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자전거

 


  아이들을 자전거수레와 샛자전거에 태우면 아주 홀가분하게 어디로든 달릴 수 있다. 달리다가 마음대로 자전거를 멈추어 바다이든 숲이든 들이든 한껏 누릴 수 있다. 아마 자전거 아닌 자가용을 몬다 하더라도 이렇게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자가용과 자전거는 아주 크게 다르다. 자가용은 찻길만 다니지만, 자전거는 찻길 아닌 데도 간다. 나는 자전거를 끌고 모래밭도 지나가고 논둑도 지나간다. 자가용으로는 이렇게 할 수 없다. 무엇보다, 자전거에 아이들 태우고 함께 달리면, 바람과 햇볕과 소리와 냄새를 나란히 누린다. 구름과 햇살과 새와 벌레와 풀과 나무를 아주 가까이에서 느낀다.


  두 아이를 자전거수레와 샛자전거에 태워 사십 분 즈음 달리기만 해도 땀을 엄청나게 쏟는다. 아이들과 함께 두어 시간 자전거를 달리면 이동안 흘린 땀으로도 살이 쪽 빠졌구나 하고 느낀다. 그러니까, 자전거를 몰아 아이들과 다니면 참으로 즐겁고 흐뭇한데, 몸은 기운이 죄 빠져나가 다리가 후들거린다. 뒷목이 당기고 뒤꿈치가 저리다. 그러나, 아이들 밥을 해서 먹여야 하고, 아이들 씻기고 나서 옷 갈아입혀야 한다. 없는 힘을 뽑아내어 저녁을 차리고 먹이고 치운 뒤 아이들보다 먼저 자리에 눕는다.


  작은아이가 먼저 아버지 곁으로 온다. 자장노래를 몇 가락 부르다가 스르르 눈을 감는다. 이윽고 큰아이가 아버지 곁으로 온다. 자장노래 한두 가락 더 부르다가 입을 달싹이지 못하고 한숨 포옥 쉬고는 조용히 잠든다. 아이들도 고단했으리라. 달게 깊이 잘 잔다. 새벽에 깨어 곰곰이 생각한다. 아이도 어버이도 하루를 힘껏 누리고 몸이 느긋하게 쉴 때에 가장 즐거운 나날 아니랴 싶다. 몸에 힘을 남길 까닭 없이 모조리 쓰고 나서, 아이도 어버이도 홀가분하게 드러누워 잠들면 참말 즐거운 하루 아닌가 싶다.


  씩씩하게 뛰어놀다가 사르르 곯아떨어지는 아이들처럼, 어버이도 씩씩하게 일하고 아이들과 어울리다가 저녁에 아이와 똑같이 스르르 곯아떨어지면 될 노릇이라고, 내 나름대로 생각한다. 4346.8.26.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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