서하지 않는 건 젊음 시절에 배운 교훈이라는 둥, 도덕적인 이후로 거절한다는 둥. 그 후에 판사로부터 자신의 변호를 위한 증언을 하고 싶으면 선서하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두말 않고 즉시 선서했다. 


 아이히만에게는 이것은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들이었고, 그가 기억 속에서나 즉흥적으로 자신의 기분을 북돋우는 관용구들을 찾을 수 있다면 그는 '모순' 따위는 한 번도 의식하지 않은 채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p113 


 그는 모순을 이해할 능력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아래는 아이히만의 변호인들이 아이히만을 어떻게 평가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그는 아이히만의 범죄보다도 그가 고상한 취향도 없고 교육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더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는 아이히만을 '조무라기'라고 부르며 "우리가 그를 어떻게 장애물을 넘도록 만드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라고 말했다. 세르바티우스 자신도 재판 이전에 이미 자신의 의뢰인이 '평범한 우편배달부'의 성품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p221


 그 당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이히만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데 실패했다.



 네델란드는 유대인 교수들이 해고되었을 때 학생들이 파업을 하고, 유대인을 독일 강제수용소로 처음 이주시킨 일에 대해 일련의 파업이 발생한 전 유럽에서 유일한 국가였다. -p249 


 나치의 반유대주의에 모두가 공감한 건 아니었다. 덴마크 역시 적극적으로 저항했다. 루마니아는 나치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국가의 권력자들과 국민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치가 승리했다면 폴란드인들 역시 유대인과 같은 운명을 맞이했을 것이라고 한다.



 아래는 아렌트의 아이히만에 대한 평이다.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로 하여금 그 시대의 엄청난 범죄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게 한 것은 (결코 어리석음과 동일한 것이 아닌)} 순전한 무사유였다. 그리고 만일 이것이 '평범한' 것이고 심지어 우스꽝스런 것이라면, 만일 이 세상의 최고의 의지를 가지고서도 아이히만에게서 어떠한 극악무도하고 악마적인 심연을 끄집어내지 못한다면, 이는 그것이 일반적인 것이라고 부르는 것과 아직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중략)

 이처럼 현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과 이러한 무사유가 인간 속에 아마도 존재하는 모든 악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대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사실상 예루살렘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었다. 그런데 그것은 교훈이지 현상에 대한 설명도 아니고 그에 대한 이론도 아니다. -p392     


 여기서도 '평범한' 보다는 '진부한', '천박한' 이 더 좋은 번역같다. 아이히만은 괴물이 아니라 광대였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그게 현실이다. 



 번역 때문에 아쉽지만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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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비 딕>보다 재밌는 소설은 많다. 하지만 걸작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것은 <모비 딕>이다. 유명한 고전을 읽게 되어 뿌듯하다. 앞으로 <모비 딕> 이야기가 나오면 반가운 미소를 띨 수 있으리라. 




 토요일 밤에 고기 시장에 가서, 두발 인간들이 길게 늘어선 네발 짐승의 사체를 바라보고 있는 꼴을 보라. 그 광경을 보면 식인종도 놀라서 입을 딱 벌리지 않겠는가? 식인종이라고? 식인종이 아닌 사람이 누구인가? 앞으로 닥칠 기근에 대비하여 말라빠진 선교사를 소금에 절여 지하실에 넣어둔 피지섬 사람들이, 최후의 심판 날에, 여러분처럼 개화되고 문명화한 미식가, 거위를 땅바닥에 매어놓고 그 간을 비대하게 살찌워 푸아그라를 즐기는 사람들보다 관대한 처벌을 받을 것이다. -p245 


 과연 우리가 식인종 원주민보다 나은 점이 있을까? 나는 한 때 무조건적으로 식인풍습을 비판했었다. 물론 인신공양은 무조건적으로 비판하지만 기근 등 먹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의 식인은 조금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과거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흉년 등 기근이 들면 인육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최근 북한만 해도 먹을 것이 없어서 인육을 먹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먹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인육을 먹는 것과 먹을 것이 풍족한 상황에서 잔인한 방식으로 네발짐승을 먹는 것. 최후의 심판 날에 누가 더 큰 처벌을 받을까?



 

 

 













 

 주인공이 탄 '피쿼드' 호는 항해 중 여러 배들을 만났다. 그 중 '제러보엄' 호를 타고 있는 광신자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지금도 세상에는 자신이 신이니 예언자이니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심지어 그들은 믿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다. <컬트>란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싶다. 



 고래 이야기 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고래의 눈에 대한 이야기다. 고래의 눈의 머리 양 옆에 붙어 있다. 때문에 두 눈이 보는 광경은 전혀 다르다. 고래는 어떻게 세상을 보고 있는 걸까? 듀얼 스크린처럼 머리 속에 2가지 영상이 떠오르는 걸까???



 <모비 딕>은 다양한 개성의 선원들이 등장하고 입담도 화려하다. 항해사 스터브가 보트의 선원들에게 노를 빨리 저으라고 독촉하는 장면을 보자.


 "다들 잘 들어!" 스터브도 제 보트의 선원들에게 소리쳤다. "화를 내는 건 내 신조에 어긋나지만, 저 비열한 독일 놈은 씹어먹고 싶다. 자, 어서 저어라. 저 악당 놈에게 지고 싶지는 않겠지? 브랜디를 싫어하는 녀석은 없겠지? 좋아, 제일 잘한 놈에게 브랜디 한 통을 주겠다. 이봐, 한 놈쯤은 격분해서 혈관이 터져도 되잖아? 누가 닻을 내렸지? 배가 꿈쩍도 안 하잖아. 멈춰버렸어. 이봐, 여기 보트 바닥에서 풀이 자라고 있군! 맙소사. 저기 돛대에서는 싹이 났어. 이래서는 안 돼. 저 독일 놈을 보라고. 너희들, 입에서 불을 토할 거야 말 거야?" -p488

 

 

 1등 항해사 스터벅이 선장 에이해브를 죽일까 고민하는 장면이 있다. 스터벅은 에이해브를 죽여야 했을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을 거 같다. 파멸로 향하고 있는 줄 알면서도 배에서 내리기는 쉽지 않다. 파멸이 눈 앞에 닥쳐야 지난 선택을 후회하리라.



 <모비 딕>에서 기가막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있다. 바로 관이다. 퀴퀘그가 병으로 죽어가자 퀴퀘그를 위한 관을 만든다. 그런데 퀴퀘그가 갑자기 회복해서 관은 쓸모없어진다. 그러다 구명부표가 망가져서 관을 구명부표로 재활용하게 된다. 이 얼마나 멋지고 우스운 아이러니인가. 배는 관을 배 옆에 달고 항해를 계속 한다. 이 얼마나 해괴한 모습인가.



 배가 침몰하면 서른 명이 관 하나를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겠군, 태양 아래에서 그렇게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야! 자, 망치, 끌, 역청 단지, 그물바늘이 준비됐으니, 어서 일을 시작하자." -p699 


 

 허먼 멜빌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 타이피족과의 경험을 묘사한 <타이피>, <필경사 바틀비>를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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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08-26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비딕은... 인류 문화유산입니다. ^^

고양이라디오 2024-08-27 10:28   좋아요 0 | URL
모비딕 포에버ㅎㅎㅎb

그레이스 2024-08-27 23:53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그레이스 2024-08-27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경사바틀비 강추요!

고양이라디오 2024-08-28 11:45   좋아요 1 | URL
얼른 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ㅎ

Falstaff 2024-08-28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에 번역해 나온 멜빌의 장편소설은 <피에르, 또는 모호함>과 <사기꾼, 그의 변장 놀이> 두 편이 더 있는데요, 두 권 다 쉽지 않습니다.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 읽어도 포스트 모던한 느낌이 진하더군요.
멜빌의 단편은 그레이스 님께서 추천하신 <필경사 바틀비>가 필독이겠습니다. 현대문학사에서 나온 단편집 <허먼 멜빌>이 가성비 아주 좋습니다. 장편으로 넘어가면 <피에르, 또는 모호함>은 피하시라고 권합니다. 멜빌 연구로 학위를 받은 사람이 번역 했는데, 우리말이... 이렇게 이야기하면 고소당할지 모르겠지만, 형편 무인지경입니다. 비문이 휙휙 날리는 거 하나로 비추, 강력 비추할 수밖에 없어서 아쉽습니다.
창비 세계문학으로 나온 <사기꾼, 그의 변장 놀이> 괜찮습니다. ˝포스트 모던˝하다는 걸 염두에 두고 읽어보시면 멜빌 라이브러리를 추가했다는 데 의미가 있겠습니다.

그레이스 2024-08-28 17:55   좋아요 2 | URL
저도 참고하겠습니다.
 
ABC 살인사건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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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애거사 크리스티 여사다. 재밌다. 만족스러웠다. 알라딘 별점 평균을 높이기 위해 5점을 준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추리 소설의 여왕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그녀의 소설은 인류 역사상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초 베스트 셀러이다. 셜록홈즈가 더 유명하지 않느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다. 양 앞에서는 장사없다. 그녀는 장편 66편, 단편 20편을 발표했다. 셜록홈즈 시리즈는 9권 밖에 안된다.


 한 때 추리소설에 빠졌다가 점점 감흥이 떨어져서 어느 순간 안 읽게 되었다. 셜록홈즈 시리즈가 거의 마지막이었던 거 같다. 그래도 가끔 추리소설같은 장르소설이 땡길 때가 있다. 그럴 때 요즘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찾는다. 


 그녀의 많은 소설들 중에서 유명하고 평이 좋은 것들을 우선순위로 찾아 읽고 있다. 최근 몇 권 읽었는데 만족스럽다. 이 소설 역시 만족스러웠다.


 서론이 길었다.


 소설은 편지 한 통과 함께 시작된다.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에게 날아온 편지에는 날짜와 장소가 적혀있다. 그리고 그 편지에 적힌 날짜와 장소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A로 시작하는 도시에서 A로 시작하는 사람이 살해당했다. 얼마 후 다시 포와로에게 배달된 편지에는 이번에는 B로 시작하는 장소와 날짜가 적혀있다. ABC 순서로 장소와 사람을 살해하는 엽기적인 살인범. 어떠한 단서도 없어서 사건은 미궁으로 빠진다.


 처음에는 고전적인 클리세처럼 살해당한 사람들이 과거에 어떤 사건으로 이어져있을 거라 생각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과거에 어떤 사건으로 이어진 사람들이 우연히 알파벳 ABC 순서의 이름을 가지고 있고 또 더 우연히 자신의 알파벳과 같은 장소에서 살고 있다는 게 말이 안된다. 이 가설은 기각.


 그렇다면 살인범은 단순히 어떤 강박을 가진 정신이상자인가? 아무튼 이런 의심들을 하면서 추리해나가는 재미가 있었다. 


 추리소설은 작가와 독자의 심리게임인 거 같다. 작가는 독자에게 쉽게 범인을 틀키면 안된다. 빨리 틀킬수록 독자의 재미는 떨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마지막에 범인을 밝혔을 때 너무 억지스러우면 안된다. 그러면 독자는 우롱당했다고 느낀다. 범인을 찾기도 어렵고 마지막에 범인을 밝혔을 때 아하! 하면서 납득이 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좋은 추리소설은 독자가 자꾸 엉뚱한 사람을 의심하게 한다. 용의자 한 명씩 의심이 풀린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반전이 있어야 한다. 반전이 예상 못 할수록 기발할수록 좋다. 


 이 작품은 나에게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켰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 중에 범인으로 의심하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동기도 전혀 생각 못했다. 하지만 모든 게 밝혀졌을 때 납득이 아주 잘 되었다.  


 혹시라도 이 작품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스포는 최대한 자제했다. 재밌는 추리 소설이니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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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 - 전면 개역판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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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비 딕>을 읽었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존재 자체는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 두꺼운 분량에 고래에 대한 장황한 설명이 지루하다는 의견들을 많이 접했던 책이다. 그다지 끌리지 않았던 책이다. 독서 모임에 이 책이 선정됐을 때도 읽을 생각이 없었다. 나와는 인연이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웨일> 영화모임을 했다. 좋은 영화였다. 영화에서 <모비 딕>이 중요한 모티브로 나온다. 유튜브에서 영화를 찾아보다 보니 <모비 딕>에 대해 궁금해졌다. '한 번 읽어볼까?' 그래도 걸작이라 칭송받고 유명한 책인데 한 번 시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예상과 달라서 놀랐다. 이야기가 흥미진진했고 몰입감, 가독성이 뛰어났다. 아니 이렇게 재밌는 책이 왜 지루하다는 거지?? 이 때는 몰랐다. 저자의 고래, 포경업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기 전이었으니.


 문체가 좋았다. 유머러스한 부분들이 종종 느껴졌다. 등장인물들도 개성있고 매력있었다. 특히 주인공 이슈메일이 식인종 퀴퀘그를 만나고 함께 포경선에 오르는 부분이 모험의 냄새가 풍겨서 좋았다. 


 포경선을 타고부터 본격적으로 고래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고래와 포경업에 대해 사실적인 이야기와 다양한 백과사전적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하지만 모임 날짜는 다가오고 시간이 촉박해지자 이런 부분들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는 책보다는 나의 문제이다.) 배에서 펼쳐지는 사건, 인물, 대화가 고래에 대한 이야기보다 훨씬 재밌다. 특히 선원들의 입담이 대단해서 대화가 재밌다. 대화를 맛깔라게 잘 쓰는 작가임이 분명하다. 고래에 대한 이야기들도 사실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인생에 대한 성찰로 끝나기도 하는 등 나쁘지 않았다. 다만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길고 지루했으리라 생각된다. <모비 딕>의 단점이라면 이 부분이 단점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재밌게 책을 읽었다. 걸작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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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8-20 1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더 웨일>을 보고 나서 <모비 딕>을 읽어야겠단 생각을 한 1인입니다. ㅋ

고양이라디오 2024-08-20 15:33   좋아요 1 | URL
읽는 데 품이 들기는 하지만 읽는 즐거움도 있었고 읽고 나니 읽길 잘했다는 생각도 듭니다ㅎ

Falstaff 2024-08-20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비 딕은 세계 문화유산입니다! ㅎㅎㅎ 저는 그렇게 믿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4-08-20 18:37   좋아요 1 | URL
Falstaff님이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라니bb <모비딕>이여 영원하라ㅎ

전 허먼 멜빌의 다음 책으로 <필경사 바틀비>를 읽어보려 합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