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두 아이를 재울 적에 작은아이가 먼저 잠들고 큰아이가 나중에 잠드는 날이면, 큰아이는 아버지한테 찰싹 달라붙으며 안긴다. 작은아이가 신나게 놀다가 곯아떨어져 낮잠을 자면, 큰아이는 슬그머니 아버지한테 다가와 품에 안기기를 좋아한다. 세 살 작은아이는 이것저것 스스로 하기보다는 누나와 아버지한테 해 달라고 떼를 쓰고, 여섯 살 큰아이는 이것저것 스스로 하면서 씩씩하게 자란다.
작은아이는 혼자 바지며 웃도리를 입을 수 있지만, 누나와 아버지가 잘 해 주니까 으레 입혀 주기를 바란다. 작은아이는 젓가락질 훌륭히 하지만, 아버지가 밥과 반찬 알맞게 나누어 먹여 주곤 하니까 제 손을 안 쓰려 한다. 그래, 너는 고작 ‘세 살’밖에 안 되었어, 그러니 귀여움도 받고 사랑도 받으면서 칭얼거릴 수 있어, 그런데 말이야, 네 누나하고 빗대려는 뜻은 아닌데, 너 스스로 옷을 챙겨 입으면 더 재미있고, 너 스스로 수저질 하면서 밥을 먹으면 훨씬 맛있단다, 아니? 네 누나가 왜 아버지한테 떼를 안 쓰는 줄 아니? 네 누나는 스스로 하는 즐거움과 재미가 ‘해 주는’ 즐거움과 재미를 훨씬 크게 넘어서는 줄 알거든.
얘야, 너 스스로 해 보렴. 너 스스로 풀밭을 신나게 걸어 보렴. 너 스스로 바다에서 헤엄쳐 보렴. 너 스스로 빨래를 개 보렴. 너 스스로 설거지를 해 보렴. 세 살이라는 나이는 참 어려, 너는 아직 아기란다. 그러나, 너는 아기이기 앞서 아름다운 숨결이지. 스스로 하고픈 대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스스로 이루고픈 대로 모든 꿈을 이룰 수 있어.
작은아이야, 네 누나는 다리가 아파도 아프다는 말조차 안 하고 퍽 먼 들길을 걷는단다. 힘이 들지만, 걷고 걸으면서 스스로 다리힘이 붙는 줄 알거든. 작은아이 네가 안아 달라 할 적에 네 누나 눈빛을 보면 ‘나도 힘든데’ 하는 이야기를 읽어. 그래서 한동안 너랑 누나를 한 팔에 나누어 안고 백 미터쯤 걷곤 하지. 그러면 네 누나는 “나 혼자 걸을래.” 하면서 내려가려 한단다. 네 누나는 스스로 씩씩해지고 싶기 때문에 참말 씩씩해져. 네 누나는 스스로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꾸니까 하늘을 날듯이 뛰고 걸어. 작은아이야, 너는 어떤 꿈을 품니? 작은아이 너는 어떤 사랑을 마음에 담니?
아름다운 여름이 지나가고, 사랑스러운 가을이 오는구나. 아이들아,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봄도 즐겁단다. 우리 이 애틋한 하루를 신나게 누리자. 4346.8.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