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보고 싶어

 


  큰아이가 어머니 보고 싶다 노래를 한다. 아이들 어머니는 어제 한국으로 돌아왔고, 일산집에서 하루를 묵었다. 큰아이는 “할머니네 놀러가서 어머니 만날래.” 하고 말한다. 하루 기다리면 어머니가 시골집으로 돌아올 테지만, 큰아이는 어머니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이모도 삼촌도 모두 보고 싶다 말한다. 이리하여, 짐을 꾸리고 전남 고흥에서 경기도 일산까지 날아갈 가장 가깝고 수월할 만한 길을 헤아린다. 순천을 거쳐서 기차를 탈까, 아니면 광주에서 경기도 화정버스역으로 가는 차편을 알아볼까, 이래저래 살피고 머리를 굴린다. 그래도 고흥 읍내에서 서울 가는 시외버스가 가장 나을 듯하다. 다만, 아침 아홉 시 버스가 아니면 모두 우등버스라서 아이 둘과 어른 하나 앉아서 가기에는 만만하지 않다. 또한, 텔레비전을 켜느냐 안 켜느냐도 살펴야 한다. 아무쪼록, 이제 작은아이 낮잠을 살며시 깨워 얼른 길을 나서야지. 짐은 다 꾸렸다. 4346.8.3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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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쏟은 김에

 


  작은아이가 혼자 물잔에 물을 따라 마신다고 하다가 물을 쏟는다. 그런데 아버지한테 말을 않고 꽁무니를 뺐다. 부엌바닥이 물바다 된 줄 나중에서야 알아채고는, 장판을 들추며 물바다를 치운다. 이 녀석아, 물을 쏟았으면 말을 해야지. 포옥 한숨을 쉬며 물바다를 치우다가 부엌바닥을 샅샅이 훔치고, 이렇게 훔치는 김에 마루도 훔친다.


  작은아이가 밤오줌을 쉬통에 안 누고 바지에 싸면서 평상이랑 이불이랑 방바닥이 오줌으로 흥건하다. 평상과 이불과 베개를 몽땅 마당에 내놓아 해바라기 시키면서, 방바닥을 새삼스럽게 훔친다. 걸레를 새로 빨아 방바닥을 훔치다가 이것저것 새롭게 걸레질을 하며 먼지를 닦는다.


  작은아이가 오줌은 웬만큼 가리지만 똥은 아직 안 가리려 한다. 날마다 두세 차례 바지에 똥을 눈다. 똥은 방바닥이나 마룻바닥에 툭툭 떨어진다. 똥을 치우는 김에 방바닥이나 마룻바닥을 다시금 훔친다. 날마다 닦고 또 닦는다. 날마다 여러 차례 훔치고 다시 훔친다.


  하루에 걸레질을 얼마나 하고, 날마다 걸레를 몇 차례 빨아서 쓰는가 돌아보다가, 아이들이 아버지더러 ‘우리 집 한결 깨끗하게 치우고 쓸고 닦아 주셔요’ 하고 말없는 말을 들려주는구나 하고 깨닫는다. 4346.8.2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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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두 아이를 재울 적에 작은아이가 먼저 잠들고 큰아이가 나중에 잠드는 날이면, 큰아이는 아버지한테 찰싹 달라붙으며 안긴다. 작은아이가 신나게 놀다가 곯아떨어져 낮잠을 자면, 큰아이는 슬그머니 아버지한테 다가와 품에 안기기를 좋아한다. 세 살 작은아이는 이것저것 스스로 하기보다는 누나와 아버지한테 해 달라고 떼를 쓰고, 여섯 살 큰아이는 이것저것 스스로 하면서 씩씩하게 자란다.


  작은아이는 혼자 바지며 웃도리를 입을 수 있지만, 누나와 아버지가 잘 해 주니까 으레 입혀 주기를 바란다. 작은아이는 젓가락질 훌륭히 하지만, 아버지가 밥과 반찬 알맞게 나누어 먹여 주곤 하니까 제 손을 안 쓰려 한다. 그래, 너는 고작 ‘세 살’밖에 안 되었어, 그러니 귀여움도 받고 사랑도 받으면서 칭얼거릴 수 있어, 그런데 말이야, 네 누나하고 빗대려는 뜻은 아닌데, 너 스스로 옷을 챙겨 입으면 더 재미있고, 너 스스로 수저질 하면서 밥을 먹으면 훨씬 맛있단다, 아니? 네 누나가 왜 아버지한테 떼를 안 쓰는 줄 아니? 네 누나는 스스로 하는 즐거움과 재미가 ‘해 주는’ 즐거움과 재미를 훨씬 크게 넘어서는 줄 알거든.


  얘야, 너 스스로 해 보렴. 너 스스로 풀밭을 신나게 걸어 보렴. 너 스스로 바다에서 헤엄쳐 보렴. 너 스스로 빨래를 개 보렴. 너 스스로 설거지를 해 보렴. 세 살이라는 나이는 참 어려, 너는 아직 아기란다. 그러나, 너는 아기이기 앞서 아름다운 숨결이지. 스스로 하고픈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스스로 이루고픈 대로 모든 꿈을 이룰 수 있어.


  작은아이야, 네 누나는 다리가 아파도 아프다는 말조차 안 하고 퍽 먼 들길을 걷는단다. 힘이 들지만, 걷고 걸으면서 스스로 다리힘이 붙는 줄 알거든. 작은아이 네가 안아 달라 할 적에 네 누나 눈빛을 보면 ‘나도 힘든데’ 하는 이야기를 읽어. 그래서 한동안 너랑 누나를 한 팔에 나누어 안고 백 미터쯤 걷곤 하지. 그러면 네 누나는 “나 혼자 걸을래.” 하면서 내려가려 한단다. 네 누나는 스스로 씩씩해지고 싶기 때문에 참말 씩씩해져. 네 누나는 스스로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꾸니까 하늘을 날듯이 뛰고 걸어. 작은아이야, 너는 어떤 꿈을 품니? 작은아이 너는 어떤 사랑을 마음에 담니?


  아름다운 여름이 지나가고, 사랑스러운 가을이 오는구나. 아이들아,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봄도 즐겁단다. 우리 이 애틋한 하루를 신나게 누리자. 4346.8.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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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27 22:27   좋아요 0 | URL
확실히 큰 아이와 작은 아이는 다른 것 같아요.^^
큰 아이는 자기가 먼저 사랑받았다는 걸 잘 알고 그 사랑을 또 동생에게
그대로 나누어 주는 듯 합니다~
저희집 둘째가 어렸을 때 저를 예뻐하는 이웃집에서 좋아하는 치킨을 먹이며
"너 우리집 아들할래? 그러면 매일 치킨 해줄건데~" 물었더니 조금 생각하더니
"그건 안돼요. 왜냐하면...저는...우리집 귀염둥이거든요." 답했다는 말에 모두 웃었지요. ^^
확실히 작은 아이들은 자신이 사랑받는 아이임을 잘 알고 있는가 봅니다~

숲노래 2013-08-28 05:35   좋아요 0 | URL
아이들을 꾸밈없이 마주하며 껴안으면
모두들 곱게 사랑받는 줄 잘 느껴요.

그런데, 요즘 어버이들 너무 바쁜 나머지
시설과 학교에만 맡긴 채
아이들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면서,
이 아이들
얼마나 사랑스럽고
또 사랑을 잘 아는가를 미처 못 깨닫지 싶어요.

모든 아이들이 어디에서나 저마다 아름답게 자랄 수 있기를 빌어요
 

밥과 설거지와 숫돌

 


  밥을 한다. 국을 끓인다. 반찬을 볶는다. 밥을 차린다. 밥을 먹인다. 설거지를 한다. 칼을 간다. 한 마디씩 적고 보면 몇 초면 넉넉한 집일을 아침저녁으로 한다. 쌀을 불려 밥을 하고, 모든 밥먹기를 마치고서 설거지와 칼갈기까지 마무리지어 한숨을 돌리면, 두어 시간 훌쩍 지나간다. 설거지를 하면서 ‘칼은 나중에 갈까?’ 하고 생각한다. 설거지 마치고 좀 드러누워 허리를 펴자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뒤로 미루고 미루면 칼은 무디어지기 마련이요, 다음에 바지런히 밥을 차려야 할 적에 무딘 칼로 잘못 칼을 놀리다가 손가락이 다칠 수 있다. 오늘 아침에도 칼을 덜 갈아 살짝 무딘 나머지 당근을 썰 적에 슬쩍 미끄러져서 손가락을 자를 뻔했다. 아차 하고 느껴 왼손을 잽싸게 빼고 오른손에 불끈 힘을 주어 칼이 도마를 찍지 않도록 막아 손가락이 다치지 않았다. 히유 한숨을 돌리면서 새삼스레 생각한다. 천천히 느긋하게 즐겁게, 늘 생각해야지, 하고 마음을 다진다. 1분 더 빨리 차린들 1분 더 늦게 차린들 달라지지 않는다. 천천히 차려서 천천히 먹으면 된다. 느긋하게 차려서 느긋하게 먹으면 된다. 즐겁게 차려서 즐겁게 먹으면 된다. 설거지도 느긋하게 천천히 즐겁게 하자. 설거지를 모두 끝내고 칼을 갈 적에도 숫돌에 석석 차근차근 문대면서 날이 잘 서도록 갈자. 가끔 가위도 갈고, 부엌칼 아닌 작은 칼도 갈자. 노래를 부르면서 숫돌질을 하자. 4346.8.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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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자전거

 


  아이들을 자전거수레와 샛자전거에 태우면 아주 홀가분하게 어디로든 달릴 수 있다. 달리다가 마음대로 자전거를 멈추어 바다이든 숲이든 들이든 한껏 누릴 수 있다. 아마 자전거 아닌 자가용을 몬다 하더라도 이렇게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자가용과 자전거는 아주 크게 다르다. 자가용은 찻길만 다니지만, 자전거는 찻길 아닌 데도 간다. 나는 자전거를 끌고 모래밭도 지나가고 논둑도 지나간다. 자가용으로는 이렇게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자전거에 아이들 태우고 함께 달리면, 바람과 햇볕과 소리와 냄새를 나란히 누린다. 구름과 햇살과 새와 벌레와 풀과 나무를 아주 가까이에서 느낀다.


  두 아이를 자전거수레와 샛자전거에 태워 사십 분 즈음 달리기만 해도 땀을 엄청나게 쏟는다. 아이들과 함께 두어 시간 자전거를 달리면 이동안 흘린 땀으로도 살이 쪽 빠졌구나 하고 느낀다. 그러니까, 자전거를 몰아 아이들과 다니면 참으로 즐겁고 흐뭇한데, 몸은 기운이 죄 빠져나가 다리가 후들거린다. 뒷목이 당기고 뒤꿈치가 저리다. 그러나, 아이들 밥을 해서 먹여야 하고, 아이들 씻기고 나서 옷 갈아입혀야 한다. 없는 힘을 뽑아내어 저녁을 차리고 먹이고 치운 뒤 아이들보다 먼저 자리에 눕는다.


  작은아이가 먼저 아버지 곁으로 온다. 자장노래를 몇 가락 부르다가 스르르 눈을 감는다. 이윽고 큰아이가 아버지 곁으로 온다. 자장노래 한두 가락 더 부르다가 입을 달싹이지 못하고 한숨 포옥 쉬고는 조용히 잠든다. 아이들도 고단했으리라. 달게 깊이 잘 잔다. 새벽에 깨어 곰곰이 생각한다. 아이도 어버이도 하루를 힘껏 누리고 몸이 느긋하게 쉴 때에 가장 즐거운 나날 아니랴 싶다. 몸에 힘을 남길 까닭 없이 모조리 쓰고 나서, 아이도 어버이도 홀가분하게 드러누워 잠들면 참말 즐거운 하루 아닌가 싶다.


  씩씩하게 뛰어놀다가 사르르 곯아떨어지는 아이들처럼, 어버이도 씩씩하게 일하고 아이들과 어울리다가 저녁에 아이와 똑같이 스르르 곯아떨어지면 될 노릇이라고, 내 나름대로 생각한다. 4346.8.2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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